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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149화 (149/925)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149)

내 제자가 지나치게 착해서 괴롭다.

염방열과 청룡은 대체 염준열을 어떻게 키웠기에 애가 이렇게 된 건가!

염준열이 어떻게 이 험악하고 험난한 세계관 속에서 살아갈지 진심으로 걱정되기 시작했다.

‘……염준열을 강하게 키우려고 했는데, 이러다가는 나도 과보호하게 될지도 몰라.’

마음을 다스렸다.

그 팔불출 놈들처럼 염준열을 싸고돌다가 그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는 없었다.

“……스승님?”

염준열의 기운 없는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잡생각을 길게 하다가 내 제자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는 바로 내 생각을 말했다.

“이번 일은 내 잘못이야.”

“네? 무슨 말씀이세요. 스승님 잘못이라니요!”

“내가 너를 가르치는 걸 그만두는 게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제 걱정은 스승님 잘못이 아니라 다 부족한 제 탓인데…… 저한테 충분한 소양이나 인성이 결여된 바람에…….”

염준열이 고개를 푹 숙여서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을 뻔했다.

용족에게 걸리면 손이 잘릴지도 모르니 자제하기로 했다.

대신 어깨를 몇 번 두드려 고개를 들게 했다.

“앞으로는 네가 걱정하지 않게 스승 노릇을 더 잘할게.”

“스승님은 이미 충분히…….”

“너를 걱정하게 했잖아. 빨리 너한테 연락처를 줬으면 좋았을 텐데. 앞으로는 그런 고민이 있으면 나한테 먼저 연락해.”

“…….”

염준열은 뭔가 더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월세음 얘기를 전해 줘서 고마워. 그 아이한테 인사를 받을지 말지는 좀 더 생각해 볼게.”

가능하면 내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여름방학 사건 때, 아무 희생자도 내지 않으려면 사월세음의 힘을 빌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때 그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내 정체를 밝혀야 할 거다.

그 탓에 아직 고민이 많았다.

“그리고 그 아이는 나한테 가르침을 청하지는 않을 거야. 걱정 안 해도 돼.”

“……그럼 제자는 저뿐인 거죠?”

염준열이 확인하듯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제 몫을 할 때까지 다른 제자는 절대 안 받을게.”

나는 하나밖에 없는 제자의 불안한 마음도 제대로 달래지 못하는 못난 스승이다.

억지로 제자를 받아 봤자 염준열이나 그 새 제자에게도 실례일 거다.

“감사합니다! 스승님의 기대에 보답하는 제자가 될게요!”

염준열이 드디어 그늘 없이 밝게 웃었다.

저 얼굴을 보니 안심이 됐다.

*    *    *

염준열과 헤어져 스터디에 참가해 일정을 마친 후.

“밖이 너무 어두워서 오래 공부했다는 실감이 나네요.”

“아…… 토 나와…….”

달과 위성이 떠 있는 밤하늘 아래.

기숙사 소속 1학년 0반 아이들과 함께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지금 나와 함께 걷고 있는 건 맹효돈, 사월세음, 한이 이 세 명뿐.

권레나는 김유리의 집에 남아 보충 학습 중이었다.

‘토요일에 권제인의 레슨을 받으려면 미리 공부해야 한다 했지. 그 덕에 김유리도 혼자 집에 남아서 외롭게 보내지 않고. 다행이야.’

최근 권레나는 거의 김유리 집에 상주하고 있고, 한이도 가끔 자고 오는 것 같았다.

김유리는 이를 몹시 반기고 있었고, 다른 아이들도 자고 갔으면 하는 눈치였다.

다른 아이들은 사양하고 있었지만, 맹효돈의 표현대로 토 나오는 양의 시험 범위를 보면 조만간 단체로 공부 합숙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수학을 선택한 짱돌 맹효돈 선생은 무조건 참가해야 할 거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는 ‘야자’를 하죠? 그거 해 보고 싶었어요. 스터디 모임은 야자를 하는 기분이라 좋아요!”

“야간 자율 학습을 말하는 거야?”

“네!”

자율을 가장한 야간 ‘타율’ 학습인 그것을 말하는 건가.

사월세음은 들뜬 얼굴로 한이와 대화를 나눴다.

“하루 내내 친구들이랑 놀고 공부하다가 집에 가는 거잖아요. 야식도 먹고 잠 깨려고 운동장 돌면서 밤하늘 아래에서 산책도 하고…….”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그쵸? 로망이 있어요.”

야자 얘기에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가족도 체스도 모두 잃은 후 시작된 고등학교 시절.

좋은 순간도 있었을 텐데 잘 떠오르지 않았다.

야간 자율 학습은 힘들고 지치고 졸리고 배고팠던 기억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공부 안 하는 야자는 해도 좋은데.”

짱돌 맹효돈 선생께서 헛소리를 했다.

공부 안 하는 야자는 권제인 없는 영원의 호수 팀, 제인 없는 제인 팀 같은 건데.

“하하하, 공부를 안 하면 야자를 하는 의미가 없잖아요.”

“맞아.”

아이들과 별거 없는 잡담을 하다 보니 금방 기숙사에 도착했다.

김유리의 집은 황명호 대저택만 한 규모는 아닌데, 이상하게 그 대저택에 있다가 기숙사에 왔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도 넓어 보여.’

기분 전환을 위해 환기할 겸 창문을 크게 열었다.

반소매 밑으로 드러난 팔에 닿는 바람이 조금 싸늘하게 느껴졌다.

‘함근형 선생님이 감독하고, 우리 반 애들이랑 같이하는 야자는 재밌을 것 같은데.’

예전 세계와 지금 세계를 비교하며 실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 금세 잠들었다.

*    *    *

다음 날 아침, 등굣길.

예상치 못한 인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문새론] 수상한 부반장님! 맹효돈 씨와 인터뷰 좀 해 줘! 나 지금 님의 빵셔틀 인터뷰하느라 바쁨!

맹효돈? 방윤섭?

왜 아침부터 둘을 인터뷰하는 거지?

맥락 없는 소리에 무엇부터 물어봐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문새론으로부터 추가로 메시지가 날아왔다.

[문새론] 그레이트 탁과 맹효돈 씨가 내기를 하는데…… 자세한 건 직접 들어! 하여튼 잘 부탁해!

그레이트 탁?

설마 탁 도인을 말하는 건가.

혼돈과 파괴가 넘치는 인물 구성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안 갔다.

‘문새론은 바쁜 것 같으니 맹효돈에게 직접 물어봐야겠네.’

평소보다 많이 서둘러서 도착한 1학년 0반 교실.

아직 등교한 건 맹효돈뿐이었다.

무슨 일이 있긴 있었는지 영혼이 사라진 얼굴을 한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

“……그 도인이 은광 트레이닝 코스의 임시 코치가 됐다.”

은광 트레이닝 코스는 내가 방윤섭을 억지로 넣은 훈련 커리큘럼이잖아.

그런데 왜 그게 맹효돈과 관련이 있는 거지?

“어쩌다가?”

“그 도인이 계속 제자가 되라고 귀찮게 굴어서…….”

맹효돈은 지친 얼굴로 아침에 있었던 일을 설명해 줬다.

맹효돈이 아침 훈련 겸, 혼자 지익회관 근처 운동장 주변을 달리고 있을 때였다.

스토킹이라도 하고 있었는지 어디선가 탁 도인이 튀어나와 제자가 되어 달라고 매달렸다 한다.

“그거랑 은광 트레이닝 코스랑 무슨 상관이야?”

“그때 그 근처에서 그 코스 듣던 놈들이랑 거기 담당 교사랑 마주치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

맹효돈은 충동적으로 탁 도인에게 ‘도인의 제자가 되느니 차라리 은광 트레이닝 코스에 들어가겠다.’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탁 도인이 그럼 자신의 우수한 지도 능력을 입증해 보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탁 도인의 제안은 다음과 같았다.

—저기 있는 놈들 중에 아무나 지목해 봐라. 한 달 내로 지금의 너보다는 강하게 키워 보겠다! 네가 지면 내 제자가 되도록!

여태까지 제자를 받아 본 적이 없던 탁 도인이 무슨 배짱으로 그런 소리를 한 걸까.

좀 생각해 보니 대충은 짐작이 갔다.

‘맹효돈이 싸우는 걸 봤으니 약점을 몇 개 발견해 냈을 거야. 그걸 찔러 맹효돈에게 가르침을 주고 감화시키려고 하는 건가.’

하여튼 그 말을 들은 맹효돈은 은광 트레이닝 코스를 듣던 학생 중 가장 만만한 놈을 골랐다.

그게 바로 내 빵셔틀, 방윤섭이었다.

방윤섭은 식겁하여 거절하려 했지만 탁 도인은 그 자리에서 담당 교사와 이야기를 마쳐 방윤섭을 넘겨받았다고 한다.

“그 새끼가 도인한테 시달리는 꼴을 봐도 별로 죄책감이 안 들 것 같아서 골랐다. 도인한테 배우는 동안에는 담배도 안 피울 거 아냐.”

“잘했어.”

“그래, 그 새끼 이기고 나면 도인도 귀찮게 안 굴 거고.”

맹효돈은 주먹을 움켜쥐며 대련에서 방윤섭을 쥐어패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기 시작했다.

기말고사가 끝난 후, 빅 이벤트가 하나 더 터질 것 같다.

짱돌 맹효돈 선생 VS 수상한 부반장의 빵셔틀.

보러 올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1학년 체육관 중 가장 넓은 곳을 빌려 놔야겠네.’

맹효돈과 나눈 대화를 기사문으로 고친 후, 체육관 예약을 해 뒀다.

*    *    *

점심시간.

나는 홍규빈에게 메시지를 날렸다.

[나] 안녕하세요, 홍규빈 팀장님. 묻고 싶은 게 있어요.

[홍규빈] 아. 그래. 의신아. 안녕.

[홍규빈] ……말해 봐.

홍규빈은 조금 긴장한 것 같았다.

왜 저러지.

[나] 여름방학에 협회에서 고등학생 대상으로 인턴 모집 안 하나요?

답 메시지는 오랫동안 오지 않았다.

[홍규빈] 내가 유급 휴가를 거의 안 써서 쌓여 있는 휴가가 많아. 여름에는 제갈 선생님 모시고 어디 좋은 데도 가고 나도 좀 쉬고 그러려고 했었어. 제갈 선생님은 당연히 거절하시겠지만 한 백 번 정도 권하면 한 번은 오케이 하실지도 모르잖아?

[홍규빈] 의신아…… 네가 협회 인턴으로 올 만큼 큰일이 터지는 거야? 나 여름방학 내내 야근해야 해……? ㅠㅠ?

딱히 그런 건 아니다.

인턴을 알아보는 건 오늘도 죽은 듯이 찌그러져 있는 송대석을 위해서 그런 거니까.

[나] 아뇨, 그냥 질문드린 건데요.

[홍규빈] 그래, 다행이다^^! 지금 예약한 거 다 취소할 뻔했어!

홍규빈은 벌써 여름 휴가 계획을 세웠나?

앞으로의 전개를 고민하다가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

[나] 그래도 휴가 일정은 잡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여름방학에 터질 사건을 생각하면 플레이어 협회는 바빠질 것 같으니까.

휴가를 나가도 금방 복귀해야 할지도 모른다.

[홍규빈] ^^?;

[나] 취소 위약금 물게 되실지도 몰라요.

그 이후로 몇 분간 답변이 오지 않았다.

[홍규빈] 그래…… 그렇구나…… 그럴 거구나…….

오늘은 야근 미션이 없는데 홍규빈이 망가졌다.

[홍규빈] (첨부 자료)

[홍규빈] 오늘 오후에 올라갈 예정이었던 인턴 모집 공고야.

올해도 인턴 모집을 할 예정이었나 보다.

[나] 감사합니다.

[홍규빈] 그래, 무슨 일 있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또 연락해……. ㅎㅎㅎ.

홍규빈이 ‘ㅎㅎㅎ’로 웃고 있었지만, 어쩐지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연락을 마쳤을 때.

“여기 있었군.”

황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나무 그늘 밖에 서 있는 황지호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이런 인적이 드문 곳에 왜 이놈이 나타난 건가.

“추적했냐?”

“아니, 점심시간에 주로 여기서 쉬는 건 알고 있었다.”

이미 예전에 추적을 해 둔 상태였구나.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늘 찾아온 걸 보면 볼 일이 있는 것 같은데.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니 황지호가 내가 있는 그늘 안까지 걸어 들어와 본론을 말했다.

“권제인이 접촉해 왔다.”

혹시 명예 교사 문제로 황지호에게 연락한 건가.

“선배님이 명예 교사로 오신대?”

“……뭐, 그것도 있었어. 좀 초조해하면서 자기를 교사로 넣어 달라고 하더군.”

초조해?

내가 명예 교사 얘기를 꺼냈을 때는 그런 기색은 없어 보였는데.

“접족이 그녀를 찾아가 정보를 건넸다.”

나비령이 권제인을 찾아간 거구나.

그녀가 움직였다면 나름 큰 정보를 넘겼을 텐데.

황지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여름방학 때 ‘그자’가 은광고 1학년 학생들을 제물로 삼을 거라고 했다더군. 현재 은광고에 예정된 여름방학 행사 중, 1학년 학생이 단체로 움직이는 건 하나뿐이야.”

황지호가 홀로그램을 하나 띄웠다.

그 내용은 학생회가 승인한 행사 일정 공문이었다.

“청소년 수련회.”

1학년 청소년 수련회.

김유리의 광림이 폭주했던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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