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515화 (513/925)

73. 보물찾기 (8)

범퍼카 안을 수색하던 중, 황지호가 또 보물 쪽지를 찾았다.

브레이크 옆에 붙은 시안색 쪽지를 떼 낸 황지호가 감흥 없이 말했다.

“찾았다.”

기껏 보물 쪽지를 찾았으나 황지호를 포함해 6조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

황지호는 용제건이 준비한 꽝 함정에 빠진 상태였다.

황지호가 찾는 쪽지마다 약 올리는 내용의 문구만이 쓰여 있었다.

이번에도 꽝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쪽지를 연 황지호가 시큰둥한 표정 대신 꺼림칙한 것을 보는 눈으로 쪽지를 응시했다.

“1등을 했는데, 전혀 기쁘지 않군.”

황지호가 쪽지를 나와 목우람에게 보여 줬다.

안에는 예의 용제건이 남긴 문구가 길게 쓰여 있었다.

[꽝이라고 생각하고 쪽지를 열었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네. 일단은 1등이야, 축하해!^^]

“축하드립니다! 처음으로 찾은 당첨 쪽지가 1등이라니, 운이 좋군요.”

운이 좋다기보다는 완전히 용제건 손바닥에 놀아난 기분이 드는데.

대체 1등 상품으로 무엇을 준비했기에 황지호에게 떠넘기려고 하는 건가.

용제건의 꿍꿍이가 몹시 신경 쓰였으나 목우람이 진심으로 축하하는 것 같으니 일단 나도 같이 축하하기로 했다.

“축하해.”

쪽지를 버릴까 말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던 황지호가 고개를 들었다.

“흠, 그래. 축하 인사를 받는 건 나쁘지 않군.”

황지호는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시 수색에 나섰다.

정체 모를 1등 상품보다 축하 인사가 더 좋은가 보다.

그렇게 보물찾기가 시작된 지 2시간 후.

테마파크 전체에 미아 발생 시 울리는 알람이 울려 퍼졌다.

딩동, 딩동.

[보물찾기 끝! 처음 고지했던 집합 장소로 모여 줘. 10분 내로 오지 않으면 직접 찾으러 갈 거야.]

모든 보물 쪽지에 ‘^^’가 쓰여 있어서 그런 걸까, 방송을 들었을 뿐인데 용제건이 웃고 있는 이모티콘이 보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아 취급 받는 기분이 들어서 묘했지만, 여기저기에 퍼진 아이들을 바로 모으기엔 매우 효과적인 멘트였다.

회전하는 그네 쪽을 한 번 더 살피고 싶어 하던 목우람은 방송을 듣는 즉시 방침을 변경했다.

“용제건 선생님이 부르고 계시는군요. 빨리 갑시다.”

목우람도 용제건의 마중은 좀 그런가 보다.

반 아이들과 합류하기 위해 테마파크 내부로 이어지는 다리로 향하던 중.

목우람이 호수 쪽을 바라보다가 멈춰 섰다.

주변은 겉보기에 처음 우리가 이곳에 왔을 때와 달라진 점이 없었다.

바닥을 덮은 블럭에는 흔적 하나 없었고 호숫길은 고요했다.

그러나 이능파의 흐름에서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이능파의 흔적을 다 지울 수는 없었구나.’

격전이 벌어진 건지 흔적이 남았다.

이곳에서 전투를 벌였던 이들은 아마 셋.

서족의 수장 서돌.

영원의 호수 서브 팀 마스터 재러드 리.

그리고 세 기사의 맹세 소속 그랜드 크로스.

이 셋이 진심으로 격돌했다면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긴 했다.

‘오히려 이 정도의 흔적만 남은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겠네.’

목우람은 자세한 정황은 몰랐을 텐데, 무언가 알아챘나 보다.

“……여기에서도 싸운 분이 계셨나 보군요. 그분은 무사하십니까?”

“습격자 쪽은 무사하지 않겠지.”

“그렇군요…….”

황지호의 살벌한 대답에 목우람은 안도 어린 표정을 지었다.

습격당한 이들은 괜찮다는 해석을 하고 안심했나 보다.

“꼭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재러드 리도 표적이 된 거라 100% 목우람만을 위해 싸운 건 아니다.

그래도 재러드 리가 이곳에 와서 위험에 노출된 건 목우람을 보호하느라 그런 거니 인사는 하는 게 좋을까.

어차피 서돌에게 재러드 리를 붙잡아 달라고 부탁했으니 소풍이 끝나면 만나겠지만.

“소풍 끝나고 인사할 기회가 있을 거야.”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꼭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한 후에야 목우람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리를 넘어서니 칼바람이 닿지 않아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테마파크 안, 점심을 먹었던 벤치 주변.

우리를 제외한 반 아이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아이들이 용제건의 방송을 잘 들은 것 같다.

“의신이 왔다.”

“보물은 많이 찾았어? 많이 추웠을 텐데…….”

우리를 발견한 아이들이 인사했다.

인사를 하던 와중에 함근형 선생님이 눈을 무섭게 뜨고 이쪽을 살피는 게 보였다.

함근형 선생님께는 이번 건의 일부만을 전달한 상태였다.

‘함근형 선생님 성격을 고려하면, 담임을 맡고 있는 반 아이가 암살 위기에 처하면 반드시 나서겠지.’

세 기사의 맹세고 뭐고 신경 쓰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전모를 밝히지 않고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을 전달했다.

어차피 안에서 보물찾기를 할 아이들을 지켜 줄 누군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용제건에게는 서돌의 서포트를 맡겼고 호족들을 바로 앞에 내세우면 적이 경계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므로 함근형 선생님께는 반 아이들의 호위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바로 납득하고 넘어가 주실 줄은 몰랐는데.’

소풍 전, 나는 함근형 선생님께 테마파크 밖에서 처리할 일이 있으니 안에 남을 아이들을 지켜 달라고 부탁했다.

함근형 선생님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게 승낙했지만 계속 밖에 나간 6조를 걱정하고 있었나 보다.

다친 곳이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함근형 선생님이 우리에게서 눈을 뗐다.

“……안 춥냐?”

맹효돈이 다가와서 물었다.

김유리와 한 조였던 맹효돈은 그닥 보물 쪽지를 찾지 못했는지 손에 보물 쪽지가 두 개밖에 없었다.

내 걱정을 할 때가 아닐 텐데.

“괜찮아.”

“그러냐?”

맹효돈은 수상한 것을 보는 눈초리였다.

뭐라 더 말을 하기 전, 용제건이 끼어들었다.

용제건은 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 보였는데, 지금은 더 좋아 보였다.

보물찾기가 재밌었나 보다.

“늘 찾는 역할이었는데, 숨기는 것도 나쁘지 않네.”

“친구랑 하는 보물찾기 말씀하시는 건가요?”

“응, 내 친구가 매번 깜짝 보물찾기 이벤트를 준비해 주거든.”

1학년 0반 아이들의 반 이상이 저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특히 황지호는 ‘김신록이 너를 위해 그런 이벤트를 준비한다고?’라고 묻고 싶은 게 얼굴에 쓰여 있을 정도였다.

보물의 정체를 아는 나는 일단 저 말이 사실인 걸 알았다.

“보물을 찾느라 고생 많았어. 다들 내가 숨긴 쪽지를 거의 다 찾아서 기뻐.”

“전부는 아니군요. 아쉬워요!”

보물 쪽지를 잔뜩 쥐고 있는 사월세음이 말했다.

가장 많은 쪽지를 확보한 건 예상대로 5조 독고미로와 사월세음이었다.

패왕 독고미로는 얼마나 열심히 뛰어다닌 건지 사월세음보다 더 많은 쪽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한편, 제일 적은 쪽지를 찾은 건 2조 민그린, 옹길동이었다.

민그린은 아쉬워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안…… 계속 대석이가 방해하는 바람에…….”

“괜찮다. 보물을 찾는 데에는 늘 시련이 따르는 법. 이번에는 내가 그 시련을 넘어서지 못한 것뿐이다.”

“길동…… 루이스는 말을 거창하게 해도 대석이보다 훨씬 어른스럽다.”

“고맙다. 천재 예술가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영광이군.”

민그린, 옹길동 조보다 더 많은 쪽지를 쥐고 있는 3조 구슬비, 송대석은 분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구슬비와 송대석은 계속 민그린과 옹길동을 방해하고, 먼저 쪽지를 스틸하는 등 비매너적인 플레이를 펼친 모양이었다.

결과적으로 구슬비, 송대석은 화백과 괴도 콤비에 비해 많은 쪽지를 손에 얻은 것 같다.

분위기만 보면 완벽하게 패배했지만.

“젠장…….”

“…….”

“아, 이거 먹을래? 크림치즈 츄러스 맛있더라!”

“잘라 줄게.”

송눈새와 위대한 드루이디스가 땅을 파고 있자 권레나와 한이가 힘내라며 간식을 나눠 줬다.

둘은 쪽지를 그럭저럭 찾았는데, 간식도 먹고 테마파크 구경도 하고 쪽지도 제법 찾았다.

어쩌면 두 사람이 이번 보물찾기의 진정한 승리자일지도 모른다.

“자, 그럼 보물 교환식을 해 볼까?”

“네!”

용제건은 테마파크 한구석에서 사람 하나는 들어갈 법한 시안색 공간을 불러냈다.

저 안에 상품을 두고 바로 교환해 줄 생각이었나 보다.

반 아이들은 쪽지를 확인해 보며 선물을 찾아갈 준비를 했다.

그때, 계속 축 처져 있던 구슬비와 송대석이 손을 들었다.

“……질문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저도요.”

“응, 말해 봐.”

용제건은 두 사람이 무슨 질문을 할지 아는 것 같은 얼굴을 했다.

“이게 뭡니까?”

송대석은 몇 번이나 접혀 있던 이계 종이를 펼쳤다.

시안색 종이 안에는 용제건의 글씨체로 묘한 말이 적혀 있었다.

[아쉽다. 1등이었던 것!^^]

1등 ‘이었던 것’이라니.

저건 대체 뭔 소리일까?

아쉽다고 약 올리는 말투도 그렇고 그냥 꽝일 가능성이 컸지만, 뭔지 신경 쓰였나 보다.

“1등이 될 뻔했던 쪽지.”

의문이 깊어졌다.

용제건이 분한 얼굴을 한 구슬비와 송대석에게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1등 쪽지는 여러 곳에 숨겨 뒀거든. 1등 쪽지를 먼저 찾아내 펼친 사람이 있으면, 다른 1등 쪽지는 이능파에 반응해서 ‘1등이었던’ 꽝 쪽지로 바뀌어.”

보물찾기에 왜 그렇게나 공을 들인 건가.

유희계 용이 준비한 레크리에이션이라서 그런 걸까.

어쨌든 구슬비와 송대석이 눈앞에서 1등을 놓쳤다는 건 확실했다.

용제건이 설명을 마치자 민그린이 송대석에게 한마디 했다.

“대석이가 눈앞에서 남의 쪽지를 빼앗아서 그래! 못된 사람은 1등 못 해. 저 쪽지는 길…… 루이스가 먼저 찾았는데.”

“찾은 게 아니라 먼저 잡은 사람이 임자지.”

“대석이는 그냥 바보도 아니고 못된 바보야!”

바보를 넘어서 못된 바보가 된 송대석이 충격에 빠졌다.

송대석이 민그린에게 말을 걸어 변명을 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한편, 옹길동은 구슬비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몇 번 추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을 썼는데도 금방 따라오더군. 좁은 통로는 네가 부른 날다람쥐를 활용했지? 추적 솜씨가 몹시 훌륭했다.”

“…….”

구슬비가 부른 것으로 추정되는 날다람쥐가 그녀를 위로하듯 어깨 위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구슬비는 저 둘을 쫓기 위해 드루이드의 힘을 쓴 건가.

반 아이들은 날다람쥐와 놀고 싶은 건지 틈만 나면 구슬비의 어깨 위를 바라봤지만, 구슬비가 우울해 보여 차마 놀아도 되냐고 묻질 못했다.

“다음에는 조를 바꿔서 다시 겨뤄 보고 싶군. 좋은 승부였다.”

옹길동은 부드러운 말투를 사용했으나 구슬비는 울상을 지었다.

신나게 꼬장을 부렸는데 상대가 어른스럽게 나오니 더 자괴감이 드나 보다.

“그럼 1등은 누구지?”

“안에는 없는 것 같은데.”

그러자 황지호가 손을 들었다.

“이 몸이다.”

“어, 진짜? 1등 상품은 뭐야?”

“축하해!”

황지호는 반 아이들에게 순순히 쪽지를 보여 주며 말했다.

“일단은 1등…….”

“용제건 선생님…….”

1등 보물 쪽지 문구를 보고 반 아이들이 말을 잃은 사이, 황지호가 용제건을 보며 물었다.

“다른 건 다 상품명이 적혀 있는데 1등은 없더군.”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얼른 1등 상품의 정체를 밝히라는 뜻 같았다.

용제건은 황지호의 뜻을 알면서도 모른 척 되물었다.

“1등 상품이 뭔지 궁금해?”

“네! 다른 상품도 다 좋은 것들뿐이라 1등은 어떤 걸지 궁금해요.”

사월세음이 대신 묻자 잠시 뜸을 들이던 용제건이 황홀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보자 사월세음은 질문한 것을, 황지호는 쪽지를 찾은 것을 후회하는 것 같았다.

“1등 상품은 바로…… 용궁 초대권이야.”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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