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3)
처음으로 참가했던 전국체전 지역 예선.
나는 그때 1차전에서 탈락했다.
이유는 배탈로 인한 기권.
어차피 경험 삼아 참가했던 대회고, 오히려 흑역사에 가까운 기억이어서 굳이 떠올리며 살지 않았다.
‘내가 전국체전 예선에 나갔던 게 고1 때였으니, 6년 전 이야기 아닌가?’
나는 오히려 잠깐 스쳐 간 6년 전 상대의 얼굴과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김현수가 꺼림칙했다.
“그런데 호구(검도 방어구)까지 쓰고 있던 저를 어떻게 알아보는 겁니까?”
당연한 물음에 그는 크게 움찔거렸다.
내가 못 알아본 순간부터 그의 강건했던 기세가 꺾인 상태였다.
김현수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잊겠냐. 평생 그렇게 개박살 난 건 처음이었는데. 그래 놓고 기권이라니, 그런 굴욕이 어딨겠어. 심지어 나보다 어린 상대한테.”
당시 경기 자체는 내가 유리했던 거로 기억한다.
배가 아파서 경기를 빨리 끝내고 싶었는데, 그가 끈질기게 버텨서 결국 기권한 거였으니까.
“그래서 개인적으로 저에 대해 알아봤다는 거군요?”
“뭐···.”
내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자 김현수는 변명하듯 말했다.
“그날의 치욕을 갚기 위해 재대결하는 날을 기다리며 계속 실력을 갈고 닦았어. 하지만 네가 대회에 나타나질 않았잖아. 그래서 조사를 해본 거지.”
결국, 승부욕 때문이란 거다.
경쟁심에 불타고 있었는데 상대가 사라져 버렸으니···.
뭐, 이해는 된다.
“대체 검도를 그만둔 이유가 뭐지? 장담컨대 너라면 금방 국대 마크 달았을 거다.”
국대라니, 또 무슨 황당한 말을.
“아니, 되고도 남지, 너한테 박살 났던 나도 국대가 됐으니까.”
“······.”
진짜?
나는 문뜩 과거에 검도 스승이었던, 정관장이 했던 떠올렸다.
‘백호야, 무조건 검도를 계속해야 한다. 너라면 분명 일본의 콧대를 눌러 줄 수 있을 거야.’
그 정관장 때문에 생각도 없던 전국체전에 나갔던 거였다.
하지만 나는 몸 관리에 실패해 예선 1차전에서 탈락하고 말았고, 어떻게든 나를 위로하려는 정관장의 말들을 한 귀로 듣고 흘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검도 외에도 태권도와 종합격투기 등 여러 운동을 배웠는데, 거기서도 그와 비슷한 대사를 스승들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말들이 관원 유지를 위한 사탕발림이라 판단했다.
“국대 어떻게 됐데요?”
“이 자식이···. 나라고 발전하지 않았겠냐?”
그런데 나보다 뒤떨어진다고 생각했던 상대가 국대 출신이라고 하니, 과거 스승들이 했던 말들이 ‘진짜였나?’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그걸 알았다고 해도 운동선수는 안 되었을 거야.’
들인 시간과 노력 대비 보상이 적은 게 운동선수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축구나 야구처럼 많은 사람이 팀을 이루는 스포츠면 모를까, 내가 하던 건 전부 다른 사람과 싸우는 대전격투 종목이다.
내 체급에서 세계 탑을 찍어야만 돈이 되는 분야.
‘그런 의미에서 검도는 더 안 좋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채택 종목도 아니고, 세계 대회도 적으니까.’
속물인 나로선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봐도 김현수가 바라는 경쟁자로 남는 일은 없었을 것 같다.
잠시 흥미를 보인 내가 이내 무표정으로 돌아오자 김현수는 답답한 듯 자신의 가슴을 치며 제안해왔다.
“6년 전의 일, 오늘 마무리 짓자.”
“지금 재대결을 하자는 겁니까?”
“그래.”
재밌는 사람이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녕히 계세요. 가죠, 리아 씨.”
“넹, 백호 씨.”
내가 왜 굳이 시간을 내야 하지?
할 일도 많은데.
“어? 어어?”
“대장 무시하는 사람 처음 봐.”
“현수 형, 표정 봐라. 붕어가 따로 없네.”
“여자 엄청 미인 같은데? 굳이 얼굴 가리고 있는 거 있는 거 보니까?”
그런 내 행동에 김현수는 바보 같은 표정을 지었고, 그의 동료들은 무시당한 자신들의 대장을 보며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부하들의 격 없는 모습을 보니,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자, 잠깐!”
김현수는 끈질겼다.
그는 열심히 달려와서 애처럼 졸랐다.
“왜, 무시하는 건데?”
“바쁘니까요.”
“그러지 말고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한 번만 대결해 주면 안 될까?”
“잘 살고 계시잖아요? 꽤 큰 그룹의 리더로 보이시는데?”
“아니! 너 때문에 자다가 분해서 이불킥 날린 게 한두 번이 아니란 말이야!”
오히려 이불킥은 급똥 때문에 다 이긴 경기 기권해야 했던 내가 해야 하는 거 아닐까?
“1만 코인 줄게. 대결해 주는 대가로.”
이러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지지.
“코인은 있죠?”
“무, 물론이지.”
진짜 나와의 재대결을 기대하고 있던 모양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거 보면.
모든 이익을 독식하는 나와 달리 그에게 1만 골드는 엄청난 거금일 텐데.
“대장, 미쳤어?”
“야, 그거 네 전재산 아냐?”
그의 동료들은 미쳤냐며 달려와 김현수를 말렸지만, 그는 동료들의 제지를 뿌리쳤다.
“하자!”
이득이 걸린 싸움을 거절할 필요는 없지.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좋았어!”
그렇게 좋을까?
허락이 떨어지자 그는 만세까지 불렀다.
“장소는 내가 안내해 줄게. 이쪽으로 따라와.”
김현수는 이 생존캠프에서 유명인사였다.
김현수 무리가 이동하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이쪽으로 모이는 게 보였다.
개중엔 관심에서 그치지 않고, 무슨 일인가 싶어 따라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김현수의 동료들에게 제지를 당했다.
아무래도 급조된 대결이니,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는 것 같다.
잠시 후, 우리가 도착한 곳은 한 중학교였다.
“여긴?”
“우리 팀 본진. 팀원들과 가족들이 함께 살고 있는 곳이야.”
게임으로 치면 길드 하우스란 뜻.
역시 김현수와 그의 사냥팀은 영향력이 꽤 큰 것 같다.
학교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거 보니.
“정부에서 용케 이런 공간을 통으로 내줬네요? 아까 보니, 피난소 내의 생활구역도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던데요.”
심지어 학교 내부에 몬스터 스폰구역이 따로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면 피난소 내에서도 꽤나 높은 등급을 자랑하는 안전시설 아닐까?
내 물음에 김현수는 고개를 도리질 쳤다.
“그놈들이 공짜로 내어줬겠냐? 이것도 다 임대료 지불하고 빌린 거야. 요즘 정부와 뭐 하려면 코인 지불은 필수야.”
“그래요?”
몰랐던 사실이다.
군인들과 사냥팀의 공존이 잘 이루어지고 있던 장면도 이들이 그만한 값을 지불해서 그랬던 건가 보다.
“하지만 어쩌겠어. 여긴 정부에서 조성한 유사 안전구역인데. 이곳에서 문명을 누리며 살려면 그들의 요구에 따라야지.”
“요구가 과하진 않고요?”
“그나마 아직은 상식적인 수준이야. 다만 정부와 군부가 계속 의견 차이를 보여서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나야 계속 무정부 구역에서 활동해 왔으니 신경 쓸 일이 없었다지만, 그의 말을 들어보니 안전해 보이는 피난 구역에서의 생활도 고충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싸우자.”
“좋네요.”
우린 중학교의 실내 체육관에 도착했다.
바닥에 마루가 깔린 실내 체육관이라니, 옛 생각이 나게 만든다.
“자.”
그리고 김현수는 내게 가검을 던졌다.
체육관에 이런저런 기구와 가검이 굴러다니는 걸 보면, 그의 사냥팀이 훈련을 하는 장소로 보였다.
“스킬은 사용 불가, 상대가 검을 놓치거나 패배를 인정하면 이긴 걸로 하자.”
심플한 룰.
하지만 한가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결을 검도라 생각할까요? 아니면 전투라 생각할까요?”
“이제는 전투지.”
나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대결이 시작되었다.
“대장 이겨라!”
“형! 져도 울지 마세요!”
대결은 김현수의 사냥팀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날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마냥 적진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백호 씨, 화이팅!”
때마침 이어지는 윌리아의 응원.
덕분에 체육관이 잠시 조용해지더니, 방금까지 나를 응원하던 이상한 사람들이 다시 김현수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이날만을 기다려 왔다!”
-다다닷!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 대사와 함께 김현수가 빠르게 거리를 좁혀왔다.
순발력과 근력의 능력치가 상당하단 것을 알 수 있는 짐승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는 내 머리를 노리며 공격해왔는데, 내가 공격을 막기 위해 검을 들자, 손목을 비틀어 공격 부위를 복부로 전환했다.
너무도 자연스런 전환을 보니, 그가 훈련도 많이 했지만, 실전 경험도 제법 쌓았단 것을 알 수 있었다.
-꽝!
“끅!”
하지만 소용없다.
1:1 실전 경험이라면 동료가 있는 그보다 내가 더 많이 쌓았을 테니까.
나는 페이크에 속지 않고 검으로 그의 검을 힘껏 내려쳤다.
그러자 강렬한 충격음과 함께 김현수가 헛바람을 삼켰다.
자칫 검을 놓칠 뻔한 것이다.
“이, 이런 미친.”
겨우 일격임에도 이어질 상황이 쉽지 않다는 걸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정비의 시간을 주지 않고 접근하자, 그는 기겁하며 검도의 보법으로 물러났다.
‘미안하지만···.’
나는 적당히 상대해줄 생각이 없다.
그리고 그게 6년을 기다려온 도전자에 대한 올바른 예우라 생각한다.
-깡! 따다다! 딱!
나는 속공으로 그를 밀어붙였다.
머리, 손목, 허리, 무릎.
부위를 가리지 않고 변칙적으로 검을 휘두르고 찔렀다.
“큭, 어째서?”
그에 김현수는 제대로 검 한 번 내뻗지 못했고, 방어 일변도로 변했다.
덕분에 그의 얼굴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아마 지금의 자신이라면 능력치와 검술 실력 등, 모든 게 우위에 있을 거라 생각했을 테니까.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파워도, 속도도, 물 흐르듯 자연스레 연결되는 검술도 그가 무엇하나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젠장!”
결국, 김현수는 방법을 바꿨다.
일부 검을 맞더라도, 더 큰 한 방을 노리는 방식으로.
살을 주고 뼈를 취하겠다는 거다.
“와라!”
김현수는 왼손을 뻗어, 내 가검을 쳐내 한 손을 포기하는 대신 목을 노리고 가검을 찔러 왔다.
그 방법은 검도에선 쓰지 않는 실전 수단.
때문에 나름 신선했다.
하지만···.
-빡! 탁!
그의 선택은 악수가 되고 말았다.
애초에 그 선택 자체를 내가 유도한 거였으니까.
나는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비틀며 공격을 피해냈고, 가검의 손잡이로 그의 명치를 때렸다.
그로 인해 김현수가 맥없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졌죠?”
“그, 그래.”
승패가 나뉜 것이다.
“······.”
“현수 형이 아무 이유 없이 싸움을 걸진 않았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진다고?”
덕분에 대결을 지켜본 사람들 모두가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 주변의 반응과 달리, 김현수의 표정은 꽤나 후련해 보였다.
“그래, 그때도 이런 느낌이었어. 대체 넌 정체가 뭐냐?”
나는 김현수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였다.
“재능러?”
“웃긴 놈이네.”
***
월광도 신전의 NPC 헤롤드는 오늘도 안전구역 주변을 배회하는 오크들에게 냄비로 팔팔 끓인 뜨거운 물을 뿌렸다.
“옛다, 성수다.”
치이익.
-꾸엑!
오크들이 화들짝 놀라 달아났다.
“어차피 이 안에 들어오지도 못하면서 왜 자꾸 서성거려?”
헤롤드는 꽤 심성이 고약하다.
심심해서 더욱 그랬다.
그러다 헤롤드는 오늘도 여지없이 땅을 파는 김씨를 구경했다.
그가 땅을 파는 장소는 벽이 둘러쳐져 있어서 안전구역 안에선 보여도 오크 구역에선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땅 파는 게 재밌어요?”
“땀을 흘리면, 오늘 하루도 열심히 보냈다는 기분이 들잖아.”
가족의 소식을 접한 이후 더욱 긍정적으로 변한 김씨였다.
“그렇습니까.”
헤롤드는 대충 답하며, 김씨의 노동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혹시 알아? 지면 위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
“땅 파면 밑에 뭐가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그럴 수도 있지. 이 황금 삽에 유물 및 보물의 발견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옵션이 괜히 적혀 있는 게 아닐 테니까.”
“땅 파서 나오는 게 도움이 되겠습니까? 어중간한 건 서백호란 인물의 성에 차지도 않을 텐데.”
“백호씨가 월광도는 특별한 섬이랬으니, 또 모르지.”
그러던 그때.
헤롤드의 맥빠지게 만드는 말에도 열심히 노동을 이어가던 김씨의 삽에 무언가 단단한 게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쾅!
“이상하네, 황금 삽이 못 파는 게 있다고?”
“뭐에 걸렸어요?”
“······.”
“김씨 아저씨?”
헤롤드는 자신의 부름에도 답이 없던 김씨가 무언가를 꺼내 드는 것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뭡니까?”
“그러게. 이게 뭐지?”
잔뜩 흙이 묻은 그건 작은 막대기였다.
하지만 그냥 막대기면 무시하겠는데, 문제는 그 막대기의 아이템 설명이었다.
[***유물 / 등급: 확인 불가]
-알 수 없는 금속으로 이뤄진 막대기.
-감정 스킬 또는 대장장이 NPC를 통해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뭔데 저러지?”
나는 1만 코인의 입금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하지만 김현수는 금방 코인을 준다면서 자신의 팀 멤버들과 심각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머지않아 결론이 났는지 김현수가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다가와 근엄하게 말했다.
“나랑 우리팀 공동 대표 할래?”
그리고 이어진 결론.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자기들끼리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
“싫은데요?”
“······.”
너무도 심플한 대답에 김현수는 설명이 부족했다며 말을 이었다.
“우리 팀이 이래 보여도 엄청 정예야. 나는 레벨이 30이고, 레벨 20인 사람도 30명이 넘거든. 그리고 후보군이라 할 수 있는 레벨10이상 20이하는 200명 정도 되고.”
확실히 대단하다.
내가 봐온 어느 단체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그들의 정보는 이미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내겐 상급 스킬인 ‘탐색’이 있고, 이 탐색 스킬은 상대 레벨을 머리 위로 표기해주니 말이다.
“그래도 됐습니다.”
“아니, 왜?”
왜긴, 귀찮아서지.
그들의 존재는 내게 도움이 되긴커녕 성장을 더디게 만드는 방해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그럼 동맹관계라도···.”
“그냥 우호 관계 정도로 하죠.”
어떻게든 나와의 관계를 이어가고픈 김현수는 결국 그것에 만족했다.
나는 계산할 게 남아 있지 않냐며 손을 내밀었고.
“여기.”
[10,000코인]
나는 그의 손 위에 동전 형태로 존재하는 코인에 손을 얹었다.
“5,000코인만 가져갈게요.”
나름의 우호 표시로 절반만 챙겼다.
덕분에 김현수는 크게 감동했다.
“어? 가게.”
더 이상 있어서 뭐하겠나?
이미 많은 시간을 빼앗겼는데.
“혹시 구하고 싶은 아이템 있으면 언제든 말만 해. 값만 지불하면 구해줄 테니까.”
그런데 윌리아와 함께 이동을 하던 내게 김현수가 의외의 말을 해왔다.
꽤나 좋은 제안이 아닌가?
“몬스터 테이밍 목걸이 구하면 좋은 값에 다 살게요.”
“그래? 알았어, 한 번 알아볼게.”
무척 편리한 인맥이 생긴 순간이었다.
*
우린 광교에서 북쪽으로 3km 지점에 위치한 수지생태공원에 다다랐다.
이곳에 들린 이유는 당연히 던전 때문이다.
“아, 마치 고향에 온 느낌이네.”
“뭐라고요?”
“아닙니다···.”
이곳은 서울과 용인 사이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아무도 공략을 시도하지 않는 던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의 몬스터들이 강력한 정신 공격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후후, 어디가?]
“부처님 곁이다!”
[우리 같이 놀래?]
“극락왕생!”
이 던전의 이름은 몽마의 신전.
그렇다.
[중급 서큐버스 / 레벨: 30]
몽마의 던전의 강화 버전인 곳이다.
월광도 몽마의 던전에서 보았던 녀석들보다 더욱 파괴적이고, 매혹적인 중급 서큐버스들이 나를 유혹했다.
하급 서큐버스는 시각효과만 차단하면 정신 공격을 막을 수 있었지만, 이 녀석들은 시각뿐 아니라 달콤한 향기로 후각까지 장악했다.
덕분에 나는 실루엣 고글에 귀마개로 콧구멍까지 막고 다녀야 했다.
그럼에도 방심하다가 콧구멍 마개가 떨어져 서큐버스의 매혹 스킬이 뚫고 들어올 때면.
“누, 누님들 뭐 하고 놀 건데요?”
“힐!”
“헉! 저 방금 정신줄 놓았죠?”
“네, 걱정 마세요. 제가 있으니까.”
마속성의 서큐버스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는 동성의 프리스트 윌리아가 힐을 사용해 매혹을 풀어 주었다.
서큐버스는 장단점이 뚜렷한 몬스터다.
강력한 정신 공격인 매혹은 위험하지만, 그 매혹만 막아내면 전투력 자체는 그리 높지 않았다.
덕분에 우린 생각보다 빠르게 전진을 거듭할 수 있었고, 1차 네임드 몬스터와의 전투를 목전에 두게 되었다.
“어휴, 안전 텐트에서 숨 좀 셔야지. 힘들어 죽겠네요.”
네임드 몬스터와의 전투니, 만만의 준비를 하는 편이 좋다.
그래서 마력 충전을 겸해 휴식을 취하는데.
[메인 시나리오 조각 보유자 분들께 알려 드립니다.]
[한반도에 배정된 20개의 시나리오 중 2번째 조각의 주인이 등장했습니다.]
내 눈앞에 이런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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