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화
사실 황녀 이상으로 내 이목을 끈 건 인형의 생김새였다.
입고 있는 옷은 물론이고 피부에 머리카락까지……. 팔다리가 짧은 걸 빼면 사람으로 착각할 만큼 정밀했다.
아마 세간에선 비스크 돌(Bisque doll)인지, 구체관절인형인지. 그렇게 부르는 부류일 거다.
‘저게 귀엽나.’
남의 미의식을 비꼴 생각은 없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꼭 음침한 폐가 같은 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것 같이 생겼달까?
옷이나 장신구의 재질은 고급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절대 집으로 들고 오고 싶지는 않은 느낌이다.
사실 인형의 완성도, 전체적인 퀄리티 면에선 학장이 보여 준 철혈공이나 레오네의 인형이 훨씬 완성도가 높았지만…….
황녀가 안고 있는 인형은 어설프게 사람을 닮았기 때문에 오히려 불쾌감을 주는 외견이었다.
어쨌든 인형은 두 눈까지 뜨고 있었는데, 흰자와 검은자의 색이 반전反轉된 형태라 더욱 부담스러웠다.
‘확 눈깔을…….’
…인형을 빼고도 황녀란 인물의 성격은 다소 부담스러워서, 이왕이면 세렌을 데리고 떠나 줬으면 했는데.
황녀는 가게 내부로 선뜻 들어온 다음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글렌과 똑 닮은 눈동자로 나를 보더니 슬쩍 웃는다.
“배드니커의 핏줄은 모두 보기 드문 흑발과 요사스러운 자색의 눈동자를 지녔다고 들었는데, 네 머리색은 좀 신기하네.”
“어머니 쪽의 핏줄을 더 강하게 이어받아서요.”
“아하. 너도 염색약을 쓴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염색약?
나는 황녀를 보았다.
황녀의 머리카락은 새까만 흑색이었다. 황가의 핏줄을 이은 자는 당연히 붉은 머리카락을 가지게 되는데 말이다.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황녀가 빙그레 웃으며 머리카락을 꼬며 말했다.
“이쁘지?”
“…….”
나는 순간, 셋째 사형의 말 습관 중 하나인 ‘가불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가드가 불가능한 기술이란 뜻인데, 지금 내 상황이 딱 그렇다.
여기서 이쁘다고 칭찬하면 황가의 정통성을 가진 붉은 머리보다 염색한 흑발이 낫다는 뜻이 되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말하면 황족 모욕죄, 뭐 그런 게 성립하는 게 아닐까?
다행히 자비로우신 황녀께서 화제를 전환해 줬다.
“여긴 뭐가 맛있니?”
“…닭고기 조림과 양갈비구이가 맛있습니다.”
“그렇구나. 홍차 한 잔 부탁해.”
“…….”
이런 곳에 그런 메뉴가 있을까 싶었는데. 주인장도 눈치가 없는 양반은 아닌지, 재빨리 고개를 끄덕거렸다.
“금방 내오겠습니다!”
찻잎이 없다면 당장이라도 재배하고, 수확해서, 말린 다음 우려낼 기세였다.
황녀가 느긋한 얼굴로 우리를 보며 말했다.
“세렌, 밀회라도 하고 있었나 보구나. 혹시 내가 방해한 거야?”
“아뇨.”
“흐음. 나도 오후엔 수업이 있으니까, 금방 사라져 줄게.”
눈치가 없지는 않다는 듯 황녀가 너스레를 떨었고…….
정말 홍차 한 잔을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인사만 하러 왔다는 태도였다.
“홍차는 그저 그렇구나. 어쨌든 난 이만 가볼게. 그러고 보니 부원은 좀 모았니?”
“죄송합니다. 아직 진척은 없어요.”
그러자 황녀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이 친구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음… 황녀님 뜻이 그러시다면 한번 따로 얘기해 보겠습니다.”
“그러렴.”
황녀가 빙그레 웃더니 그대로 가게를 나섰다.
세렌이 피로한 얼굴로 관자놀이를 꾹 누르더니 말했다.
“…맥주 한 잔만 시켜 줄래?”
“오케이. 주인장?”
“여기 있수다.”
주인장이 준비했다는 듯 생맥주를 갖다줬다.
세렌은 500cc는 될 법한 맥주를 단숨에 마시더니 입가를 슥 닦았다.
“푸후우…….”
“의외로 술고래였네. 안주도 먹을래?”
세렌이 힐끗 접시 위를 보더니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튀긴 닭이 먹고 싶어.”
“그러냐……. 그보다 방금 황녀가 말한 부원은 또 뭐야?”
“괴담 동아리를 말하는 거야. 황녀님이 거기 부장이거든.”
“동아리가 뭔데?”
“간단히 말하면… 취미 관계가 비슷한 학생들의 모임이랄까.”
“흐음. 오직 재미를 위한 모임이군.”
“황녀님은 거기 부원 수를 다섯 명까지 확보하고 싶어 해.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렇구만.”
나도 닭고기를 하나 집어 먹으며 물었다.
“지금 몇 명인데?”
“나랑 황녀님, 둘밖에 없어. 너까지 더하면 셋이겠네.”
“그럼 두 명 더 구해야 한다는 뜻이네.”
“그래.”
세렌이 초조한 듯이 말했다.
“다섯 명을 모두 모으면 부실로 초대해 준다더라. 내 생각에 거기 단서가 있을 것 같아.”
“서둘러야 해?”
“여유 있는 상황은 아냐. 만월까지 10일도 안 남았으니까.”
만월은 또 왜.
정보의 간극 때문에 간혹 이렇게 대화가 막히곤 한다.
앞으로도 쭉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면 불편한 요소다.
세렌을 보았다.
어쩐지 지금이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생각과 함께 입을 열었다.
“아직 상황 설명을 제대로 안 들었어. 설마 해서 묻는 건데…….”
나는 어조를 낮췄다.
“…그 둘 중 한 명이 교인인 거야?”
“…….”
세렌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지만.
턱 끝이 미세하게 내려가는 게 보였다.
“믿기 힘든 얘기인 건 알아.”
“아니. 믿어. 너는 라플라스의 신서를 엿본 거잖아.”
덜컹-!
세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뜨악한 얼굴로 나를 봤다.
“네가 신서에 대해 어떻게……?”
나는 코웃음을 치며 맥주를 마셨다.
요 며칠간 고민했다.
이 녀석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도 죄다 모른 척하려니 피로감이 장난이 아니라서.
앞으로도 계속 얼굴 맞대며, 때에 따라선 협력 관계를 가질 텐데 그때마다 말실수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다.
그래서 결론.
나도 어느 정도 속내를 밝히기로 했다.
“일단 앉아. 너 너무 눈에 띈다, 지금.”
“…….”
세렌이 주변을 둘러봤다.
가게 분위기상 다른 손님이 무슨 얘기를 하든지 딱히 관심을 가지는 녀석은 없지만.
잘 얘기하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니 이목이 쏠렸다.
나는 자리에 앉는 세렌을 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모르는 걸 네가 아는 것처럼, 네가 모르는 걸 내가 아는 것도 있어. 적어도 네 상상 이상으로.”
“…….”
“있잖아. 나는 사람 사이의 신뢰란 게 반드시 진실된 관계로만 형성될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해. 오히려 부모 자식 사이에도 비밀은 있어야 한다고 믿는 편이지.”
나답지 않게 살짝 두루뭉술하게 말하고 말았지만……. 부디 이 녀석이 내 말의 저의를 알아들었으면 좋겠다.
사실 여기서 세렌이 거부하며, 모든 걸 털어놓으라는 식으로 나오면 내 쪽에서도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파탄이지 뭐.’
하지만 내가 판단한 세렌 굿스프링은 고지식한 관념의 소유자가 아니다.
때에 따라선 유연한 사고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녀석.
무엇보다 여기서 관계를 끊는 건, 이 녀석 입장에서도 많이 아쉬울 터.
“…….”
잠깐의 침묵 후, 세렌의 고개가 주억거렸다.
“…네 말대로야. 라플라스의 신서 덕분에 나는 부분적으로 미래를 알고 있어.”
결론이 나온 모양이다.
일단 이 동맹 관계를 이어 가기로.
물론 그것과 별개로 나에 대한 경계는 살짝 올라갔을지도 모르지만, 상관없다.
나도 한때 세렌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세렌은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정의를 관철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러한 모습을 보니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이 품고 있는 비밀이 뭐 그리 중요하겠나, 하는 생각 말이다.
그러니 나도 골 아프게 머리 굴리지 않아도 된다.
비밀을 숨긴 것과 별개로, 나는 나 자신에게 떳떳하기 때문이다.
“신서에 뭐라고 적혀 있었는데?”
세렌이 느릿한 어조로 말했다.
“…두 번째 만월, 가장 붉은 황혼의 강은 암천暗天까지 닿으리라. 절망과 비탄이 소용돌이치며 지식의 나무를 무너뜨릴 때, 피의 강물은 만월을 제 색으로 물들인다.”
“…….”
예언이란 놈은 원래 알아듣기 어려운 느낌으로 나불댄다던데…….
다행히 이 예언은 아예 못 알아들을 만큼 난해하지는 않았다.
“…두 번째 만월이란 건 2월의 보름달을 말하는 것 같고.”
“제도에서 지식의 나무라고 할 만한 곳은 카르텔 아카데미밖에 없어.”
“암천이면, 재앙은 밤에 일어난다는 건가?”
“그럴 거야. 마지막으로 피의 강물이 만월을 제 색으로 물들인다는 구절은…….”
“핏빛 달을 말하는 거군.”
그제야 나는 카르텔 아카데미에서 현현할 마왕을 알 것 같았다.
“하덴아이하르.”
“맞아.”
세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핏빛 달의 마왕.
암살 교단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파벌. 교단에서도 가장 은밀한 세력이며, 그 대다수가 암살이나 잠입, 공작의 전문가다.
나와 나름대로 얽힌 적 있는 마왕이기도 한데……. 다름 아닌 보석 산맥에서 날 죽이려 들었던 놈들이 하덴아이하르의 암살자였다.
즉 정체를 숨기는 데엔 도가 튼 놈들이란 뜻이다.
세렌이 목소리를 더욱 낮췄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황녀 쪽이 내통자라고 반쯤 확신하고 있어.”
“…보통 그렇게 말하면 글렌 쪽이 내통자인 전개던데.”
“소설에서나 그렇지. 현실은 달라. 의심스러운 놈은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니까 의심스러운 거야. 그런 놈이 범인이 아닌 게 더 이상하지.”
동감이긴 하다.
“근거는 있어?”
“행적이 너무 수상해. 수업을 받지 않을 때, 황녀는 아카데미의 연구 동에 틀어박혀 있다던데 좀 묘한 소문이 많아.”
“연구 동?”
세렌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카데미 북쪽에 있는 구역이야. 보통 연구실을 임대받는 건 교수들인데, 드물게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들도 개인 연구실을 빌릴 수 있다더라.”
“소문은 뭐가 있는데?”
“방 안에서 비명 같은 게 들린다느니, 피칠갑한 황녀님을 봤다느니,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는 가죽 자루를 혼자 옮겼다느니……. 그런 종류야.”
“헛소문 같기는 한데…….”
세렌이 내 말을 받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진 않지.”
“음…….”
“물론 속단해선 안 돼. 나도 일단 좀 더 조사해 볼 테니까, 너도 황자님 쪽을 잘 부탁해.”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았어.”
* * *
“연구 동? 나 거기 알아!”
식당에서 마주친 팜이 재잘거렸다.
“장난 아니게 무섭고, 음침한 곳이라던데?”
“무서워?”
“응! 괴담도 엄청 많더라. 한밤중에 불 꺼진 건물에서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든가,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진다든가, 창문에 있는 희끄무레한 여자와 눈이 마주치면 육체를 뺏긴다든가…….”
이 말을 들으니 세렌이 말한 페리스트 황녀의 묘한 소문이 생각났다.
팜은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흐흐,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존재할 리 없는 13호 건물’에 대한 얘기였어.”
“13호 건물?”
“연구 동엔 건물이 12호까지밖에 없는데, 13일 금요일엔 13호 건물이 나타난다지 뭐야? 호기심을 못 이기고 13호 건물에 발을 디디면, 저세상에 반쯤 발을 들이게 된다더라.”
“그럼 어떻게 되는데?”
“술래잡기가 시작된대. 아침까지 안에 있는 유령들을 따돌려야 원래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더라.”
“흐음…….”
“그 밖에 설정도 생각보다 상세해서 재밌었어. 건물에서 오직 양호실만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거나, 자재실에 있는 청소 도구로만 귀신을 공격할 수 있다거나…….”
나는 팜의 말을 대충 한 귀로 흘렸는데, 팜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치더니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에반이 어제 연구 동에 갔다 왔다던데?”
“에반이?”
“응. 검술학 교수님 심부름으로-.”
“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팜의 목소리를 끊었다.
무서운 얘기를 하느라 분위기를 잡고 있던 팜이 화들짝 놀랐다.
나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제법 놀란 상태로 비명의 근원지를 보았다.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 마침 얘기가 나왔던 에반이 서 있었다.
이 녀석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을 나뒹구는 학생 한 놈을 보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이 녀석도 낯이 익었다.
‘탈리스?’
알렉 교수의 수업에서 내게 시비를 걸었던 놈이다.
한 대 처맞기라도 했는지, 코피를 뚝뚝 흘린 채 에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 너……! 감히 내게 이런 짓을 하고도 넘어갈 줄 알아?”
“먼저 헬빈가를 모욕한 건 선배님 아니었나요? 주먹도 그쪽이 먼저 휘둘렀고.”
그러자 단숨에 이목이 탈리스에게 쏠렸고, 이 곰탱이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성을 냈다.
“내가 언제 그랬다고……!”
“이 식당엔 통신 수정이 설치되어 있던데, 그걸로 진위를 한번 가려 보시겠습니까? 전 상관없는데요.”
그 순간 탈리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속도는 제법 빠르지만, 동작이 어설프고 공격이 단순하다.
너무 감정적인 움직임이란 뜻이다.
에반은 어렵지 않게 피한 다음 팔을 꺾은 뒤, 탈리스의 얼굴을 식당 테이블 위에 처박았다.
콰직!
“……!”
쨍그랑, 접시가 깨지는 소리에 누군가 짤막한 비명을 터뜨렸다.
소란스럽던 식당엔 어느새 싸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어…….”
팜도 흠칫하는 기색.
나도 어쩐지 일이 심상찮게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난 선배 같은 인간을 잘 알아.”
에반이 테이블 위에 번지는 핏물을 보며 속삭였다.
“수틀리면 권위부터 찾는 역겨운 부류 말이야. 근데 어째서 모르는 걸까. 그 잘난 권위가 목숨까지 지켜 주지 않는다는 걸.”
“끄으으으읍……!”
“시비도 가려 가면서 걸어야 한다는 걸 몰라서 그렇겠지. 내가 가르쳐 줄게. 멍청한 짓을 저지르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에반이 꺾은 팔에 힘을 줬다. 그그극, 탈리스의 팔 관절이 불가능한 각도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으읍, 으으읍……!”
테이블에 처박힌 탈리스가 난동을 부린 순간, 옆에 있던 카리스가 급히 막았다.
“에반! 그만하면 됐잖아!”
“…….”
“야! 내 말 안 들려? 당장 그 손-.”
카리스가 몸을 흠칫 떨었다.
슬쩍 돌아본 에반의 얼굴을 본 순간이었다. 애석하게도 내 각도에선 보이지 않았다.
“너…….”
“…음. 내가 좀, 과했나?”
에반이 살짝 웃으며 손에 힘을 풀었다.
우당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탈리스가 일어났다.
그리고 에반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히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허겁지겁 식당을 나섰다.
“너 요즘 왜 이래? 조금 이상해.”
“이상할 게 뭐가 있어. 수련회에서 배웠잖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뭐라고?”
“오히려 손속에 사정을 좀 뒀는데. 만약 검을 차고 있었다면 사지 하나를 잘랐을 거야.”
카리스의 얼굴이 굳은 순간, 에반이 다시 웃으며 말했다.
“표정 풀어. 농담이니까.”
“…….”
“밥이나 먹자. 다행이다. 운이 좋네. 양고기엔 피가 안 튀었어.”
에반이 자리에 앉더니, 엉망이 된 테이블 위의 음식을 집어 먹었다.
“…까, 깜짝 놀랐어.”
팜이 맹수를 본 다람쥐 같은 얼굴로 가슴에 손을 얹었다.
“에반이 저런 성격이었던가? 화내는 건 처음 본 것 같아. 아. 물론 웃고 있기는 했지만…….”
“…….”
“서, 설마 귀신한테 몸을 뺏긴 건… 아니겠지?”
나는 대꾸 없이 물을 들이켰지만…….
그러면서도 시선으론 쭉 에반을 좇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