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723화 (723/925)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723)

92. 카운트다운 (4)

해가 바뀌자 기다렸다는 듯이 새해 인사를 하는 디바이스 메시지가 쏟아졌지만, 바로 확인하지 못했다.

졸려 하면서도 깨어 있으려 하는 후예들을 재우고 백호군의 배웅을 받으며 손님 방으로 가 올무와 함께 잘 준비를 한 후에야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작년에도 새해 인사를 나눴던 장남욱과 유상훈이었다.

[장남욱] 얘들아, 한해 마무리는 잘 했어? 나는 마무리를 위해 일기 겸 편지를 쓰며 보냈어. 올해 많은 일이 있어서 정리하는 데에 좀 오래 걸리는 바람에 그사이에 시후가 장난질을 쳐서 백업하지 못한 내용이 삭제될 뻔했어. 그래도 끝까지 쓰는 데에 성공했으니까 시간이 나면 읽어 줘.

[장남욱] (첨부 파일)

[장남욱] 은광고에 큰일이 벌어졌지만 의신이랑 상훈이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2학년이 됐으니 작년보다 바빠지겠지만, 그래도 자주 연락을 나누고 얼굴 봤으면 좋겠다. 올해도 잘 부탁해. 새해 복 많이 받아!

장남욱은 작년보다 한층 더 긴 메시지를 보냈는데, 첨부 파일 용량을 보니 수십 장은 족히 넘는 일기 겸 편지를 쓴 것 같다.

첨부 파일 다운로드 숫자를 보니 유상훈은 저 메시지를 확인하고도 다운은 안 받은 것 같다.

아마 잊고 있다가 나중에 요약해 달라고 할 것 같다.

[유상훈] 새해복ㅇ

[장남욱] 상훈아⋯⋯ 해가 바뀌어도 한결같구나. 그 한결같음이 상훈이 네 개성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참고로 이 내용도 편지에 포함되어 있어.

[유상훈] ㅇ

어쩌면 유상훈은 작년보다 짧은 메시지를 보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그대로였다.

나도 작년처럼 유상훈의 짧은 글자 수에 맞출 겸 ‘새해복ㅇ’라고 보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장남욱의 긴 편지를 생각해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한 문장으로 써서 보냈다.

[나] 새해 복 많이 받아.

오랜만에 문장을 받아서 그런지 장남욱이 몹시 기뻐했다.

저 짧은 인사말에서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상이 수십 줄에 걸쳐 펼쳐졌다.

장남욱의 긴 메시지가 쏟아지는 동안 유상훈은 꿋꿋하게 단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초성을 던졌고, 결국 나도 한 페이지가 넘어갈 때쯤 다시 초성을 쓰게 되었다.

다음 메시지를 확인했다.

‘기숙사에 남은 애들이 메시지와 사진을 보냈네.’

기숙사생 중 귀가하지 않은 아이들은 다 같이 모여서 신년 카운트다운을 한 듯 파티장이 된 지익회관 사진을 첨부해서 보냈다.

미식가 맹효돈은 파티에서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찍어 보냈는데, 지나치게 멀리서 촬영하는 바람에 구석에 지익회 소속인 박승현과 김현구가 한구석에서 반달떡이 가득한 트레이를 나르는 게 찍혔다.

덤으로 다소 울적한 표정을 한 목우람도 찍혀 있었다.

‘우리 반 애 중에 기숙사에 남은 건 맹효돈과 목우람 둘밖에 없어서 같이 먹고 있나?’

우리 반 기숙사생들은 저 둘을 제외하고 전부 자리를 비웠다.

목우람이 저리 쓸슬해하는 건 권레나가 없어서 그런 걸 거다.

권레나는 권제인의 초대를 받아 영원의 호수 빌딩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중이었다.

사실 목우람은 영원의 호수와 연이 있어 초대를 받았으나 작업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신년부터 저런 얼굴을 할 거면 그냥 가면 좋았을 것을, 왜 저랬는지 모르겠다.

‘사월세음은 본가로 갔고, 한이는 보육원에 갔지. 목우람까지 자리를 비웠으면 우리 반은 맹효돈 혼자 남았을 테니 잘된 건가?’

목우람도 자리를 비운다 하면 함근형 선생님이 홍천에 가는 대신 기숙사에 남으셨을 것 같긴 하다.

함근형 선생님이 대놓고 티 내지는 않아도 우리 반에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이 혼자 남는 일이 없도록 배려해 주시니까.

‘김유리도 그렇고, 사월세음도 내년엔 반 아이들과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는 말을 했지. 다음엔 다 같이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직접 제작한 연하장을 보낸 아이들이 있었다.

독고미로는 SNS 계정에 올릴 법한 사진과 사인을, 민그린 화백은 멋들어지게 그린 일출 풍경을, 송대석은 협회 위성 관리팀이 프레젠테이션으로 사용하는 듯한 위성 모양 기본 템플릿을 이용해 연하장을 만들었다.

‘보나 마나 민그린이 억지로 시켜서 송대석도 같이 한 거겠지. 그런데 독고미로는 새해 인사 영상은 안 올리나? 팬들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2학년 0반 선배놈들과 3학년 0반 부반장은 아마 틈만 나면 독고미로의 SNS 계정을 새로고침 하고 있지 않을까?

한편, 옹길동과 구슬비는 아주 눈에 띄는 연하장을 보냈다.

누가 관종 콤비 아니랄까 봐 둘 다 연하장에 오로라빛을 채용했다.

연하장에는 무려 메이킹 필름까지 첨부되어 있었는데, 두 사람이 연하장 초안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배경을 보니 새해맞이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은데⋯⋯ 둘이 지금도 같이 있으려나? 파티 준비까지 해 놓고 따로 행동하지는 않겠지.’

또, 먼저 새해 인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답장을 한 아이도 있었다.

어둠의 다크니스 검객, 진정묵이었다.

[진정묵] 인사 고맙소. 새해 복 많이 받으시오.

진정묵을 비롯한 무림인들은 콘셉트에 충실하지만, 디바이스는 잘 다루고 있나 보다.

흑림의 검성이 내게 디바이스 코드를 알려 주지 않았던가.

장문인이 디바이스를 쓰니까 절흑풍림의 제자들도 다 쓰는 건 당연한 거긴 할 거다.

비록 그의 디바이스 코드가 적힌 건 일반적인 명함이 아니라 죽간이었지만 말이다.

반 아이들 외에도 메시지를 보낸 은광고인들이 많았다.

‘염준열은 라이브 쇼 중에 메시지를 보냈네. 메시지 예약 기능을 사용한 건가? 새해를 맞이해 새로 공개된 홍룡 스탬프도 첨부했네.’

스승으로서, 후배로서 두 메시지에 답한 후, 다른 메시지들도 확인했다.

신문부원들, 2, 3학년 선배들 등등 우리 반 아이들을 필두로 은광고 사람들이 보낸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예외도 적지 않았다.

[홍규빈] (사진)

[홍규빈] 의신아, 새해 복 많이 받으렴.

홍규빈의 사진 속에는 사무실을 배경으로 작은 케이크와 자양강장제, 캔 커피가 찍혀 있었다.

협회에서 야근하는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대충 신년맞이를 한 모양이다.

적어도 에너지 드링크는 치우고 찍는 게 낫지 않았을까?

이 좋은 날에 굳이 처량맞은 사진을 보낸 이유를 모르겠다.

어쩌면 그만 일 시키라고 은근히 눈치를 주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쉬게 할 수는 없지.’

올해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놀게 놔둘 수 없었다.

힘내라는 의미에서 제갈재걸의 따오기 인형 옷차림 사진을 답장으로 보냈더니 정신없이 메시지가 쏟아졌다.

다른 각도, 배경이 찍힌 사진을 요구하기에 대충 몇 장 더 보냈더니 홍규빈이 날아갈 듯이 환희했다.

홍규빈이 새해 첫 야근을 기쁘게 보내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다음 메시지는 별로 열심히 일하지 않는 진족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옥토연] 은인아, 떡은 잘 도착했어? 잘 먹고 새해 복 많이 받아!

[옥토연] 은인이 기숙사생이라서 친구들이랑 같이 먹으라고 떡 많이 보냈어! 잘했지?

지익회관 사진에 찍혀 있던 떡들을 보낸 게 옥토연인가 보다.

깜짝 선물이랍시고 지익회 측에 선물을 보낸 걸까?

옥토연은 내가 기숙사에서 새해를 맞이한 줄 아는 것 같은데, 지금 나는 호랑이 저택에 있다.

[옥토연] 이거 비밀인데, 은인한테만 특별히 알려 줄게. 사실 새 사업을 하면서 낼 신제품도 같이 보냈어.

[옥토연] 은인도 수리취 좋아하는 것 같아서 선심 썼지! ㅎㅎ

[옥토연] 토윤 언니 몰래 보낸 거라 상자에 잘 섞어서 보냈는데 먹었어?

그 신제품이 뭔지 모르겠지만, 맛있는 거라면 맹효돈이 찾아냈을 거다.

맹효돈이 보낸 사진을 다시 살펴보며 그 신제품을 찾으려 했는데, 옥토연이 성질을 냈다.

[옥토연] 은인아? 왜 확인해 놓고 답변 안 해?

[옥토연] 은인아, 은인아⋯⋯.

[옥토연] 해 뜨겠다! 빠른 대답 좀! ㅡㅡ

자세한 건 나중에 맹효돈에게 물어보거나 기숙사에 가서 확인해야겠다.

어쨌든 기숙사 애들이 잘 먹은 것 같으니 옥토연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기로 했다.

그 외에도 여러 메시지를 받았는데, 좀 신경 쓰이는 것도 있었다.

[류장] 안녕하세요, 조의신 학생.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류장] 시간이 나면 MITRON에 들러 주시겠어요? 제가 모시는 분께서 직접 새해 인사를 나누고 싶어 하세요.

침묵과 방관의 마왕 시델렌티움이 새해 인사를 한답시고 불러낸다고?

말이 많은 마왕이라면 침묵이라는 수식언이 붙지 않았을 거다.

아마 뭔가 중요한 말을 전하려 할 가능성이 있었다.

‘아주 급했다면 직접 찾아오거나 선물을 준비했으니 빨리 오라고 재촉했겠지. 말 그대로 시간이 나면 방문해도 될 거야.’

앞으로 얼마간은 호랑이 저택에서 머물러야 할 것 같으니 외출할 틈이 없을 거다.

생각대로 새해의 날이 바뀌자마자 김신록은 훈련에 돌입하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안다인은 자신도 질 수 없다며 훈련에 매진하게 되었다.

안다인의 훈련에는 호족 부부가 동석하였다.

그녀가 홀로 훈련하는 모습을 본 호족 부부는 충격을 받아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이는 여태까지 제대로 된 스승 없이 독학했다고 들어 걱정했는데⋯⋯ 이렇게 뛰어날 줄이야⋯⋯.”

“세상에, 조금만 가르치면 우리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겠어요!”

안다인의 재능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이렇게 늘다니!

안다인은 플마고에서 은광고를 통해 통상적인 교육을 받았지만, 그녀는 평범한 학생이 아니었다.

플마고에서는 최편득과 부정 입학자의 견제를 받아 제대로 된 맞춤 교육을 받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달랐다.

‘주수혁과 안다인 중 누가 더 세냐는 논란이 붙을 때마다 항상 나오던 이야기였지.’

주수혁은 재벌가의 자제로서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원하고,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안다인은 집안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데다 뒷배가 없다는 이유로 질투에 눈먼 자들의 표적이 되기 쉬웠다.

이런 상황에서 둘이 공동 수석을 하다니, 사실 잠재 능력은 안다인 쪽이 위인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특히 이 화제가 나오면 어느 악개가 입에 거품을 물며 안다인이 훨씬 강하다며 우겼는데 플마고에 관한 지식이 부족해 순식간에 논파당하곤 했다.

‘하지만 주수혁은 방윤섭 사건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겼어. 4대 그룹 암투와 관련한 파생 사건의 중심에도 있었고⋯⋯.’

방윤섭이 마족의 표적이 된 이유가 질투라는 걸 알자 주수혁은 자신의 힘을 키우는 데에 주저하였다.

결국 누가 위고 아래인가를 따지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중요한 건 두 사람 다 플마고 시절보다 더욱 성장할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안다인이 호족의 지원을 받아 훈련하여 성장하면, 주수혁도 이에 자극을 받아 더욱 자신을 갈고닦을 것이다.

은호의 후예들도 광림 훈련을 시작했기에 새해 첫 주는 호랑이들의 훈련에 어울리며 보내게 되었다.

“오늘은 외출할 거야.”

1월 6일 아침, 내 말에 황지호가 잠시 미간을 좁혔으나 디바이스를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김유리로부터 연락받았다. 반 아이들이 다 모인다고 했지.”

오늘은 권레나를 제외한 반 아이들이 모두 모일 예정이다.

내일은 1월 7일, 권레나의 생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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