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39화 (39/925)

11. 청명, 하늘이 차츰 맑아지다 (3)

“부반장, 이제 밥 먹으러 왔냐. 근로 장학 알바 중이다.”

“안녕······ 의신아.”

맹효돈과 달리 이레나는 조금 주저하다 답을 했다.

그녀는 아직 내가 어색한가 보다.

투신자살 미수 사건도 있었고, 내 앞에서 지칠 때까지 울었으니 어떻게 대해야 할지 미묘한 것 같았다.

‘은광고에는 근로 장학 아르바이트라는 제도가 있었지. 둘이 같이하나 보네.’

근로 장학 아르바이트는 학교 잡일을 돕는 대가로 최저 시급의 네 배 정도 되는 돈을 당일 지급하는 아르바이트 제도였다.

‘은광고는 보안 절차가 까다로워서 교직원을 뽑거나 외주를 주는 게 아주 헬이니까.’

은광고 학생들은 대부분 이계 공략으로 얻은 아이템과 수배 에너미 토벌 현상금 등으로 돈이 마를 일이 없었다.

하지만 1학년은 2학기부터 이계 공략이 가능한 게 교칙이다.

그래서 1학년생들 혹은 급전이 필요한 2, 3학년들도 근로 장학 알바를 뛰곤 했었다.

‘두 사람 다 집에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태니까 함근형 선생님이 소개해 줬나 보네.’

은광고 기숙사에서 지내면 학비나 잡비가 필요 없다.

그래도 10대의 고교생이 용돈 한 푼 없이 사는 건 힘든 일일 거다.

‘2학기 때까지 근로 알바로 하루 두세 시간 정도 일하면 그럭저럭 버틸 만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접시를 들고 파스타 조리 요청을 하기 위해 이동하려 했다.

“부반장, 오늘은 이게 제일 맛있다.”

이동하기 전에 내 그릇 위로 맹효돈이 던진 고기 폭탄이 떨어졌다.

광양식 소불고기가 산처럼 쌓였다.

참으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과 스피드였다.

역시 주수혁의 라이벌답다고 감탄하면서도 어처구니없는 고깃덩어리의 양에 정신이 멍해졌다.

내 생각을 해서 퍼 준 거겠지만······ 이건 좀 많았다.

“야, 맹효돈. 줄 거면 고기 말고 채소랑 밥도 줘.”

“이 반찬이 제일 맛있으니까 오늘은 이걸로 배 채워라.”

“뭐래.”

낙장불입.

맹효돈의 태도는 강경했다.

결국 내 그릇엔 고기밖에 없었다.

영양 밸런스를 완벽하게 무시한 식단이다.

“하하······ 조금 많이 준 것 같긴 한데, 오늘 불고기 진짜 맛있어.”

이레나도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숨겨진 미식가 맹효돈에 이어 이레나도 저렇게 말하는데 대놓고 안 먹을 수도 없었다.

‘포기하면······ 편해······.’

오늘 위장을 고기로 채우게 생겼구나.

굿바이 파스타.

마음을 비우고 자리 잡아 고기를 한 점 먹다 깜짝 놀랐다.

‘뭐야. 맛있잖아······!’

아름다운 맛.

미미(美味)―!

‘와, 웬만한 한정식집 불고기보다 훨씬 낫네.’

적당히 익은 고기에서 흘러나오는 육즙과 찰지게 어우러지는 양념이 혀 위에서 녹다 목 안으로 사라졌다.

이게 정녕 고등학교에서 나올 메뉴란 말인가.

맹효돈, 정말 미식가였구나.

나는 고기 한 점 남기지 않고 식판을 전부 비웠다.

맹효돈이 잘 처먹는 내 모습을 보며 뿌듯해했다.

“잘 먹었어.”

“알면 됐다.”

맹효돈이 선의로 그런 건 알지만 잘못하면 이 짓은 괴롭힘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처음 그 고기의 산을 봤을 때 불고기로 싸대기를 맞은 기분이었으니까.

불고기 싸대기.

오늘 당한 고기 테러를 표현하는 적절한 말이었다.

“그······ 여태까지······ 뭐냐. 고맙다는 말을······ 안 한 것 같아서.”

퇴식구에서 그릇을 건네받던 맹효돈이 말꼬리를 흐렸다.

개미가 기어가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고맙다.”

광양소불고기 대량 투척은 고마움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나 보다.

조금 장난기가 생겼다.

안 들리는 척해야지.

“뭐래, 안 들리는데?”

“아, 고맙다고 부반장 이 새끼야!”

새끼야, 새끼야―!

맹효돈의 사자후가 밀폐된 공간, 기숙사 식당에 에코 효과를 남기며 울려 퍼졌다.

아직 식당에 남아 있던 학생들이 다 이쪽을 쳐다봤다.

눈에 띄는 건 사양이다.

튀어야겠다.

“그래, 알았다. 별말을 다 하냐. 신경 안 써도 돼. 그럼 난 간다. 알바 열심히 하고.”

“야, 잠깐······ 부반장, 야이!”

난 아주 자연스럽게 맹효돈과 상관없는 사람인 것처럼 식당 밖으로 나갔다.

근로 장학 알바 중인 맹효돈은 기숙사생들의 시선을 받으며 그 자리에 남았다.

마지막으로 본 그의 귀 끝은 피라도 나는 것처럼 시뻘겠다.

이건 불고기 싸대기에 대한 보복이 아니다, 아무튼 아니다.

*    *    *

1학년 기숙사 건물 로비 라운지.

나는 남녀 공용 휴게실 가장 안쪽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이레나였다.

맹효돈을 버리고 나올 때, 그녀에게 여기서 잠깐 보자고 말을 걸었다.

‘오늘은 건네줘야지.’

아이템창에서 하얀 봉투를 하나 꺼냈다.

봉투 안에 든 물건은 이전 투신자살 미수 사건 때 내 방 거실에 남았던 그 금색 리본이었다.

건네줘야 할 타이밍을 놓치고 있었다.

이레나는 교실에선 언제나 김유리나 한이랑 함께 있으니 끼어들어 주기가 뭐했기 때문이다.

왜 내가 이걸 갖고 있는지 물어보기라도 하면 곤란해질 거고.

“의신아.”

이레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1층 휴게실이 꽤 넓어서 조금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바로 찾아냈네.

“아, 불러내서 미안. 줄 게 있어서······.”

얼른 리본을 건네주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내 말을 끊었다.

“의신아, 저기······ 좀 걸을래?”

할 말이 있나 보다.

‘······좀 춥다.’

거주 구역 1학년 건물 주변 산책로.

봄이 되었지만 여전히 4월 밤바람은 차다.

거주 구역은 옆에 천익산까지 끼고 있어서 그런지 더 바람이 찼다.

‘추워서 그런지 산책 중인 사람은 한 명도 없네.’

걷는 동안 밤바람에 이레나의 반묶음 머리가 조금 휘날렸다.

그녀는 머뭇거리기만 할 뿐, 아직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기 앉을까?”

이레나는 산책로 옆 인공조명 아래의 벤치 하나를 가리켰다.

“그래.”

먼저 걸어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막고 앉았다.

이레나가 감기라도 걸려서 출석률이 떨어지면 함근형과 김유리가 섭섭해할 거다.

내 옆으로 사람 두 명 정도 앉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이레나가 앉았다.

“의신아, 나도 그동안······ 고맙다는 말을 못 해서······ 너랑 효돈이하고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 효돈이가 하는 거 보고 본받아야 할 것 같아서······.”

맹효돈 때문이었나.

“그날,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여전히 부모님이 한 말을 떠올리면 많이 힘들고 아프지만······ 내가 등교해 주는 걸 기다리는 반 친구랑 선생님도 있으니까.”

그녀는 몇 번이나 말을 멈추곤 했지만 계속 기다렸다.

“요즘 하고 싶은 것도 생겼어. 저번에 첫 봄비 내린 날 기억나? 기숙사방에도 수업종이 울리는 거 알아?”

방금 지익회 회의록을 보고 와서 안다.

기숙사 방구석에 처박혀 있지 말고 좀 나와서 수업 좀 들으라는 무언의 압박을 실어 수업종은 기숙사방에도 울린다.

기숙사방에서 땡땡이치던 작년 1학년 0반이 그걸 매우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했기에 만우절에 방송부가 털리는 원인이 되기도 했었다.

결국 작년 1학년 0반의 대다수가 본인 방에 설치된 스피커를 제 돈과 시간을 들여 정성껏 개조했다가 지익회에 걸렸다.

“그날 수업종으로 쓰인 곡 중에 ‘for LENA’라는 곡이 있었잖아.”

최편득을 치던 날, 첫 비가 내리는 바람에 하루 종일 비와 물에 관한 곡들로 리스트 업 되었으니 기억한다.

라벨의 ‘물의 유희’,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왈츠’, 드뷔시의 ‘비오는 정원’ 등등.

그리고 ‘for LENA'.

‘플마고 게임 OST중에 가장 인기 있는 곡이 for LENA였어.’

‘for LENA’.

영국의 4대 이계 공략 팀 중 하나로 꼽히는 ‘영원의 호수’의 팀 마스터가 직접 작곡한 명곡이었다.

영원의 호수의 팀 마스터는 영국계 한국인, 은광고를 졸업한 대선배였다.

그 팀 마스터는 이능도 우수했지만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영국 여왕에게 명예 훈장을 받은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영국 귀화 권유를 매일같이 받고 있는데 아직 한국인인 게 신기해. 귀화 안 할 거면 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영국 맨체스터 대이계 공략은 플레이어계의 전설로 회자되는 유명한 이계 공략 사례다.

영원의 호수 팀의 마스터는 영국 역사상 최악, 최대 규모로 발생한 이계의 틈, 다섯 개의 던전과 한 개의 타워와 두 개의 미궁을 고작 일주일 만에 클리어했다.

클리어 후, 팀 마스터의 막대한 이능 사용의 부작용으로 그 이계의 틈들이 생긴 땅 위로 호수가 하나 생겨 버릴 정도였다.

‘여왕이 영원의 호수 팀 마스터에게 명예 훈장을 내리고 국유지 위에 나타난 그 호수에 이름을 붙일 권리를 하사했었지.’

팀 마스터는 그 호수에, 대이계 공략 당시 전사한 자신의 어머니의 이름인 ‘LENA’라는 이름을 붙였다.

호수에 이름이 붙은 후, 호수 LENA 앞에서 전사한 영원의 호수 팀원들의 추모식이 간소하게 치러졌다.

그 자리에서 팀 마스터가 즉석에서 작곡해 연주한 추모곡이 ‘for LENA’였다.

“혼자 기숙사 방에서 그 곡을 들으니까 생각났어. 플레이어 이능이 발현되기 전에 바이올린 배우고 싶었던 거. 어렸을 때 부모님께 졸랐는데, 레슨비가 비싸다고 허락해 주시지 않는 바람에 잊고 있었어.”

최편득의 퇴폐 업소 VIP클럽에서 하루 노는 돈이면 이레나가 연습용 바이올린을 사고 세 달은 레슨을 받을 텐데.

이레나한테 쓰는 돈이 그렇게도 아까웠나 보다.

황명타워에서 줄 없이 번지 점프시키기 전에 돈다발로 싸대기라도 쳐 줄걸.

“함근형 선생님께 말씀드리니까 현악부 고문 선생님하고 상담하게 해 주셨어. 현악부에 들어오면 연습용 바이올린도 주고, 개인 레슨도 지원해 준대. 선배들도 도와준다고 하시고.”

그 명곡이 이레나가 방 밖으로 나오도록 구해 줬구나.

그녀는 달빛 아래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머뭇거리거나 당황하거나 겁에 질린 얼굴밖에 못 봤는데.

“고마워, 의신아. 정말로······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계속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던 나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현악부 연주 발표회하면 불러. 우리 반 애들 데리고 갈게.”

“응······! 열심히 연습할게!”

이레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웃었다.

“그래, 기다릴게. 그리고 이거 저번에 놓고 간 거다.”

그녀에게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이 리본! 그때 잃어버린 거네······ 고마워!”

봉투 안을 들여다본 이레나가 다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오늘 유난히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듣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리본 건 만큼은 감사 인사를 받아도 될지 미묘했다.

‘이레나는 내년에 악역으로 등장해. 원인은 아직 알 수 없어.’

현재 예상되는 가장 큰 원인은 부모와의 불화였지만 그 예상이 빗나갔을 때를 대비하고 싶었다.

그녀가 악역이 된다면 다치는 아이들이 발생할 거고, 그 아이들은 1학년 0반이 될 가능성이 컸다.

이 리본은 그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거다.

‘이 리본에 남은 축복이 딱 한 번, 이레나와 다른 아이들을 지켜 줄 거야.’

내장산 국립공원 내장사 사건.

그 사건을 수습한 플레이어블 캐릭터, ‘내장산의 성자’의 광림 ‘안식의 손길’을 사용해 이레나의 리본을 축복했다.

연비가 나쁜 편이라 이 정도 레벨의 축복을 사용하면 한동안 플레이어의 궤적을 사용할 수 없게 되지만 리스크를 감수하고 사용했다.

만우절이 지나고 요 며칠간은 평화로웠으니까.

“아냐. 늦게 돌려줘서 미안.”

나는 복잡한 감정을 숨기고 말했다.

설령 일이 터지더라도 이레나가 그때 저 리본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지만.

리본에 남은 축복이 사용되는 날이 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    *    *

다음 날.

등굣길에 기숙사 엘리베이터에서 나를 기다리던 맹효돈이 기숙사 식당에 버리고 간 걸 갖고 툴툴거린 걸 빼면 평화로운 하루였다.

아니, 사실 평화롭지만은 않았다.

“오전 수업 시간에 이능이 사라진 학생이 나왔대요. 얼마 전에 구교사에서 발견된 분들 같던데······.”

사월세음이 어디선가 소식을 들은 것 같다.

김유리도 이레나도 그 얘기를 들었는지 덧붙여 말했다.

“17세 이후에도 이능이 상실되는 케이스는 해외에서 몇 번 있었다고 들었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야.”

“한 번 상실된 이능이 돌아온 경우는 없다는데······ 혹시 이능이 없어지면 퇴학이야?”

“응. 교칙상 퇴학이야. 전례는 없지만.”

조용히 듣고 있던 한이가 바로 답을 내놨다.

한이는 청각 장애인이라 여러모로 페널티가 많다.

은광고를 떠나기 싫을 테니 철저하게 교칙에 관해 조사했을 거다.

“뭐야, 그런 것도 있냐.”

맹효돈은 쫄아 든 티를 안 내고 있지만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안심해라, 맹효돈.

네 이능은 죽을 때까지 안 사라지고 벨붕캐, 깡패캐 소리 들을 정도로 강해질 거다.

‘드디어 박승현을 괴롭히던 부정 입학자 두 놈의 이능 상실이 발각되었구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관계없는 척 표정을 유지했다.

황지호가 그런 나를 빤히 관찰하고 있었다.

“왜.”

황지호가 피식 웃으며 인심이라도 쓰듯 말했다.

“그래, 모르는 척해 줄게.”

그래, 계속 모르는 척해라.

*    *    *

그 후 며칠간.

약 열 차례에 걸친 정밀 검사를 받았으나 두 학생의 이능 상실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원인 조사 중 두 학생이 현상 수배범 최편득이 밀어 넣은 부정 입학자였다는 게 밝혀지면서 학교는 완전히 뒤집혔다.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하나 봐! 은광고에 부정 입학자가 있을 줄은 몰랐어. 그런 애들 이능이 없어져서 다행이야!”

조금 화가 나 있는 김유리의 말에 사월세음과 한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짓 안 해도 열심히 공부하면 될 텐데요······.”

“맞아.”

두 사람은 거의 독학으로 공부하여 이 학교에 들어온 재능충이라 이해를 못하나 보다.

한편, 부모에게 인정받기 위해 피 말리는 노력 끝에 은광고에 간신히 턱걸이로 합격한 이레나는 두 사람을 외면하며 가만히 있기를 시전했다.

“어쩐지 대회에서 못 본 놈들이더라. 방윤섭도 몇 번 본 기억이 있는데 그놈들은 예선에서도 못 봤어.”

유일하게 특별 전형 합격 자격을 갖춘 맹효돈이 말했다.

더 얘기를 들어 보니 부정 입학자의 연막용으로 합격된 부정 입학자보다 열등한 성적의 학생의 처분에 대해선 이래저래 말이 많은 것 같았다.

‘그래도 기회를 얻었으니까 노력하면 은광고에 남을 수 있을 거다.’

선의의 피해자는 지금 날벼락을 맞고 마음고생이 심할 것 같았다.

중간고사 종합 성적 석차 하위 10% 안에 들어가면 전학 권고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은데, 건투를 빈다.

“그런데 그 둘은 왜 구교사에서 발견된 걸까? 종합 게시판 보니까 교직원 귀신한테 끌려가서 이능 뺏기고 벌 받은 거라고 난리 났던데.”

“은광고에 수호천사라도 있나 봐요.”

김유리의 물음에 사월세음이 헛소리로 답했다.

수호천사는 무슨.

이상한 칭호는 적벽괴도 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참고 있을 때 옆에서 황지호가 크게 빵 터지고 있었다.

“하하하하!”

망할 놈.

모르는 척할 거면 계속 티 안 나게 좀 해라.

다른 애들은 갑자기 터진 황지호를 보고 의아해했지만, 원래 황지호는 좀 이상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는 것 같았다.

*    *    *

부정 입학자 두 명의 퇴학이 확정된 날.

내 디바이스에 메시지 여러 개가 도착했다.

[박승현] 고맙다

이제 박승현도 행복한 은광고 생활을 다시 보낼 수 있겠지.

그 두 놈이 솜뭉치를 죽일 일도 안다인을 괴롭힐 일도 큰 사건이 터졌을 때 다른 아이들이 희생될 일도 없어질 거다.

나는 박승현의 메시지를 보관 처리하였다.

[유상훈] ㅋ

유상훈은 장남욱이 있는 단체 메시지방을 안 쓰고 평소와 달리 1 대 1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촉이 좋아진 그는 뭔가 알아챈 거 같다.

그놈들이 귀신에 홀린 만우절 전날에 뜬금없이 이름을 물어봤으니 알 수밖에 없나······.

이 메시지는 즉시 삭제 처리하였다.

[홍규빈] 의신아, 은광고에 사건이 많구나 ㅠㅠ

홍규빈은 또 야근 중인가 보구나.

한국 최초 17세 이상의 플레이어의 이능 상실로 인한 제명 처리에 최편득 사건까지 연루되니 보도 지침을 정하느라 머리가 아프다며 징징거리고 있었다.

이 메시지는 그냥 무시했다.

*    *    *

그 두 놈이 퇴학된 다음 날.

은광고에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오늘은 기숙사 로비에서 우연히 만난 나, 맹효돈, 사월세음 셋이서 함께 등교를 하게 되었다.

기숙사 식당 아침 간식으로 나온 라즈베리 스콘 맛 품평을 하며 1학년 건물을 향해 걸었다.

꺄아아아아!

끼야아악!

1학년 건물 출입구 근처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인간이 지른 비명이라기보단 익룡이 낼 법한 소리였다.

명찰 색을 보니 1학년뿐 아니라 2, 3학년도 잔뜩 몰려와 있었다.

무슨 일이 있나.

“사람 개 많네. 야, 어디서 시간 때우다 가자.”

“그래.”

“네. 오늘 날씨도 좋으니까 산책하다 가요! 1학년 구역 산책로에 꽃이 피어서 정말 예뻐요. 아침에 비행하면서 봤는데 중앙 구역으로 이어지는 벚꽃길이랑 천익산 쪽으로 이어진 조금 외진 곳에 있는 산책로가······.”

우리 셋이 1학년 구역 산책로 쪽으로 발을 돌렸을 때다.

“잠깐.”

귀를 간질이는 것 같은 미성이었다.

동시에 고개를 돌린 우리 셋의 앞.

웬 귀공자가 은광고 교복을 입고 서 있었다.

‘염준열이다······!’

내가 환몽 경매에서 써먹은 얼굴이었다.

붉은 사자 팀 마스터 홍염의 제왕 염방열의 아들.

용족의 후예 소홍룡 염준열.

그가 1학년 0반 교실 앞에 와 있었다.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4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