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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411화 (410/925)

62. 귀갓길 (11)

오랜만에 등교하는 은광고는 여전히 활기차고 떠들썩했다.

‘플마고 속의 11월과 전혀 달라.’

학생 중에서 사상자가 계속 나오던 탓일까, 플마고 속의 은광고는 묘하게 조용하고 음울한 느낌이 들었다.

그에 반해 지금의 은광고는 평범하게 평화로운 고등학교다웠다.

‘평화롭다고는 할 수 없나? 2학년 0반이 있으니까.’

오늘 또 2학년 0반이 사고를 쳤다.

사고를 쳤다기보다는 그냥 2학년 0반이 2학년 0반 했다는 느낌이었지만.

‘이번 건은 우리 반 아이를 위해서 그런 거니까 뭐라고 하긴 어렵네.’

대부분의 기자들과 악성 개인 팬은 학생회와 선도부에 의해 걸러졌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어느 악성 팬은 상대적으로 학생 자치회의 가드가 약해지는 수업 사이의 쉬는 시간을 노려 학교 잠입에 성공했다.

‘팬질을 위해 은광고 계약직에 지원하다니.’

이걸 제일 먼저 알아챈 건 2학년 0반 소속, 독고미로의 홈마 정해온이었다.

정해온을 필두로 한 2학년 0반의 대처는 전광석화 같았고, 악성 팬은 이계 시뮬레이터가 있는 체육관에 유도되어 지옥을 봤다.

뒤늦게 그걸 안 제갈재걸은 뒷수습하느라 애를 먹었다.

‘은광고에 잠입할 정도 되는 수준의 플레이어니까 이계 시뮬레이터로 지옥 훈련을 좀 했다고 해서 별문제는 안 되겠지.’

2학년 0반 선배놈들은 그 외에도 몇 명 더 처리했다는데, 자세한 정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어쨌든 현재 독고미로가 아무 일도 당하고 있지 않은 걸 보면 2학년 0반 선배놈들의 활약 덕을 보는 것 같다.

그렇게 점심시간을 맞이했다.

“의신 학생, 한이한테 들었어요.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점심을 먹은 후 혼자 외진 산책길에서 종합 게시판을 체크하고 있을 때.

공청훤이 불쑥 등장해 말을 걸었다.

‘대체 어떻게 알고 온 거지!’

공청훤은 우연이라고 하긴 했지만 저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공청훤은 땡땡이쳤던 학생을 잡아내는 데에 놀라운 재능을 가진 것 같았다.

지난주에 결석이 많았는데, 그 결과 공청훤의 수업을 모두 빠지게 되어 찔리는 게 많은 상황이었다.

“늘 같은 말을 하게 되네요. 건의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들을게요.”

“……죄송합니다.”

공청훤의 수업은 다른 교과목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편이긴 하지만, 늘 유익하다 여기고 있는데.

이런 생각과 달리 자주 수업을 빠지게 되니 변명할 길이 없었다.

공청훤은 웃으면서 말하긴 했지만 나는 웃기 어려웠다.

“다음 수업에선 뵈었으면 좋겠어요.”

“……네.”

“그럼 먼저 갈게요. 푹 쉬세요.”

공청훤이 한 손에 수업 자료를 들고 있는 걸 보니 다음 수업이 있나 보다.

공청훤은 다음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먼저 갔지만, 남겨진 내 마음은 무거웠다.

‘……다음 수업은 반드시 출석하자. 쪽지 시험도 만점을 노려야지. 종합 게시판 체크가 끝나면 예습이나 할까.’

나는 오늘 계획을 짜며 종합 게시판을 확인했다.

종합 게시판에는 독고미로 관련 이야기 일색이었다.

‘우리 반 이야기도 꽤 있네.’

독고미로의 등교로 1학년 0반은 은광고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은광고 종합 게시판에는 독고미로 관련 글과 학생회와 선도부가 악성 팬과 기자를 처치한 장면을 목격한 후기글 등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준우승이라곤 하나 플레이어 대상 최초 오디션 프로그램의 중심에 서 있던 독고미로의 첫 등교다 보니 주변에서 이 정도로 반응하는 건 당연할 거다.

독고미로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어쨌든 독고미로는 은광고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독고미로의 이름을 보자 경기를 일으키던 우리 반의 두 관종을 떠올렸다.

해외 생활이 긴 두 사람이 독고미로에 관해 어디까지 알고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어쨌든 관종들은 지금 나서 봤자 관심을 받지 못하리라는 걸 순식간에 본능적으로 눈치챘을 거다.

‘한동안 다들 독고미로 얘기를 할 것 같은데. 둘이 언제 등교할지 모르겠다.’

지금쯤이면 두 사람은 독고미로에 관해 조사하고, 은광고 종합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을 봤을 거다.

독고미로에 관해 몰랐어도 이제 알게 됐으니 이를 경계해 등교 시기를 늦출 게 분명했다.

‘지금 분위기를 고려해 봤을 때, 괴도 네온이 정체를 드러내도 묻히겠지. 괴도 네온도 그걸 알 거고.’

괴도 네온이 화려하게 예고한 범행의 성공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 그 범행은 실패로 끝났다.

그러니 현시점에서 괴도 네온은 그냥 빅 벤에 장난질을 한 괴인에 불과한 셈이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괴인보다는 만인 앞에서 제 실력을 입증하고 실적도 남긴 독고미로 쪽이 주목받을 게 분명했다.

‘지금은 두 사람이 등교할 마음을 먹었다는 점에 만족해야 할까. 이제 전원 출석까지 3명 남았다.’

1학년 0반의 총원은 열여섯 명.

괴도 네온과 구슬비의 빠른 퇴장 탓에 함근형 선생님이 기대한 숫자에 미치진 못했지만, 독고미로가 등교를 시작한 덕에 등교생 숫자는 늘어났다.

현재 등교자는 나, 황지호, 김유리, 한이, 권레나, 맹효돈, 사월세음, 민그린, 송대석, 목우람, 독고미로 이렇게 열 한 명.

그리고 오늘 있었다가 없어진 괴도 네온과 구슬비까지 포함하면 열셋이 될 거다.

‘11월이 되도록 교실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다니…… 정말 등교할 생각이 없나.’

함근형 선생님 말씀으론 등교 거부자들은 현재 시험은 전부 꼬박꼬박 치르고 있다고 한다.

추가 시험자 관련 공지를 봤을 땐 낙제하지 않을 만한 점수를 낸 것 같기도 하고.

‘애초에 성적을 낼 만한 인재가 아니었으면 그 특이한 성격 탓에 미리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지.’

함근형 선생님과 김유리는 혹시 두 관종이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한 모양이지만, 괴도 네온과 구슬비는 종례가 끝나는 순간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나도 우리 반 애들 얼굴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우리 반 아이 중에선 두 관종의 얼굴을 못 본 건 독고미로뿐이었는데, 뒤늦게 이야기를 들은 독고미로가 아쉬움을 표했다.

두 관종이 독고미로를 보면 경계할 게 뻔하고, 또 패왕이 기싸움에서 밀릴 리가 없으니 뭔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지금은 안 만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걔들 말하는 거 보니까 언젠가 등교할 것 같아. 오늘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같이 기다려 볼래?”

“……응!”

김유리의 제안에 독고미로가 흔쾌히 승낙했다.

독고미로는 두 관종의 얼굴을 보는 걸 기대해서 남는다기보다는, 반 아이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늘어난 게 기뻐 보였다.

독고미로가 내 생일 때도 와 주긴 했지만, 그날의 주인공은 나였고 반 아이들은 주로 내게 말을 걸었으니 독고미로가 아이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긴 어려웠을 거다.

“아, 그럼 제가 간식 사 올게요!”

“……나도 갈게.”

사월세음과 한이도 남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오늘 부 활동을 쉬거나 처음부터 무소속이었던 아이들은 종례를 마친 후에도 교실에 남아서 기다릴 예정인 것 같았다.

두 관종은 관심을 충분히 끌 수 있을 시점에 등교할 게 뻔하니 말릴까 고민했지만, 독고미로를 생각해 입을 다물었다.

학교 밖은 기자와 팬들이 있으니 같이 놀러 다니기 어렵지 않은가.

독고미로가 학교 안에서 반 아이들과 친목을 다질 만한 기회라 생각하고 내버려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혹시 걔들 오면 연락 줘. 나도 올게.”

“응! 부 활동 잘하고 와!”

반 아이들과 인사를 마치고 나와 황지호는 신문부 활동을 하기 위해 먼저 교실을 나왔다.

이동하던 중, 오늘 하루 고생이 많았을 내 제자 염준열로부터 메시지가 두 개 도착했다.

[염준열] 의신아, 생일 축하해.

하나는 선배로서 보내는 메시지였다.

축하가 늦어져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케이크를 들고 있는 홍룡 스탬프가 찍혀 있었다.

다른 하나는 제자로서 보내는 메시지였는데, 선배 염준열이 보낸 것과는 조금 달랐다.

[염준열] 스승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염준열] 축하가 늦어져서 죄송해요. 내년에는 잊지 않고 정시에 축하하겠습니다.

그 밑에는 케이크를 들고 있는 홍룡 스탬프가 있었는데, 그 옆에 몹시 미안해하는 얼굴을 한 홍룡 스탬프도 같이 첨부되어 있었다.

시간을 두고 메시지가 추가로 더 도착했다.

[염준열] 스승님께 어떤 생일 선물을 드려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아요…….

염준열의 고민을 덜어 주고 싶어 생일 선물은 받지 않아도 괜찮다고 답장했지만, 내 제자는 그 대답이 별로 마음에 드는 것 같지 않았다.

결국 염준열의 선물을 기대한다는 말로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괴도 네온은 우리가 그때 만난 그 ‘Phantom Thief’임이 확실함요!”

중앙 구역, 총동아리 회관의 신문부실.

문새론이 힘을 한껏 실어 말했다.

문새론의 뒤로 홀로그램이 몇 개 전개되고 있었다.

‘이건…… 그 관종이 친 사건, 사고잖아.’

만우절, 은광고의 시계탑 장난.

여름방학, 신문부의 취재 여행에서 만난 투우복 차림의 자칭 ‘Phantom Thief’.

며칠 전 핼러윈을 앞두었을 때, 빅 벤에 남겨진 괴도 네온의 예고장.

시간대별로 배치된 홀로그램은 전부 괴도 네온과 관련된 것이었다.

‘문새론이라면 눈치챌 법하지.’

문새론은 괴도 네온에 관한 가설을 여러 개 내세우면서 특집 기사를 작성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문새론의 예리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기사들을 보니 감탄이 터졌지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왜 특집 기사에 ‘그 단어’가 자꾸 들어가는 거지!’

나는 어떻게든 ‘그 단어’의 비율을 줄이기 위해 애써 봤지만, 쉽지 않았다.

문새론은 ‘비교 대상이 있으면 기사의 내용이 더욱 일목요연해짐요!’라고 하며 내 의견을 전부 각하했다.

어떻게든 좋은 방법을 떠올리려 노력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려웠다.

그 이유는 옆에 있는 노친네 때문이었다.

“흐음…….”

‘그 단어’가 나올 때마다 눈을 반짝이는 게 몹시 불길했다.

은호의 발언 때문에 노친네가 이미 내 약점에 관해 거의 파악했을 것 같지만, 최후의 발악 정도는 하고 싶었다.

신문부 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하굣길.

나는 황지호와 함께 호랑이 저택으로 향했다.

“그럼 가 볼까. 은호가 기다리고 있다.”

황지호는 저녁도 같이 먹자면서 메뉴를 내가 고르라고 제안했다.

“먹고 싶은 건 있나? 집에 가면 저녁으로 만들어 주마.”

“아무거나 먹을게.”

솔직히 ‘그 단어’에 시달린 탓에 식욕이 없었다.

성의 없게 답하긴 했지만 황지호가 만드는 건 뭐든 맛있으니 그냥 한 말은 아니었다.

황지호는 오늘 내내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무성의한 답변에도 처웃으며 답했다.

“그 ‘아무거나’를 준비하는 게 가장 까다롭거늘. 알았다. 은인이 낸 난제를 기꺼이 받아들이마. 하하하하!”

황지호가 실컷 처웃던 중,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을 했다.

일단 예의상 물어보기로 했다.

“왜 그래?”

황지호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성국언과 김신록이 접선 중이다. 초등학생 모습을 한 내 분신과 함께.”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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