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 도시 (2)
“왜 그러세요?”
네임드 듀라한 카이트를 토벌하고 난 후.
내가 계속 홍주성 성곽의 구석을 바라보고 있자, 윌리아가 다가와 내게 물었다.
그에 나는 턱으로 보던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클리어하지 않은 던전의 입구가 보여서요.”
우리가 입장했던 곳과 반대쪽.
그곳에 반투명한 문이 세워져 있었다.
아마 그 투명한 문은 ‘탐색 스킬’을 가지지 못한 다른 사람들의 눈엔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던전 입구는 보통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접근하는 사람을 집어삼키는 함정 같은 거니까.
[잊혀진 광산]
-등급: 중급
-권장 레벨: 30 이상
-시간제한: 12시간
-클리어 조건: 제한시간 이내 보스 토벌
던전 입구 쪽에 다가가자, 탐색 스킬이 반투명한 문 위로 해당 던전의 정보를 띄웠다.
탐색 스킬은 던전의 권장 레벨까지 상세하게 표기해 주었다.
“들어가시게요?”
윌리아의 말에 나는 고민해야 했다.
던전은 위험한 대신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다양한 보상을 품고 있을 네임드 몬스터와 보스 몬스터, 곳곳에 숨겨진 보물상자와 최초 클리어 보상까지.
만약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 성공하면, 한층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윌리아에게 반문했다.
“윌리아님은 힘들지 않으세요?”
“저야 뭐, 멍멍이의 보디가드를 받으며 가만히 서서 스킬만 썼는데요. 그리고 피곤할 땐···.”
그녀는 자신과 나, 멍멍이에게 힐을 사용해주며 배시시 웃었다.
“이렇게 하면 피곤이 해소되잖아요?”
윌리아는 내가 무슨 선택을 하든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들어가고 싶어 한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다.
“주저할 이유가 없네요.”
내가 던전 입장을 결심하자, 그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응원했다.
“우리 힘내요!”
-컹!
아아, 힘이 샘솟는다.
혼자 싸울 땐 몰랐는데, 파티에 화사한 여성이 있으니 분위기가 너무 좋다.
나는 바보처럼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를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윌리아의 응원은 블레스(능력치 20% 상승)보다 강력한 버프 효과를 발휘했다.
‘다 죽었다.’
왠지 지금이라면 던전도 단숨에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어서 우린 보무도 당당하게 던전에 발을 들였다.
[잊혀진 광산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던전은 ‘광산’이란 이름답게 네모반듯한 회색의 갱도가 직선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군데군데 벽과 천장에 나무로 된 지지대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평균적인 갱도의 폭은 약 5미터, 천장은 8미터 정도로 제법 높았다.
벽엔 10미터 간격으로 횃불이 놓여 있어서 시야 확보도 나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으니···.
[다른 출입구를 통해 입장한 20명의 선객이 있습니다.]
[던전 클리어 제한시간이 선객을 기준으로 맞춰집니다.]
[던전 클리어까지 남은 시간: 5시간 52분 31초]
던전에 입장함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우릴 반겨준 것이다.
덕분에 나는 한껏 미간을 찌푸려야 했다.
“이게 무슨?”
20명의 선객이 나보다 6시간 빨리 입장했다는 뜻이 아닌가.
이런 메시지가 떠오른 이유는 대충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과 합류하여 함께 던전을 클리어하든가, 보상을 독차지하고 싶다면 서두르라고.
경쟁을 부추기는 그 내용에 나는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이러면 계획이 달라지는데···.”
“어떻게 할까요?”
선객들이 함정에 빠진 주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왜일까.
내 눈엔 공략을 위해 입장한 사냥팀으로 보인다.
일반 주민이었다면 던전 안에서 6시간을 버티는 것도 쉽지 않지만, 공교롭게 인원이 20명으로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아버지에게 들은 말이 있다.
‘너 외에도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레벨을 올리는 민간 사냥팀들이 제법 많아. 개중엔 무시하기 힘든 수준의 팀들도 있으니, 조심해.’
‘조심하라고요?’
‘민간 사냥팀 중엔 다른 사냥팀을 공격하는 부류도 있다고 들었거든. 인간끼리도 아이템 파밍이 가능하기 때문에 질 좋은 장비를 착용한 너를 보면 눈이 돌아갈 수도 있잖아.’
생존자들로 이뤄진 사냥팀이라고 해서 다른 생존자에게도 호의적인 건 아니라는 말이었다.
덕분에 생각이 많아졌던 나는.
“멍멍아 엎드려.”
-컹!
멍멍이의 자세를 낮추게 한 후, 윌리아를 들어 그 위에 앉혔다.
그리고 선언하듯 말했다.
“빠르게 전진하죠.”
“네!”
나는 상대를 경쟁자로 보고 추월하기로 결정했다.
인원이 많다고 해서 우리보다 전력이 위일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고, 윌리아를 태운 멍멍이가 뒤를 따라왔다.
-타타탓!
아직 확인되지 않은 던전에서 빠르게 나아가는 것은 무모한 행동일 수도 있지만, 나름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눈 위에 씌워진 ‘실루엣 고글’과 상급 스킬인 ‘탐색’이다.
실루엣 고글은 숨어 있는 몬스터의 흔적을 놓치지 않고, 탐색 스킬은 함정을 파악해주니, 위험하게 던전에서 달려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좀비는 그냥 제가 치울게요!”
“네!”
나는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좀비가 땅속에 묻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워어어!
이어서 우리가 접근하자 좀비 넷이 바닥을 뚫고 몸을 일으켰다.
‘검기.’
나는 그 네 마리를 향해 오히려 속도 높여 달려들었다.
-퍽!
선두의 좀비는 검을 찔러 머리를 꿰뚫고.
-촤악!
두 번째 좀비는 찌르던 검을 좌로 뻗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목을 날렸으며.
-파앗!
세 번째와 네 번째 좀비는 검의 흐름의 맞춰 몸을 회전하며 채찍처럼 휘두른 큰 횡베기에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단 세 번의 구분 동작.
하지만 그 공격은 한 동작처럼 자연스레 이어졌고, 검기도 알뜰하게 한 번만 사용했다.
한 번의 검기 사용으로 4마리의 몬스터를 베는 요령은 간단하다.
그저 검기가 유지되는 1초 동안 최대한 검을 많이 휘두르면 된다.
“오오!”
덕분에 뒤따르던 윌리아가 묘기를 구경하는 것처럼 감탄사를 흘렸다.
[좀비를 토벌하여 경험치 200을 획득했습니다.]
[좀비를 토벌하여 경험치 200을 획득했습니다.]
.
.
동시에 경험치와 보상 메시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딱히 신경 쓸 보상은 없는지라 무시하고 계속 달려나갔다.
-타타탁!
그렇게 얼마나 전진했을까?
-따깍.
등장 몬스터가 좀비에서 스켈레톤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몬스터 등장 구성이 바깥과 다를 바가 없었다.
“윌리아님, 여기서부턴 백업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전진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마력을 보존시킨 윌리아에게 전투를 지시했다.
내 지시에 윌리아는 눈치껏 전투에 개입했다.
‘역시 센스 있어.’
그리고 윌리아의 백업 속에 스켈레톤을 상대하며 느낀 점은.
눈치도 빠르고, 상황판단력도 좋아서 호흡이 잘 맞는다는 것이다.
그녀의 서포트를 받으며 검을 휘두르면 무엇하나 삐끗하는 것 없이 물 흐르듯 매끄럽게 전투가 이어졌다.
“백호님! 뒤로 접근하는 스켈레톤 쉴드로 막아 놨으니 참고하세요!”
“네!”
또한 그녀는 철저하게 위협요소를 제거하는 성향이 있어서, 나는 한 번도 등 뒤를 살필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녀를 동료로 받아들이게 되면 죽을 위험이 감소할 거라고만 막연히 생각했는데, 이건 그 정도가 아니다.
그녀는 뒤에서 전황을 넓게 살피며,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 주었다.
덕분에 우린 이후로도 편안하게 전진에 전진을 거듭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던전의 수준이 높지 않은데요?”
“그러게요.”
던전에 진입하고 1시간째.
우린 제법 깊이 들어왔다고 생각했지만, 길게 이어지는 갱도는 아직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초반 30분 동안은 좀비만 상대하고, 그 후 30분 동안은 스켈레톤만 상대했는데, 등장하는 몬스터의 수가 최대 8마리를 넘지 않아 난도가 높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분명 입장 전에 탐색 스킬이 던전의 적정 레벨을 30으로 표기했었는데, 이 정도면 레벨 20 이하의 사냥팀도 인원만 충분하다면 어렵지 않게 사냥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어?”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우려하던 상황을 마주하고 말았다.
드디어 직선으로 이어지던 갱도에 처음으로 갈림길이 나왔는데···.
[O]
한쪽 벽에 붉은색의 스프레이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 선행하는 팀이 왔던 길을 표시한 게 분명했다.
“아, 놔···.”
길은 세 갈래다.
하나는 우리가 지나온 길.
다른 하나는 선행팀이 지나온 길.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선행팀이 가고 있는 길.
결국, 그들을 추월하고자 한다면 한번은 마주칠 수밖에 없단 뜻이다.
“가죠.”
별수 없다.
전진하는 수밖에.
그리고 뭐, 따돌리면 되지.
“어? 백호님, 저거 보물상자 아니에요?”
하지만 짜증 나는 일은 그뿐이 아니었다.
하필 우리가 진입한 길목부터 보물상자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는데.
“앗, 비었네.”
“그야 그렇겠죠.”
전부 털려서 텅텅 비어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남들보다 빠르게 보상을 선점해온 나였기에, 마치 내 것을 빼앗긴 듯한 기분이었다.
***
“뭐해! 뚫리지 마!”
-크워웍!
-콰앙!
“큭! 그러니까 동시에 3마린 무리라니까!”
“입 다물고 버텨!”
“에잇!”
홍성의 대학연합 사냥팀은 거칠게 자신들의 방패를 두들기는 듀라한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건 네임드가 아닌 일반 듀라한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레벨이 15 전후임을 생각하면, 다소 무모한 도전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전투였다.
하지만 이들에겐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바로 쪽수라는 강력한 무기가.
“됐어! 창으로 허벅지 찍었어!”
“오케이! 그놈 먼저 다구리 쳐!”
이들은 철저히 방패로 벽을 세워 적의 공격을 막았다.
그러다가 빈틈을 발견하면 후방의 창수들이 집중 공격을 퍼부어 몬스터를 무력화했다.
게임과 달리 현실의 몬스터는 HP라는 게 없어서, 어떤 방법이든 한 방만 제대로 들어가면 죽는 건 인간과 다름이 없었다.
따발총처럼 연이어 날아드는 창질.
더구나 그 창 중 하나엔 무려 검기(창기)가 담겨 있었고, 이를 듀라한이 버텨낼 도리가 없었다.
결국, 듀라한은 경험치와 보상을 토해내며 쓰러지고 말았다.
“와아아아!”
20대3의 전투.
일반 듀라한 3마리를 잡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
인내와 끈기의 승리였다.
“죽는 줄 알았네, 앞으론 무리하지 말고 한 마리씩 유인해서 싸우자.”
“이 정도면 할 만한 거 아냐?”
“지랄.”
‘잊혀진 광산’의 선행팀인 대학사냥팀은 철저히 쪽수의 우위를 살려 싸웠다.
듀라한을 처음 마주했을 땐 이대로 돌아가야 하나 걱정했지만,
앞서가던 일행이 몬스터에게 들키는 바람에 억지로 싸워야 했다.
하지만 막상 싸워보니, 자신들의 전투 방식이 통했다.
20:1 집단 다구리로 듀라한을 잡아낸 것이다.
전투는 추했지만, 승리로 인한 과실은 달콤했다.
이들은 듀라한 첫 토벌 보상을 취할 수 있었고, 무려 검기 스킬을 획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검기 스킬 하나로 전투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덕분에 느리긴 해도 듀라한 사냥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비록 한 번에 3마리 이상은 상대하기가 힘들어서 유인 전법을 써야 했지만, 착실하게 홍성 대학연합은 차근차근 강해지고 있었다.
“던전에 들어온 게 정답이었어.”
“맞아, 생각보다 사냥하기 좋은 곳이야.”
순조로운 전투, 빠르게 벌리는 경험치.
“오오! 듀라한이 방패 떨궜어! 최고급 등급!”
“와! 보물상자에서 방어막 2회 옵션 붙은 최고급 반지 나왔다!”
게다가 순조롭게 아이템 파밍이 이어지니, 모두가 신이 나서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 생존싸움을 벌이고 있단 사실을 잊고 말았다.
애초에 이들의 계획은 던전 클리어가 아니라 적당히 치고 빠지는 것이었다.
그 계획을 충실히 지켰어야 했는데, 방심에 대한 대가는 참혹하게 돌아왔다.
“어?”
[용케 여기까지 왔구나, 버러지들. 내 이름은 크루더. 네놈들의 목을 취할 사신이다.]
대학연합 사냥팀은 네임드 듀라한을 마주하고 말았고.
네임드 듀라한 크루더가 줄기줄기 뿜는 검기와 다양한 전투스킬에 굳건한 벽이 되어주던 방패가 찢기며, 대열이 흩어졌다.
“도, 도망쳐!”
승승장구하던 이들의 패주였다.
“젠장! 젠장!”
사냥팀의 리더 김경수는 도망치던 걸음을 멈추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듀라한 크루더는 쫓아 오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를 뒤따라 도주에 성공한 인원이 겨우 2명 뿐이란 거다.
“어? 다른 애들은?”
“그, 글쎄?”
감히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나머지 17명의 상황을.
곧이어 머리가 차갑게 식기 시작하자, 세 사람은 창피함과 분노, 슬픔에 얼굴을 붉혔다.
“구, 구하러 가야 하지 않아?”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지만, 김경수는 쉬이 답을 할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하러 가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
지금 이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두 가지다.
동료들을 구하러 가서 장렬히 사망하든가, 여기서 던전 타임어택이 끝날 때까지 버텨서 자동으로 탈출될 때까지 기다리든가.
‘그냥, 여기 있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솟구쳤지만, 누구도 말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던전은 침묵에 물들었다.
“지나갈게요.”
그런데 그때.
세 사람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했다.
웬 남녀가 세 사람의 앞을 스치듯 지나갔기 때문이다.
오고 가다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외모의 남성과 연예인 뺨치는 절세의 미인이.
그 둘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지나갈게요.’라며 양해를 구해서 김경수는 저도 모르게, ‘네, 그러세요.’라고 답을 하고 말았다.
여긴 분명 던전일 텐데?
“어?”
덕분에 김경수 일행은 멍청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아야 했다.
“저, 저기요!”
뒤늦게 정신을 차린 김경수가 그들을 불러 세웠다.
-크르르릉!
하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었는데, 미인을 태운 거대 늑대가 그를 물어뜯을 것처럼 으르렁댔기 때문이다.
생긴 건 그랑 다이어 울프랑 비슷한데, 덩치가 훨씬 컸다.
“멍멍아 그만해.”
-낑
그러나 그 늑대는 지나가던 남성의 말 한마디에 표정을 풀고 앓는 소리를 냈다.
늑대를 멍멍이라 부르는 끔찍한 네이밍 센스보다도, 뒤늦게 상대의 고급스런 장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 늑대를 타고 있는 여성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김경수는 마른침을 삼키며 경고했다.
“그 앞엔 던전의 네임드 몬스터가 있습니다.”
“몬스터 종은요?”
“듀라한입니다.”
“그래요? 저희가 잡아도 되죠?”
그리고 이어진 상대의 태연한 대사.
김경수 일행은 이들이라면 자신들이 어찌하지 못한 네임드 몬스터를 해치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죄, 죄송한데, 부탁이 있습니다.”
도망친 마당에 염치없는 부탁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눈앞의 남성 외엔 기댈 곳이 없었다.
그래서 김경수와 일행은 간절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냉정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저희가 아는 사이도 아니고. 위험한 던전에서 부탁을 한다고요?”
“도, 도와주신다면. 보상으로 코인을···.”
“······.”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세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고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가던 길을 갔다.
상대의 무시에 김경수는 좌절해야 했는데···.
“저는 알고 있습니다!”
갑자기 김경수의 동료 중 한 명이 돌발 행동을 했다.
마치 발표하듯 손을 들며 그를 안다고 외친 것이다.
“저요? 저를 안다고요?”
김경수는 무슨 짓이냐며 동료를 말리려는데.
놀라운 전개가 이어졌다.
“네! 빼, 빼코TV의 빼코님 아니십니까?”
“······. 혹시 구독자님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