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277화 (277/925)

49. 스포츠 교류전 (7)

은광 스타디움 안.

개막을 얼마 앞두지 않고 돔이 닫히자 관객들이 웅성거렸다.

볕이 따갑긴 하지만 일사병을 일으킬 수준도 아니었고 오늘 하루 강수 확률은 0에 가까워 돔을 닫을 필요가 없던 탓이다.

돔 지붕이 하늘을 가릴수록 경기장은 점점 어두워졌다.

관객석에 앉아 있는 1학년 0반 학생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어두워지죠?”

“뚜껑이 닫혀서 그런 거겠지.”

사월세음의 질문에 맹효돈이 아무 생각 없이 답했다.

맹효돈의 생각 없는 말에 송대석이 대꾸했다.

“바보냐? 돔 지붕은 소음하고 빗방울은 차단해도 빛은 투과시켜.”

“아마 암막 기능까지 가동한 것 같은데. ……대석아, 그런데 지금 뭐라고 했어? 대석이는 바보 멍청이 돌머리 해삼 말미잘 멍게면서 효돈이한테 바보라고 한 거야?”

민그린의 독설에 송대석은 바로 쩔쩔매면서 맹효돈에게 사과했다.

맹효돈은 본인이 돌머리라는 걸 제대로 자각하고 있었기에 좀 찔리긴 해도 그다지 기분이 상하지는 않아 보였다.

“아, 그랬냐. 그럼 개막식을 어떻게 봐. 나는 밤눈이 좋긴 한데 너희들은 저거 다 보여?”

“조명탑이랑 보조 라이트가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은광 스타디움에선 가끔 야간에 경기랑 콘서트를 해.”

“어, 어…….”

김유리가 맹효돈을 붙잡고 스타디움의 지도를 켜 간단한 시설 설명을 했다.

권레나와 목우람은 공연 쪽에 흥미가 있는지 김유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그 설명이 이어지는 사이 10분 정도 시간을 들여 서서히 움직이던 돔 지붕이 완전히 닫히고 주변이 어두워졌다.

쿠우웅!

조명이 켜지길 기다렸지만, 바로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관객석에 앉은 이들이 디바이스 라이트를 켜거나 이능을 사용해 주변을 밝혔다.

그런 관객석의 모습은 멀리서 보면 밤하늘에 크고 작은 별이 촘촘히 박힌 것처럼 보였다.

“와…… 예쁘다!”

“우리 쪽도 저편에서 보면 저렇게 보일까? 신기하다.”

아이들이 감탄하는 사이 빛을 차단한 돔 지붕 위로 거대한 숫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30에서 시작한 숫자가 1초마다 1씩 줄어들고 있었다.

“카운트다운이다!”

“개막식까지 남은 시간이에요. 어둡게 하는 것도 일종의 연출이었나 보네요!”

숫자가 0이 되자 종소리가 한 번 울리며 스타디움을 덮었다.

종소리가 울리자 마치 관객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조용해졌다.

파앗!

스타디움의 동서남북 각 방향에 설치된 전광판과 경기장 중앙에 뜬 홀로그램에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은광고 방송부와 공보정훈실에서 공동으로 제작한 영상이었다.

이계 충돌.

어둠의 시대.

플레이어의 이능 발현.

전선에서 싸우는 플레이어들.

그 100년가량의 역사가 당시에 남은 사진과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재현되었다.

은광고와 플레이어 군사관학교의 역사도 보여 줬다.

“어, 우리 학교는 처음에는 플레이어 특목고가 아니었군요!”

“은광고는 이계 충돌 전에 개교했어.”

은광고의 플레이어 특목고화.

플레이어 군사관학교 고등부 신설.

그리고 이 이계와 에너미를 제압하는 대영웅 무쇠팔 송만석을 중심으로 한 플레이어들.

이윽고 어둠의 시대가 종식되었음을 선언하는 정부와 협회.

점차 영상 내용이 현대에 가까워졌다.

웅장하고 극적인 분위기의 배경 음악은 어느 사이엔가 희망찬 곡조로 변하고 있었다.

‘이 부분, 권제인 선배님이 연주한 거야!’

‘스승님의 뮤즈가 연주한 곡이군요.’

권레나와 목우람이 감탄하는 사이 영상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초토화되었던 시가지가 복구되었고 영상 속 사람들의 얼굴에 활기가 넘쳤다.

이윽고 은광고와 사관학교의 현재 정경을 비추었다.

권제인의 바이올린 연주는 현역 학생들이 연주하는 관악 합주곡으로 바뀌었다.

“어, 이 곡은…….”

“우리 학교 교가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한이는 디바이스를 켜 방송부에서 해 주는 생중계에 붙은 자막과 부가 설명을 확인했다.

자막을 보니 은광고와 사관학교 교가를 은광고 작곡부가 편곡하고, 군악대가 연주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영상은 스태프가 준비한 영상에서 스타디움 생중계로 전환되어 있었다.

두 학교의 교가가 울리는 사이 비어 있는 귀빈석에 정장 차림의 은광고 교장과 예복 차림의 플레이어 군사관학교장이 나란히 입장했다.

은광고 교장은 스포츠 교류전 로고가 새겨진 머플러와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상태였다.

“저분이 교장 선생님이셨어요? 처음 봐요!”

“입학식 때도 안 나오셨지…… 얼굴 보여 주기 싫었나 보네.”

“난 지금 성별도 처음 알았다. 이름이 좀 중성적이라 헷갈렸는데.”

거대 스크린은 각 학교의 교장 외에도 여러 교사와 장성들의 입장 장면을 비췄다.

입장한 이들은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눴는데, 플레이어 군과 은광고 양쪽에 모두 인연이 있는 홍경복 화백과 임연화는 유독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귀빈석이 전부 차자 군악대를 선두로 각 학교의 응원단이 입장했다.

은광고 학생들이 배정받는 자리 쪽 입구로 은광고 응원단이 입장했고, 그 반대편에는 사관학교 응원단이 등장했다.

자교의 응원단이 등장하자 관객석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다인이다! 다인아, 파이팅!”

김유리가 안다인을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다.

초대 응원단은 응원단을 뽑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학생회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은광고의 초대 응원단장, 학생부회장 지명수를 중심으로 학생회에서 차출된 이들 중에는 안다인도 있었다.

안다인은 수많은 관객 속에서 김유리를 발견한 듯 밝게 웃고 작게 손을 흔들었다.

“응원단복은 구교복을 개조한 거죠? 구교복은 너무 하얘서 부담스러웠는데…… 멋지네요!”

“나도 입고 싶었는데……!”

김유리는 이능파가 아직 안정되지 않아 함근형과 호족의 수석 주술사의 반대로 응원단에 들어가지 못했다.

김유리가 아쉬워하는 사이, 응원단이 모두 주 경기장 안으로 입장했다.

“어, 이쪽으로 온다!”

“저기 단상 위로 오려나 봐!”

입구로 들어온 응원단원들이 이동용 아이템이나 각자의 이능을 활용해 정해진 위치로 뛰어올랐다.

안다인은 스킬 없이 각력을 이용해 벽을 차고 올라왔는데 뛰어오르는 모습이 마치 백조가 날갯짓하는 것 같아 사람들이 감탄을 터뜨렸다.

응원단이 모두 단상에 올라서자 선수들이 입장했다.

“어?”

“왜 그래, 효돈아?”

응원단의 유도에 따라 호응하며 선수들을 반기던 중, 맹효돈이 군사관학교 쪽을 보며 말했다.

“군사관학교에 아는 새끼가 하나 있는데 안 보여서.”

“선수단 중에 아는 애가 있어?”

“어, 농구 한다고 들었는데.”

맹효돈이 농구부 팻말을 들고 입장하는 선수단을 가리켰다.

한편, 선수단복을 입고 입장하던 은광고 측 농구부 대표 중에도 맹효돈과 같은 생각을 하는 이가 있었다.

‘도시후가 없어.’

유상훈은 건너편에서 입장하는 사관학교 측 농구부를 보며 이상하게 여겼다.

도시후와 유상훈의 제안으로 시작한 농구 시합을 계기로 스포츠 교류전이 시작된 점을 높이 사서 특별히 농구부는 마지막을 장식하며 입장하기로 했다.

뒤에 더 나올 선수단이 없는데 도시후가 보이지 않았다.

[축사와 개회사가 있겠습니다.]

도시후가 없었지만, 개회식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축사는 각 학교의 장들이, 개회사는 각 학교의 학생 대표들이 읊을 예정이었다.

축사가 끝나고 개회를 선언하기 위해 은광고의 학생회장 도원우와 군사관학교 고등부 생도회장이 주 경기장 중앙에 설치된 무대 위로 올라섰을 때였다.

파아앗!

두 학생 대표가 무대 위에 선 순간, 스타디움의 모든 전원이 나갔다.

조명도, 음악도, 영상도 전부 멎었다.

스타디움 안을 밝히는 것이라곤 관객석에서 디바이스나 이능파로 만든 불빛뿐이었다.

농구부 팻말을 들고 있던 주장이 디바이스를 만지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디바이스가 통신 장애를 일으켰는데?”

“위성 이계 정보도 먹통이야.”

타 종목의 주장들이 동요한 목소리를 냈다.

1, 2학년들은 매우 당황한 기색이었는데 유상훈은 그중 가장 침착했다.

유상훈은 이런 상황을 두 번이나 겪어 봤다.

한 번은 입학식 때, 다른 한 번은 수련회 때.

얼마 전에 꾼 악몽까지 포함하면 두 번이 더 추가될 것이다.

그 생각에 이르니 유상훈의 머릿속에 한 인물이 저절로 떠올랐다.

‘……요새 또 뭐 하는 거 같던데.’

그러고 보니 1학년 0반의 관객석 쪽에 조의신이 보이지 않았다.

*    *    *

머릿속에서 별빛이 점멸하는 듯한 감각과 함께 도시후가 눈을 떴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주 경기장 중심에 설치된 무대 밑, 그곳에 마련된 임시 스태프 룸.

정신이 든 도시후는 임시 스태프 룸에 홀로 서 있었다.

원래 임시 스태프 룸 안은 무대 안전 관리와 특수 효과 발동을 위해 대기 중이던 스태프들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스태프들은 도시후의 손에 쓰러져 기절한 상태였다.

스태프들도 은광고나 사관학교 고등부에 소속한 플레이어들이긴 했지만, 사관학교 수석 학생의 기습에는 당해 내질 못했다.

‘내가 왜? 왜 여기에 있지? 이 사람들을 내가 쓰러뜨린 건가?’

도시후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으려 했다.

마지막 기억이 몇 시간 전에 숙소를 나올 때 장남욱과 대화를 하던 것이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은광 스타디움 내부에 왔는지 기억이 뚝 잘려 나가 있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자 드문드문 다시 기억이 떠올랐다.

‘은광 스타디움에 가면, 선수 입장하기 전에 원우 형을 만나서 상희 누나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최근 TC 그룹 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았고 도시후는 우연히 이를 들었다.

디바이스로 전하기엔 어려운 말이라 도원우를 직접 만나기 위해 잠깐 선수단에서 빠져나왔던 기억이 있다.

‘맞아, 원우 형을 찾던 중이었지!’

도원우를 못 봤냐고 어느 스태프에게 묻고 난 이후로 기억이 완전히 끊겼다.

여전히 상황 파악이 안 됐지만 도시후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상위 존재가 간섭한 것인지, 진족의 장난인지, 누군가에게 사주를 받은 플레이어인지 분간이 안 갔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무언가에 의해 홀리거나 씐 게 분명했다.

‘도움을 청해야 해.’

그러나 밖으로 나가는 문은 견고한 결계로 봉인되어 있었고 디바이스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마침 무대 위를 모니터링하는 홀로그램 위에는 도원우와 사관학교 고등부 생도회장이 비춰지고 있었다.

‘개회사를 하려나 보네! 대체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던 거야……!’

그들은 사전 리허설에서 지목한 위치에 정확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해당하는 이 스태프 룸 안은 이능파를 지글지글 내뿜는 아이템들로 가득했다.

척 봐도 높은 희귀도의 아이템들이었다.

“폭탄이잖아……!”

아이템들의 정체를 파악한 도시후가 경악했다.

여기에 있는 것들은 이능파를 도화선으로 폭발하는 타입의 폭탄이었다.

물론 폭발하기 직전 이능파가 반응하기 때문에 도원우나 생도회장 정도 되는 플레이어라면 쉽게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도시후의 능력에 있었다.

‘설마, 내 광림을 이용해서 원우 형이랑 회장 형을 다치게 할 생각인가……!’

도시후의 광림은 잡힌 대상의 이능파 작용을 일정 시간 봉쇄한다.

데미지는 거의 주지 못하지만 포획형으로써는 최강에 가까웠고, 특히 체술보다 이능 스킬에 의존해 싸우는 타입의 플레이어를 붙잡는 데에 주효했다.

도시후는 즉각 무대를 부수고 탈출해 사람을 대피시키려 했다.

그러나.

파아아앗!

“크윽!”

도시후의 손이 멋대로 움직였다.

보이지 않는 수백 가닥의 실이 도시후를 조종하는 것 같았다.

눈에 이능파를 집중해 보니 줄기 같은 게 온몸을 얽어맨 것처럼 보였다.

[계속 정신을 내게 맡기고 있었으면 편했을 것을.]

그런 생각과 함께 다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도시후의 의지에 반해 그의 몸은 두 학생대표를 상대로 광림을 사용하고, 도화선에 이능파를 붙이려 하고 있었다.

도시후의 정신을 붙잡던 희미한 별빛도 사그라들고 있었다.

*    *    *

통신도, 위성 경보도 모두 끊긴 걸 확인했다.

암막 기능을 사용한 이상 외부에서 돔 안을 관찰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모든 ‘눈’을 차단한 걸 확인했다.

백호군을 바라보자 바로 입을 열었다.

“조의신, 도시후를 멈추게 해라.”

나는 그 능력을 발동해 백호군의 의지를 도시후에게 전하기로 했다.

전신에서 흘러나온 이능파가 온화한 빛을 머금은 입자들로 변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해당 캐릭터의 광림, ‘왕이 가라사대’를 사용합니다.〉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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