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6화 (6/925)

3. 무명의 초신성 (1)

100년 전에 일어난 이계 충돌로 세계는 격변했다.

혼란에 빠진 세계에서 에너미에 대항해 인류에게 일상을 되돌려 준 존재가 플레이어였다.

플레이어의 이능을 타고 태어나는 건 전 국민의 약 20%.

17세가 넘어서도 이능을 유지하는 비율은 15%.

그 15%에 해당하는 예비 플레이어들은 플레이어 협회의 승인을 받아 정식 플레이어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17세가 된 플레이어는 일정한 시간 기적을 발현시키는 이능, ‘광림(光臨)’의 사용이 허락되었다.

‘지금 백호군은 광림을 쓰고 있구나.’

백호군의 경우 광림은 무기의 소환이라는 형태로 발현되었다.

정신력이 충만한 상태라면 극히 짧은 시간이지만 EX급의 무기도 소환해 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밸런스 붕괴 사기캐였어.’

백호군이 다른 캐릭터에 비해 지나치게 강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비록 천신이 건 디버프를 받았다 한들 백호군은 이 세계의 대한민국의 건국 신화인 개천 신화에 등장하는 존재다.

그것도 진족 중 신화계 호족의 백호(白虎)였다.

〈‘백호군’의 인물 정보를 열람합니다.〉

[이름] 백호군

[칭호] 신화계 호족, 개천 신화의 백호(白虎), 신역의 수인(囚人)

[가호] 없음

[광림] 파운참뢰(破雲斬雷)의 백아(白牙) 소환

[상태] 천신의 진노 ― 스킬과 광림 일부 봉인, 전 능력치와 스킬 레벨 대폭 하락

[종합 능력치] Lv.55

[스킬]

검술 Lv.10

벽사 Lv.10

도약 Lv.10

안광 Lv.10

포효 Lv.10

[설명]

개천신화에 등장하는 백호.

건국 당시 천신에게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권능을 받았으나 유희 끝에 자신의 진명(眞名)을 분실하여 천신의 노여움을 샀다.

천신은 백호의 오만을 벌하기 위해 능력의 대부분 봉인하고 신역에서 자신의 죄를 되새길 것을 명했다.

그 후······.

상태창을 열어 설명을 읽던 중 갑자기 숨통이 막혔다.

억지로 숨을 들이켜고 고개를 드니 백호군과 눈이 마주쳤다.

백호군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설마 전용 메뉴 스킬을 사용 중인 걸 알았나?’

나는 최대한 태연하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남아 있는 백호군의 시선이 수천 개의 바늘이 되어 온몸을 찌르는 것 같았다.

‘안광’ 스킬을 발동한 것도 아닌데.

〈웅족의 간섭이 종료되었습니다. 통신이 복구됩니다.〉

시스템음이 들린 후, 팟 하고 실내의 모든 조명이 켜졌다.

명순응이 일어난 탓에 시린 눈을 한 손으로 누르며 주변을 둘러보니 참상이 눈에 확실히 들어왔다.

‘엉망이다······.’

여기저기 파괴의 흔적이 남은 시험장이 보였다.

쓰러져서 움직이지 않는 마수.

빈사 상태의 감독관과 손민기.

중상을 입은 유상훈.

부상은 없지만 너덜너덜한 상태의 나와 장남욱.

어느새 백호군은 나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고 있었다.

―삐이이이익!

내 메뉴에서 들리는 시스템음과는 다른 경보음이 울렸다.

게임에서도 몇 번이나 들었던 소리였다.

‘플레이어 협회 전용 위성······ 한국을 담당하는 위성 ‘플레이어SAT-K’의 에너미 접근 경보음이구나.’

본래 에너미가 일정 거리 접근하면 스마트 기기가 위성에 의해 경보를 울리고 대피 안내를 시작한다.

통신이 완전히 제한되고 있던 탓에 경보가 뒤늦게 울린 것이다.

‘뒷북이네.’

이 세계의 과학 기술 기준으로는 구닥다리에 해당하는 스마트폰 화면에 뜨는 경고문을 손가락으로 휙휙 넘겼다.

이 세계는 내가 있던 한국과 비슷한 년대이지만 이계와 이능의 영향으로 기술이 크게 발전한 상태라는 설정이다.

‘다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쓰는구나.’

백호군과 장남욱, 유상훈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착용하고 있었는지 각자 자신의 눈앞에 홀로그램 화면을 띄우고 있었다.

화면에는 플레이어SAT-K의 토벌 종료 안내문이 실시간으로 차례차례 올라왔다.

―수배 에너미, 리노세론 13호가 토벌되었습니다.

―플레이어SAT-K가 해당 지역의 기록 기기에 성공적으로 접근하였습니다.

―플레이어SAT-K가 토벌 과정의 전후 관계를 분석합니다.

스릉.

홀로그램 안내문을 읽는 백호군의 손에서 파운참뢰의 백아가 사라졌다.

―토벌 최대 공헌자: 조■■(미등록 일반인: 정보 공개가 제한됩니다.)

플레이어SAT-K에 의한 수배 에너미의 사체의 회수가 시작되어 리노세론은 빛의 입자로 바뀌어 갔다.

백호군의 등장에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던 장남욱과 유상훈이 플레이어SAT-K의 안내문을 보고 환성을 질렀다.

“조의신, 축하한다!”

“축하해. 현상금 받으면 밥 사. 비싼 걸로.”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백호군에 이어 은광고 소속 플레이어들이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은광고의 교사가 우리들에게 말을 걸었을 때 백호군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    *    *

상처 하나 없는 나와 장남욱도 병원으로 이송되어 검사를 받았다.

부상을 입었던 유상훈은 별도로 치료를 받은 후,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링거대를 끌고 다녀야 했다.

“그냥 회복 아이템 쓰고 싶다.”

“우리 아직 정식 플레이어가 아니라서 ‘플레이어 보험’ 적용이 안 되잖아. 의료비 폭탄 맞는다.”

“아······ 그랬지. 내년에 다쳤어야 됐는데.”

“회복약 너무 쓰면 부작용 있다. 참자.”

“장남욱 잔소리 개 많네!”

내가 검사받는 사이 옆에서 유상훈과 장남욱이 낄낄거리며 장난질을 쳐대고 있었다.

애들은 금방 사이가 좋아지는구나.

지금 우리가 온 병원은 은광고를 운영하는 황명재단이 설립한 의료 기관이다.

‘병원이 아니라 신전 같다.’

황명재단이 부자 재단이라 그런 걸까, 병원이 흑자를 올리고 있어서 그런 걸까.

훌륭한 병원 시설, 조경 그리고 혈색 좋아 보이는 의료진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직원 복지 수준도 좋은가 보다.

‘잘 벌고 있나 보네.’

플마고, 게임 속의 세계에선 회복 아이템과 스킬의 등장으로 의료계가 흔들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회복약과 스킬은 플레이어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효과가 미미했다.

회복 스킬을 보유한 플레이어도 극히 드물었고, 회복 아이템은 효과에 비해 고가로 거래되었다.

‘아이템 가격으로만 따지면 장남욱이 운이 제일 좋았어.’

장남욱이 뽑은 ‘귀리꽃 엑기스 회복약.’

이 아이템은 찰과상을 아물게 하는 효과 정도밖에 없는 저레어 아이템이지만 플레이어 보험 없이 구매한다면 한 병당 300만원 정도 할 거다.

‘설정상 플레이어들은 고소득이고, 이계에서 아이템도 획득할 수 있으니 못 쓸 건 없지만. 그래도 플레이어들은 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잦은 회복 아이템의 사용이 장기적으로 플레이어의 능력을 감소시킨다는 논문이 발표된 이후, 플레이어들도 병원을 애용하였다.

사냥 중이거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지 않은 한, 회복 아이템을 사용하기 전 플레이어 전문의와의 상담을 거치는 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 결과 아이템과 스킬의 등장으로 쇠퇴할 줄 알았던 의료계는 부상을 달고 사는 플레이어 덕에 대성황을 맞고 있었다.

“다음, 장남욱 학생.”

내 검사가 끝나고 장남욱이 채혈할 차례가 되었다.

의사가 하는 질문에 대충 답한 나와 달리 장남욱은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했다.

“너도 빨리 집에 가고 싶냐? 나도.”

성의 없이 대응했던 나를 보고 유상훈이 말했다.

“그래. 얼른 끝내고 집에 가고 싶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별로 집에 가고 싶은 건 아니었다.

나는 지금 이 세계의 중학생 조의신의 이력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말이 길어지면 메뉴 창의 내 인물 정보란으로도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을 물어볼지도 몰랐다.

“조의신? 잠깐 나와 봐라.”

말을 건 인물의 이름은 제갈재걸이었다.

죽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여기저기 연락하고 있던 은광고의 교사였다.

수험장의 상황에 기절초풍해하던 제갈재걸도 금세 베테랑 교사답게 상황을 수습하고 병원으로 우리를 인솔했다.

‘아무도 없네.’

검사실 앞 병원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주 멀리서 자박자박 조용히 걷는 소리, 창밖으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간간이 들릴 뿐이었다.

“보호자로 등록된 담임 선생님이 지금 출장 중이라 올 수 없다고 연락이 왔는데, 부담임은 따로 없던 것 같고. 혹시 부를 사람은 있니?”

지금의 나는 중3이다.

부모님과 동생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건 중3 가을이다.

지금은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는 중3 12월이다.

과거의 내가 한정 상속 절차가 겨우 끝나고 얼마 남지 않은 유산으로 쪽방을 전전하던 시기였다.

메뉴의 내 인물 상세에도 같은 내용이 쓰여 있었다.

“아뇨, 없습니다.”

외가 쪽에 먼 친척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 세계에 있을지 없을지 알 수도 없고 부르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 무슨 일 있으면 부르렴.”

겨우 그걸 물어본 걸로 미안해하다니.

게임에서 본 것보다 사람이 좋아 보였다.

제갈재걸은 미안해하는 얼굴로 명함을 건넸다.

‘남옥시인(藍玉詩人) 제갈재걸’

제갈재걸이 건넨 명함에는 플레이어 이명(異名)과 연락처가 인쇄되어 있었다.

제갈재걸도 게임에 등장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 하나였다.

은광고에 재직 중인 교사는 전원 교원 자격을 갖춘 플레이어로, 스토리에 연관되는 교사들은 대부분이 플레이어블 캐릭터였다.

제갈재걸은 초반에 퇴장하여 스토리상 거의 등장하지 못하지만.

“네. 감사합니다.”

명함을 두 손으로 받아 꾹 움켜쥐었다.

종이로 된 명함이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제갈재걸 선생님!”

복도가 소란스러워졌다.

캐시미어 코트를 빼입은 남자가 크게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니, 저게 어떻게 들어온 거야.”

제갈재걸이 노골적으로 인상을 썼다.

와, 제갈재걸한테 이런 표정을 짓게 할 수 있는 캐릭터도 있었나.

“안녕하세요, 플레이어 협회 한국 지부 언론 홍보실 언론 1팀 팀장 홍규빈입니다. 제갈 선생님.”

뭐, 팀장?

플레이어 협회의 팀장급 인사가 여길 대체 왜 온 건가.

게임 내에서 본 듯한 얼굴이지만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대사가 한두 개 정도밖에 없는 엑스트라였을지도 모른다.

“압니다. 여긴 지금 외부인 출입 금지인데요.”

“제가 어딜 봐서 외부인입니까. 간만에 제갈 선생님도 뵈러 왔습니다.”

“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하하, 이번 일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데요. 저랑 제갈 선생님이 잘 협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황명재단 홍보팀 연락처 드리겠습니다.”

“알고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홍규빈은 생글생글 웃고 제갈재걸은 철벽을 쳤다.

나를 내버려두고 둘은 티격태격 공방을 이어 갔다.

‘······검사실로 다시 돌아가도 되나?’

그런 생각을 할 때.

홍규빈이 뒤늦게 나를 발견하곤 제갈재걸한테 휙 몸을 돌리며 말을 걸었다.

“제갈 선생님, 옆에 있는 학생이 조의신 맞죠? 반갑다. 플레이어SAT-K에 남은 기록을 전부 보고 왔어. 정말 굉장했다!”

제갈재걸은 대답도 안 하고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을 했다.

홍규빈은 대답을 기대하지 않은 듯 개의치 않고 계속 내게 말을 걸었다.

“현상금을 입금할 계좌를 알려 줄래? 세금은 떼고 들어가지만 아마 2억은 넘을 거야. 혹시 계좌가 없으면 다음 주까지 만들어서 여기로 연락하고.”

내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억지로 명함을 쥐여 줬다.

제갈재걸의 명함 위에 겹쳐져서 올라간 종잇조각이 한없이 가볍다.

“적응력, 담력 모두 훌륭했지만 난 그 돌발 상황 때 네가 한 대응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네 선택이 나중에 논란이 되더라도 난 네 편을 들 거야. 아, 그러고 보니 에너미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빨랐는데, 어떤 스킬을 갖고 있는 거지? 플레이어 상세 정보 공개에 동의해 주면 앞으로 진로의 방향에 맞춰서 멘토링도 지원하고, 스킬레벨 향상을 위해 프로그램도 짜 줄 수 있어.”

상세 정보 공개?

설탕이 발린 것처럼 달콤한 말들 중에 독이 들어 있는 단어가 섞여 있었다.

협회를 상대로 정보 공개 동의를 한다면, 그것은 내 약점과 비밀을 온 협회에 알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만큼의 지원도 받긴 했지만 목줄을 잡히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제갈재걸도 그걸 알아챘는지 옆에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 협회와 홍규빈과 척을 지지 않고 거절할 수 있을까.’

그냥 가만히 있어도 제갈재걸이 말려 줄 것 같은데 맡길까?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거기 비켜욧!”

앙칼진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고 바람이 슉 하고 움직였다.

기척과 소리에 반응해 나를 잡고 제갈재걸이 뒤로 물러났다.

과연 은광고의 교무부장다운 몸놀림이었다.

협회 소속 팀장급 플레이어답게 홍규빈도 가볍게 몸을 날려 무언가와의 충돌을 피했다.

쾅!

복도를 한순간에 주파한 누군가가 문을 부수듯이 열었다.

열린 문 사이로 마침 검사가 끝난 장남욱이 채혈한 팔에 지혈 시트를 붙이고 있는 게 보였다.

유상훈은 그 앞에서 링거대를 끌고 검사대로 가다 열린 문을 보고 우뚝 멈춰 섰다.

“잠깐, 학생. 지금 검사 중이라 관계자 외엔 출입 금지예요!”

문 앞에서 만류하는 간호사를 무시하고 은광고의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유상훈을 향해 척척 걸어갔다.

유상훈은 링거대를 쥐고 어딘가 겸연쩍은 얼굴로 여고생을 바라봤다.

둘은 몇 초간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입을 뗀 건 유상훈이 먼저였다.

“여긴 왜 왔냐.”

여고생이 주먹을 쥐고 유상훈에게 달려들었다.

“뭐 하시는 겁니까!”

깜짝 놀란 장남욱이 여고생을 말리려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여고생이 유상훈 앞에 무너져 내리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유상훈, 이 상또라이야!”

그녀의 기백에 밀려 장남욱이 멈춰 섰다.

유상훈은 여고생을 달래려는 듯 어깨를 토닥이려 했지만 여고생은 그 손을 쳐 내 버리고 계속 울었다.

“알았어, 알았어. 울지 마.”

“누가 울어! 윽······ 등신같이 다치고······ 흑······.”

“그래그래, 울어라.”

“닥쳐!”

“아, 어쩌라고!”

달래는 걸 포기한 유상훈이 입을 다물었다.

그는 큰 소리를 내긴 했지만 화가 났다기보다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태도였다.

장남욱은 혼란스러워하는 얼굴로 물었다.

“누구시냐?”

“우리 엄마 딸 유상희 씨.”

“뭐?”

“어······ 누나다.”

여고생의 정체는 유상훈의 누나 유상희였다.

더 이상 설명하기 싫은 듯 유상훈은 장남욱의 시선을 피했다.

장남욱은 ‘저게 남매의 대화냐’ 하는 심정을 담은 아연한 얼굴을 했다.

대성통곡을 하는 유상희를 두고 민망한 정적이 이어졌다.

꿀 발린 말을 청산유수로 쏟아 내던 홍규빈도 당황해서 입을 다물 정도였다.

덕분에 따로 핑곗거리를 생각할 필요가 사라졌다.

곧 유상희 외에도 장남욱과 유상훈의 부모님도 병원에 도착했다.

보호자들의 등장으로 홍규빈과 따로 이야기를 진행할 분위기가 되지 않아 나와 그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끝났다.

*    *    *

다음 날.

은광고를 운영하는 황명재단 측은 학교 웹페이지 정문에 사과문을 걸었다.

사과문의 마지막 줄엔 이번 사태의 도의적인 책임을 져 피해를 입은 수험생의 모든 의료비를 학교 측에서 부담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적혀 있었다.

‘부상에 관해 학교에 책임이 없다는 내용의 수험 서약서를 받았으니까 법적인 책임은 없을 텐데.’

애초에 진족이 마음먹고 습격했다면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은광고가 약 300개의 수험장 중 간섭을 허용한 건 단 하나의 수험장뿐이다.

그것도 고작 15분에 불과했다.

오히려 은광고의 보안이 얼마나 우수한지 보여 주는 계기가 된 셈이다.

그럼에도 은광고에 대한 비난은 적지 않았다.

다행히도 언론의 관심의 반은 살아남은 중학생들로 향했다.

광림도 못하는 중학생들이 수험용 아이템만으로 기지를 발휘해 R+급의 수배 에너미를 잡았다는 사실은 한국은 물론 외신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손민기였다.

[작은 영웅 손민기, ‘위기 때 끝까지 친구와 함께 싸우지 못해서 미안······.’]

개 같은 내용의 헤드라인의 기사가 포털 사이트 곳곳에 떠 있었다.

하루아침에 손민기는 스타가 되었다.

‘최악의 수를 두는구나.’

기사를 스크랩하며 생각했다.

손민기는 그렇게 파멸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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