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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의 막내제자가 되었다-144화 (144/172)

144화

기숙사란 곳에 들어왔다.

듣기로 카르텔 아카데미에 존재하는 기숙사는 총 일곱 개이며…….

이제는 식상하지만, 각 건물의 색은 적색부터 자색까지- 즉 칠색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특대생으로 추천받았을 때 올더슨 학장의 설명을 떠올리면, 불손하게도 가장 좋은 등급의 기숙사는 자색이었다.

물론 역순으로 할 자신은 없었는지 그다음부턴 적색부터 남색까지 순차적으로 등급이 내려갔지만 말이다.

어쨌든 특대생은 자색 기숙사를 배정받는다지만, 즉석에서 오갔던 말이니만큼 당장의 기숙사는 황색관이었다.

이곳도 2인 1실이었고, 그렇게 넓은 방은 아니었으나 수련회 때의 방을 떠올리면 양반이다.

침대 위엔 정복이 있었는데, 다행히 부담스러운 디자인은 아니었다.

색이 좀 밝긴 한데 어쩔 수 없지.

아무튼 새 옷을 입기 전에 욕실로 들어가서 몸부터 씻었다. 이 방엔 무려 욕실까지 붙어 있었다.

촤악-.

머리에 냉수를 엎으며 생각했다.

케이안도 성격이 많이 둥글어진 것 같다고.

설마 그 철혈의 징수인과 농담 따먹기나 하는 날이 올 줄은 나도 몰랐다.

보통 사람이란 일을 할 때 억지로 웃고, 감정을 숨기며, 맘에 없는 말을 지껄이는 편이니…….

최근 은퇴하고 보이는 모습이야말로 케이안의 진면목이 아닐까 싶다.

대충 몸을 씻고 나오니 이상하게 노곤했다.

아니. 이상한 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백화에 진입했었지…….’

보석 산맥 때처럼 아예 몸 상태가 망가지지는 않았지만,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케이안이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있다.

‘조금만 눈 좀 붙일까…….’

나는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푹신한 침대가 나를 빨아들였고, 그 감촉을 마지막으로 내 의식은 서서히 아래로 침잠했다.

* * *

“조졌군.”

이튿날 아침.

내리쬐는 햇살과 새의 지저귐을 들으며 중얼거렸다.

설마하니 이 정도로 푹 잘 줄은 몰랐다.

나는 힐끗 옆에 있는 침대를 보았다. 아무도 없는 건 물론, 구겨진 흔적조차 없다.

즉 내 룸메이트 녀석도 어젯밤 내내 들어오지 않았단 뜻이다.

사실 한밤중이라도 누군가 들어왔다면 내가 깼을 거다.

‘아마도 영도 중 한 명일 텐데.’

밤새도록 안 돌아오다니.

환영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눌린 뒷머리를 긁으며, 이왕 이렇게 된 거 느긋하게 샤워했다.

대충 씻고 나온 다음, 침대 위의 구깃해진 정복을 다시 봤다.

“…음.”

저 위에 엎어져서 잤나 보군.

구깃구깃한 상태라 그런가, 아니면 낮이기 때문일까.

어제 봤을 때보다 몇 배는 구려 보였다. 내 머리 색이랑도 매치되지 않았고.

결국 어제 입고 왔던 옷을 입은 다음 방을 나섰는데.

달칵-.

직후, 케이안의 얼굴이 보였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입니다. 일어나셨군요.”

“…설마 어젯밤부터 그렇게 망부석처럼 서 있던 건 아니지?”

“사용인으로서 기다리지 못할 이유가 없지요. 정확히 7시간 31분 걸리셨군요.”

“…….”

“농담입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다 잠든 기척을 확인한 후에 돌아갔습니다.”

회중시계까지 꺼내며 그런 농담 하지 말라고.

하지만 내가 잘못한 건 사실이라서 입을 닫았다.

나보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내 방 앞까지 와서 쭉 기다렸다면 실상 다섯 시간도 못 잤을 거다.

“미안.”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결국 환영회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난 어떻게 돼? 설마 이대로 아카데미에서 쫓겨나는 건 아니겠지?”

“올더슨 학장이 힘을 썼다더군요. 주인님의 아카데미 재학엔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다행이군…….”

“하지만 오늘 내로 과목을 선택하셔야 합니다.”

“좋아. 어떻게 하면 돼?”

“일단 본관으로 가시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케이안과 함께 기숙사를 나선 뒤, 본관으로 향했다.

“여기선 트램을 이용하지요.”

“그게 뭐야?”

“노면마차路面魔車입니다. 제도 전역에 설치된 선로에 대해선 들어 보셨지요? 그것의 축소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하.”

정기적으로 부지 내부를 순환하는 마차란 뜻이었다.

기숙사 근처에 있는 정거장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곧 멀리서 철커덩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크고, 멋있다.

‘마차馬車가 아니라 마차魔車인 이유가 있었군.’

아마도 마도학으로 작동하는 구조인 듯해서 혼자 고개를 끄덕거렸다.

“학생증을 보여 주십시오.”

학장에게 받은 학생증을 꺼내서 보여 줬다.

그러자 승무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조금 놀란 눈으로 날 보더니, 정중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확인했습니다. 편하신 곳에 앉으시면 됩니다.”

“감사.”

승무원을 지나쳐 적당한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여전히 서 있는 케이안을 보며 물었다.

“안 앉아?”

“이게 편합니다.”

“사람 몸은 서 있는 것보단 앉는 게 더 편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마음의 문제인지라.”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구만.

곧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곧 열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좋은데?’

탑승감이 대단히 쾌적하다. 창문 밖의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라면 달리고 있단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

“그러고 보니 아르잔은?”

“입학 관련 서류를 떼고 있습니다.”

“고생이 많네…….”

터덜터덜, 열차 소리를 들으며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예쁘게 관리한 정원 너머로 황혼강이 보였다. 이름처럼 땅거미 질 무렵이 아니더라도 제법 아름다웠다.

덜컹…….

얼마 안 가 열차가 멈췄다.

“도착한 건가. 엄청 빠른데?”

“아뇨. 본관까지는 여섯 정류장 남았습니다. 20분 정도 걸리겠군요.”

“…그럼 그냥 뛰어가는 게 더 빠르지 않나?”

“그렇긴 하겠습니다만, 품위가 떨어지지 않습니까. 헤맬 위험도 있고.”

“음.”

틀린 말은 아니라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조용하던 차내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뭔가 싶어 보니 학생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우르르 열차에 타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도 기숙사인가?’

수십 명, 어쩌면 백 명 가까이 될 수도 있겠다.

또래 녀석들을 이렇게 많이 보는 건 오랜만이다. 가호식 때에도 이것보단 머릿수가 적었을 거다.

‘음…….’

확실히 나이대는 비슷하지만…….

배드니커의 수련회, 굿스프링의 증명식을 거친 영도들과는 태가 다르다.

좋게 말하면 순수하고, 나쁘게 말하면 어리숙해 보인달까.

사실 저 나이엔 저게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기는 하다. 저 녀석들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을 테고 말이다.

카르텔에 입학하려면 머리카락 빠지게 공부해야 한다니까.

‘…….’

순간 묘한 감상에 잠기고 말았다.

만약 회귀 전에, 괜한 고집을 집어치우고 카르텔 아카데미에 입학했다면…….

그럼 나도 저 녀석들과 섞인 채 학문에 힘썼을까? 쓸데없는 자존심은 내린 채로 말이다.

모를 일이다.

아무튼 열차 내부엔 좌석이 많았지만, 거의 백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죄다 앉기엔 부족해 보였고…….

자연스레 나도 좀 어색한 처지가 됐다.

어쩐지 내 앞좌석엔 아무도 앉지 않았기 때문.

수군-.

그뿐만이 아니라, 묘하게 학생들이 내 쪽을 주목하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우리 안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라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경계보다는 호기심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쉽게 내 앞에 앉는 녀석은 없었는데…….

뭐라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다시 창문 바깥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뚝, 하고 소란스러움이 멎었다.

저벅-.

발소리와 함께 기척이 느껴졌다.

“여, 여기 앉아도 될까요?”

앳된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맙습니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와 함께 내 앞에 학생 한 명이 앉았고, 그제야 나는 앞 좌석을 보았다.

내 또래의 남자아이였다.

체구가 가냘프고, 목소리도 얇아서 살짝 의심이 가기는 했지만, 이번엔 확실히 소년이 맞다.

어쨌든 이 녀석은 안경에 커다란 모자까지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자리에 앉아서도 벗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탈모인가.’

실례되는 생각을 하다가 시선이 마주쳤는데, 어설프게 웃어 보인다.

어쩐지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라 대뜸 자기소개부터 했다.

“루안이야.”

“네, 네?”

“내 이름 말이야.”

“아하……. 저, 전 글렌이에요.”

어디서 들은 것 같은 이름인데.

고개를 갸웃한 순간, 열차가 다시 출발했다.

아직 도착까지 다섯 정류장이 남았다.

가만히 있는 것도 심심해서, 모처럼의 만남에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몇 살인데?”

“여, 열여섯이요.”

“동갑이군. 말 편하게 해.”

그러자 이놈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날 봤는데, 그제야 안경 너머의 눈동자 색이 붉은색이란 걸 알게 됐다.

난 살짝 충격받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그렇게 노안이야?”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그래도 될까 싶어서……!”

호들갑스러운 태도다.

혹시 평민인가?

아카데미엔 귀족만 재학하지 않는다.

이곳엔 집사나 시녀처럼,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한 학부도 존재했는데.

만약 모시는 도련님, 아가씨가 있다면 함께 재학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내 성은 밝히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이 소심한 놈이 배드니커란 이름을 들으면 어떻게 나올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으, 음… 아, 알았어.”

어쨌든 글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슬금슬금 내 눈치를 살피더니 묻는다.

“그나저나 못 보던 얼굴인데……?”

“아. 편입생이거든.”

“펴, 편입생……! 그럼 혹시 영도야?”

글렌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이 녀석은 자기가 내뱉은 목소리에 움찔하더니 다시 내 눈치를 살폈다.

“맞아.”

“와아……. 영도는 처음 봐.”

선망 섞인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내심 낯간지러운 기분이 됐지만, 이런 반응이 이해는 갔다.

영도英徒.

어린 영웅, 영도 지망생.

혹은 미래의 영웅.

그렇게 불리는 만큼, 당연히 동년배 소년소녀들의 선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나도 회귀 전엔 영도들을 동경했고, 그 이상으로 질투를 불태웠었지.

“어, 어디로 가는데?”

“본관으로 가고 있어. 수업 신청을 해야 하거든.”

“아하……. 무슨 수업?”

“역사지리학.”

“…….”

그러자 글렌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리고 다시 내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 그 과목은 편입생이 들을 수 없을 텐데…….”

“그렇다더라. 근데 난 특대생이라 괜찮아.”

“헉……!”

글렌이 더욱 놀랐고.

열차 안에 있는 다른 녀석들도 깜짝 놀라 이쪽을 보는 게 느껴졌다.

나는 갑작스러운 이목 집중에 떨떠름한 심정이 됐지만, 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여, 영도인 데다 특대생이라니……. 대, 대단해.”

“별말씀을.”

“하, 하지만…….”

글렌이 우물쭈물하는 기색으로, 목소리를 살짝 낮추며 말했다.

“역사지리학은… 조, 조금 위험할 텐데…….”

“음. 교수가 살짝 제정신이 아니라고는 하더라.”

“그, 그건 오해야. 알렉 교수님은 나쁜 분이 아니셔……. 표현하는 게 서투르실 뿐……. 저, 정말 문제는… 그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글렌의 목소리가 점점 쥐꼬리처럼 말려 들어가더니, 마지막엔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내 발달된 청각으로도 들리지 않는다면, 아예 목소리를 내지 않은 거랑 다름이 없다는 뜻이었다.

내가 황당한 시선으로 보니, 글렌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후로는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어쩐지 나랑 얘기하는 게 불편해 보여서, 나도 창문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열차가 좋긴 좋다.

할 말이 없으면 그냥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되니까.

나는 말이 적은 편이 아니지만, 어제 여러 일이 있었다 보니 오늘은 좀 조용히 있고 싶은 심정이었다.

황혼강을 보며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영산에 대해 잘 안다는 역사지리학 교수를 만나는 것.

둘째. 세렌을 도와 아카데미에 일어날 재앙을 막는 것.

셋째. 소교주 에반을 레오네에게 데리고 가는 것.

‘음…….’

정리하고 나니 의외로 간단해 보였지만, 사실 뒤의 두 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 시간도 좀 걸릴 것 같고.

그러니 우선은 가장 간단해 보이는 첫 번째 일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주인님, 본관에 도착했습니다.”

“오케이.”

케이안의 말에 하차했고, 뒤이어 글렌도 허둥지둥 따라 내리는 게 보였다. 저 녀석도 본관으로 가는 길이었나 보다.

“진짜 크네…….”

과연 멀리서 봤을 때 왕성으로 착각할 만했는데, 나는 감탄과 별개로 살짝 난감함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수업 신청은 어디서 하면 돼?”

저 정도면 농담이 아니라 건물 안에서 길을 잃어도 안 이상하다.

“금방 찾아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요.”

“수, 수업 신청이라면 일 층에 있는 교무실로 가면 돼.”

그때 글렌이 내 말에 대답했다.

“괘, 괜찮으면 내가 안내해 줄까?”

“…….”

나를 피하는 것 같았는데, 이런 거 보면 또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럼 부탁할게.”

나는 글렌의 종잡을 수 없는 태도에 의문을 느끼면서도, 호의를 거절하지는 않았다.

“그럼 도련님, 저는 여기까지만 함께하겠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 호출해 주십시오.”

“응? 어디 가는데?”

“본관엔 사용인의 동행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아하. 그럼 괜히 기다리지 말고 가서 쉬어도 돼.”

“하지만…….”

“어제 나 때문에 고생했잖아.”

“음…….”

케이안이 고개를 숙였다.

“그럼 주인님의 배려를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단순히 보좌하기 위해 여기까지 따라온 마음은 고마웠지만, 다음부턴 그냥 혼자 다녀야겠다.

사용인을 달고 다니는 게 아직 영 부담스럽단 말이지.

본관은 내부도 으리으리했다.

장난 아니게 넓은 복도에 사람이 넘쳐났는데, 글렌이 안내하지 않았다면 진짜 길을 헤맸을 수도 있겠다.

“여, 여기야.”

제법 커다란 문 앞에서 글렌이 말했다.

문 앞엔 익숙한 낯짝들이 많이 있었다. 영도 녀석들이다.

저 녀석들도 과목을 선택하러 온 모양이다.

“어? 루안이다.”

“멀쩡해 보이네.”

“당연히 형님에게 무슨 일이 생길 리가 없지.”

나는 손을 대충 흔들어 줬고…….

갑자기 이목이 쏠린 글렌이 움찔하더니 후다닥 떠났다.

“그, 그럼 나는 이만!”

“아, 잠깐…….”

고맙다는 인사조차 받지 않고 글렌이 사라졌다.

괜히 멋쩍어져서 반쯤 들었던 손으로 턱을 긁는데, 세렌이 다가와서 물었다.

“누구야?”

“여기 학생.”

“…흐음.”

어쩐지 의미심장하게 그 뒷모습을 보던 세렌이 물었다.

“이름은 들었어?”

“글렌이라던데?”

“뭐?”

세렌의 시선이 홱 돌아가더니 허둥지둥 떠나고 있는 글렌의 뒤통수에 닿았다.

“아는 사람이야?”

“…가끔 보면 넌 똑똑한 건지 멍청한 건지 모르겠어.”

“뭔 말인데.”

“제국 황족의 이름쯤은 다 외우란 뜻이야.”

세렌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글렌 스칼렛. 제3황자님의 성함이잖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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