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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807화 (807/925)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807)

100. 약속 (7)

학교를 뒤집어 놓겠다는 선언대로 황지호가 벌인 짓의 규모는 상당했다.

황지호는 오늘 오픈한 황명 테마파크에 있는 어트랙션을 다섯 개 옮겨 왔다.

그 다섯 곳은 중앙 구역, 1학년 구역, 2학년 구역, 3학년 구역 그리고 거주 구역이었다.

일부러 학생들이 장난을 칠 법한 곳에 어트랙션을 배치해, 장난질한 결과물도 구경하고 놀이기구를 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중앙 구역에서 오로라빛 벚꽃을 보며 어트랙션을 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장난을 같이 하자고 했는데 결국 황지호가 혼자 다 한 거 아닌가?’

저 어트랙션을 산 것도, 옮긴 것도, 학교에 저걸 가져오자고 생각한 것도 황지호다.

위치 선정이나 시간, 운송 방법 등에 관해 회의할 때 의견을 내긴 했지만, 어쨌든 황지호가 결정하고 실행했다.

“조의신, 설마 또 한 게 없다고 생각 중인 건 아니겠지? 이 장난은 너와 내가 함께 한 거다.”

어트랙션 앞, 줄을 서서 탑승을 기다리는 학생들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자니 황지호가 저렇게 말하긴 했다.

어트랙션을 옮기고, 숨기고, 가동시킬 준비를 하느라 상당한 힘을 소모한 걸로 아는데 팔팔해 보였다.

하긴, 저 정도로 힘이 있으니 이런 장난을 기획한 거겠지.

“의신아, 지호야! 이거 너희가 한 거야?”

수업이 시작할 때가 되어 교실에 들어가자 홀로그램을 여러 개 띄우고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 중, 김유리가 대표로 물었다.

학교에 놀이기구를 가져온 미친 학생이 누군지 특정된 것 같다.

중앙 구역에서 황지호가 힘을 쓰는 걸 목격한 학생도 있고, 이런 장난은 학교 측의 도움도 필요할 것이라는 추측 덕에 금방 퍼진 듯했다.

황지호 주변에 얼쩡거리고 있던 바람에 내 이름도 덤으로 퍼졌다.

“하하하하! 그렇다. 이 몸과 조의신이 기획한 만우절 작품이지.”

내가 답하기 전에 황지호가 멋대로 답했다.

‘오오오’ 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에서 터졌다.

“아니, 그런 걸 만우절이라고 한다고? 어트랙션 무게랑 테마파크와 학교 사이의 거리랑 또 어트랙션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고려하면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건데……!”

“대석이는 2학년 구역에 나타난 놀이기구 제일 먼저 탔으면서.”

“이런 멋진 계획을 준비하고 계신 줄은 몰랐어요! 다음엔 저도 도울게요!”

“나도! 이동할 때 이능파를 쓴 것 같다는데 이능파를 보태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저도 레나와 같은 의견입니다.”

“내년에는 소생도 돕겠소.”

흥분한 아이들이 여기저기에서 말을 쏟아 냈다.

그중 과한 장난질을 탓하는 말은 없었다.

오히려 감탄과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나마 싸우는 것 외엔 상식인인 독고미로가 미묘한 표정으로 황지호를 볼 따름이었다.

“그래, 좋은 생각이군. 내년에는 다 같이 하자!”

황지호는 내년에 또 학교를 뒤집어 놓을 장난을 칠 예정인가 보다.

행여 과한 장난질 탓에 반 아이들이나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한편, 이 자리에 없는 관종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구슬비] (사진)

[구슬비] ㅡㅡ

구슬비는 오로라빛 벚꽃 속의 어트랙션이 찍힌 사진을 첨부했다.

사진 속에는 어트랙션을 타고자 하는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구슬비는 은광고 종합 게시판에서 퍼 온 듯한 사진을 여러 장 올렸는데, 전부 초점은 어트랙션에 맞춰져 있었다.

오로라빛 벚꽃을 메인으로 찍은 사진은 거의 없었다.

관종들은 그게 불만인 듯했다.

[옹길동] 우리의 작품이 주역이 아닌 배경이 되어 몹시 유감이군.

[옹길동] 하지만 중앙 구역의 이 광경은 사실상 우리의 합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 다음에는 준비 단계부터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군.

좋게 돌려 말하긴 했지만, 다음엔 할 거면 같이 하자는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었다.

황지호는 반 아이들과 함께 장난질을 치고 싶어 하는 듯했으니 마침 잘된 듯했다.

한편, 어트랙션을 가져온 장난질은 예상치 못한 좋은 상황을 만들어 냈다.

[문새론] (사진)

[문새론] (사진)

[문새론] (사진)

문새론이 흥분하여 보낸 사진 속에는 주수혁과 안다인이 나란히 어트랙션에 타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주수혁과 안다인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반 아이들과 같이 놀이기구를 타러 왔다고 한다.

그리고 반 아이들은 암묵의 합의하에 두 사람을 나란히 태웠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유원지 데이트 비슷한 걸 한 셈이다.

학교 밖에서도 유명한 플레이어인 두 사람이 어트랙션을 함께 탄 사진은 널리 퍼졌다.

‘황명 그룹에서 마케팅을 한 것도 아닌데, 사진이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어.’

주수혁과 안다인의 사진 외에도 어트랙션을 탄 학생들의 사진들은 널리 퍼졌다.

온갖 장난질이 난무하는 은광고의 만우절 풍경은 원래 관심의 대상이었기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사화되고, 확산되었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어트랙션을 즐기긴 했지만, 개장일에 주요 어트랙션이 다섯 개나 사라진 황명 테마파크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방문객들이 실망하지 않겠냐는 게 걱정의 주 내용이었다.

그 점은 물론 대비해 두었다.

‘자금이 있으니까 안 되는 게 없구나.’

황지호의 지시로 황명 테마파크는 4월 1일에 거짓말 같은 이벤트를 개최했다.

바로 개장일에 입장한 고객에 한하여 내년 만우절 전까지 사용 가능한 입장권과 자유이용권을 제공한 게 그러했다.

오늘 타지 못한 다섯 개의 어트랙션은 언제든지 다시 와서 탈 수 있는 셈이다.

그 소식이 퍼지자 갑자기 황명 테마파크의 방문객이 급증했다.

오늘 가면 나중에 공짜로 한 번 더 올 수 있으니 너도나도 황명 테마파크로 향한 것이다.

‘저런 이벤트가 없어도 오늘 방문할 사람은 많았을 텐데.’

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이벤트는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권제인이 작곡하고 연주한 황명 테마파크 테마곡의 풀 버전 공개였다.

권제인 팬들은 놀이기구를 타지는 않아도 유원지에서 공개되는 음원 풀 버전을 듣기 위해 몰려들었다.

참고로 그 팬들 중에는 청호의 제자들도 있었다.

청호 제자들은 보육원 아이들을 조퇴시키고 다 같이 유원지로 향했다.

‘내 플레이어블 캐릭터도 지금쯤 은재호랑 황유호랑 같이 놀고 있겠지.’

황유호나 은재호는 보육원 아이는 아니었지만, 저 소풍에 동행했다고 한다.

셋이 유원지에서 착하고 친하게 지내는 광경을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 1학년 0반과 3학년 0반의 만우절 대결은 의외의 결말을 맞이했다.

“무승부라니 아쉬워요. 그때 담임 선생님이 안 오셨으면 끝장을 봤을 텐데요!”

“맞아요! 공청훤 선생님이 안 말리셨으면 우리 반 부반장이 막타를 쳤을 거예요!”

반 아이들과 함께 1학년 구역의 어트랙션을 타러 갔다가 은서호, 은이호와 마주쳤다.

둘은 만나자마자 금찬왕찬 일당과 치른 일전에 대해 털어놓았다.

1학년 0반은 3학년을 상대로 꽤 선전한 듯하다.

‘역대 최강최악의 악동이라고 꼽히는 만큼 선배놈들은 만만치 않아. 이능파 링크에 관해서도 알아냈을 정도니까. 그걸 비기다니.’

아무리 이번 1학년 0반 아이들이 재능이 넘쳐도 장난질과 이능 싸움에 도가 튼 금찬왕찬 일당을 상대하긴 어려웠을 텐데.

아마 저 정도까지 간 건 은호의 계획이 잘 통해서가 아닐까?

예상대로 은호는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움직인 듯했다.

“현재 3학년 0반과 방송부의 대립은 유명하죠. 올해 그들은 방송부를 완전히 제압해 담임을 위한 이벤트를 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방송부와 협력해 허를 찌를 준비를 했죠.”

방과 후, 신문부에서 마주친 은호가 그 상황을 설명해 줬다.

문새론의 질문에 답하며 은호는 그때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줬다.

은호는 사전에 방송부와 밀약을 맺고, 3학년 0반 선배놈들의 이능에 관해 철저히 파악하여 대비한 듯하다.

은호는 금찬왕찬 일당이 반 대항 1대1 대결을 펼칠 때 그들이 선수를 정하는 방법, 각 선수들이 사용하는 주요 공격 패턴을 철저히 분석해 진형을 완성했다고 한다.

1학년 0반 중에 미숙한 학생이 있어 몇 수를 빼앗기고 말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비겼다고 한다.

문새론이 자리를 비워 인터뷰실에 나와 황지호, 은호 셋만 남자 은호가 덧붙였다.

“사실 비기는 걸 노렸어요. 저희가 이기면 3학년 0반이 승리를 노리고 기습을 감행할 테니까요. 정면 대결로 승리를 노리도록 이런 결과를 만들었어요.”

“그럼 네가 직접 교사들이 올 타이밍을 맞췄나 보군.”

“네, 그래서 마지막 싸움에선 제가 나섰죠. 이기지도, 지지도 않으면서 시간을 끌기 위해서요.”

비긴 것조차 은호의 안배였나 보다.

비기려고 했다는 건 잘 알겠다.

하지만 대체 왜 싸운 건지 모르겠다.

“조의신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군.”

“제가 의신이 형을 위해서 움직이면 이렇게 모른 척하실 때가 많죠.”

나를 위해서라고?

1학년 0반과 3학년 0반이 최강최악의 악동 자리를 걸고 싸우는데 왜 그게 나 때문인 건지 모르겠다.

은호는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1학년 0반은 상당히 호전적이에요. 이대로 가면 2학년 0반을 노릴 가능성이 컸죠. 반 전체의 여론을 잠재우는 건 가능하지만, 구성원이 개인적으로 2학년을 노리기 시작할 거예요.”

“0반이 따로 움직이면 골치 아프지. 졸업한 0반 중에 그런 반이 있었다만, 그해 교사들의 고생이 많았다.”

황지호는 머리가 아파 보이는 얼굴을 했다.

우기환 일당이나 금찬왕찬 일당은 똘똘 뭉쳐서 행동했는데, 그들이 다 찢어져서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좀 힘들어질 것 같다.

넓은 은광고에 퍼져 각지에서 소란을 일으킨다면 그들이 뭉쳐서 일으킨 소동을 제압할 때보다 몇 배의 인원이 필요할 거다.

“그래서 다 같이 3학년 0반을 노리게 했죠. 제 도움 없이 1학년 0반이 3학년 0반을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할 테니, 계속 대립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요. 우리 반이 의신이 형네 반을 노릴 일은 없을 거예요.”

금찬솔과 왕찬솔은 날벼락을 맞긴 했지만, 최강최악의 악동이란 타이틀을 얻는 동안 쌓은 업보가 돌아온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마음이 편해지니 2학년 0반을 생각해 주는 은호의 생각에 순수히 감탄했다.

우리 반 아이들은 금찬왕찬 일당에 비해선 착하고 얌전하니 후배의 습격에 잘 대항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사실 1학년 0반이 쳐들어와도 황지호가 혼자서 처리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하여튼 불씨가 있는 것보단 나았다.

“고마워.”

“아니에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저 과정을 듣고도 그저 순수하게 고마워하다니…….”

황지호가 뭐라고 하긴 했지만 별로 신경 쓰이진 않았다.

해가 완전히 진 후에는 아주 좋은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백호군과 산령이 학교로 와 어트랙션을 탄 거다.

‘황지호의 계획을 들었을 때, 그날 황명 테마파크에 오지 못한 호랑이네 식구가 왔으면 했지.’

비록 놀이기구는 다섯 개밖에 없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백호군은 처웃는 황지호를 상대로 평소보다 부드러운 얼굴을 했고, 산령은 방방 뛰어다니며 기뻐했다.

백호군은 어트랙션을 한 번씩만 탔지만, 산령은 몇 번이고 탈 정도로 아주 좋아했다.

“또 타고 싶어……! 다음에는 다른 놀이기구도 타고 싶어!”

황지호의 장난질은 4월 1일까지였기에 성이 찰 때까진 탈 수 없었지만, 후자는 어떨지 모르겠다.

산령이 힘을 키우면 언젠가 황명 테마파크에 갈 날이 올지도 모른다.

만우절이 지나 모든 장난질의 흔적이 사라진 다음 날.

김신록이 말했다.

“성국언 학생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김신록이 결심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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