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1)
-1화. 무인도-
내 이름은 서백호, 나이 23세, 전역 10개월 차의 반백수다.
백수면 백수지 스스로를 반백수라 칭한 이유는 하고 있는 일이 있으나 아직 그 일에서 수익이 발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유튜버다.
구독자 6,200명을 가진 하꼬 유튜버.
주요 콘텐츠는 ‘캐치 앤 쿡’으로 낚시나 채집 등을 통해 식재료를 구하고, 그걸 요리해 먹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내가 유튜버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그럼 오지랖 넓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을 한다.
유튜버가 돈을 간단히 버는 것 같아도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고, 경쟁이 심한 세계라서 쉽게 성공할 수 없다고.
이는 실제로 친구들에게 많이 들은 대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을 때면 나는 항상 이렇게 답했다.
‘미안한데, 나도 알아. 내가 언제 쉽게 성공하고 싶어서 유튜버가 되겠다고 했어?’
애초에 경쟁 없이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 어딨겠나.
전부 힘들지.
그런데 꼭 초를 치는 사람이 있더라.
잴 것 다 재고 유튜버에 도전한 건데.
‘성공하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상당한데도, 다른 사업들과 달리 초기 자본이 많이 들지도 않고, 실패 시 리스크가 큰 것도 아니잖아?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장점 아닌가?’
그리고 나는 유튜버에 분명한 성공 공식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그건 바로 영상에 재미를 더할 ‘편집능력’과 시청자가 흥미를 느낄 ‘콘텐츠’다.
다행히 영상편집 능력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군대에서부터 계속 공부를 했었고, 반년 동안 다른 유튜버의 편집자로 일하면서 실전 감각을 키웠으니까.
문제는 콘텐츠인데, 고심 끝에 ‘캐치 앤 쿡’을 주력 콘텐츠로 택했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장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영어 자막을 만들기가 쉽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어 자막을 다는 순간, 타겟이 되는 시청자가 한국인에서 전 세계 사람으로 확장된다. 그럼 한국인만 상대하는 것보다 내 컨텐츠에 흥미를 보이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지.’
다행히 이러한 궁리는 어느 정도 통하고 있다.
꼭 망하길 비는 듯한 주변 사람들의 오지랖 속에서도 나의 채널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상태니까.
업로드와 동시에 찾아보는 시청자도 계속 늘고 있고, 구독자 수에 비해 조회수도 높은 편이다.
지금은 비록 하꼬지만 계기만 있다면 언제든 떡상할 것이라 자부한다.
“안녕하세요! 유튜브 시청자 여러분! 오늘 제가 할 콘텐츠는 바로! 무인도에서 일주일 생존하기입니다!”
그런 내가 이번에 선택한 영상의 주제는 바로 ‘무인도 생존기’.
어그로를 끌 수 있는 자극적인 펀치가 필요한 때라고 판단하여 야심차게 준비한 콘텐츠다.
“제가 머물 무인도는 충남 태안에 위치한 섬 ‘월광도’입니다. 한때 주민 20가구가 살았으나, 2004년 마지막 주민이 육지로 떠나면서 현재는 무인도가 되었죠.”
캐치 앤 쿡의 상위 장르인 서바이벌은 꾸준히 인기 끄는 전통 있는 콘텐츠다.
하지만 인기에 비해 도전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장르기도 한데, 이유는 준비 과정(구청의 허가 등)이 까다롭고, 촬영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월광도는 약 22만 평의 면적을 가진 섬으로 제법 큰 산을 끼고 있습니다. 산에는 멧돼지와 멧토끼, 꿩 같은 야생 동물도 많다고 하죠.”
나는 이번 촬영을 위해 액션캠 2대와 고정형으로 사용할 미러리스 2대, 섬의 전경을 찍을 드론 1대를 챙겨 왔다.
당연히 카메라 수가 늘어나면 소모되는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도 많아지고, 나처럼 일주일이나 야외 촬영을 이어갈 예정이라면 소형 발전기까지 갖춰야 한다.
아무리 사업 초반엔 투자가 필요한 법이라지만, 하꼬 유튜버가 감당하기엔 소모 비용이 크다.
이러니 무인도 서바이벌이라며 어그로를 끄는 유튜버 대부분이 당일치기 또는 1박 영상을 찍어 올리는 거다.
“제가 굳이 사람의 흔적이 남은 이 월광도에서 서바이벌 영상을 찍으려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폐가 체험’을 함께 진행하기 위해서죠! 근 20년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폐가 마을···. 상상만 해도 오싹하지 않습니까?”
과한 투자를 했으면 뽕을 뽑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머리를 굴려 한 번의 촬영으로 서바이벌과 폐가체험, 두 가지 콘텐츠를 뽑고자 했다.
“서바이벌을 시작하면 제가 갖게 될 아이템은 정글도 한 자루가 끝입니다. 나머지 아이템은 전부 파밍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되도록 폐가에선 파밍을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그걸 바라시겠죠?”
나는 안전한 촬영을 위해 구급함과 항생제 등의 약품도 충분히 챙겨 왔다.
하지만 이 점은 굳이 고지하지 않았다.
안전 대비는 당연한 건데,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럼 섬을 둘러보기 시작할까요? 함께 가시죠! 고우!”
이걸로 오프닝 촬영 끝.
나는 다음 촬영 장소로 카메라들을 옮겼다.
대형 유튜버라면 직원을 고용해서 이런 일에 써먹겠지만, 나 같은 영세 유튜버는 모두 혼자 해야 한다.
“모래사장은 온갖 쓰레기로 가득한 전형적인 무인도의 모습이네요. 어쩌면 건질 아이템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잠시 후, 나는 모래사장을 살피며 생존에 필요한 도구들을 파밍했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노끈과 폐그물, 비닐을 챙겼다.
“투명한 비닐을 얻었습니다. 잘하면 쉽게 불을 붙일 수 있을 것 같네요. 안에 물을 채워서 동그랗게 만들면, 돋보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태양광을 이용해 불을 피우는 게 가능하거든요.”
“그리고 비닐이 있으면 바닷물을 증류해 식수로 바꾸기도 편하죠. 초반부터 유용한 아이템을 얻었네요.”
나는 계속 해안선을 따라 움직였다.
그러다가 문뜩 이상한 점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런데 섬이 예상보다 더 큰 것 같은데요? 22만평 맞나요?”
22만 평이면 에버랜드의 절반 크기다.
작진 않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광활하다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자주 놀러 갔던 제부도보다 훨씬 큰 느낌입니다. 분명 제부도가 더 큰 섬일 텐데, 이상하네요. 월광도가 커졌을 리도 없고···.”
때문에 나는 의문을 표하며 촬영을 이어가야 했다.
“제방에 섭(자연산 홍합)과 굴이 제법 붙어 있군요. 10월이면 패류 독소를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 불을 피운 후 구워 먹으면 될 것 같습니다.”
“앗! 양은 냄비 뚜껑을 찾았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7일 동안 머무르며 사용할 접시 겸 후라이팬을 구한 것 같네요.”
그렇게 1차적으로 해변을 살핀 나는 폐허들이 모여 있는 마을을 지나 산에 발을 들였다.
“칡덩굴이 많이 보이지만 땅을 팔 도구가 없으니 패스하겠습니다. 괜히 에너지 소모만 하게 되니까요.”
“어? 저거 대추 같은데요? 맞네요. 야생 멧대추입니다. 크기는 작지만, 제법 맛이 괜찮죠. 이건 보이는 대로 따서 챙겨가겠습니다.”
“바로 옆에 산다래도 보이네요. 과육의 생김새도 그렇고 맛도 키위랑 비슷한 열매죠.”
10월의 야산엔 먹을 거리가 제법 많았다.
멀리 감나무와 밤나무도 보였지만, 처음부터 너무 많은 음식을 구하면 재미가 반감되니, 적당히 모른 척했다.
나름 자신이 있어서 선택한 서바이벌 콘텐츠지만, 섬의 풍부한 식자원을 확인한 나는 예상보다 촬영이 수월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바이벌의 묘미는 채집보단 수렵 아니겠습니까? 산에 오른 김에 아까 주운 그물과 노끈으로 포획덫을 놓아 보겠습니다.”
야생 동물이 많이 다닐 것 같은 지형을 발견한 나는 챙겨온 폐그물로 뚝딱뚝딱 포획틀을 만들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선 아무나 야생 동물을 잡을 수 없습니다. 유해조수라 해도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수렵활동을 하면 결국 밀렵이 되거든요.”
“그러면 여러분들은 의아하실 겁니다. ‘그걸 알면서 밀렵하는 거냐’고.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짜잔! 오늘을 위해 수렵면허 2종을 취득했기 때문이죠!”
“사전에 지자체로부터 멧돼지와 멧토끼, 꿩, 오리 등, 일부 야생 동물의 수렵을 허가받았음을 알려드립니다.”
컨텐츠를 위해 수렵면허까지 취득하다니, 꽤나 열정적이지 않은가?
성공하길 바란다면 적어도 이 정도 노력은 기울이는 게 당연하고 생각한다.
참고로 수렵면허 2종은 총기 사용이 불가능하다.
대신 활이나 그물 등을 사용한 사냥이 가능한데, 추후 활을 제작해볼 생각이다.
만약 서바이벌 중 직접 만든 활로 수렵에 성공한다면 엄청난 어그로를 끌 수 있을 테니까.
“산은 이 정도 살폈으면 된 것 같네요. 이제 슬슬 베이스 캠프를 만들기 위해 이동하겠습니다.”
어디서 멧돼지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야산이니, 깊게 들어가는 건 위험하다.
어차피 지형을 익힐 목적으로 탐색에 나선 것인 만큼 굳이 산행에 목을 매지 않았다.
그래서 하산을 하기 위해 촬영 장비들을 챙기는데···.
-키아아아아악!
“뭐, 뭐야?”
난데없이 비명과도 같은 날카로운 외침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느낌상 100미터도 안되는 근거리에서 울려 퍼진 소리 같았다.
“고라니인가?”
섬에 고라니라니.
황당하지만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멧돼지와 토끼도 있는데, 고라니가 있다고 이상할 것 없지 않은가.
누군가가 풀어놨을 수도 있고.
아니, 꼭 그랬으면 좋겠다.
저 소리가 고라니의 것이 아닐 가능성은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
“어?”
나는 태연한 척 굴면서도 빠르게 하산했다.
그런데 꺼림칙한 느낌은 오프닝 장소에 도착하자 더욱 강해졌다.
“······.”
차곡차곡 쌓여 있던 짐들이 누군가가 파헤친 것처럼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무인도라서 거리낌 없이 짐을 두고 다닌 건데 이게 대체 뭔 상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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