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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의 막내제자가 되었다-140화 (140/172)

140화

[…….]

그러나 무신은 내 바람에 곧바로 응답해 주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어째 좀 이상한 기색이다.

‘무신님……?’

내가 조심스럽게 부르니, 무신이 다소 퉁명스러운 어조로 대꾸했다.

[…요새 연자가 나를 부르는 이유가 조금 불손한 듯한데, 내 기분 탓인가?]

불손하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게 아니라,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가만히 무신의 생각을 추측하고 있자니, 무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연자여, 나는 무신武神일세.]

‘넵…….’

[역사학자도, 마법사도, 하물며 골동품 상인도 아니란 말이야.]

‘…으음.’

[무에 대한 질문이라면 내 언제든 환영함세.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연속해서 나를 호출하는 건, 솔직히 말해서 좀 불쾌하군.]

…삐진 건가?

아마 이 한마디로 퉁 치기 어려운 이유가 무신에겐 있을 듯하지만, 내 어휘력이 풍부한 편은 아니라 이 이상의 표현이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잠깐 고민했지만…….

사실 옛날부터 나의 삐진 사람 대응법은 정해져 있었다.

‘죄송합니다.’

[…….]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 줄 꿈에도 몰랐네요. 제 불찰입니다.’

일단 머리부터 박고 보는 것이다.

[음…….]

‘무신님이 너무 잘해 주셔서 저도 모르게 선을 넘었나 봅니다.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무에 관한 일이 아니라면 절대 부르지 않을게요.’

[…큼.]

무신이 살짝 헛기침하더니 말했다.

[뭐 아예 안 부를 것까지야…….]

역시나.

이 양반, 고지식한 성격의 소유자답게 이쪽이 과할 정도로 고개를 숙이면 오히려 당황해한다.

지옥에서의 일로 삐졌을 때 달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저 너무 쓸데없는 일로, 잦은 빈도로 부르진 말란 것이네, 나 또한 연자에게 깃든 상태라 평소엔 적적하니, 횟수만 조절한다면 내게도 나쁘지 않은 기분 전환이 될 터지.]

‘감사합니다. 정말 하해처럼 넓은 마음이세요.’

[비꼬는 겐가?]

‘…그럴 리가요.’

그렇다고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니, 과할 정도로 추켜세우는 건 자제하자.

어쨌든 그제야 무신이 주변을 살펴보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보물고로군. 이 장소에서 가장 값진 물건을 골라 달라는 뜻인가?]

‘네.’

[흐음. 상당히 어려운 전제로군.]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떤 부분에서요?’

[본래 물건의 값어치란 유동적일세. 수요와 공급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에게 얼마나 필요한가,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얻을 기회가 오는가……. 여러 요인에 따라 값이 바뀌지. 그러니 보편적인 관점에서 보석, 혹은 장신구의 값어치가 가장 일정하네.]

무신이 어딘가를 가리키는 듯했다.

[가령… 저런 것 말일세.]

그리 말한 방향엔 딱 봐도 귀해 보이는 보석이 놓여 있었다.

[선홍옥鮮紅玉일세. 귀금속의 왕이라고 불릴 만큼 귀한 보석이지.]

홍옥.

즉 루비는 이 나라에서 가장 값어치가 높은 보석이다.

이제는 당연한 이유지만, 신성한 붉은빛을 띠고 있어서 그렇다.

게다가 무신이 가리킨 선홍옥이란 놈은 내가 아는 루비보다 훨씬 밝고 선명해 보였다.

‘보석은 딱히 필요 없는데요…….’

[그럴 거라 생각했네. 그렇다면 연자가 진실로 원하는 건 평범하게 값어치가 높은 물건이 아닌, 당장에 필요한 물건일 터.]

‘사실 그게 문제입니다. 지금의 제겐 필요한 게 없어요.’

그러자 무신이 웃음을 터뜨렸다.

[필요한 게 없다라……. 오만한 말이군. 내 보기에 연자에겐 아직 부족한 게 산더민데.]

‘예를 들면요?’

[아직 백일식을 완성하지 못했네. 연단법 또한 보강이 필요하고, 겉과 속의 조화로움도 완전히 일체한 상태가 아니지. 근골의 발달 또한 부족하네.]

‘대부분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네요.’

[그렇지.]

무신이 픽 웃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흔히들 신병神兵이라 불리는 무구에겐 공통점이 있다네. 언젠가 다다를 경지를 미리 체험하는 게 가능하단 점이지.]

‘음… 그게 무슨 뜻입니까?’

[가령 현 경지로는 도무지 벨 수 없는 강철 덩어리도, 신검이라 불리는 무기가 있다면 두부처럼 썰 수 있겠지. 도검에 흠집조차 나지 않는 갑옷을 입는다면 근육의 단련은 우선순위가 미뤄질 테고.]

‘아…….’

그제야 무신의 말이 이해가 갔고, 동시에 신선한 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신은 무구를 무구로만 대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신병에 심취하는 건 위험한 일이라네. 꼼수를 써서 잠깐 엿본 경지를, 진짜 자신의 경지로 착각하는 자들이 종종 있으니. 하지만…….]

무신이 의도적으로 말을 흐리는 것 같아서, 내가 그 뒷말을 받았다.

‘그러한 점을 제하면, 뛰어난 무구를 쓰는 게 전투에선 무조건 유리하겠군요’

[그러하네.]

조금 의외다.

무신의 말투, 분위기로 봐선 굉장히 고지식하고 자존심이 높은 무인으로 생각됐는데.

또 이런 부분에선 대단히 실용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무신은, 무신이기 이전에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음……? 이 기척은-.]

그때 무신이 의아한 목소리를 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연자여, 왼쪽으로 가보게.]

‘왼쪽이요?’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무신의 말에 따라 충실히 걸어 나갔다.

[조금만, 조금 더 앞으로……. 이제 멈추게.]

이윽고 걸음을 멈춘 곳엔, 이 휘황찬란한 보물창고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 놓여 있었다.

흉악하기 짝이 없는 두 개의 날을 교차시켜서, 거슬리는 건 몽땅 자를 수 있는 흉악한 도구.

즉…….

‘가위?’

[음.]

무신이 복잡한 눈으로 가위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걸 잠깐 만져 볼 수 있겠는가?]

‘그러죠.’

나는 가위를 집었다.

가위의 날엔 잔뜩 녹이 슬어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오래된 물건 같았는데, 이걸로는 머리카락을 자르기도 힘들 것 같다.

[역시나…….]

무신이 탄성 같은 목소리를 토해냈다.

‘이게 뭔데 그럽니까?’

[…대륙에 얼마 남지 않은 성물일세.]

‘성물이요?’

[신과 직접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개체. 아마도… 현시대의 인간들은 성유물이라고 부를 터.]

“아!”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제야 무신이 말하는 게 뭔지 깨달은 것.

신의 유물遺物을 말하는 것이다.

이 넓은 대륙에, 고작 99개밖에 존재하지 않는 보물 중의 보물 말이다.

나는 성유물을 접한 적이 있다.

[비네의 쇠사슬]

본가에서 만난 루드빅이 사용한 걸 보았다. 물론 그건 레플리카였지만…….

모조품인데도 대단했지.

‘잠깐……. 생각해 보니 칠죄검도 성유물 아닌가?’

무명왕은 사후 신으로 추앙받는 다섯 왕 중 한 명이니까.

물론 무명왕을 상징하는 유명 무구는 칠죄검만이 아니니 좀 애매할 수도 있다.

‘이 가위는 모조품이 아니라 원본이 맞습니까?’

[그러하네.]

무신이 이렇게 단언할 정도면 사실일 테지만……. 나는 살짝 의심스런 눈으로 가위를 내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성유물치고는 너무 허름한 것 같은데.’

[긴 세월 동안 방치됐겠지. 아마도 발굴한 지도 오래되지 않은 듯하군.]

‘아하.’

[이대로도 쓸 수는 있겠지만, 두세 번 사용하면 부서질 위험이 있네. 뛰어난 대장장이를 찾아내 신중히 녹을 벗기고, 보강해야 해.]

‘뛰어난 대장장이라…….’

역시 선천적인 기술자인 난쟁이들이 먼저 떠올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수련회에서 난쟁이 영도와 좀 더 친해질 걸 그랬나? 그 왜, 헥토르 옆에 붙어 있던 난쟁이 말이다.

‘분명 이름이 바질 쥴이었지.’

뭐, 당장은 급한 게 아니니 괜찮고.

나는 가장 중요한 걸 물어보았다.

‘그래서 이거 비싼 거예요?’

[단순한 값어치로 따지긴 어렵지만…….]

무신이 단언하듯 말했다.

[본인은 이 보물고에 있는 모든 걸 준다고 해도, 이 가위 하나를 고르겠네.]

나는 히죽 웃었다.

정해졌구만.

* * *

같은 시각.

꽈당……!

초조하게 모니터를 보고 있던 올더슨이 의자에서 쓰러졌다.

“하, 학장님……?! 괜찮으십니까?”

“어억, 어어어억……! 내, 내 보물……! 내 보물! 내 [아몬의 가위]가아아악……!”

“하, 학장님?!”

“학장님이 발작하신다! 빠, 빨리 의무실까지 학장님을 옮겨!”

“끄에에에에엑-!”

* * *

[아몬의 가위].

그게 이 가위의 이름인 듯하다.

듣기로, 이 가위로 자르지 못할 것이 없다고.

대단히 사기적인 능력이었지만, 중요한 게 있다.

‘…딱히 위협적이라곤 보기 어렵겠네요. 이렇게 작아서야.’

이 정도 너비로 자를 만한 게 뭐가 있을까.

그래 봤자 손가락이나 귀? 어렵겠지만 혀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

차라리 날을 세워서 찌르는 게 훨씬 위협적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

[지금 아몬의 가위는 봉인된 상태네. 녹을 벗겨내고 보강한다면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겠지.]

‘음.’

무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세렌에게 갔다.

내가 가위를 고르는 사이, 이 녀석도 입안의 얼음을 모두 녹인 듯했다.

슬쩍 보니 잘 소화한 기색이다.

영약을 전부 녹여 낸 건 아니지만, 확실히 기도가 달라져 있었다.

“다 골랐어?”

“응.”

“뭐 골랐는데.”

나는 말없이 손에 쥐인 낡은 가위를 보여 줬다.

혹시 이 녀석도 이걸 알아볼까 싶어서다.

“…못생긴 가위네. 악취미야.”

뭔지 모르는 것 같네.

애초에 궁금해서 물어본 것도 아닌 듯하고.

아무튼, 나와 세렌은 드디어 보물창고를 나섰다.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제야 시련을 받을 준비를 마친 것.

보물창고 끝에 있는 문을 여니, 곧장 널찍한 공간이 우리를 맞이했는데…….

나는 공간의 규격이 익숙하다고 느꼈다.

“연무장인가.”

세렌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내 속내와 같은 말을 입에 담았다.

“대련의 층이랬지? 여기서 뭐 대련이라도 하는 건가 보네.”

마침 반대편에 커다란 문이 하나 더 있기는 했다.

[-정답이네.]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탑의 상황을 설명하던 무기질적인 목소리가 아닌, 올더슨 학장의 목소리였다.

어쩐지 잔뜩 억눌렸고, 그 이상으로 지친 목소리처럼 느껴졌다.

세렌이 물었다.

“저희 둘이 싸우는 건 아니라고 하셨죠. 그럼 상대는 누구입니까? 다른 영도?”

[그렇네.]

살짝 김이 샜다.

다른 영도라니.

설마 여기서 이 대 이로, 다른 영도 녀석들과 싸우라는 건가?

‘질 자신이 없는데.’

영도 중에서 4층까지 올라올 만한 녀석이야 뻔하다.

카론이나 헥토르, 나비……. 운이 따르면 에반 정도겠지.

그런데 나는 말할 것도 없고, 세렌 또한 카론이나 헥토르의 밑이 아니다.

누가 올라오건 승부는 일방적인 형태가 될 것이란 뜻이다.

그러니 문제는 그놈들이 언제 4층까지 올라올 것이냐는 점인데…….

[인간은 진화하는 존재일세.]

그때 올더슨 학장이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진화하기 위해선 과거를 넘어야 하지. 그리고 난 그 과정을 두 눈으로 관망하기 위해서 이곳- ‘대련의 층’을 설계했네.]

“…갑자기 무슨 말씀을.”

[인정하지. 자네들은 평범한 영도 수준이 아니야. 이미 현역 영웅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일세.]

그리고 나는 올더슨의 시선을 느꼈다.

[특히 루안 배드니커. 자네의 육체 능력은 경이롭더군. ‘수행의 탑’의 문이 닫히는 날까지, 3층 최상위 순위가 변동될 일은 없다고 여겼는데……. 그런 예상이 무색할 만큼 압도적인 기록을 세웠어. 그 데이터는 내게도 큰 도움이 됐지. 그 점엔 미리 감사하네.]

“…….”

역시 올더슨도 영락없는 마법사다.

뜬금없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헛소리를 늘어놓는 걸 보면.

상대가 학장이니 무례한 말을 내뱉을 수도 없고, 세렌과 시선을 교환하며 한숨을 내쉬는데…….

올더슨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탑은, 등반자의 모든 걸 치밀하게 기록하지. 육체 능력만이 아닌 사용하는 무술과 특징 성격이나 말투, 습관, 버릇까지 빠짐없이. 그렇게 기록한 건 개별적인 형태로 인형에 저장된다네.]

“…저장?”

[내 이름은 올더슨 마르브어. 카르텔 아카데미의 학장이자, 창천을 가로지르는 칠색七色의 일원- 그리고 제국 유일의 퍼펫 마스터(Puppet Master)일세.]

리세도 저런 식으로 자신을 소개했는데. 마법사의 자기소개엔 규칙이라도 있는 걸까.

그런 쓸데없는 의문은 차치하고, 어째 분위기가 좀 묘했다.

“퍼펫 마스터가 뭐야?”

“인형사.”

“인형사는 또 뭔데.”

“인형을 다루는 사람.”

“…그 서커스 같은 곳에서?”

세렌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 인형이라면 귀엽기라도 하겠지.”

올더슨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수행의 탑 4층- 대련의 시련. 이곳에서 등반자가 상대해야 하는 건 과거의 존재일세. 솔직히 나도 퍽 기대가 되는군. 탑을 세운 지도 어언 수십 년이지만, 이 두 인형을 동시에 내보내는 건 처음이니까…….]

쿠구구구…….

웅장한 소리와 함께 반대편의 철문이 열렸다.

나와 세렌의 시선이 철문 너머를 향했고.

“……!”

우리는 합이라도 맞춘 듯 동시에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모습을 드러낸 영도 놈들의 얼굴이 예상을 아득하게 넘어선 인물들이라 그렇다.

[-레오네. 그리고 델락 배드니커.]

올더슨이 흡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종합 순위 1위를 상대하려면, 나도 이 두 역작을 꺼낼 수밖에.]

“…….”

나는 그제야 올더슨 학장의 말을 이해했다.

그러니까… 올더슨 학장은 탑을 오르는 영도의 육체 능력을 하나부터 열까지 상세히 기록하고.

그 생체 기록을 그대로 인형에 주입했나 보다.

‘이런 미친 노인네가…….’

아사드나 리세에 비하면 정상이라고?

정정하겠다.

올더슨 학장은 그 둘보다 훨씬 더 음험하고, 위험한 양반이었다.

세렌이 혀를 찼다.

“즉 네 점수만 아니었어도 비교적 만만한 인형이랑 붙을 수 있었을 거란 뜻이잖아.”

“…면목 없구만.”

“됐어.”

세렌의 시선이 인형들을 향했다.

“철혈공이라고 뭐 태어났을 때부터 최강이었겠어? 아카데미 재학 시절엔 지금만큼 강하진 않았겠지. 저 레오네라는 사람도 우리랑 비슷하거나 어려 보이고……. 게다가 아무리 정밀한 인형이라도 가호는 쓰지 못할 테니까, 승부 자체는 할 만할 거야.”

“음.”

나도 세렌의 말엔 동의하는 바이지만……. 어쩐지 위화감이 든다.

스릉-.

레오네의 인형이 검을 뽑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3층에서 열람했던 기록을 떠올렸다.

‘종합 순위 2위, 레오네.’

성이 없다는 건 평민이라는 뜻인데…….

직접 두 눈으로 본 레오네……. 정확히 말하면 레오네의 인형에게선 어쩐지 품위가 느껴졌다.

사실 의아한 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나는 탐색하듯 레오네를 바라보다가 선수를 치듯 말했다.

“레오네는 내가 맡을게. 우리 가주님은 네가 맡아 주라.”

“내가 철혈공 쪽을 맡으라고?”

“오해할까 봐 말하는데, 독박 씌우는 거 아니다? 오히려 이기기 위한 작전이라고.”

잠깐 멈칫하던 세렌이 대꾸했다.

“상성의 문제다?”

“비슷해.”

“…좋아. 대신 오래는 못 버텨.”

“최대한 빨리 합류할게.”

세렌이 고개를 끄덕거린 순간…….

딱히 신호도 없이 전투가 시작됐다.

탓, 레오네를 향해 질주하며 칠죄검을 뽑았다. 아직 상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니, 일단 검을 쓰며 탐색전부터 펼칠 생각이다.

카아앙!

“…하핫!”

칼날이 부딪친 순간, 뜻밖에도 레오네의 인형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이 너무 인간적이라서 살짝 놀랍다.

까가강!

이합, 삼합.

검을 연거푸 교환할수록 손목이 저릿해졌다. 이 검술, 어설픈 삼류 검법이 아니다.

웅혼하고, 체계적이다. 다시 말해 역사가 느껴진다. 꼭 명문가의 비전 검술처럼 말이다.

평민이 이러한 검술을 접할 기회가 있었을까? 숙련도도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레오네는 그러한 검술을 야성적으로 펼쳤는데… 검술에 자신의 특색을 섞으면서도 막힘이 없단 건 검사로서의 경지가 대단히 높다는 뜻.

오히려 틀에 박힌 검술만 펼치는 것보다 까다롭다. 고지식한 검술에 적절히 변주가 더해진 느낌이랄까?

처음 느꼈던 모종의 예감은 이제 확신이 된 상황.

‘역시나.’

이때의 철혈공보다 레오네 쪽이 더 강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너, 배드니커의 아이야.”

호선이 그려지는 붉은 눈동자를 보며 생각했다.

“제법 강하구나.”

…이 녀석, 정말로 인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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