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34화 (34/925)

10. 만우절 (2)

“사고로 가장하고 싶은 건가.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고 있어. 도로의 일부를 융기시키고, 마찰력을 바꾸고······ 아주 섬세하게 작업하고 있군.”

황금색의 눈은 신역을 밟은 웅족의 움직임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전설계 웅족은 보이지 않는데. 다들 급이 낮아.”

“혹시 저번에 잡은 조련계 웅족과 비슷한 정도야?”

“그래. 머릿수는 다섯이지만 전부 하찮구나.”

백호군과 싸우던 정신이 가출한 조련계 웅족은 결국 두 팔이 그냥 잘린 것도 아니고 갈아졌었다.

조련계 웅족은 에너미를 길들이는 권능을 완전히 잃고 실성한 상태로 고문을 당하는 중이라 한다.

웅족을 공격할 수 없는 김신록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고문을 시도하고 있다는데 뭘 어떻게 하는지는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이번 것도 ‘그분’의 지시인 건가.’

‘그분’은 호족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부추겼다.

누구인지, 정확한 목표는 무엇인지 아직 확실한 건 없다.

은광구를 배드엔딩으로 처넣기 위해 지금도 암약하고 있다는 건 알겠지만.

“웅족의 공격을 여기까지 버텨 내고 운전해 오다니. 택시 드라이버의 운전 스킬이 훌륭하군. 내 전용 기사로 고용하고 싶을 정도야.”

황지호가 웃으며 덧붙였다.

황금색의 홍채가 빔이라도 뿜어 나올 기세로 번쩍번쩍한 게 아주 신나 죽겠나 보다.

“어떻게 할까, 조의신. 당장 사냥하러 갈까?”

웅족.

황호.

진족.

은광구와 은광고.

교통사고.

시간은 별로 없지만, 머릿속에서 한 수, 한 수 정리했다.

생각을 정리하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 네가 모습을 드러내는 건 별로 좋은 수가 아니야.”

황지호가 알아챘다는 걸 깨달으면 웅족이 은폐 공작을 할 이유가 없으니 전력으로 택시를 노리고 들 거다.

‘제 안위와 택시 승객의 사망, 어느 쪽을 더 중시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살수는 보통 제 목숨보다 목표 달성을 우선시한다.

웅족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수를 두는 게 좋겠지.’

택시 기사는 플레이어가 아닐 거다.

승객인 중학생은 이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고작 중학생, 광림도 못 쓴다.

그들은 웅족의 공격을 버텨 내기 힘들 거다.

죽진 않아도 큰 부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백호와 적호를 부르자······ 5분, 늦어도 10분 내로 올 수 있다면.”

나와 황호가 전력으로 택시를 지키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건 너무 눈에 띈다.

호족의 후예 김신록은 웅족을 공격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은광고의 다른 교사진이나 학생을 동원하기도 어렵다.

부를 만한 건 백호와 적호, 두 호족뿐이다.

‘게임 속에서 택시는 은광고 교문 정문 근처에서 전복되었다고 언급된 것 같은데.’

황지호가 시선을 주고 있는 택시와 은광고 교문 사이는 택시로 약 15분 정도 되는 거리다.

아직 시간이 있는 셈이다.

‘은광구민들과 은광고 학생들에게 알려지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호족 셋과 내가 있다면 조용히 웅족을 사로잡고 택시도 지킬 수 있을 거다.’

황지호가 디바이스를 가동해 메시지를 보냈다.

“내가 부르지. 백호와 적호는 짐 정리가 끝났을 테니 금방 올 거다.”

짐 정리?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금방 와 준다면 안심이다.

메시지를 보낸 황지호가 머리카락과 눈의 색을 평소의 진갈색으로 바꾸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황지호, 너도 싸울 거야?”

“그래.”

“왜.”

황지호가 의욕적으로 보이는 게 의문이다.

첫 거래를 했을 때 ‘그게 뭐’라고 반응했던, 일 안 하는 이사장인 황호다.

그냥 교통사고를 막는 대가로 나와 장난질 친다는 거래에 응했을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황지호는 열심히 할 마음이 넘쳐 보인다.

“보이지 않는 곳이면 몰라도 벌레가 바로 눈앞에서 돌아다니면 잡아 죽이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

아니.

나라면 보이지 않는 곳에 웅족급 벌레가 있다는 걸 알면 즉시 방역 업체를 부를 건데.

“그리고 최근 너랑 놀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협력해 주마, 조의신.”

내가 뭘 했다고 이놈 생각이 바뀐 건지는 모르겠다.

‘황지호는 한 번 한 말을 어기는 놈은 아니야. 든든하다.’

상대가 웅족 다섯에, 지켜야 할 사람들도 있었고 은밀 행동도 해야 했지만 조금도 걱정되지 않았다.

개천신화의 세 호족이 나와 함께한다.

‘질 이유가 없네.’

*    *    *

나, 황지호, 백호군, 적호.

넷은 디바이스 단체 통화 모드로 연결해 움직일 곳을 정했다.

적호가 김신록에게 연락했으나 수업에서 빠져나오기 곤란했고, 웅족을 상대로 힘을 쓸 수도 없으니 사후 처리를 담당하기로 했다.

[잠복해 있는 벌레들의 위치는 전부 전했다. 정해진 위치로 가라.]

[알았다.]

[알겠습니다, 황호.]

이어링에서 황지호, 백호군, 적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지호가 저 멀리서 도약 스킬을 발동하여 다른 빌딩 옥상으로 점프하는 게 보였다.

웅족은 은광구 이곳저곳에 포진해 있었다.

백호군과 적호도 정해진 위치로 이동하겠지.

〈해당 캐릭터의 스킬, ‘비행’을 사용합니다.〉

이번에 플레이어의 궤적으로 사용한 캐릭터는 괴짜 용족 교사 용제건이다.

외양은 조의신의 모습 그대로 유지한 채로 사용했다.

‘단시간밖에 못 쓰고, 공간술이 초레어 스킬이라 대놓고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상황에서는 제일 효율적인 선택이겠지.’

황지호가 웅족 둘을 잡을 예정이다.

백호와 적호는 둘이서 웅족 셋을 맡기로 했다.

내가 맡은 건 택시의 경호다.

‘내가 웅족을 상대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세 호족의 전투력, 내 플레이어의 궤적을 생각하면 내가 경호를 담당하는 게 맞긴 했다.

‘이 중에서 가장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하기 쉬운 건 나겠지만.’

나는 비행을 사용하는 상태에서 마법 무기를 움켜쥐었다.

방윤섭을 날려 버렸던 그 SR급 마법 무기, ‘창연한 바람을 부르는 롯드’다.

은광고 코앞에서 용제건의 공간술을 사용하는 건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두고 싶었다.

〈스킬 ‘만물 사용’이 발동합니다.〉

‘궤적을 사용하는 중에도 조의신이 가지고 있는 스킬이 발동하네.’

롯드를 들어 보니 만물 사용이 바로 발동했다.

플레이어의 궤적 사용 중에도 전용 메뉴 스킬이 발동했으니 만물 사용도 사용 가능한 게 당연했지만.

나는 SR+급 방어구 ‘감찰관의 잠행용 망토’를 걸치고 택시를 뒤쫓았다.

‘이 방어구는 진족, 상위 에너미나 플레이어는 어렵겠지만 기록 기기나 일반인의 눈을 속이게 도와줄 거다.’

광림의 사용, 무기와 방어구의 착용은 완료했다.

나는 비행 스킬을 이용해 택시가 달리는 도로변의 건물 위를 따라 이동했다.

공격이 멈춘 덕인지 택시 기사는 차분하게 다시 자기 페이스로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파아아아―!

지지직―!

택시가 달리는 도로 저편 골목 속에서 가끔 새하얀 섬광과 붉은 번개가 보였다.

이 주변에 배치받은 백호군과 적호는 잘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황지호가 싸우는 모습도 보고 싶었는데.’

황지호는 가장 멀리 떨어진 웅족들을 잡아 족치고 있다.

백호군과 적호가 함께 움직이는 건 백호군이 웅족을 쓰러뜨리는 건 문제없지만 포획에 적합한 스킬이 없는 탓일 거다.

‘황지호는 만능 타입인가 보군. 역시 디버프 없는 신화계 호족다워.’

내가 담당한 택시의 경호도 문제없이 진행 중이다.

‘택시가 은광고 정문에 멈춰 서면 내가 모습을 드러내서 자연스럽게 목적지를 물으면 끝이다.’

전교생 천오백 명이 다니는 고등학교 앞답게 은광고 정문 앞 번화가에는 패스트푸드점, 영화관, 만화카페, VR게임방, 오락실, 편의점, 문구 전문점 등이 늘어서 있었다.

택시는 순조롭게 번화가를 지나쳐 은광고로 향했다.

‘그런데 왜 목적지가 은광고였던 걸까. 왜 웅족에게 쫓기고 있는 걸까. 택시 운전사나 중학생 승객 중 하나가 호족과 관계가 있는 건가.’

정문에 도착해 차를 멈춰 세우면 물어봐야지.

은광고 보호 결계 시스템 때문에 바로 통과하지는 못 할 테니까.

그러나 정문이 점점 가까워져도 택시는 감속하지 않았다.

‘뭐야, 슬슬 속력을 줄이지 않으면 위험한데······.’

잠깐.

방금까지 눈을 뜨고 멀쩡하게 운전하던 택시 기사가 운전대를 잡은 채로 굳어 있었다.

그 눈은 허옇게 뒤집어져 있었다.

‘택시 기사가 기절했어······!’

마비 계열 스킬이라도 맞았던 건가.

이미 마비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동안 이를 악물고 버텨 온 것 같았다.

그 전까지 택시 기사의 너무나도 투철한 직업의식과 정신력 때문에 알아보지 못했다.

부아아아앙!

택시가 내는 엔진음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은광고 결계 시스템이 근처에 접근하는 이동 수단에 경보를 보내고 자동 브레이크를 걸게 할 텐데······ 설마 웅족의 간섭으로 전부 망가진 건가!’

이대로 가다간 택시는 은광고 교문 정문과 충돌한다.

택시 기사도 안에 타고 있는 중학생도 결계에 등록되지 않은 일반인이다.

벽에 택시를 들이박는 꼴이 될 거다.

‘마법을 쓰기엔 늦었어. 공간술을 써야 해!’

택시의 속력, 무게 등을 생각하면 필요한 힘이 너무 많다.

고위 마법 발동에 걸리는 캐스팅 속도를 고려하면 늦는다.

황호한테 걸리든 말든 공간술을 써야겠다.

‘······저 택시를 구하면 변명부터 생각해야겠다.’

시스템 음이 들리고, 공간이 형성되려 했다.

솨아아아―.

그때, 옅은 빛을 띤 바람이 택시를 부드럽게 감싸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내 힘이 아니다.

‘누구지?’

정문 근처에서 은광고 교복을 입은 소년이 바람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설마······!’

그 소년은 내가 이 세계에서 만나 본 인물이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 하나이기도 했다.

〈‘사월세음’의 인물 정보를 열람합니다.〉

[이름] 사월세음

[칭호] 마지막 왕조의 전령의 후계자, 은광고 1학년

[가호] 계족(鷄族)의 제안, '비행을 사용할 때 나를 부르렴'

[광림] (비활성화 중)

[상태] 정상

[종합 능력치] Lv.14

[스킬]

전령 Lv.5

비행 Lv.2

바람술 Lv.4

······.

······.

······.

바람술을 사용한 건 사월세음이었다.

최편득의 덫에 걸려 인신매매를 당해 환몽 경매 스테이지에 매물로 올라온 그 전령의 후계자였다.

‘광림 봉인도 스킬 봉인도 전부 풀렸어. 그리고 칭호에 은광고 1학년이 추가되어 있어······ 계족의 가호는 언제 받은 걸까.’

바람술을 사용하는 사월세음의 혈색도 좋아 보였고 볼에 살도 올라와 있었다.

제대로 확인할 수 없지만 조금 키도 큰 것 같았다.

솨아아아아―.

택시는 바람에 휘감겨 솜사탕처럼 허공에 떠올랐다.

사월세음은 새가 날갯짓하는 것 같은 손길로 바람을 다뤘다.

“은광고는 결계가 있어서 차를 돌진시키면 안 돼요. 차의 시동을 꺼 주시겠어요? 이대로라면 내릴 수 없어요.”

사월세음이 곤란해하는 얼굴로 택시 위를 올려다봤다.

택시 운전기사는 기절해 있었지만, 안에 있던 중학생 승객이 앞 좌석으로 손을 뻗어 택시의 시동을 꼈다.

택시의 엔진음이 완전히 멈추자 사월세음은 택시를 바닥에 사뿐하게 내려놨다.

“괜찮으세요? 운전 중에 주무시면 위험해요.”

사월세음은 이 상황을 졸음 운전 사고라고 생각하나 보다.

‘사월세음이 이 사건에 얽히게 할 순 없어.’

나는 착용하고 있던 장비들을 모두 카드화 한 후, 서둘러 그 자리로 뛰어갔다.

“야.”

내가 말을 걸자 사월세음이 깜짝 놀라며 나를 돌아봤다.

놀란 표정을 하던 사월세음은 내가 같은 교복을 입은 걸 보고 바로 안심한 얼굴을 했다.

“네, 네.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명찰 색이 같은데. 나도 1학년이야.”

그리고 높은 확률로 같은 반일 거다.

사월세음의 집안 이력을 고려하면 0반에 보내 두는 게 안전했을 거니까.

은광고의 최고 전력 중 하나인 함근형의 보호하에 둘 수도 있고.

‘게다가 50명이 있는 일반반의 경우, 단기 유학으로 해외에 간 학생이라도 없는 한 출석률은 거의 100%야. 쇠약해진 탓에 장기 결석의 가능성이 있는 사월세음이 들어가면 눈에 띄어.’

제갈재걸이 그 정도의 배려는 해 줬을 테니, 사월세음은 1학년 0반일 거다.

그는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저, 오늘 첫 등교라서요. 동갑인 분은 처음 만나요.”

그런 설정이 있었지.

사월세음의 주변은 늘 어른들밖에 없어서 또래나 연하와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게임 속에서도 주수혁에게 반말을 사용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렸었다.

“그럼 편한 대로 해. 이제 등교하는 거야? 조금 늦게 왔네.”

수업을 빼먹고 여기에 있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그는 들뜬 얼굴로 말했다.

“앞으로 기숙사에 들어가니까요. 집에서 하는 첫 등교는 걸어서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계속 헤매서요, 조금 오래 걸렸어요.”

집에서 여기까지 걸어왔다고?

연희동 궁동근린공원에서 은광고까지 꽤 거리가 있는데.

의외로 체력이 좋나 보다.

“바람도 상쾌하고, 신기한 것도 많고. 아, 은광고에 온 건 입학시험을 본 이후론 처음인데······ 정문 시계탑이 원래 저랬나요? 그냥 하얀색이었던 것 같은데 여러 색의 네온사인을 장식한 것도 멋지네요.”

사월세음은 처음 본 나에게도 재잘재잘 등굣길의 정경과 감상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오면서 본 건물, 차, 에어셔틀, 오늘의 날씨.

고작 그런 게 신기하고 좋은 걸까.

‘다행이다.’

사월세음이 다시 학교에 와서.

하지만 이 자리에 오래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첫 등교면 빨리 교실에 가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여기는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게.”

“아, 네. 감사합니다! 잊고 있었어요. 빨리 교실에 가야 하는데······.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래, 가 봐.”

“감사합니다!”

사월세음은 동갑인 나에게도 꾸벅하고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사월세음은 홀로그램으로 학교 지도를 띄우고 1학년 건물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비행 스킬을 사용하면 금방일 텐데 교실까지 제 발로 가고 싶은가 보다.

오늘은 만우절이다.

아마 볼거리가 많을 테니 정문에서 1학년 구역까지 즐거운 등굣길이 될 거다.

‘0반 출석률이 또 오르겠네.’

오늘은 비록 나와 황지호가 빠지긴 했지만.

[조의신, 다 끝냈다.]

[나도. 정문으로 간다.]

이어링으로 백호군과 황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고는 무사히 막았다.

웅족도 다 잡았다.

이제 남은 건.

‘대체 왜 이런 일이 터졌는지 확인해야지.’

사월세음이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하고 택시 문을 열었다.

은광고 정문 바로 앞은 한산한 편이라 주변에 통행객은 없었다.

‘오늘이 만우절이라서 다행이네. 택시가 날아올랐다가 내려와도 그냥 은광고 학생의 장난질이었다고 생각할 테니까.’

겁에 질린 얼굴을 한 중학생 꼬마에게 말을 걸었다.

“다친 데는 없니?”

“······네.”

“어디로 가는 중이었어?”

당연히 은광고로 오는 중이었겠지만 굳이 물었다.

“저, 저기······ 은광고에······.”

“은광고에 외부인이 방문하려면 결계 때문에 미리 출입 허가증을 받아야 하는데, 약속은 잡고 왔니?”

“아뇨······.”

나는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사전에 약속 없이 학교 구경 시켜 주는 건 어려워. 대신 은광고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불러 줄게.”

“네!”

교복을 입고 오길 잘했다.

사월세음도 중학생 꼬마도 금방 믿고 따라 주니까.

중학생 꼬마는 밝게 말했다.

“황명호 이사장님을 뵈러 왔어요!”

황호를 보러 왔다고?

정말로 이번 일은 호족과 웅족이 크게 관련된 일인가 보다.

“조의신, 붙잡은 웅족은 전부 적호에게 맡기고 왔다. 택시 안에 있는 사람은 무사해?”

뒤에서 황지호가 느긋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마침 잘됐다.

“그래. 택시 기사님은 기절했는데 타고 있는 애는 괜찮아. 이사장님 찾아왔다는데.”

황지호에게 중학생이 앉아 있는 차 안을 보여 줬다.

“어······.”

갑자기 중학생을 본 황지호가 굳었다.

그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바라보는 눈을 하고 있었다.

뭐야, 왜 저러는 거야.

“은, 호······.”

뭐, 은호?

처음 들어 보는 명사인데······ 설마 호족 중 하나를 말하는 건가.

“당신이 황호 님이시군요.”

중학생 꼬마의 말투가 갑자기 변했다.

그리고 황지호를 보고 바로 황호라고 칭했다.

황지호는 교복을 입고 황지호라 쓰인 명찰까지 착용 중인데도, 중학생 꼬마는 택시에서 내려 황지호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은호의 후예가 황호 님께 인사드립니다.”

그 말을 듣고 확신했다.

게임 속 만우절의 비극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었다.

웅족에 의한 호족의 후예 암살 사건이었다.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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