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708화 (708/925)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708)

90. 가면 (12)

양족의 수장이 한 헛소리에 잔잔한 분노가 퍼져 나갔다.

卯[ㅁㅎㄷㅌㄲ] “그게 뭐야! 알려 줘!”

巳[탈피 끝ㅋ] “아, 왜 저래.”

辰[조카가 인정한 만렙 청룡] “웬일로 입을 여나 싶더니, 끝까지 협조성이 없군.”

申[우주최강 제천대성] “오늘 저녁은 양고기다.”

황지호가 인상을 쓰며 양족의 수장 쪽 그림자를 노려봤다.

말이 없는 수장들도 열이 오르는 건 마찬가지인 듯했다.

수장들의 그림자가 여기저기에서 이글거리거나 일렁였다.

戌[내 개털은 개비싸다] “불가침 조약만 없었으면 너네 신역은 털렸다.”

未[악몽 사절] “그 말대로야. 우리가 서로에게 지켜야 할 것은 ‘불가침’의 약속뿐. 그 이상을 요구할 권리, 지킬 의무는 없다.”

양족의 수장은 열받지만 맞는 말을 했다.

12지 동맹 사이에 있는 건 불가침의 약속뿐.

불가침이란 서로 침범하지 않는 것이니, 그 외의 일로 협력할 의무와 도움을 구할 권리는 없었다.

‘12지의 결계를 작성할 때 서로 협력하긴 했지만, 수복이나 유지 자체는 각 수장이 알아서 하는 것 같았지. 정말 모래알 같은 동맹이구나.’

그렇기에 서로 협력을 구할 때에는 호족과 견족, 원족, 마족이 그랬던 것처럼 개별적으로 따로 동맹을 맺는다.

옛날부터 악연이 있는 호족과 토족은 동맹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서로 배신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未[악몽 사절] “앞장서서 악몽의 위치를 밝히고, 대응책을 강구할 만큼 의리를 세울 생각은 없어. 자칫하다간 악몽을 자극해서 내가 노려질 수도 있으니까.”

卯[ㅁㅎㄷㅌㄲ] “악몽, 보고 있어? 보고 있으면 쟤부터 노려 줘!”

巳[탈피 끝ㅋ] “ㅁㅎㄷㅌㄲ말에 찬성.”

午[평소보다 더 예민한 흑마] “ㅁㅎㄷㅌㄲ에게 찬성2.”

戌[내 개털은 개비싸다] “ㅁㅎㄷㅌㄲ한테 찬성3.”

卯[ㅁㅎㄷㅌㄲ] “아니, 그냥 찬성만 하면 안 돼? 왜 하는 말마다 ㅁㅎㄷㅌㄲ야!”

대화의 흐름은 엉망이었으나 모두가 악몽을 곱게 여기지 않는다는 건 절절히 느껴졌다.

未[악몽 사절] “내가 선을 지키는 한, 악몽은 더 쉬운 먹잇감을 노리지 않을까?”

辰[조카가 인정한 만렙 청룡] “네가 언급하지 않았다면 12지 동맹은 악몽에 관해서 전혀 알지 못했을 거다. 그래 놓고 선을 지켰다고?”

未[악몽 사절] “내가 아니더라도 꿈에 민감한 자라면 언젠가는 알아차렸을 테니, 이 정도의 경고는 선을 지킨 셈이지.”

양족의 수장은 얼빠진 소리를 하는 것에 반해 정론만을 읊었다.

未[악몽 사절] “악몽의 기운이 강해지고 있지만, 악몽에 삼켜진 자는 없어. 악몽의 동향을 확인하기 위해 그 땅에 가서 확인도 마쳤다.”

巳[탈피 끝ㅋ] “네가 직접 갔다고? 악몽이 있는 곳에?”

未[악몽 사절] “악몽은 모두가 잠드는 밤에 활동하니까 낮에 가면 비교적 안전해. 가기 싫었지만, 확인은 했어.”

亥[북유럽 최고 미남신의 황금 멧돼지] “음…… 그러면 다른 분의 신역에 들르신 건가요?”

未[악몽 사절] “응.”

양족의 수장이 하는 말을 통해 정보를 정리했다.

‘악몽은 우족과 돈족, 양족의 신역 쪽에는 없구나.’

현재 굴린부르스티는 돈족의 신역이 아니라 호족의 죽림 쪽에 있다.

그러니 현재 양족의 수장이 감지하는 범위에는 우족과 돈족의 신역은 없는 셈이다.

또한 양족의 수장은 낮에 악몽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움직였다.

낮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건 악몽은 사람들이 많이 잠드는 시각이 아니면 활동을 잘 안 한다는 걸까?

未[악몽 사절] “사실 그 신역에 간 건 악몽을 확인하는 목적보다는 내 취미 생활 때문이긴 해.”

취미가 뭐기에 그렇게나 경계하는 악몽이 있는 신역까지 방문했단 말인가.

양족의 수장은 대체 뭔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巳[탈피 끝ㅋ] “쟤가 우리 신역에 왔는지 안 왔는지 확인 안 되나?”

戌[내 개털은 개비싸다] “결계 시스템을 샅샅이 뜯어보면 확인이 되긴 할 텐데, 빡셀걸?”

寅[호랑이님] “결계 작성에 관여한 12지의 수장들을 결계로 포착하기는 어렵다. 만약 그게 된다면 배신자를 바로 색출했겠지.”

긴 꼬리를 잡아내는 데에 들인 수고를 생각해 보면 그렇다.

작년 입학시험에서 결계에 간섭하고, 김신록을 공격한 긴 꼬리의 정체는 바로 우마왕이었다.

결계로 출입 진족을 전부 파악할 수 있다면 곧장 우마왕을 특정해 빠르게 일을 마무리했을 것이다.

수장들은 양족의 수장과 악몽, 결계에 관해서 잠시 조금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양족의 수장이 입을 다물고 있어 제대로 된 결론은 나지 않았다.

午[평소보다 더 예민한 흑마] “아, 지력만 아니었으면 이사 갔을 텐데.”

酉[계룡산 밖으로 날아갈 닭] “지력 때문인지 몰라도 마족(魔族)들 또 몰려오는 중이잖아.;;”

子[올해의 최우수 디자이너 대통령상 받은 꾀돌이] “포모르 마족들을 말하는 거군요. 신세를 진 적이 있어서 꼭 다시 뵙고 싶었죠.”

亥[북유럽 최고 미남신의 황금 멧돼지] “포모르 마족이 한반도로 온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다른 12지 수장들도 포모르 마족이 한반도로 향한다는 소식을 알고 있나 보다.

흑마와 서돌의 경우 직접 영국에서 열린 경매에도 참석했으니 잘 아는 듯했다.

나는 흑마와 서돌 외에도 그 경매에서 마주친 이를 떠올렸다.

‘포모르 마족이 한반도에서 움직이면 류장과 만나 봐야 할 텐데.’

MITRON의 파티시에 류장은 침묵과 방관의 까마귀 마왕 시델렌티움을 섬긴다.

당시 류장은 그 경매에서 눈에 띄지 않게 개입했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다누 신족의 의뢰를 받아 신보인 대관석에 무언가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왕의 정통성을 입증한다는 신보, ‘리어 팔’은 성국언과도 연관이 있으니 류장과 접촉할 필요성이 있었다.

12지의 수장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다시 화제가 전환되었다.

酉[계룡산 밖으로 날아갈 닭] “아직 불확실한 정보인데, 확인차 물을게. 정체불명의 역병이 돈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거 꾀돌이 짓이야?”

子[올해의 최우수 디자이너 대통령상 받은 꾀돌이] “벌써 소문이 도나요? 아마 맞을걸요.”

역병이 돌고, 그게 서돌 짓이라는 소리에 수장들이 질색했다.

亥[북유럽 최고 미남신의 황금 멧돼지] “역병이요? 한반도에 역병이 도나요?”

午[평소보다 더 예민한 흑마] “악몽에 마족(魔族)에 역병에 아주 난리네.”

酉[계룡산 밖으로 날아갈 닭] “아악, 계룡산 밖으로 나가는 거 미뤄야겠네!”

未[악몽 사절] “불가침 조약만 지켜 준다면 상관없음.”

巳[탈피 끝ㅋ] “또 저 쥐는 인간 때문에 귀찮은 일에 개입했나 보네.”

방윤섭 때문에 아주 까다롭고 번거로운 상황에 개입한 사족의 수장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방윤섭보고 등신 같다고 하면서도 플마고에서도 이 세계에서도 도와줬으니 말이다.

서돌은 끝까지 불길한 존댓말을 사용해 대화를 이었다.

子[올해의 최우수 디자이너 대통령상 받은 꾀돌이] “불가침 조약은 지킬 예정이니 걱정 안 해도 돼요. 그 지혜롭지 않은 자들과 손을 잡는다면 모를까.”

卯[ㅁㅎㄷㅌㄲ] “헐, 그럼 모르고 돕다가 역병에 걸릴 수도 있는 거야?”

辰[조카가 인정한 만렙 청룡] “무지는 죄다. 12지의 수장이라면 누구의 손을 잡을지 말지는 알아서 결정해야 하지 않겠나.”

역병 소리에 진저리를 치던 수장들도 청룡의 말에 동의했다.

또, 지혜롭지 않은 자들을 대상으로 뿌린 역병이라는 말에 수장들은 ‘나는 지혜로우니까 괜찮다.’라고 여기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역병의 근원인 서돌을 괜찮게 여기지는 않았다.

戌[내 개털은 개비싸다] “저 쥐는 12지의 상징성만 아니면 알고 지내고 싶지 않다;”

申[우주최강 제천대성] “저강렵과 우마왕이 한때 서돌을 12지에서 배제하자고 했지. 개털이 그 의견에 반대했다.”

戌[내 개털은 개비싸다] “황호도 반대했거든? 그럼 황호도 개털이야?”

한때 12지 동맹에서 서족을 제외하려 했었다니.

비록 서돌이 저 모양이긴 하지만, 12지 순서상 가장 첫 번째로 꼽히는 진족이다.

12지를 순서대로 전부 못 외우는 사람도 쥐로 시작한다는 건 알고 있을 거다.

그러니 서돌을 12지 동맹에서 배제했다면 상징성이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즉, 흑막은 오래전부터 12지 동맹을 흔들려 했던 것이다.

‘12지 동맹이 결성되기 전부터 저강렵, 우마왕은 흑막과 뜻을 같이했던 거구나.’

12지 동맹에 흑막이 다시 손을 뻗을 가능성, 이미 흑막에 영향을 받은 누군가가 더 있을 가능성 등을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완전히 아군으로 판명 난 옥토연, 견족의 수장, 제천대성 등을 중심으로 수를 두는 게 안전할 거다.

제천대성과 견족의 수장이 아웅다웅하자 황지호가 나섰다.

寅[호랑이님] “원숭이와 개는 나가서 싸우도록. 12지의 상징성 유지를 위해 서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또, 현 수장인 서돌의 능력은 성가시고 불결하니 불가침 조약으로 묶어 두는 게 안전하다.”

子[올해의 최우수 디자이너 대통령상 받은 꾀돌이] “황호는 내 가치를 아는군요!”

巳[탈피 끝ㅋ] “딱히 칭찬한 건 아닌 듯.”

그 뒤로도 쓸데없는 잡담이 이어졌다.

그러자 황지호가 마법진으로 이어지는 마력을 차단한 후,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더 쓸 만한 정보가 나올 것 같진 않군. 회담을 마무리하겠다. 괜찮나?”

황지호는 내 목적이 정보 수집이었다는 걸 잊지 않은 듯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황지호가 회담을 마무리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寅[호랑이님] “잡담이 길어졌군. 12지 동맹은 불가침 조약을 어긴 두 수장을 배제한다. 불복하는 자가 있다면 지금 말하라.”

卯[ㅁㅎㄷㅌㄲ] “배신자는 뒈져야지!”

戌[내 개털은 개비싸다] “원숭이는 동의하냐?”

申[우주최강 제천대성] “배신자를 감쌀 생각은 없다.”

제천대성의 말을 끝으로 황지호가 10초 정도 기다렸으나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설령 동의하지 않는 수장이 있더라도 이 분위기에서는 입도 못 열 거고, 열더라도 맹공격을 받고 의심을 살 거다.

그렇게 두 수장의 배제가 결정되었다.

寅[호랑이님] “다음 회담은 우족과 돈족의 새 수장을 소개하는 자리가 되겠지. 이만 회담을 마치겠다.”

亥[북유럽 최고 미남신의 황금 멧돼지]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굴린부르스티 혼자 긴장이 풀린 목소리로 인사했다.

하지만 ‘회담을 마치겠다’라는 발언과 동시에 수장의 그림자가 사라진 마법진도 있었다.

저번 회담 때도 인사 없이 끝이 나더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寅[호랑이님] “작별 인사를 하는 건 신입 혼자인가. 이 몸도 할 말은 없다. 이상이다.”

이미 참석자가 반 이상이 사라진 마법진 위에서 황지호가 말을 마쳤다.

마법진이 빛을 잃어 가는 것과 동시에 황지호가 바로 엘리베이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는 마력과 이능파의 밀도가 짙어 오래 있으면 안 좋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 걸까?

“그럼 천익산으로 가지.”

단순히 지하 공기가 좋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니었나 보다.

12지 회담의 내용도 정리하지 않았는데 뜬금없이 천익산으로 향하다니.

“서두르지 않으면 산령이 잡힌다.”

“산령이 잡혀? 누구한테?”

내 질문에 황지호가 천익산 쪽을 피곤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3학년 0반과 임연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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