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60화 (60/925)

18. 어린이날 잠실 야구장 더비 매치 (3)

“자, 그럼 이계 공략을 하러 가 볼까?”

“뭐? 나도 가야 해?”

“응, 가야 해. 토연 씨, 토족은 용족보다 약하긴 하지만 인간보다는 훨씬 낫잖아. 무기 카드는 가지고 있지?”

“아, 가기 싫은데에······ 달토끼떡 CEO가 이계 공략을 하면 기사로 나올 거 아냐! 그럼 토윤 언니한테 걸릴 거고. 그래도 지금 다른 용족이랑 센 인간들은 자리를 비웠으니까······.”

옥토연이 망설이다가 나를 휙 돌아보며 입을 삐죽였다.

그러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 때문에 마음을 잡은 것 같네.’

은호의 후예를 구한 일로 매우 고마워하고 있나 보다.

“그럼 남은 전력은 여기서 채울까. 가자, 원우야. 나와 토연 씨, 너까지 셋이서 공격대를 하자.”

“네, 용제건 선생님.”

도원우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오래간만에 멋진 모습을 보여 줄 것 같다.

“그러면 거기 다섯 명, 너희에겐 수비대 역을 맡길게.”

“엑? 은인이 있······ 얘들은 어린 데다 인간이잖아! 무슨 SR++급 이계의 틈 수비대를 맡겨! 저기 TC랑 주오에서 온 경호 팀 있잖아!”

용제건의 지시에 옥토연이 반발했다.

용제건은 우리를 올려다보며 속을 읽을 수 없는 얼굴로 웃었다.

“경호 팀을 움직이려면 얘기해야 할 게 많아서 귀찮아. 팀장들은 머리가 굳어 있고, 그룹 차기 총수들이 허락을 해 줘야 할 테니 절차가 복잡할 거야. 팀 짜는 데 시간도 걸릴 거고.”

“귀찮아서 그런 거야? 미쳤니?”

“저 학생들 중 둘은 사관학교의 수석과 차석이야. 남은 셋 중 하나는 우리 학교 수석, 하나는 중학생 시절 그 수석의 라이벌로 이름을 날린 학생, 남은 하나는 무명의 초신성. 문제없어. 1학년만 아니었다면 공격대로 가도 괜찮았을 거야.”

“으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음음.”

용제건은 그걸 전부 파악하고 있나.

사관학교 수석, 차석이야 인터뷰가 떴으니 그렇다 치고, 주수혁은 물론이고 나도 현재 유명하지만 맹효돈이 이름을 날린 건 중학생 시절인데.

내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시사에 밝구나.

맹효돈과 주수혁이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 누구냐. 선생님이야?”

“사람 아니야. 진족 중 용족이야. 우리 학교 선생님인 건 맞아.”

“왜 용족이 교사를 하고 있어? 진족이 왜?”

“하하하, 글쎄.”

교사 중에만 진족이 있는 게 아니다.

우리 1학년 0반에도 학생 노릇을 하는 호족의 수장이 있으니까.

“남욱아, 싸우러 가자. 괜찮지?”

“그래, 괜찮아. 싸울 수 있어. 심호흡 좀 할게.”

장남욱을 마지막으로 우리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경고, 에너미가 접근 중입니다.〉

시스템 음이 들리고 곧 관객들의 비명과 에너미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르륵―!

“에너미다! 비행 타입 에너미가 나타났어!”

“이, 이렇게나 빨리······!”

잠실 야구장 중앙문 앞에서 생성된 이계, 공략 난이도 SR++급의 타워.

그 타워에 의해 생성된 에너미가 여기까지 왔나 보다.

일반적인 에너미 생성 속도보다 빠른데 이것도 흑막의 안배 중 하나일 거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계의 외부 에너미 생성 속도는 빠르게 당겼구나. 협회의 지원이 오기 전에 더 많은 사상자를 내기 위해서······!’

비행 타입 에너미는 중앙석 바로 위를 통과하고 있었다.

“이번 이계의 틈은 유난히 에너미 소환 속도가 빠른걸.”

SR급 이상의 비행종 에너미가 크게 날개를 펄럭이며 스킬을 쓸 준비를 했다.

용제건은 불쾌감을 담은 눈으로 에너미를 바라봤다.

“인간의 축제를 망치려 하다니. 멋이 없어.”

용제건이 허공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리자 빛나는 공간이 비행종 에너미를 완전히 감쌌다.

파아아―.

“어린 인간 아이들이 볼만한 게 아니지.”

팟!

용제건이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공간이 하늘과 같은 푸른색으로 변했다.

내부는 이제 보이지 않았다.

“사라져라.”

용제건이 주먹을 움켜쥐자 그를 중심으로 이능파가 퍼져나갔다.

파아아아―!

이능파가 멎었을 때는 에너미를 감싼 푸른 공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관객들은 어리둥절했지만, 그 과정을 감지한 플레이어들은 경악했다.

‘에너미의 비명이나 파괴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소리도 차단할 만큼 완벽하게 공간을 제어한 거야.’

여기는 학교 밖.

황지호와 맺은 교원 계약이 적용되지 않으니 용제건이 그 힘을 아낌없이 발휘했나 보다.

“그럼 가 볼까. 다시 말하지. 공격대는 나, 토연 씨, 원우. 수비대는 시후, 남욱이, 수혁이, 효돈이, 의신이. 이동은 내게 맡겨. 허공에 결계로 막혀 있는 부분도 공간술로 제어해서 이동할게. 이 정도 결계는 문제없어.”

“용제건, 여전히 세네. 왜 저런 힘을 갖고 황호 밑에서 교사 같은 걸 하는지 모르겠어!”

용제건은 웃기만 할 뿐 옥토연의 말에 답하지 않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용제건의 손짓에 빛나는 공간이 우리를 감쌌다.

“오, 이거 신기한 느낌이네.”

“공간술과 비행······! 이런 식으로 응용할 수도 있구나.”

맹효돈과 주수혁은 전혀 긴장하지 않은 것 같다.

“왜 다들 태평해 보이는 거야······! 긴장한 건 나뿐이냐? SR++급 이계의 틈, 외부에서 생성되는 건 보통 SR-급에서 SR+급 사이의 에너미잖아!”

“하하하. 남욱아, 침착해. 그냥 농구 시합 같은 거라 생각하면 돼.”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냐. 그게 어떻게 돼!”

“응, 돼.”

갑작스럽게 에너미와 대치하게 생겼지만, 동요한 건 장남욱밖에 없는 거 같다.

도시후가 옆에서 말을 걸고 있지만 여전히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사실 장남욱의 반응이 정상인 거지, 고1이 이렇게 담담하게 SR++급의 이계에 대처하는 게 이상하긴 하다.

“다른 용족과 붉은 사자 측에 연락해 놨어. 그쪽 공략이 끝나면 바로 이쪽으로 합류할 거야. 시간 벌기라 생각하고 편하게 놀아.”

“조심해라, 1학년들.”

“음음, 다치지 말고! 에잇, 빨리 공략해 버리면 수비대도 다칠 일이 없겠지. 가자!”

“네, 용제건 선생님. 원우 형 그리고······ 달토끼떡의 CEO님도 조심하세요.”

“원우 형, 잘해!”

공격대를 맡은 세 사람이 이계의 틈을 향해 걸어갔다.

주수혁과 도시후가 대표로 인사를 하고 우리는 가볍게 목례를 했다.

“자, 그럼 각자 스킬과 광림, 공개할 수 있는 건 말해 볼까.”

“광림 안 써도 붉은 사자 팀이나 용족들, 공격대들이 돌아올 때까진 버틸 수 있을 거 같은데. 만약을 대비해서 아끼자.”

“그래. 그러면 광림은 일단 쓰지 말자. 혹시라도 네 번째 이계가 열렸을 때 여력이 없으면 안 되겠지. 어떤 스킬을 쓰는지, 광림은 대충 어떤 타입인지만 말해 줘.”

작전을 짜는 건 주수혁과 나였다.

다른 아이들은 듣기만 하다 우리 둘의 대화에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결과.

주수혁, 쌍검, 광림은 공격형.

맹효돈, 싸움, 광림은 공격형이자 포획형.

장남욱, 창, 광림은 서포트형.

도시후, 전기술, 광림은 공격형인지는 미묘하고 포획형.

나, 만물 사용, 광림은 공격형.

‘내 광림은 굳이 따지면 만능 타입이긴 한데 일단 이렇게만 말해두자.’

도시후의 광림 설명이 미묘한데 진짜 미묘한 모양인지 장남욱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포메이션을 간략히 짠 후, 우리는 학교에서 받거나 개인적으로 준비한 무기를 실체화해 그 자리에 대기했다.

‘만약을 대비해 구장 안 상황도 확인하는 게 좋겠지.’

만약의 경우엔 혼자라도 돌아가서 막을 생각이다.

이어링으로 구장을 생중계 중인 채널을 연결해 오디오 모드로 방송을 들었다.

야구 중계방송은 재난 방송이 되어 있었다.

[세 번째 이계가 나타났습니다. 이번 이계도 SR++급. 실제 상황입니다.]

[플레이어SAT-K가 SR급 이상의 이계를 세 번이나 놓친 겁니까. 믿을 수가 없네요. 맨체스터 대이계 공략 이후 처음 발생한 일이라 합니다.]

[아직 이계에는 해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죠. 하필 오늘, 어린이들을 포함해 많은 관객이 잠실을 찾아 주신 날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해설자와 캐스터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지금 경기장 상황을 가장 확실하게 전할 수 있는 건 저희죠. 현재 중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네. 관객 여러분들이 홀로그램을 전개해 방송을 확인하고 있죠.]

[계속해서 경기장 상황 곳곳을 영상으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현재 외부로 이어진 출입문은 전부 봉쇄한 상태이며 외부의 음식점과 상점을 운영하시는 분들, 스태프 대부분이 모두 관중석 안쪽 최후 저지선 안까지 피난했습니다.]

[네, 구장 아나운스 담당과 저희를 비롯해 방송 중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스태프를 제외하고 전부 관중석 안으로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다들 무사히 피난을 마쳤구나.

피난 훈련이 철저하게 되었는지 밖에서 봐도 모든 곳의 셔터는 완벽하게 내려가 있었다.

‘중계를 담당하는 분들은 또 그 자리에 남았구나······.’

게임 속에서도 피난을 가지 않고 안내 방송을 하다 저지선이 뚫리기가 무섭게 사망했던 분들이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무리해서 나가시면 절대 안 됩니다. 위성 경보는 모두 받으셨을 겁니다. 에너미가 전부 토벌되지 않은 상태예요.]

[네. 행여 비행 아이템이 있어도 무리한 탈출은 절대 시도하시면 안 됩니다. 나가시더라도 R+++급 결계를 뚫고 나가셔야 하죠.]

[그렇죠. 또 원거리 공격 스킬을 가진 에너미, 비행종 에너미에게 발각될 경우 격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방금도 비행 타입의 에너미가 등장했었죠. 상대는 SR급 에너미임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비행, 이동 아이템을 사용한 탈출은 정말 최후, 최악의 경우에만 생각하셔야 합니다.]

〈경고, 에너미가 접근 중입니다.〉

“온다.”

시스템 음을 들은 내가 곧바로 주변에 알렸다.

“에너미 탐지는 내가 할게. 속성 공략이 가능하면 나나 도시후가 간다.”

“그래!”

“알았다.”

우리는 아이템을 꺼내 들고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곧 벌어진 이계의 틈 사이로 에너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쿠오오오······.

어둠을 감고 불안정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에너미가 보였다.

굳이 따지면 용의 모양과 비슷했다.

그렇다면 상대는 주변의 사념을 모아 실체를 형성하는 반영계 에너미일 것이다.

이 야구장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생각한 게 용족이라서 저런 모양이 되었을 거다.

〈‘리플렉테네브’의 에너미 정보를 열람합니다.〉

[에너미명] 리플렉테네브

[희귀도] SR-

[칭호] 반영계 사령종

[가호] 없음

[상태] 정상

[종합 능력치] Lv.35

[스킬]

반영 자기 형성 Lv.1

어둠 속의 손짓 Lv.4

[설명]

5월 5일, 잠실 야구장에 '이계 부르기'에 의해 생성된 이계에 이끌려 생성된 어둠 속성 에너미.

가호가 없고, 특수한 속성이라 그런지 리노세론 13호에 비해 종합 능력치는 낮다.

‘입학 시험 때처럼 종합 능력치 레벨 차이는 있어. 하지만 그때와 달리 높은 희귀도의 무기도 있고, 속성 공략도 가능해. 쓰러뜨릴 수 있다······!’

에너미 정보를 확인한 내가 외쳤다.

“상대는 SR-급 반영계 사령종 에너미, 리플렉테네브. 종합 능력치는 35 . 희귀도에 비해 능력치는 낮지만 물리 속성 공격은 거의 안 먹혀.”

“리플렉테네브는 어둠 속성이잖아. 빛 속성만큼은 아니지만, 전기 공격이 먹히겠네. 내가 갈게.”

도시후가 곧바로 공격 모션을 취했다.

도시후가 손에 장비한 건 SSR급 전기술 서포터로 착용자의 전기술 시전 속도와 위력, 범위를 향상시키는 아이템이었다.

특수 스킬 장비는 효과가 미미해서 착용하나 마나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SSR급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재벌가 자제다운 장비다.

파지지직―!

사령종 에너미의 이동 범위를 고려해 힘을 모을 수 있을 만큼 모은 후, 급소로 추정되는 배로 전기술이 작렬했다.

데미지가 유효하게 들어갔는지 에너미가 비명을 질렀다.

쿠오오오오―!

“어, 데미지가 들어가긴 하는데 좀 오래 걸릴 거 같다. 하하하.”

“나도 간다. 장남욱, 지금부터 모니터링은 네가 해.”

“그, 그래!”

우리 다섯 중 가장 굳어 있는 장남욱에게 모니터링을 맡기고 카드를 실체화했다.

통찰계 스킬은 주수혁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지금 장남욱에게 공격이나 수비를 맡기면 다칠 것 같으니 후방으로 돌리고 싶다.

‘입학시험 때는 직접 공격을 담당하지는 않았으니까. 이만큼 긴장되진 않았겠지. 사실 장남욱이 겁쟁이라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반응하는 것뿐인데.’

또 장남욱은 아무것도 못 했다며 마음을 쓸지도 모르겠다.

〈스킬 ‘만물 사용’이 발동했습니다.〉

속성에 맞춰 대응하기 위해 나는 아직 무기를 쥐지 않은 상태였다.

내가 선택한 건 SR급 아이템 ‘선지자가 남긴 빛을 담은 롯드’였다.

‘캐스팅 시간 3분 이내의 주문 중 가장 강력한 마법을 쓰자.’

마나의 흐름이 바뀌길 기다리며 롯드를 움직였다.

〈경고, 에너미 ‘리플렉테네브’가 스킬 ‘어둠 속의 손짓’을 사용하려 합니다.〉

시선을 돌려 보니 리플렉테네브가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도시후가 전기술을 쓸 준비를 하고 있지만 쉬지 않고 연사한 탓에 SR-급 에너미의 스킬을 저지할 만한 출력을 내려면 시간이 더 걸릴 거다.

“의신이 쪽으로 에너미의 스킬이 간다!”

장남욱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사령종 에너미, 리플렉테네브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하지만 캐스팅을 멈추지 않았다.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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