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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510화 (508/925)

73. 보물찾기 (3)

까마귀 가면을 쓴 누군가가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진 건 한순간이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등장한 낯선 존재에 목우람은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가면을 썼더라도 눈대중에 자신이 있는 목우람은 체격으로 사람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까마귀 가면을 쓴 누군가는 목우람이 아는 누구와도 체격이 일치하지 않았다.

‘누구지? 저 사람들의 동료인가? 아니면 내가 잘못 본 건가?’

목우람은 헛것을 본 게 아니었다.

까마귀의 가면이 등장한 걸 감지한 건 목우람뿐만이 아니었으니까.

현재 목우람과 대치 중인 자들도 한순간 나타났다가 사라진 까마귀 가면의 존재를 알아챈 것 같았다.

그자들의 신경이 일순 까마귀 가면 쪽으로 쏠렸다.

“까마귀 마왕이 개입했을지도 모른다.”

“행동방침을 재결정해야 한다.”

그들은 동요하긴 했으나 미리 대비하고 있던 것처럼 행동했다.

마치 까마귀의 존재를 사전에 상정한 듯했다.

그러나 여전히 상황은 목우람에게 좋지 않았다.

까마귀 가면은 사라졌고, 저들은 다시 태세를 정비했으니까.

‘이 틈을 타 밖으로 나가는 건…… 안될 것 같아. 이 테마파크는 플레이어 손님도 대응하고 있어. 건물 강도가 보통이 아닐 거야.’

목우람의 손에는 현재 학교에서 지급한 전투용 도끼가 들려 있었다.

목우람이 해외에서 호구를 잡혔던 시절에는 돌과 나무, 이계에서 수집한 소재로 보강한 허접한 돌도끼를 사용해 싸웠다.

그러다 보니 목우람은 강제로 처절한 실전 전투를 경험했고, 소재의 강도나 자신의 역량 등등을 견주어 빠르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었다.

비록 희귀도가 그리 높지 않다고 하나 제대로 된 아이템이 있는 지금, 강화된 벽 정도는 부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이 무언가에 정신이 팔린 지금, 벽을 부수면 밖으로 탈출하는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목우람은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내가 나가면 밖에 있는 사람들이 말려들게 돼……!’

벽을 부수면 밖에 있는 소음과 이능파 발산을 감지할 것 같았다.

실내 테마파크에 있는 이들은 몰라도 같이 인공섬에 온 둘은 확실하게 말려들 게 분명했다.

반 소풍 중에 목우람을 죽이려고 했으니 이들은 학생 두 명을 더 죽이는 것 정도는 각오했을지도 모른다.

목우람이 벽을 부수고 나간다는 선택지를 버렸을 때였다.

휘이이…….

까마귀 가면이 등장했을 때 들렸던 바람 소리가 작게 들렸다.

그러나 이번 바람 소리는 목우람 귀에만 들리는 건지, 습격자들은 이에 반응하지 않았다.

바람 소리에 가까운 음성이 머릿속에 울렸다.

[계단 위로 올라가.]

목우람은 머릿속에 들린 목소리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 공간에 있는 건 자신과 습격자들뿐이었다.

말투가 지나치게 달라 알아듣지 못했지만, 어쩐지 저 목소리의 주인은 목우람이 아는 인물인 것 같았다.

하지만 목우람이 떠올린 그 인물은 여기에 없는 게 분명한 아이였다.

‘이 목소리는…… 세음이?’

아니, 방금 들린 목소리를 다시 잘 되새겼다.

목우람은 사월세음의 목소리에 다른 누군가의 소리가 섞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부반장? 이건 혹시 전령 스킬인가?’

공간을 뛰어넘어 목소리를 전달하는 전령 스킬.

전령 스킬 자체도 드물지만, 이를 타고 나더라도 스킬을 갈고닦는 이는 거의 없었다.

디바이스를 통한 통신 수단 발달과 이능 아이템 카드의 존재로 전령 스킬의 필요성은 바닥을 기었으니까.

소리에 관심이 많은 목우람은 목소리를 널리 전하는 스킬에 관해 관심이 생겨 조사한 바 있었으나, 실제로 이 스킬의 대상이 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목우람이 생각할 시간은 길지 않았다.

사월세음인지, 조의신인지 분간할 수 없는 목소리가 목우람을 독촉했다.

[시간이 없어, 빨리!]

그 재촉을 듣는 순간 목우람은 곧바로 몸을 날렸다.

누군가가 목우람을 위해 전령 스킬을 쓰고 있는 건 확실했다.

저 목소리의 주인공이 조의신이든, 사월세음이든 둘 다 목우람이 신뢰하는 상대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사월세음은 목우람이 기숙사에 들어온 후부터 가깝게 지내던 급우이고, 조의신은 이미 그를 한 번 구한 적이 있으니까.

“놓치지 않는다!”

타앙!

선글라스를 낀 남자의 손에 어느 사이엔가 개조된 머스킷이 들려 있었다.

연사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한 방 한 방이 강력하고 가까이 접근하면 날카로운 이계 금속으로 뒤덮인 총신에 가격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방금까지 목우람이 발을 디디고 있던 계단이 무너져 내린 걸 보고 목우람은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총을 쏘다니…… 방음 대책까지 세운 건가!’

목우람은 다리뼈가 산산조각 나는 꼴은 면했으나 그의 위기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남자들은 목우람보다 발이 느린지 거리가 좁혀지진 않았지만, 그들의 공세는 계속되었다.

머스킷의 총구가 다시 목우람을 향하고 있었고,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이능파를 머금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계속 올라가!]

탕! 탕탕! 콰콰쾅!

목우람이 다음 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향해 다시 달려갈 때, 바닥과 벽이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몸을 날린 목우람 위로 부서진 벽의 파편과 먼지가 쏟아졌다.

달리기 직전 뒤에 시선을 줘 총구의 위치를 확인하고, 반대편으로 몸을 날려 총탄에 직격당하는 건 면했다.

그러나 총탄 못지않은 위험이 눈앞에 나타났다.

‘뭔가가 있다!’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 앞.

마치 도주를 방지하기 위해서 대기시켜 둔 것 같은 이능파 함정이 존재했다.

노골적인 이능파 반응에 목우람이 이를 직접 밟지는 않았으나, 곧 그의 존재를 인식한 것처럼 함정이 반응했다.

키이이…… 키에에에……!

눈앞에서 어디가 얼굴이고, 몸통인지 구분할 수 없는 점액 덩어리가 땅에서 피어올라 형체를 갖췄다.

인간의 것이 아닌 형태와 이능파.

섬뜩한 감각과 적의.

목우람은 저 개체들이 에너미임을 인식했다.

일반적인 에너미와 다른 점도 있었다.

저 에너미들은 하나같이 선글라스를 쓴 남자와 같은 이능파를 띄고 있었다.

목우람은 지금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했다.

‘에너미 테이밍은 한국에서는 금지되어 있을 텐데……!’

플레이어 법은 국가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국가별로 플레이어 규제 기준이 천차만별인데, 법에 따라 금지된 스킬도 있었다.

그중 하나는 에너미 테이밍.

일부 국가에선 허용되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위성에 교란을 일으키고 위험이 크다며 한국 영토 내에서 에너미 테이밍 스킬을 사용하는 건 금지하고 있다.

‘위성이 반응하지 않는 걸 보니 위성 대책도 세운 건가?’

목우람의 디바이스에서는 에너미 접근 경고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아마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에너미를 자신의 이능파로 전부 덮어 버려 적성 반응을 완전히 숨긴 듯했다.

그게 가능하다는 건 상당한 수준의 플레이어임이 틀림없었다.

앞에는 테이밍된 높은 희귀도의 에너미.

뒤에는 머스킷을 든 플레이어.

진퇴양난이었지만, 목우람이 할 수 있는 건 한 가지밖에 없었다.

‘계속 올라가라고 했어!’

목우람은 그 목소리를 떠올리며 전투용 도끼를 다잡았다.

위로 올라가려면 에너미를 뚫고 지나가야 했다.

지금 전투에 돌입하면 틈이 생길 것이다.

겨우 거리를 벌린 남자들에게 등을 내주는 꼴이 되겠지만, 목우람은 그 목소리를 믿기로 했다.

‘에너미의 토벌이 아닌, 돌파를 목표로 앞으로 나간다.’

목우람이 전투용 도끼를 쥐고 에너미의 틈을 파고든 순간.

부글부글거리던 에너미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카아앙!

도끼날과 에너미의 몸체가 격돌했다.

방금 전까지 점액질 형태였던 에너미는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처럼 변해 있었다.

곧 칼날은 유연하게 분열해 목우람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쐐액!

에너미의 변이한 몸체가 칼날이 되어 허공을 가르며 목우람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목우람은 즉각 몸을 틀어 바닥과 벽을 연달아 박차며 빠르게 칼날을 피하고 막았다.

제 몸 크기에 가까운 전투용 도끼를 들고 움직인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빠른 움직임이었다.

카앙! 챙!

에너미와 도끼날, 면과 부딪치며 솟아오른 불꽃과 쇳소리가 쉬지 않고 터져 나왔다.

에너미는 수는 많았으나 목우람의 움직임에 따라가질 못했다.

목우람이 에너미를 노리고 이능파를 모아 가격했다면 모를까, 오로지 피하고 막는 데만 집중하는 목우람을 잡지는 못했다.

틈을 노려 벽을 박차고 천장을 타고 움직이던 목우람은 어느덧 옥상 문 앞에 도달해 있었다.

‘다 왔어……!’

콰콰쾅!

목우람은 에너미의 공격을 유도해 문을 파괴했다.

박살 난 옥상 문틈으로 차가운 바람이 살을 에어 낼 듯 쏟아졌다.

실외로 빠져나왔지만, 테마파크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성이 높게 지어진 턱에 외부에서 이곳 상황을 파악하긴 어려울 듯했다.

‘……아무도 없어?’

어쩌면 이 위에 자신에게 전령 스킬을 사용한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의 옥상은 텅텅 비어 있었다.

전망대용 망원경과 간식거리를 파는 무인 자판기, 5세 이하 어린이가 탈 법한 작은 놀이기구가 마련되어 있을 뿐이었다.

“잡았다.”

아래층에서 들었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에너미와 그를 쫓는 추격자의 수는 처음보다 더 늘어 있었다.

만약을 대비해 예비 인원을 대기시켜 놓은 듯했다.

그들의 추격을 생각보다 쉽게 뿌리치고 옥상에 도달했던 이유는 증원을 부르느라 그런 건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더 확실하게 목우람을 말살한 뒤에 흔적을 지우고, 예상치 못한 까마귀 가면의 존재도 잡아내기 위해 틈을 줬는지도 모른다.

“까마귀 가면은 찾았나?”

“아직. 우선 최우선 사안부터 해결하지.”

철컥.

목우람은 더 이상 도망갈 길이 없다고 깨달았다.

전력을 다해 옥상 밑으로 뛰어내린다면 그나마 살 확률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목우람이 살 확률이지, 다른 아이들의 안위는 고려되지 않은 선택이다.

‘……나를 걱정할 텐데. 아니, 괜찮을지도 몰라.’

목우람은 반 아이들을 떠올렸다.

이 남자들이 일을 조용히 해결하려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목우람이 지금 여기에서 당한다면 사망이 아닌 실종 처리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다른 미련이 목우람을 포기하지 못하게 했다.

‘안 돼, 아직 만들지 못했어!’

목우람의 뮤즈 권레나를 만나기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달랐다.

목우람은 포기할 수 없었다.

목우람은 최후의 저항을 하기 위해 전투용 도끼를 집고, 머스킷을 든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총탄에 비견할 만큼 무시무시한 속도와 기세였다.

그러나 목우람이 아무리 빠르다한들, 베테랑 플레이어가 다루는 진짜 총탄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타앙!

무정하게 머스킷의 방아쇠가 당겨졌을 때.

목우람의 주변에 바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솨아아……!

냉기 어린 찬바람 사이, 옅은 녹빛이 섞인 바람이 목우람을 지키듯이 감돌았다.

다정한 색의 빛을 머금은 바람의 벽은 총탄을 튕겨 낼 만큼 견고하게 목우람을 지켰다.

목우람은 바람술이 머금은 빛을 보며 반 아이를 떠올렸다.

사월세음의 바람술.

지금 저 바람이 띤 이능파의 빛깔도, 저 다정함도 모두 사월세음을 연상하게 했다.

‘세음이……? 아니, 세음이의 바람에 비해 훨씬 강하다!’

제3 자의 개입을 직감한 습격자들이 외쳤다.

“누구냐!”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아무것도 없었던 곳에 그림자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기척도 없이 나타난 누군가의 등장에 모두가 놀라워했다.

그 누군가는 까마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때에 이어 또 까마귀가 개입한 건가…… 왜 이자를 도망가게 하려는 거지?”

경계하던 습격자들은 긴장하며 말했다.

목우람은 여전히 뭐가 뭔지 알 수 없었지만, 저자들은 까마귀에 관해 알고 있는 듯했다.

“목우람을 도망가게 하려고 여기로 유도한 게 아니야.”

까마귀 가면을 쓴 자는 변조된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음성 변조기를 착용하고 있는 듯했다.

까마귀 가면은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움직임에 습격자들이 경계했으나, 그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고, 이능파도 감겨 있지 않았다.

“당신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여기로 부른 거다.”

파아아!

까마귀 가면을 쓴 자가 손가락을 부딪치자 황금빛의 결계가 성을 뒤덮었다.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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