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45화 (45/273)

< 징조 (3) >

대장장이 NPC라 하니, 문뜩 예전에 떠올랐던 한 미국인의 업적보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미국인 ****해리님께서 무기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당시 윌리아에게 무기강화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이렇게 말을 했었다.

‘저도 모르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굳이 추측을 하자면 두 가지가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요.’

‘두 가지라 하시면?’

‘강화 아이템이 존재하거나, 강화를 위한 시설 또는 NPC가 존재하는 거죠.’

윌리아는 모든 것을 아는 만능사전이 아니다.

하지만 나와의 친밀도가 높아서인지, 그녀는 자신이 모르는 내용이어도 알고 있는 정보와 추론을 더해 최대한 답을 주려 노력한다.

이게 맞을 수도 있고 당연히 틀릴 수도 있지만, 꽤 높은 적중률을 보여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뜬금없이 등장한 대장장이 NPC란 키워드가 윌리아가 했던 말과 맞물리는 느낌을 받았다.

‘게임 속에서 무기강화는 대장장이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잖아? 그럼 대장장이와 강화가 연관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 당연한 수순 아닐까?’

아무래도 앞으로의 일정에 대장장이 NPC 찾기를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추측대로 대장장이 NPC가 무기강화와 관련이 있다면 반드시 접촉해야 하는 대상이 되니까.

“백호씨.”

내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김씨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막대기 형태의 유물을 내 손에 쥐여주었다.

“이건 백호씨가 가져. 내가 가지고 있어 봤자 소용도 없으니.”

나는 김씨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어야 했다.

뭔진 몰라도, 풍기는 분위기가 범상치 않은 물건이다.

어쩌면 상당한 가치를 지닌 보물일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게 최초의 유물 아이템 아닌가.

“괜찮아. 어차피 백호씨의 삽으로 구한 물건이고, 나는 그것의 용도를 확인할 능력도 안 되니까.”

“그래도. 그건···.”

“정 그러면 내 가족을 잘 부탁하겠네. 아마 힘들게 살고 있을 테니까.”

그건 이미 약속했던 바다.

하지만 그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는 김씨의 태도에 나는 더욱 신경 쓰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건의 가치에 따라 나중에 추가로 보상을 하면 되겠지.’

나는 그에게서 알 수 없는 막대기를 받아 인벤토리에 챙겼다.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을 떨쳐낸 나는 월광도 멤버들을 향해 말했다.

“자! 그럼 잠깐 쉬고 계세요. 저는 뚱이를 데려올 테니까요.”

하던 건 마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은 파티다.

***

-꾸익.

뚱이가 손을 들며 주먹을 쥐자, 뒤따르던 가의도 청년단 멤버들이 걸음을 멈추며 자세를 낮췄다.

이어서 뚱이 옆으로 다가간 김한성이 슬쩍 눈앞의 수풀을 해치며 그 너머의 상황을 살폈다.

[그랑 다이어 울프 / 레벨: 10]

[치프 다이어 울프 / 레벨: 20]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약 20미터 전방에 위치한 그랑 다이어 울프 무리였다.

치프 다이어 울프라는 진화 개체 하나에 일반형 네 마리로 이뤄진 무리.

김한성의 옆으로 김민희가 엉금엉금 기어와 물었다.

“어떡할래?”

현재 그들의 레벨은 15.

눈앞의 그랑 다이어 울프들보다 높다.

문제는 그럼에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는 거다.

그랑 다이어 울프와 같은 야수형 몬스터는 지정된 레벨보다 더욱 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랑 다이어 울프의 2배에 달하는 덩치를 가진 치프 다이어 울프도 있으니, 덤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 그들의 자신감 없는 모습에 뚱이가 근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꾸익.

“네가 치프를 맡을 테니, 각자 한 마리씩 상대하면 된다고?”

어째선지 김한성은 뚱이의 표현을 귀신같이 이해했다.

현재 뚱이의 레벨이 25였고, 서백호가 준 듀라한 세트 장비로 인해 템빨도 준수한 편이었다.

즉, 뚱이가 밀릴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과연 자신이 그랑 다이어 울프를 1:1로 해치울 수 있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그에 김민희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레벨 차이가 5나 나는 몬스터도 해치우지 못하면 언제 선생님처럼 강해지겠어.”

김민희의 감상에 김한성은 다른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긴장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내 해보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성은 동료들의 모습에 움찔했다.

설마 지금의 상황이 두려운 건 자신뿐인가 싶어서.

그때.

뚱이가 김한성의 어깨를 두들겼다.

너는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든든한 그 반응에 머릿속이 복잡했던 김한성은 마음을 다잡고 대세에 따르기로 했다.

“해보자.”

“좋아.”

그리고 그들은 뚱이의 신호에 맞춰 각자 정해진 타겟을 향해 달려나갔다.

-꾸익!

-타타탓!

처음엔 마력보다 근력과 순발력 위주로 능력치를 세팅하는 게 나을 거란 서백호의 조언에 따른 그들의 움직임은 매우 민첩했다.

-크엉!

덕분에 바라던 대로 1:1 전투 상황이 이어졌다.

각자 눈앞의 적만 죽이면 되는 것이다.

-쾅!

“큭!”

김한성은 범처럼 거칠게 앞발을 휘둘러오는 그랑 다이어 울프의 공격을 힘겹게 방패로 막아내며, 검을 찔러넣었다.

하지만 거리가 짧았다.

그의 검은 그랑 다이어 울프의 가죽을 살짝 긁었고, 이는 적을 더 화나게 만들 뿐이었다.

‘침착하게 적의 움직임 보면서 싸우세요. 그리고 의미 없이 휘두르는 칼질 말고, 적의 거리와 움직임에 맞춰 검을 휘둘러야 제대로 된 타격이 가능합니다.’

순간 서백호의 가르침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결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선생에겐 간단하고 당연한 게 그에겐 너무도 어려웠다.

하지만 계속 도전을 하다 보면 어쩌다 1번은 얻어걸릴 때가 있는 법.

-푹!

지금이 바로 그러했다.

그가 검을 찔러 넣었을 때, 우연히 그랑 다이어 울프가 아가리를 벌려오던 타이밍과 딱 맞아 떨어졌고, 그대로 입안에 검이 빨려 들어가 머리를 뚫은 것이다.

[그랑 다이어 울프를 토벌하여 경험치 100을 습득했습니다.]

짜릿한 손맛에 그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 보니, 자신 외엔 모두가 아직 싸우고 있었다.

뚱이와 치프 다이어 울프의 싸움은 뚱이의 승리로 곧 끝날 것 같고, 김민희도 신나게 밀어붙이고 있었다.

다른 두 사람은 고전하고 있긴 하지만, 충실히 성과를 얻고 있었고.

-촤악!

“오! 한성이 벌써 잡음?”

“운이 좋았어.”

“그런 게 어딨어? 운도 실력이지.”

그리고 그림과도 같은 찌르기로 그랑 다이어 울프의 미간을 뚫은 김민희가 소리 내어 웃으며 그를 칭찬했다.

자신감이 부족하던 김한성에게 그녀의 말은 큰 위로가 되었다.

“아, 오빠들 도와야지.”

“괜히 건드려서 경험치 뺏어 먹게 되는 거 아냐?”

“그럼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리고 둘은 다른 동료들을 도와주었다.

-꾸오오!

마지막으로 치프 다이어 울프의 목을 베어낸 뚱이가 거칠게 포효를 내지르니, 전투는 그들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후로도 가의도 청년단은 그랑 다이어 울프 사냥을 이어갔다.

비록 김한성은 앞선 전투처럼 크게 활약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높여온 레벨이 허튼 게 아님을 증명했다.

“오? 왔습니까?”

뚱이와 가의도 청년단은 레벨을 하나씩 올린 후, 마을로 복귀했다.

그런데 마을로 돌아오니, 마침 서백호가 가의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게 보였다.

주민들의 손엔 해체된 돼지고기가 들려 있었고, 그에 청년단은 환호하며 좋아했다.

대재앙 이후 신선한 돼지고기는 구경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아직도 칼 쓰는 게 어렵습니까?”

그때, 서백호가 김한성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런 그의 곁엔 언제나처럼 김민희가 알짱거리고 있었다.

“이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서백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건 단창이었다.

길이가 180cm 정도 되는 단창.

“무기를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은 준수하시니, 이 기회에 창을 한번 써보세요.”

“어? 그래도 될까요?”

[듀라한 기수의 창 / 단창 / 등급: 최고급]

-순발력+2, 근력+1

별생각 없이 받아든 아이템의 정보에 김한성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선뜻 건네준 장비가 무려 최고급 등급이었으니까.

“가, 감사합니다.”

덕분에 김한성은 크게 감동했다.

효율을 생각하면 김민희처럼 자질이 뛰어난 사람만 붙잡고 가르치는 게 나을 텐데.

아무리 못났어도 제자를 내팽개치지 않겠단 의미 아닌가.

“가자 뚱아.”

-꾸익.

그리고 뚱이는 자신의 주인에게 향하며 김한성을 응원하듯 등을 호탕하게 치고 갔다.

떠나는 둘의 뒷모습이 김한성에겐 너무 크게 느껴졌다.

“한성아, 우리 선생님, 오늘도 멋지시지 않냐?”

“그러게.”

사실 김한성에게 창을 권한 서백호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검을 다루는 센스가 부족하니 이거라도 써보란 식으로 권한 거였으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창으로 무기를 바꾼 이후 김한성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서백호 입장에선 얻어걸린 거였으나, 제자들의 입장에선 ‘역시 선생님은 대단해’란 말이 나올 뿐이었다.

***

“흐암.”

“숙취입니까?”

어제 나와 윌리아를 포함한 월광도 멤버들은 안전구역에서 거하게 파티를 즐겼다.

오랜만에 술이 들어가니, 기분이 좋아진 나는 윌리아와 헤롤드에게까지 술을 권했고, 술에 대한 내성이 약한 건지 두 NPC는 금세 꽐라가 되었다.

윌리아와 헤롤드는 둘 다 주사가 있었다.

헤롤드는 김씨 아저씨에게 선물한 인큐버스 팬티를 머리에 쓰고 이상한 춤을 추는가 하면, 윌리아는 계속 내 어깨에 기대 졸아 인내심을 실험케 했다.

술기운이 완전히 깨지 않아서일까?

윌리아는 월광도를 벗어났음에도 계속 하품을 했다.

“힐을 써보면 취기가 가시지 않을까요?”

“그럴까요?”

결국, 윌리아는 자신에게 힐을 썼고, 그때서야 하품을 하는 일이 없어졌다.

“이제야 낫네.”

“하하, 윌리아님은 앞으로 제가 지켜보고 있을 때만 술 드세요.”

“걱정 마세요. 백호님 아니면 저에게 술 먹일 사람도 없으니까.”

현재 우리는 경부 고속도를 따라 북상하고 있는 중이다.

재앙이 발생하고 19일째인 오늘, 우리가 향하는 목적지는 바로 ‘서울’이다.

“뭐지?”

“왜요?”

“누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래서 고속도로를 따라 분당을 지나고 있는 중인데, 아까부터 뒤통수가 근질근질한 게,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뭐, 착각이겠지만, 꺼림칙하네요.”

내 말에 윌리아는 표정을 굳히며 블레스를 사용해 주었다.

그에 나는 의아하단 표정을 지으며 윌리아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사뭇 진지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답했다.

“느낌이 아닐 수도 있어요. 능력치가 높아짐에 따라 감각도 향상되는 만큼, 정말 미행을 인지한 걸지도 모릅니다.”

“그 말은?”

“혹시 그 시선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까?”

블레스는 능력치를 20% 올려주는 스킬.

즉, 내가 느낀 게 착각이 아니라면, 블레스를 받은 지금은 더욱 그 신호가 강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띵!

[누군가 서백호님의 정보를 확인하고자 조사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서백호님의 마력이 상대보다 두 배 이상 높아 조사 스킬이 상쇄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눈앞에 떠오른 순간, 나는 고개를 홱 돌려 시력강화 스킬을 사용했다.

내가 바라본 건 후방의 좌측 방향.

십자가가 꺾여 있는 교회가 눈에 들어왔다.

이어서 망원경의 초점이 맞춰지듯 시야가 줌인 되더니, 검은 로브를 쓴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멍멍아, 윌리아님 지켜.”

-컹!

그리고 나는 바로 허공을 내달렸다.

블링크를 쓰면 더 빠르겠지만, 이건 비장의 무기이니 쉽게 드러내선 안 된다.

-팟! 팟! 팟!

뭐, 애초에 블링크를 쓰지 않더라도 내게서 도망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가 자신의 존재를 눈치챘다는 것을 알아챈 괴한이 도주를 시작했으나, 단 3초도 되지 않아 나는 그를 따라잡았다.

“이익! 괴물!”

스토커 주제에 뭐라는 거야?

그와의 거리는 이제 5미터 남짓.

다시 한 번 도약으로 거리를 좁히려는데.

남성이 품 안에 손을 넣는 게 보였다.

그 순간.

-탕!

-핑!

나도 모르게 검을 뽑아 휘둘렀다.

“어어?”

깜짝 놀라는 남성과 그에 못지않게 깜짝 놀란 나.

남성의 손에는 경찰용으로 보이는 리볼버 권총이 들려 있었고, 새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설마 나···.’

검으로 총알을 쳐낸 건가?

거의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물론, 총에 맞더라도 방어구 때문에 중상을 입진 않았을 것 같지만, 영화나 만화에서만 보던 장면을 스스로 연출했다는 것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며 경악하고 있는 상대를 낚아채 붙잡았다.

“당신 뭐야?”

“너, 너야말로 뭐야? 시팔. 총알을 칼로 쳐내다니.”

30대로 보이는 검은 로브의 남성.

행색이 그리 더럽지 않을 것을 보면 사는 데 쪼들리는 생존자 같진 않았다.

하지만 미행을 하며 상대의 정보를 살피기 위한 조사 스킬을 썼다는 점에서 악의가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스스럼 없이.

-빡!

“끄억!”

상대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크지 않은 동작.

그러나 상대의 표정을 보면 무슨 망치에 맞은 듯한 모습이다.

“뭐 하는 놈이냐고 물었어. 3초 안에 답 안 하면 머리 부숴 버린다.”

“끄으.”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의 목을 벤 경험이 있는 나다.

새삼스레 숫자가 하나가 늘어난다고 해서 정신적 타격을 입을 일은 없다.

나는 정말 죽일 수도 있다는 의지를 담아 주먹을 들었고.

“겨, 경찰이야. 성남시 소속.”

그리고 그는 필사적으로 손을 내저으며 경찰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하지만 경찰이라 해서 ‘그렇습니까?’라고 할 만큼 나는 순진하지 않았다.

내가 싸우고 죽인 인물 중엔 주민들을 핍박하고 수탈하던 경찰들도 있으니까.

“경기도에서 경찰 인력이 유지되고 있는 건 수원뿐인데, 뭔 개소리야.”

“아, 아니야! 성남에도 생존구역이 있어! 비록 정부 공인이 아니라 성남 시장이 단독으로 형성한 거지만!”

“뭐?”

그의 말을 들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남 시장이 정부 노선에 따르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뜻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너, 너희를 조사한 건 그냥 장비가 좋아 보여서야! 고레벨의 플레이어라면 영입할 수 있을까 싶어서! 아, 플레이어는 레벨을 올리는 사람을 통칭하는 말로 성남에서 주로 쓰여.”

쓸데없이 친절한 설명.

“영입하고 싶다면서 대뜸 사람한테 총부터 쏴?”

“그, 그야 안 그러면 죽임당할 것 같았으니까! 너 존나 무서웠다고!”

덕분에 이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야 했다.

‘일단 윌리아에게 돌아가자.’

나는 매직 로프 브레슬릿으로 그를 포박해서, 다시 윌리아에게 향했다.

“저것들은 또 뭐야?”

그런데 윌리아가 있던 장소에 도착한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끄윽.”

“으으.”

그녀의 주변으로 10여명의 남녀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오셨어요?”

윌리아는 언제나처럼 상큼하게 웃어 보이고, 내게 붙잡혀 온 남성은 그 모습을 보며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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