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좋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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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황금 고블린을 처치하고 나온 보상을 정리해 보았다.
‘우선 1,520코인.’
코인은 분명 어딘가 쓸데가 있을 텐데, 아직 용도를 모르겠다.
현실에 더해진 게임 같은 설정을 생각하면 앞으로 이게 화폐 용도로 사용될 것 같다.
아직 이상 사태가 발생하고 하루도 지나지 않았으니,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다음은 중급 회복물약 3개.’
[중급 회복 물약 / 소모 아이템]
-섭취하면 외상 및 골절, 장기의 손상을 치료한다.
-피로도와 기력이 대폭 회복된다.
아이템은 터치를 하게 되면 설명을 볼 수 있는데, 중급 회복 물약의 설명을 읽은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왠지 ‘중급’이라고 하면 하급과 상급 사이에 위치한 어중간한 물건으로 여겨지는데, 설명에 나온 효과는 꽤나 대단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의료기술을 비웃는 듯한 기적의 약품이 아닌가.
“하긴 지금 벌어지는 있는 모든 일이 비현실적인데, 포션 정도야 뭐.”
그러고 보니 레벨업을 하면 부상이 회복되던 게 떠오른다.
그건 어느 수준의 회복능력을 보일까?
‘부상과 상태이상을 모두 회복한다’는 알림이 뜨던데, 그럼 목숨이 오락가락해도 레벨업만 하면 완치되려나?
그게 맞다면 레벨업은 가장 중요한 회복 시스템이 된다.
‘다음으로 확인해볼 건···. 생활 아이템?’
[안전 텐트 / 생활 아이템]
-안전 텐트를 설치하면 직경 5미터 이내에 몬스터가 접근하지 못한다.
-겨울과 여름에도 실내 온도는 20도를 유지하며, 조명 on/off 기능이 있다.
-실내 공간: 3m*2m*2m(가로*세로*높이)
“오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아이템.
무인도에서 실질적인 삶의 질을 높여줄 최고의 물건이다.
더구나 일정 영역 몬스터의 접근을 막아 준다는 점에서 머리를 잘만 굴리면 꽤나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안전 텐트를 건물 출입구에 설치하게 되면 몬스터의 침입이 자동으로 걸러지지 않겠는가.
내가 베이스 캠프로 선택한 컨테이너 역시 같은 방법으로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좋아, 좋아.”
만족스러움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다음 물건을 살폈다.
‘장비 아이템 2종.’
[회복의 반지 / 최고급]
-착용 시 피로를 덜 느끼고 활력을 더해준다.
-하루 2번 중급 회복, 또는 하루 1번 상급 회복을 사용할 수 있다.
[매직 로브 / 최고급]
-하루 2번 중급 방어막을 사용할 수 있다.
-마력+2
회복의 반지는 포션 대용이다.
다만 포션과 달리 매일 사용량이 리셋되는 무료 포션이라 할 수 있겠다.
방어막을 펼칠 수 있는 매직 로브와 함께 생존 능력을 극대화 시켜주는 아이템이다.
나는 기꺼운 마음에 바로 회복의 반지와 매직 로브를 걸쳤다.
회복의 반지는 금가락지 형태고 매직로브는 움직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숏로브 형태의 외투였다.
“왠지 중2병스럽지만···. 무려 방어막을 펼칠 수 있는 장비잖아. 디자인보단 생존 능력이 우선이지.”
만화 속 주인공이나 입을 법한 복장이었으나, 패션쇼를 할 것도 아니기에 만족했다.
이제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물건이 남았다.
‘스킬!’
[도약 / 중급 스킬북 / 액티브]
-마력을 소비하여 도약력을 향상시킨다.
-마력을 추가 소비하면 도약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습득제한: 마력 5
[마력탄 / 중급 스킬북 / 액티브]
-마력탄으로 지정된 타겟을 공격한다.
-최대 사정거리 100m.
-습득제한: 마력 10
두 스킬의 등급은 같지만, 익히기 위한 마력 필요량이 달랐다.
도약과 달리 마력탄은 공격형 마법스킬이라 그런 걸까?
나는 스킬을 두고 고민했다.
당장 생존에는 근력과 순발력을 높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도약을 익혀보자.”
그래서 마력탄은 잠시 뒤로 미뤄 두고 우선 도약 스킬을 배워서 사용해 보기로 했다.
[도약 스킬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해 보았다.
-팟!
“우악!”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스킬을 사용하자 내가 보유하고 있던 마력 일부가 깎여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몸은 5미터 가까이 뛰어올랐고, 마력은 7분의 1이 소모되었다.
이 정도 높이면 착지 시에 어느 정도 충격이 와야 하지만 스킬의 영향인지, 가볍게 착지할 수 있었다.
“이런 식이구나.”
착용 중인 매직 로브에 붙은 마력+2 옵션 덕에 지금 내 마력은 7이다.
마력 1당 도약을 1번 쓸 수 있다는 뜻인데, 너무 적은 횟수 같다.
‘이번엔 더 많은 마력을 불어 넣어보자.’
스킬 사용법을 익힌 나는 이번엔 2배의 마력을 소모해 도약을 썼다.
-파앗!
한순간에 스쳐지나가는 주변 풍경.
나는 10미터를 넘게 뛰어올라 주변의 나무들을 발아래 둔 상태가 되었다.
무섭기도 하지만 묘하게 신이 났다.
-탓!
이번에도 부드럽게 착지를 한 나는 결정을 내렸다.
마력에 능력치를 투자하기로.
생각보다 스킬이 마력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원거리 공격 수단이 있으면 좋으니까.”
나는 마력 수치는 10에 맞추고 나머지 능력치 포인트는 근력과 순발력에 투자했다.
[근력: 9(+1) 순발력: 9 마력: 8(+2)]
그리하여 만들어진 능력치는 이렇다.
정 삼각형에 가까운 비율.
지금 나만큼 능력치가 높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마력탄 스킬을 배웠습니다.]
나는 바로 마력탄 스킬을 배웠다.
그리고 근처 나무를 향해 스킬을 사용했더니.
-핏!
푸른 빛이 번쩍할 뿐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빗나간 건가?”
마력은 도약과 소비량이 같았다.
다만 조준이 조금 어려웠다.
그래서 조준을 보조하기 위해 타겟을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마력탄을 사용했다.
-팍!
이번엔 명중.
아무래도 마력탄은 익숙해질 때까지 이렇게 사용해야 할 것 같다.
나는 구멍이 난 나무에 다가갔다.
그러자 손가락 하나가 다 들어가는 구멍이 생긴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름이 마력탄이긴 한데, 총알 수준의 위력까진 아니다.
날아가는 속도도 무척 빠르기는 하나 희미하게 눈에 보이는 정도고.
“좋네.”
예상에 살짝 못 미치지만 그럼에도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 위력이면 머리나 목에 공격을 맞힐 경우 충분히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수준의 위력이니까.
물론, 파워가 더 강했다면 좋겠지만, 예상치 못한 보상으로 이 이상을 바라는 건 도둑심보일지도 모르겠다.
[마법형 스킬은 숙련도가 높아지면 위력이 상승하며, 비슷한 계열의 스킬과 조합해 사용할 경우 강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킬 사용 후 눈앞에 떠오른 추가 메시지가 많은 가능성을 부여했다.
덕분에 약간의 아쉬움도 털어낼 수 있었다.
“후후.”
황금 고블린 덕에 처음부터 현질로 남들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게임을 시작한 느낌이다.
물론, 현실은 게임이 아니라지만···.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또 걸려주려나?”
나는 낮은 웃음을 흘리며 반쯤 부서진 덫을 고치기 시작했다.
이번에 얻은 과실이 너무도 달콤한 만큼, 계속 덫을 설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응? 아, 이것도 있었지.”
그렇게 덫 설치가 끝나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내려가려는데.
[행운의 탈리스만 / 희귀]
-소유자에게 행운을 더해주는 아이템.
-인벤토리에 보관해 두면 효과가 적용된다.
장비 아이템과 스킬의 임팩트에 밀려 잊고 있던 마지막 보상을 인벤토리에서 발견했다.
그런데 내용이 특이하다.
행운을 더해준다니.
열 칸밖에 되지 않는 인벤토리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흥미로운 아이템 설명과 ‘희귀’라는 처음 보는 등급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일반, 고급, 최고급이 지금까지 확인된 아이템 등급인데, 희귀면 어느 수준이지? 최고급 다음? 아니면 더 위?”
어쨌든 매우 귀한 것일 테니, 인벤토리 첫 번째 칸에 고이 모셔두기로 했다.
“어? 바로 행운이 오나?”
그렇게 많은 것을 얻은 산행이 끝나고 이제 베이스 캠프로 돌아가려는데···.
고개를 돌리자 제법 맛이 좋았던 산다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곳을 발견했다.
레벨업과 아이템으로 마음속 배는 불렀지만, 아직 현실의 식량과 식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과즙이 많은 산다래의 등장은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산다래를 채집하여 인벤토리 보관했다.
[산다래 34개]
중복아이템이 몇 개까지 보관되는지 아직 확인되진 않았지만, 인벤토리 덕에 양손 가볍게 채집을 이어갈 수 있었다.
*
베이스 캠프에 복귀하자 아버지로부터 장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거기엔 아버지가 열심히 수집한 정보로 가득했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답장을 했더니, 위와 같은 메시지가 추가로 전해졌다.
[네 엄마 무사히 깨어났어. 그런데 아들이 무인도에 있다고 말해줬더니, 지금 다시 쓰러졌다. 나중에 깨어나면 또 알려 주마.]
나는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괜히 나 때문에 어머니 수명이 줄어드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미안함에 헛웃음을 흘린 나는 아버지가 보내 준 정보를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메시지엔 내가 아는 정보도 있지만, 모르는 정보가 대부분이었다.
‘현대 무기로 몬스터를 죽이면 보상을 안 준다고? 몰랐네.’
나는 그랑 다이어 울프와 황금 고블린의 최초 보상을 차지했다.
당연히 최초 보상 덕에 강해지는 건 좋았지만, 속으론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에선 그랑 다이어 울프가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인간 분쇄기라 불리는 몬스터고, 황금 고블린은 차량을 앞지르는 스피드로 인간을 농락하는 몬스터라지만, 총을 쥐면 쉽게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총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제치고, 내가 최초 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제한이 있었다니,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그럼 몬스터는 냉병기로만 잡아야 한다는 거네?’
다들 목숨 간수하기 힘든 상황에서 몬스터에게 도전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과연 나 말고 레벨 10을 넘긴 사람이 있긴 할까?
“아, 그게. 웨이포인트와 안전구역란 거구나.”
그 외에도 영약에 대한 이야기나 협동사냥으로 몬스터를 처치하면 보상을 나눠 갖는 다는 등 여러 정보가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웨이포인트와 안전구역에 대한 정보였다.
이유는 드론으로 월광도를 탐색하다가 폐가 마을 위쪽에서 해당 시설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웨이포인트는 아직 쓸모없을지 모르지만, 안전구역은 달라.’
안전구역 안에는 상점이 있다고 한다.
코인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상점이.
지역에 따라 판매 물품이 다르긴 하지만, 생존에 도움이 되는 도구와 무기는 물론, 식량을 파는 곳도 있다고 한다.
“무조건 가야 하네.”
그 시설이 뭔지 몰랐을 땐 굳이 접근해야 할 이유가 없었지만, 용도를 알게 된 지금은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곳이 되었다.
‘문제는 그곳을 가려면 오크 여섯 마리가 무리를 이루고 있는 지역을 돌파하거나, 트롤 같은 거인이 버티고 있는 쪽을 돌파해야 갈 수 있다는 거야.’
강화된 능력치와 새로 얻은 장비, 스킬을 사용하면 충분히 싸워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여러모로 경험과 정보가 부족하니 말이다.
“음···.”
나는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무사히 안전구역에 도달할 수 있을지.
물론, 무리할 필요는 없지만 궁리해서 손해 보는 건 없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문뜩 좋은 생각이 났다.
‘안전 텐트랑 마력탄을 이용하면 쉽게 해결될지도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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