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40화 (40/273)

진화 (1)

*

우린 의문의 공간으로 강제 이동을 당했다.

웨이포인트를 이용할 때와 비슷한 감각이 전신을 감싸고.

[시나리오 도전자 전용 보너스 스테이지에 입장하셨습니다.]

뭔가 의미심장한 메시지와 함께 사방이 새하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척!

나와 윌리아, 멍멍이는 만약을 대비하여 전투를 준비했다.

보너스 스테이지라 하면, 추가 보상을 걸고 한 번 더 싸워야 할 것 같지 않은가?

그리고 이런 내 예상이 맞은 모양이다.

[지하 무덤의 히든 보스가 등장합니다.]

[스켈레톤 나이트 네빌 / 레벨: 40]

느닷없이 히든 보스라는 게 등장했다.

‘일부러 공략하기 쉬울 것 같은 던전을 찾아온 건데 이게 뭔 난리야. 시나리오 조각이 대체 뭐길래?’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어쨌든 보너스 스테이지라 했으니, 녀석을 해치우기만 하면 보상은 두둑할 것 같다.

‘새로 구한 스킬북을 살필 여유도 없구만?’

직전에 스켈레톤 메이지 카트라를 잡고 레벨업을 해서 다행이다.

스킬을 남발한 바람에 마력이 바닥이었는데, 레벨업으로 마력이 회복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만약 레벨업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싸웠다면 매우 불리했을 거다.

나는 히든 보스를 보며 긴장감을 유지했다.

“블레스!”

윌리아는 그런 내게 버프를 걸어주었다.

그나마 예고없이 나타난 적이 혼자라 다행이다.

녀석과 달리 내겐 언데드에게 특효약인 프리스트가 있으니, 레벨이 높긴해도 전투에서 밀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레벨이 오르면서 얻은 능력치 포인트를 재빨리 순발력에 투자했다.

[덤벼라.]

스켈레톤 나이트 네빌은 스켈레톤 메이지 카트라와 달리 과묵한 몬스터였다.

가벼운 가죽 갑옷으로 무장한 녀석은 상체를 낮추고 나와 같은 한손반 장검을 든 채 붉은빛의 안광을 번뜩였다.

검사형 몬스터 중 가장 강했던 게 네임드 듀라한이었다.

과연 이 히든 보스란 녀석은 얼마나 강할까?

-슬금. 슬금.

나는 검도의 기본자세를 취하며 천천히 녀석에게 접근했다.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섣불리 덤벼들 수 없었다.

그렇게 녀석과 나의 거리가 느릿느릿 좁혀지고.

-깡!

나는 페인트를 섞은 밀어 머리치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녀석은 너무도 태연히 내 검을 막고 손목을 찔러와서 나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야 했다.

-핏!

내가 차고 있던 건틀렛에 길게 흠집이 생겼다.

겨우 일합이었지만, 이것만으로 상대의 수준을 가늠하기 충분했다.

‘몬스터면 몬스터답게 힘에 의지해서 싸우게 만들 것이지.’

눈앞의 적은 노련한 검사였다.

그러나 우린 검도 시합을 하는 게 아니다.

싸움을 하는 거지.

“윌리아 님!”

“힐!”

내 지시에 윌리아가 스켈레톤 나이트 네빌에게 힐을 사용했다.

생명의 기운이 충만한 빛속성 회복 마법은 언데드에게 쥐약이다.

-움찔.

그리고 그건 눈앞에서 무게를 잡고 있는 녀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네빌이 당황할 거란 사실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타이밍에 맞춰 다시금 전진했다.

이어서 허리춤에서 보조검을 빼 들었다.

네임드 듀라한을 처치하고 얻은 크루더의 검이다.

[쌍검이라니 되지도 않는 짓을!]

나도 안다.

쌍검으로 싸우려고 검 한 자루를 더 뽑은 게 아니다.

변수를 더하기 위해 뽑은 것뿐이지.

[크루더의 검 / 한손 장검 / 등급: 특수]

-검기의 위력이 30% 상승

-근력+2, 민첩+2

-자체 스킬: 분열검

내가 바란 건 크루더의 검의 내장 스킬이다.

‘분열검.’

방출된 검기가 채찍처럼 휘둘러지며, 상하좌우 4방향으로 갈라졌다.

분열검은 마력 2를 소모하는 꽤나 강력하면서 변칙적인 공격이다.

네빌은 힐에 이은 기이한 검격이 날아들자 붉은 안광을 더욱 강하게 발하며 자신 역시 스킬을 사용했다.

‘그냥 검기라고?’

그러나 녀석이 사용한 스킬은 특별한 무언가가 아닌, 단순한 검기였다.

놀랍게도 네빌은 그 검기로 분열검을 하나하나 쳐내는 묘기를 보여 주었다.

애석하지만, 네빌이 부리는 묘기를 잠자코 구경할 이유가 없다.

“힐!”

다시금 이어지는 윌리아의 힐이 그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보조검을 바닥에 대충 꽂아 놓은 나는 제르카의 검에 검기를 담았다.

‘거력참.’

강력한 일격이 이어지자 녀석도 버티지 못하고 뒤로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데미지는 많이 주지 못한 듯 보였는데, 네빌의 앞에 방패처럼 푸른빛이 응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검막 같은 게 아닐까 싶다.

녀석이 검을 휘두르자 검기가 넓게 펼쳐지는 장면을 보았다.

“그래서 뭐?”

나는 거리를 벌렸다고 안심하고 있는 녀석에게 서늘한 대사를 내뱉으며, 3미터의 사거리를 가진 찌르기 스킬 쾌격을 사용했다.

-콰앙!

쾌격은 거력참에 의해 약해질 대로 약해진 검막을 꿰뚫어 버렸다.

[큭!]

그때서야 처음으로 네빌의 신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좋아.’

이는 승기가 내 쪽으로 넘어왔음을 의미하는 신호기도 했다.

[어딜!]

그러나 녀석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일격을 맞으면서도 검기를 채찍처럼 늘려 휘둘러 왔기 때문이다.

-콰앙!

뒤에서 지켜 보고 있던 윌리아가 타이밍 좋게 디바인 쉴드를 펼쳐 채찍을 막아내려 했지만, 네빌의 검기 채찍은 그대로 디바인 쉴드를 뚫고 들어와 내 옆구리를 훑었다.

-팟!

“백호님!”

피가 튀고 윌리아가 깜짝 놀라 내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모든 스킬이 검기의 파생 스킬이네? 해골바가지 주제에 진짜 캐릭터성 있게 싸우는구만.”

[······.]

내 감상에도 녀석은 입을 닫았다.

“힐!”

그리고 윌리아는 곧바로 나를 치료해 주었다.

역시 프리스트가 있으니 안정적이다.

그에 네빌의 시선이 내가 아니라 뒤에 있는 윌리아로 옮겨졌다.

대충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인다.

아무래도 나와 1:1로 싸워볼 만해도, 윌리아가 존재하는 이상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든 모양이다.

[방해꾼을 먼저 없애야 할 것 같군.]

나는 녀석이 달려갈 것을 대비해 검에 검기를 일으켰다.

그런데 네빌은 다짜고짜 검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쿵!

“어?”

그러자 무형의 푸른빛이 사방으로 퍼지고, 나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세 발자국이나 뒤로 밀리며 속이 울컥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 세 발자국은 네빌이 윌리아에게 달려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허락했고.

“해골바가지 새끼가···.”

나는 올라오는 구토감을 삼키며 뒤늦게 녀석을 쫓았다.

-컹!

때마침 멍멍이가 윌리아를 보호하기 위해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네빌의 포스를 생각하면 멍멍이는 큰 도움이 안 될 터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윌리아의 앞을 막고 있던 멍멍이가 돌연 옆으로 몸을 피했고.

[무슨?]

이어서 모습을 드러낸 윌리아가 녀석을 향해 짧게 말했다.

“쾌격.”

-팟!

윌리아의 손에 들린 단검에서 사거리 3미터의 찌르기 스킬 쾌격이 발사된 것이다.

일전에 콩나물님 일행을 구해줄 당시 얻은 두 번째 쾌격 스킬이었다.

쾌격은 검이나 창을 든 상태에서만 발현하고, 프리스트 NPC가 배우니 위력이 30%나 깎였다.

그럼에도 변수가 되기엔 충분했고, 내 쾌격을 경험한 네빌은 기겁하며 몸을 비틀었다.

아슬아슬 공격을 피해낸 녀석이 윌리아를 향해 검기 채찍을 날렸다.

“디바인 쉴드.”

-챙그랑!

윌리아의 디바인 쉴드는 네빌의 검기를 완전히 막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앞선 경험 때문인지, 그녀는 연이어 디바인 쉴드를 외쳤고, 끝내 네빌의 검기를 튕겨냈다.

다만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이어질 상황은 검사인 네빌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물론, 멍멍이가 그 모습을 잠자코 구경만 한다면 말이다.

-쾅!

[익!]

멍멍이의 몸통 박치기가 네빌을 밀어냈다.

“어이쿠, 등이 훤히 보이네.”

그리고 속전속결로 윌리아를 해치우지 못한 네빌의 등 뒤엔 내가 있었다.

“그러게 왜 악수를 둬?”

내가 바보도 아니고, 후방 대비도 안 해놓았겠나.

‘검기, 거력참.’

나는 무방비 상태에 가까운 네빌의 등에 가장 강력한 스킬 콤보를 꽂아 넣었다.

[아직이다!]

“쾌···.”

네빌은 어떻게든 상황을 벗어나려 했지만, 윌리아가 다시 쾌격의 ‘쾌’를 입에 담자 녀석의 붉은 안광이 크게 흔들렸다.

“쾌남 서백호!”

[제기랄!]

그런데 윌리아의 말은 단순한 훼이크였다.

철저히 농락당한 네빌은 대응 타이밍을 빼앗겼고, 속수무책으로 내 공격을 맞고 말았다.

-콰아앙!

[히든보스 스켈레톤 나이트 네빌을 토벌하여 경험치 32,000을 획득했습니다.]

[스켈레톤 나이트를 최초 토벌하여 경험치 15,000을 획득했습니다.]

[히든보스 스켈레톤 나이트 네빌의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9,70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상급 회복 물약 3개를 획득했습니다.

-인벤토리 4칸을 획득했습니다.

-네빌의 가죽갑옷 상의를 획득했습니다.

[스켈레톤 나이트의 최초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2,00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스킬북 검막을 획득했습니다.

이건 네빌이 죽었다는 신호다.

[제한 시간 이내에 지하 무덤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이어서 기다리고 있던 던전 클리어 메시지와 함께.

보상이 추가로 주어졌다.

[지하 무덤 던전을 최초로 클리어하여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특수 등급 아이템 뽑기권

[지하 무덤 던전을 클리어하여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최고급~특수 등급 아이템 뽑기권

“좋아!”

정신을 차리기 힘들게 만드는 보상의 파도 속에 나는 헤벌쭉 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그때.

“응?”

나는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갑자기 방의 풍경이 바뀌며 홀로그램처럼 중앙에 한반도 지도가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그 지도 앞에 이런 메시지가 떠 있었다.

[시나리오 진행까지 352일 남았습니다.]

-한반도 시나리오 도전자 수: 1명

-개방된 한반도 시나리오 조각: 1개

‘시나리오 진행까지 352일?’

*

마지막이 뭔가 찜찜했지만, 시나리오 진행이라는 게 반드시 나쁜 거라는 보장도 없고, 아직 알려진 정보가 없는 만큼 불필요한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던전을 클리어하고 난 후, 나는 보상을 정리하기 위해 웨이포인트를 타고 다시 월광도로 돌아왔다.

월광도로 돌아오니, 김씨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확실히 상급 회복이 좋긴 좋아.’

그는 언제 다친 적이 있었냐는 듯, 이리저리 두 발로 바쁘게 뛰어다녔다.

나는 그를 방해하지 않고 조용한 장소로 자리를 옮겨 지하무덤 던전에서 얻은 보상을 살폈다.

[파이어 / 중급 스킬 / 액티브]

-불을 생성하거나, 마력계열 스킬에 불 속성을 부여할 수 있다.

-마력소모: 1

[윈드 / 중급 스킬 / 액티브]

-바람을 생성하거나, 마력계열 스킬에 바람 속성을 부여할 수 있다.

-마력소모: 1

[검막 / 상급 스킬 / 액티브]

-검기로 이뤄진 방어막을 생성한다.

-마력소모: 1

-검기 스킬을 유지 중인 상태에서 검막을 사용할 경우 추가로 마력을 소모하지 않는다.

우선 스킬은 세 개다.

그런데 웃기게도 하나같이 다른 스킬과 접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시너지 스킬들이다.

파이어와 윈드는 마력탄에 섞어서 사용하니, 불 속성과 바람 속성의 새로운 스킬로 변모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파이어 샷, 윈드 샷이라 해야 할까?

파이어 샷은 적중된 후 폭발을 일으키며 추가로 화상을 입히고.

윈드 샷은 적중된 후 칼날 같은 바람이 확산되며 자상을 입힌다.

‘마력탄에 두 속성을 한 번에 부여하는 건 안 되네? 그럼 꽤 강력한 스킬이 만들어질 것 같았는데.’

아무튼 이로 인해 나는 더욱 강력한 원거리 공격수단이 생겼다.

그리고 파이어와 윈드뿐만 아니라 검막 스킬도 매우 좋았다.

‘검기가 유지 중인 상태에선 추가로 마력 소모를 안 한다는 게 매력이지.’

근접 전투에서 위급 상황 때 활용하기 아주 좋아 보이는 스킬이었다.

나는 크게 만족하며 스킬에서 시선을 거두고 보상으로 획득한 아이템으로 시선을 옮겼다.

[네빌의 가죽갑옷 / 상의 / 등급: 특수]

-네임드 몬스터 네빌이 사용하던 가죽갑옷으로, 오우거 가죽을 이용해 제작한 방어구다. 가죽 방어구임에도 강철 방어구와 비슷한 보호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유연하기까지 해서 활동에 방해를 주지 않는다.

-모든 능력치+2

안 그래도 상의 방어구가 애매했는데 잘됐다.

네빌의 가죽 갑옷은 금속 갑옷과 달리 내 전투 스타일에 영향을 주지 않는 데다가 방어력까지 높은 최고의 장비였다.

더구나 능력치를 무려 6이나 올려 주는데다가 시커먼 조끼 형태여서 디자인도 좋았다.

그야말로 보물 중의 보물이 아닌가?

‘거력참이나 분열검처럼 자체 스킬이 있어도 좋았겠지만, 이렇게 순수하게 능력치를 많이 올려 주는 것도 좋지.’

일단 내 보상은 여기까지다.

이 외에도 일반 클리어 보상과 최초 클리어 보상으로 아이템 뽑기권 두 개를 받았지만···.

[특수 등급 아이템 뽑기권]

[최고급~특수 등급 아이템 뽑기권]

두 개의 뽑기권에서 이 아이템들이 나왔다.

[사파이어 완드 / 등급: 특수]

-예술품처럼 세공된 아름다운 마법 지팡이다.

-마력+5

-자체 스킬: 인탱글

[인탱글 / 상급 스킬 / 액티브]

-마력으로 이뤄진 와이어가 솟구쳐 적의 움직임을 봉쇄한다.

-소모마력: 2

[펫 펜던트 / 등급: 최상급]

-펫의 목걸이에 달아주면 성장 속도가 향상된다.

사파이어 완드는 윌리아, 펫 펜던트는 멍멍이의 것이 되었다.

사파이어 완드는 내가 사용해도 되지만 효율을 생각하면 윌리아가 갖는 게 맞다.

“아아, 너무 아름다워요.”

흰색의 손잡이와 푸른색의 보석이 장식된 지팡이를 보며 황홀해 하는 윌리아.

그녀는 중간중간 지팡이를 꼬옥 껴안기도 했다.

저렇게 좋아하는데, 어찌 빼앗겠는가.

-컹컹!

더구나 멍멍이도 자신의 선물이 마음에 드는지 연신 내 얼굴을 핥아댔다.

“그런데 너는 어째 쉬지 않고 커지냐.”

[멍멍이 / 그랑 다이어 울프 / 레벨: 32]

나는 그런 멍멍이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어쨌든 모두가 만족해하니 다행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멍멍이가 신규 스킬을 각성했습니다.]

[스킬: 돌격]

-적에게 돌격해 몸통 박치기를 하거나, 더욱 빠르게 앞으로 달릴 수 있다.

펫 펜던트의 덕일까?

드디어 멍멍이도 스킬을 각성했다.

뚱이가 레벨 20도 되지 않아 스킬을 각성해서 동레벨이 되면 멍멍이보다 뚱이가 더 강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때마침 범용성이 큰 스킬이 생겼다.

나와 윌리아, 멍멍이가 하하호호 웃고 있자 뒤늦게 우리의 존재를 알아챈 김씨가 무슨 일이냐며 다가와 고개를 갸웃거렸다.

*

대재앙이 발생하고 14일째.

오늘은 아침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다.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미국인 ****해리님께서 무기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세계 최초로 무기강화에 성공한 업적은 명예의 전당에 기록됩니다.]

[모두 미국인 ****해리님을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집트인 ****나세님께서 중립도시를 발견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중립도시를 발견한 업적은 명예의 전당에 기록됩니다.]

[모두 이집트인 ****나세님을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나를 제외하곤 잠잠했던 최초 업적의 달성자들이 속속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와씨, 무기강화도 있었어? 어떻게 하는 건데?”

“중립도시는 또 뭐고?”

당연하지만 나는 그걸 보며 질투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냥 신기해할 뿐이었다.

나 이외에도 미친 세상에서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윌리아님은 강화랑 중립도시에 대해 알려나?”

그래서 나는 윌리아에게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그녀를 찾았다.

“뭐 하세요?”

그리고 머지않아 윌리아를 찾았는데, 그녀는 안전구역 경계에 서서 무언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아침부터 뭔가 이상해요.”

“음?”

나는 그녀의 말에 따라 고개를 돌렸고.

오크 무리의 모습을 시야에 담았다.

월광도 안전구역 근처에 위치한 오크 사냥터는 6마리의 오크가 동시에 리젠 되는 곳이다.

이제 오크는 그냥 길 가다 모기 잡는 수준으로 때려잡을 수 있어서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그녀의 말대로 무언가 이상한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어? 저게 뭐지?”

오크 6마리 중 3마리는 사주 경계하듯 주변을 유심히 살피고, 나머지 세 마리는 바닥에 누워 있었다.

우린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봤고.

곧 누워 있던 녀석들이 빛에 휩싸이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빛이 걷히더니, 모습을 드러낸 오크들은···.

[오크 궁수]

[오크 궁수]

[오크 전사]

일반 오크와 달리 직업을 갖고 있었다.

‘저 새끼들 왜 갑자기 진화하고 지랄이야?’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