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2)
몬스터들의 진화를 지켜본 나는 뭘 했느냐?
-파파팟!
-꾸익?
-꾸아악!
일단 사건의 맥락이 어떻건 최초 토벌 보상을 먹기 위해 바로 몸을 날렸다.
[오크 궁수를 토벌하여 경험치 100을 획득했습니다.]
[오크 궁수를 최초 토벌하여 경험치 500을 획득했습니다.]
[오크 궁수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15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오크 가죽 2장을 획득했습니다.
[오크 궁수 최초토벌 보상이 추가 지급됩니다.]
-75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스킬북 ‘시력 향상’을 획득했습니다.
그래, 이거다.
최초 토벌 보상의 좋은 점.
스킬북 또는 특수 장비의 획득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오크 궁수가 레벨 10짜리 몬스터여서 경험치와 코인은 얼마 주지 않았지만, 그럼 어떠한가.
스킬북의 습득률이 이렇게 높은데.
그리고 나는 바로 레벨 15의 오크 전사에게 달려들어 단칼에 목을 쳤다.
[오크 전사를 토벌하여 경험치 400을 획득했습니다.]
[오크 전사의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72코인을 획득했습니다.
-흑철 조각 1개를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오크 전사에게선 기대했던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단순하게 나보다 먼저 오크 전사를 해치운 사람이 있거나.
던전이나 숨겨진 필드에 네임드 오크 전사가 있었고, 누군가가 그 네임드 오크 전사를 사전에 해치운 경우다.
-촤아악!
-꾸룩.
나는 남은 오크들까지 쓸어 버리고, 바로 윌리아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우리 집 앞마당의 오크들만 미쳐서 진화한 거는 아닐 테고, 몬스터에 대한 시스템의 업데이트가 이뤄진 거라 보면 되겠죠?”
업데이트란 말은 내가 편의에 맞게 부르는 거지만, 윌리아는 쉽게 이해했다.
‘일반 몬스터가 등장하고, 공중 몬스터가 등장하고, 해양 몬스터가 등장하고, 엘더 몬스터가 등장하고, 이번엔 몬스터들이 진화했다. 순차적인 몬스터의 변화를 업데이트가 아니면 뭐라 부르겠어?’
그녀는 내 추측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렇겠죠. 이유 없는 변화는 없을 테니까요.”
“그렇군요.”
윌리아도 확실하게 알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지만, 그 말이면 움직이기 충분한 것 같다.
‘몬스터들이 진화하여 새로운 종류의 몬스터가 마구 등장하고 있는 지금이라면···. 최초 토벌 보상을 쓸어 먹을 좋은 기회란 거잖아?’
나는 당장 윌리아의 손을 잡아끌어 그녀를 멍멍이 위에 앉혔다.
“달리자 멍멍아!”
“배, 백호님?”
그리고 그녀를 이끌고 월광도 북부로 달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북부 돌고, 바로 홍성으로 넘어갈 거니, 단단히 붙들고 계세요.”
나는 당황한 그녀에게 달리며 상황을 설명했다.
최초 토벌 보상을 최대한 선점할 생각이라고.
그에 그녀는 작게 감탄사를 흘리고는 좋은 생각이라며 내 계획에 동의했다.
‘슬라임, 고블린, 코볼트처럼 잡기 쉬운 종류의 몬스터는 다른 사람보고 먹으라 해.’
나는 더 상위의 몬스터들을 쓸어 버릴 생각이니까.
[리저드맨 전사 / 레벨: 20]
[리저드맨 주술사 / 레벨: 25]
[치프 다이어 울프 / 레벨: 20]
[부식 좀비 / 레벨: 20]
[스켈레톤 궁수 / 레벨: 30]
[듀라한 기수 / 레벨: 35]
그 후로도 이리저리 빨빨거리고 뛰어다닌 결과, 월광도 북부에서 3번, 홍성에서 3번 최초 토벌 보상을 추가로 획득할 수 있었다.
‘던전의 몬스터들은 변화가 없네.’
물론, 그 6번의 최초 토벌 보상이 모두 대박은 아니었지만, 그리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은 것치곤 훌륭한 편이었다.
앞서 처치했던 오크 궁수의 시력 강화 스킬을 더해 눈에 띄는 보상은 아래와 같다.
[시력 강화 / 중급 스킬북 / 액티브]
-멀리 떨어진 곳을 볼 수 있다.
-마력을 추가로 소모하면 시야의 거리도 늘어난다.
[민첩 반지 / 등급: 특수]
-순발력 +3
[순백의 베일 / 투구 / 등급: 특수]
-반투명한 실크로 이뤄진 베일이다. 얼굴을 가리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으며, 머리 위에 쓰거나 턱밑에 둘러도 제 기능을 한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착용자에게 안정적으로 맑은 공기를 공급한다.
-하루 3회 적의 공격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상급의 오토 쉴드가 작동된다.
-마력+3
스킬과 반지는 내 차지고, 투구는 윌리아의 차지가 되었다.
투구 옵션이 눈을 번뜩 뜨이게 했지만, 나는 이미 그것의 상위호환 장비라 할 수 있는 빛을 엮어 만든 투구를 쓰고 있다.
그래서 윌리아에게 양보했다.
“오, 잘 어울리시는데요?”
“헤헤, 그래요?”
윌리아는 순백의 베일을 머리 위에 썼다.
그랬더니, 베일이 패션 면사포처럼 보여 그녀가 가진 특유의 분위기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더구나 사람이 많은 곳을 가면 윌리아의 미모가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그땐 얼굴에 씌워도 될 터.
여러모로 유용한 장비였다.
“이거, 예상치 못하게 또 하루 만에 장비가 업그레이드됐네요.”
짧은 사냥이었지만, 우린 크게 만족했다.
그리고 우리 외에도 만족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었으니.
“이 장비도 엄청 좋습니다!”
다름 아닌 김씨였다.
나는 그에게도 최초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 하나를 배정해 주었다.
아이템의 정체는 이것이다.
[빛나는 황금의 삽 / 생활도구 / 등급: 특수]
-마법이 걸려 있는 삽으로 힘들이지 않고, 최대 100kg의 땅을 한 번에 팔 수 있으며, 시멘트와 바위 등 딱딱한 장애물도 파낼 수 있다.
-땅속에 묻힌 유물 및 보물의 습득 가능성을 높여준다.
-근력+3, 피로 회복 기능
인간 포크레인의 탄생을 알리는 전설의 장비.
김씨의 작업에 날개를 달아 줄 황금빛 삽이다.
나는 순박하게 웃는 김씨의 모습에 그가 만족하면 됐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로 삽은 준 게 아니라 빌려준 것이다.
옵션을 보아하니 나도 언제고 쓸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이 삽 덕분에 지하실도 크게 만들 수 있겠어요. 아, 아예 연못을 만들어도 되겠네요.”
신이 나 보이는 김 씨.
그의 목적이 은혜 갚기를 위해서라지만, 내가 보기엔 본인도 꽤나 즐기는 것 같았다.
즐기면서 일을 하면 자연히 결과물도 좋을 터.
김씨가 만들어 낼 시설들이 어느 수준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김씨 아저씨가 마음 놓을 수 있게 어서 가족들의 안위도 확인되었으면 좋겠네.’
이후 우린 간단히 함께 식사를 하고, 각자 맡은 일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사냥을 나가시나요?”
물론이다.
나와 윌리아의 일과에서 사냥은 메인 스케쥴이다.
더구나 아버지가 알려준 던전이 많다.
한동안은 던전을 돌며 최초 클리어 보상을 쓸어 가는 게 주요 과제라 할 수 있다.
“오늘도 월광도 잘 부탁드릴게요.”
“네, 걱정하지 마세요.”
*
대재앙이 발생하고 14일째.
몬스터들이 진화하고 처음으로 타지역으로 넘어갔다.
우리의 목적지는 경기도 평택시 P고등학교.
어제 공략한 천안의 ‘지하무덤’에서 약 18km 떨어진 곳이다.
예전이라면 그냥 태연하게 앞을 막는 몬스터를 무시하고 목적지까지 곧장 달렸을 텐데, 이번에 몬스터들이 진화를 하면서 마냥 쉽지 않았다.
-티티팅! 펑!
“저, 빌어먹을 고블린 새끼가.”
“귀찮네요.”
이유는 몬스터들의 직업이 다양화되면서 발목을 붙잡는 수단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당장 고블린만 하더라도 독침 고블린과 고블린 주술사가 진로를 방해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다양성이 거의 모든 필드 몬스터에게 적용됐다는 거다.
덕분에 도시 간 이동 시간이 길어졌다.
예전이었으면 18km 정도는 한 시간도 안 돼서 주파했을 텐데, 지금은 무려 두 시간이 걸렸다.
‘차라리 던전이 낫네.’
그나마 다행인 건 던전 몬스터까진 진화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던전은 애초에 정해진 난이도에서 변화가 없었다.
우리가 들른 평택의 던전은 늑대인간 소굴이었다.
[늑대인간 / 레벨: 20]
날렵한 움직임의 늑대인간은 꽤나 상대하기 불편했지만, 솔직히 던전의 난이도 자체는 지난 지하무덤보다 낮다는 느낌이 들었다.
[늑대인간 전사 트리실 / 레벨: 30]
네임드 몬스터의 수준은 몽마의 던전 보스인 칼리아와 비슷했고.
[늑대인간 대전사 힐트 / 레벨: 35]
보스 몬스터는 네임드 듀라한과 비슷하거나 아주 조금 강한 수준이었다.
“검기! 거력참! 쾌격!”
나는 늑대인간 소굴에서 두 마리의 네임드와 한 마리의 보스 몬스터를 잡고, 쓸만한 2개의 스킬과 1개의 아이템을 얻었다.
[험지 보행 / 중급 스킬북 / 패시브]
-늪지, 눈밭, 산비탈 등 험지를 쉽게 걸을 수 있다.
[클린 / 중급 스킬북 / 액티브]
-옷이나 신체의 오염을 제거한다.
-소모마력: 1
[바람의 부츠 / 등급: 특수]
-깃털처럼 가볍고, 강철처럼 단단하여 높은 방어력을 보인다.
-질주, 도약 스킬의 효율이 30% 향상된다.
-순발력+4
험지 보행과 바람의 부츠는 내가 갖고 클린은 윌리아를 주었다.
나는 우리가 협력 관계라 생각한다.
그러니 윌리아에게 한 개씩이라도 꾸준히 보상을 쥐여주려 하고 있다.
‘솔직히 보이지 않는 그녀의 호감도도 무섭고.’
그리고 이날 사냥으로 나와 윌리아의 레벨이 2씩 올랐다.
드디어 레벨 40을 찍은 것이다.
*
대재앙이 발생하고 15일째.
나와 윌리아는 평택에서 동쪽으로 10km를 이동해 안성에 닿았다.
“역시 언데드 던전이 제일 편하네.”
“맞아요. 보긴 끔찍하지만, 살살 녹는 재미가 있죠.”
안성엔 서울 유명 대학의 지방 캠퍼스가 있는데, 그 캠퍼스 지하에 저주받은 화장터란 던전이 있었다.
이곳은 스켈레톤으로 시작해서 스켈레톤으로 끝나는 던전이었고, 난이도는 천안의 지하무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우린 이곳에서 스켈레톤 메이지 네임드 세 마리, 스켈레톤 나이트 보스 한 마리를 토벌했는데···.
“아니, 진짜 이럴 수도 있나?”
진짜 보상이 최악이었다.
[마력탄 / 중급 스킬북 / 액티브]
-마력탄으로 지정된 타겟을 공격한다.
-최대 사정거리 100m.
정말 딸랑 이거 하나 구했다.
마력탄은 좋은 스킬임은 분명하지만, 나는 이미 익혀서 윌리아의 것이 되었고, 던전 하나를 클리어하고 내 수중에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은 건 처음이었다.
심지어 보물 상자도 많이 보여서 아버지가 말했던 웨이포인트 아이템을 구하는 것 아니냔 기대를 해봤지만, 나오는 거라곤 코인뿐이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던전을 최초 클리어하면 주는 ‘뽑기권’이 차곡차곡 모이고 있다는 걸까?
“후우, 진정하자. 지금까지 많이 먹어왔잖아.”
뽑기권은 나중을 위한 재미였으니 짜증 난다고 바로 까진 않았다.
이날도 우린 레벨을 2나 올려서 42가 되었다.
*
대재앙이 발생하고 16일째.
우린 다시 평택 웨이포인트에서 북으로 18km를 이동해 오산 종합운동장에 닿았다.
“백호님, 다른 사람들입니다.”
“여기서부턴 민간 사냥팀이 꽤 보이네요.”
오산에선 지금까지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오산은 넓게 코볼트와 오크 영역이 펼쳐져 있었고, 여기서 사냥을 하는 민간 사냥팀의 수도 많이 보였다.
100명 단위는 가뿐히 넘고, 어쩌면 1,000단위가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대부분이 레벨 10~15 사이였지만, 사람들이 활발하게 사냥을 하는 장면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신선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냥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나와 윌리아의 장비 수준, 멍멍이의 존재가 꽤나 이목을 끌었다.
우린 그 시선을 싹 무시하며, 던전에 진입했고.
[제한 시간 이내에 트롤의 둥지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트롤의 둥지 던전을 ‘최초로 클리어’하여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특수 등급 아이템 뽑기권
[트롤의 둥지 던전을 ‘클리어’하여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최고급~특수 등급 아이템 뽑기권
오래지 않아 그곳도 깨고 나왔다.
트롤의 둥지는 네임드 1마리, 보스 1마리로 구성된 작은 규모의 던전이었다.
다행히 어제와 같은 악운은 발생하지 않았다.
[험지 보행 / 중급 스킬북 / 패시브]
-늪지, 눈밭, 산비탈 등 험지를 걷기 편하게 만들어 준다.
[게일의 가죽 장갑 / 등급: 특수]
-트롤 주술사 게일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장갑으로 매우 부드럽지만 질겨서 물리 공격에는 절대 뚫리지 않는다.
-마법형 공격 스킬의 위력을 50% 증가시킨다.
-마력+4
[통신 반지 1쌍 / 등급: 특수]
-2개가 1세트로 구성된 통신 반지.
-통신 반지는 거리의 제약 없이 상대와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준다.
험지 보행은 이미 배웠기 때문에 윌리아에게 주었고, 게일의 가죽 장갑은 내 몫이 되었다.
“와! 통신 아이템!”
그리고 무엇보다 기쁠 수밖에 없는 보상, 통신 아이템을 손에 넣었다.
나는 바로 통신 반지 하나를 부모님에게 가져다 드렸다.
덕분에 우린 언제든 연락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다만 연락이 쉬워지면서 그만큼 부모님의 잔소리를 많이 듣게 되었다는 게 살짝 흠이다.
하지만, 이 정도면 좋은 부작용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날 레벨을 1 올려서 43이 되었다.
*
대재앙이 발생하고 17일째.
오늘은 기쁜 소식이 있다.
아버지가 위성전화로 수소문한 결과 김씨의 가족이 서울 생존캠프에 있다는 게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마침 나와 윌리아의 진행 방향도 서울 쪽이었기에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터이다.
김씨는 연신 내게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고, 나는 잘됐다며 그를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 오늘.
-웅성. 웅성.
“와아, 사람이 엄청 많아요.”
우린 전국에서 서울에 이어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생존구역, 수원에 다다랐다.
윌리아의 말대로 진짜 사람이 엄청 많았다.
지금까지 봐온 생존구역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특히나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으니.
[김성호 / 레벨: 23]
[한민영 / 레벨: 18]
[오영은 / 레벨: 21]
.
.
사냥팀의 수준이 확 높아졌다는 거다.
레벨 10이 넘는 사람은 수두룩하고, 레벨 20대도 드물긴 하지만 꾸준히 눈에 들어왔다.
물론, 레벨 30 이상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쩌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수원의 2대 생존캠프 중에서도 규모가 큰 광교다.
광교는 군인들과 민간인이 한데 섞여 활발히 교류를 하고 있었으며, 곳곳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얻은 아이템을 코인으로 사고파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광교 생존 캠프는 안전구역을 끼고 있는데, 상점에서 식량과 생필품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몬스터만 사냥하면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몬스터 스폰 구역은 계룡대처럼 벽을 둘러놔서 꽤나 안전해 보였다.
“아직 죽지 않았네. 우리나라도.”
사람들이 재앙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윽···. 냄새.”
다만 모두가 활기찬 건 아니었다.
거리 곳곳 색이 바랜 골목이 있었고, 그 안엔 노숙자나 다름없는 모습의 사람들이 죽은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번 사태로 인해 가족을 잃었거나, 살아갈 의욕을 잃은 사람들일 것이다.
안 됐지만,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린 나는 웨이포인트를 찍기 위해 안전구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자자! 모두 이쪽으로 모여 보세요!”
[김현수 / 레벨: 30]
처음으로 레벨 30이 넘는 사람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한 사냥팀의 리더로 보이는 남성이었는데, 그가 버려진 자동차를 밟고 올라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그의 부름에 제법 그럴싸한 장비를 걸친 사람들이 모였다.
레벨이 20 이하인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 우리는 던전을 공략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그렇구나, 던전을 공략할 생각이구나 저 사람들.
나는 별생각 없이 김현수란 남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그런데 그의 시선이 내게 고정되더니, 갑자기 말을 잃는 것 아니겠는가?
덕분에 사람들의 시선도 내게 하나둘 옮겨지기 시작했다.
영문모를 상황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윌리아와 함께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서백호!”
“???”
그 리더로 보이는 남성 김현수가 돌연 내 이름을 외치며 몸을 날려 왔다.
설마 그가 내 이름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기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너! 너!”
먼거리를 한 번에 뛰어나온 그는 내게 삿대질을 하며 흥분했다.
“누구세요?”
당연히 나는 모르는 사람이라 의문을 표했다.
그에 김현수는 언제 열을 냈냐는 듯 힘이 빠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나, 기억 안 나?”
“네.”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누군지 모르겠다.
“전국체전에서 너랑 검도로 붙었던 사람인데.”
“전국체전? 저 1회전에서 떨어졌었는데요?”
“어, 그 1회전 상대가 나였다고.”
“엥?”
그런 사람을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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