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징조 (4) >
쓰러진 10여 명의 사람들 중 4명은 총기로 무장하고 있고, 나머진 창과 검 등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이건 누가 봐도 내가 녀석에게 끌려가 있는 동안 윌리아를 공격했다가 도리어 당한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붙들려 온 남성을 빤히 바라봐야 했다.
“영입을 신박하게 하네?”
내 물음에 자신을 성남 경찰이라 소개했던 남성이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아, 아니. 나도 이게 어찌 된 상황인지 잘···.”
“그래도 발뺌해?”
그리고 그런 남성을 도와주듯 쓰러져 있던 어느 청년이 힘겹게 상체를 일으키며 말했다.
“저 여자가 우릴 먼저 공격했어···.”
“그렇지? 하, 하하. 봐봐 모두 사고였다니까?”
그에 내게 포박된 경찰이 사고임을 강조했지만,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선공 여부가 뭔 상관이야? 완전무장한 사람들이 내 일행에게 우르르 달려온 것부터 의도가 뻔한데. 심지어 저 넷은 너처럼 총까지 들고 있잖아?”
“그, 그건.”
내가 장난하냐며 바라보자 그는 열심히 눈알을 굴렸다.
덕분에 나는 한숨을 쉬며 역시 대재앙 이후 사람을 쉽게 믿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다시 얻었다.
“그냥 죽는 게 낫겠다.”
그는 내게 총을 쐈었다.
과연 이들이 플레이어라 칭하는 사람 중에 그 총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두려움 때문이건 뭐건 스토킹을 하다가 발각되자 도리어 상대를 죽이려 했다는 사실에 변함은 없다.
거기에 뒤치기를 위한 병력 준비까지.
아무리 변명해도 소용없었다.
“이게 모두 그 자식 때문이야!”
그리고 내가 주먹을 치켜들자 그는 발악하듯 소리쳤다.
“교도소를 탈출한 살인자 새끼가 생존구역을 장악했어! 그 녀석에게서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선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고!”
“어쩔 수 없어서 타인을 공격하는 거다?”
“그, 그건 그 새끼가 너무 강하니까! 그 새끼를 따르는 세력이 너무 크니까!”
“모두 대의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거네?”
“그래!”
뭔가 재밌는 이야기를 한다.
살인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범죄자가 생존구역을 장악했다?
대체 얼마나 강하길래 그런 게 가능한 거지?
그를 따르는 세력이라면 당연히 같은 수감자들을 말하는 걸까?
“계속 말해봐.”
내가 관심을 보이자, 그는 신이 나서 나불나불 떠들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성남시 생존캠프는 시청과 지역 경찰서가 협력하여 정부와 별개로 독자 운영이 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안양교도소에서 탈출한 범죄자 하나가 경계가 허술한 틈을 타 시민인 척 생존캠프에 섞여들었고, 그가 사냥팀을 만들면서 세력을 무섭게 확장해나갔단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은 끝내 성남시 생존캠프의 관리자들을 쳐냈고, 그 과정에서 시장과 경찰서장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뭔가 이상한데?”
“뭐?”
하지만 내용을 들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그도 그럴 게 성남시 생존캠프를 장악한 범죄자라고 해서, 나는 흉악 범죄자‘들’을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 뜻이 아닌가.
“범죄자 하나만 떼고 생각하면 결국 기존의 기득권이 시민들에 의해 팽 당한 거 아닌가?”
내가 의아하게 생각하자, 그는 열심히 입을 놀렸다.
“범죄자 새끼가 선동을 워낙 잘해서···.”
“적인데 무슨 말을 못해, 결국 너희도 강도 살인범이잖아? 뭘 새삼스레 범죄자 비범죄자 구분 짓냐.”
나는 시선을 돌렸다.
대상은 바닥을 뒹굴고 있는 사람들.
“솔직하게 털어놓는 한 놈만 살려 줄게.”
“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볼일 없다는 듯, 포박해온 경찰을 바닥에 패대기쳤다.
말을 길게 했지만, 친해진 건 아니다.
그냥 그의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듣고 있었을 뿐.
즉, 이들의 처분은 진작에 결정되었단 뜻이다.
내 말에 녀석들은 눈치를 살피다가 곧 서로 자기가 살겠다고 없는 말 있는 말 전부 떠들어댔다.
그중 중심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성남을 장악했다던 범죄자였다.
“최도겸? 내가 알고 있는 그···.”
“네, 맞을 겁니다!”
그리고 듣게 된 이름 최도겸.
나도 알고 있는 유명한 범죄자였다.
10년 전, 온라인의 의견을 양분시킨 인물이자 추종자가 많은 범죄자.
범죄자가 추종자를 갖고 있다는 게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의외로 흔한 일이다.
잘생기고 예쁜 범죄자들이 매스컴을 통해 얼굴이 알려지면서 팬카페가 생성된 사례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최도겸은 살인 배경이 많은 사람의 이해를 받았기 때문에 추종자가 생겼더랬지.’
최도겸은 고1 때, 중학생 4명을 살해했다.
그것도 그 학생들의 부모가 지켜보는 앞에서.
이야기만 들으면 영락없는 사이코패스 같지만, 앞에 스토리가 붙으면 느낌이 조금 달라진다.
이유는 그 4명의 중학생들이 최도겸의 부모와 동생을 죽인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하지만 4명의 중학생들은 당시 촉법소년으로 아무런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고, 그 학생의 부모들은 천애 고아가 된 최도겸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법이 그런 걸 어쩌겠냐, 앞길이 창창한 아이들이니, 네가 이해해라.’
그래서 최도겸은 복수를 계획했고, 그 부모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해 학생들을 죽인 거다.
‘난 아직 청소년이라 최대형량이 20년이다. 20년 후 출소해도 아직 30대란 소리지. 나는 죄책감 없이 잘 먹고 잘살 거다. 억울해? 법이 그런 걸 어쩌겠냐.’
그리고 최도겸은 촉법소년들의 부모가 했던 대사를 그대로 돌려주며 수감되었다.
때문에 당시 꽤나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다.
사람들의 의견도 반으로 나뉘어 여기저기서 말다툼이 많았고.
‘그런 인물이 성남 생존캠프에서 지도자 노릇을 하고 있다?’
신기했다.
그런 인생도 있구나 싶어서.
어찌 보면 대재앙이 그에겐 재기의 기회로 작용한 셈이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얼마나 죽였어?”
“대략 20···.”
“구라 치긴. 뭐 됐어. 너희 세력은 얼마나 되지?”
“약, 300명 정도 됩니다.”
“지도자는?”
“김만백 시의원과 경기 남부 경찰청 6기동대 장원기 대장입니다.”
“숨어 있는 장소는?”
“······. 그건 어째서?”
“묻는 말에 답이나 해.”
“N사의 사옥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이 중에 대장장이 NPC에 대해 알고 있거나 의심 가는 정보 있는 사람?”
“······.”
혹시나 싶어서 물었는데, 역시나 아는 사람이 없다.
뭐, 이들 수준이 그렇겠지.
그때 윌리아가 옆으로 다가오자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제가 처리할게요.”
“아뇨, 같이하죠.”
굳이 윌리아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 모든 건 같이 감내해야 할 일이라면서.
“자, 잠깐 우리 손을 잡지 않겠나? 분명 자네에게도 큰 이득···.”
“넌 혀가 너무 길어.”
“저, 저는 살려 주시겠다고.”
“그 말을 믿었어?”
그리고 이어진 상황?
말해 뭐하겠는가.
노상강도의 처분이다.
어차피 녀석들을 살려줘 봤자 엉뚱한 사람들이 죽거나 피해를 볼 것 아니겠는가.
덤으로 나는 녀석들의 본진을 털어먹기 위해 신속히 움직였다.
*
잠시 후, 나는 노상강도들이 알려준 본진에 다다랐다.
-타타탕!
-쿠탕탕!
-끄악!
그런데 어째 내부가 소란스럽다.
“아무래도 누군가와 싸우고 있는 모양인데요?”
“그러게요.”
혹시 나와 같은 사람들이 또 있는 건가 싶어서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다가갔고, 곧 30명과 10여 명이 서로를 향해 총격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물러나!”
“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숫자가 적은 무리가 물러났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건 냉병기로 무장한 5명의 남녀.
그들은 용감하게 총을 지닌 30명에게 달려들었다.
“이익! 괴물 새끼들이!”
5인의 파티는 쉴드 스킬을 앞세워 거리를 좁히면서 검으로 적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미연아!”
“알았어! 그리스!”
“으악! 바닥이!”
마치 한 몸처럼 싸우는 5인 파티의 모습은 절로 감탄사를 불러일으켰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로마병처럼 한손검 글라디우스와 사각방패로 무장한 남성이었다.
기교는 없지만, 상황 판단력이 좋은 그는 동료를 케어하면서 착실하게 적을 베었고, 파티 사냥의 중심으로서 전체의 전투력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들의 정보를 살폈다.
[최도겸 / 레벨: 29]
[오미연 / 레벨: 29]
[조동혁 / 레벨: 28]
[김한결 / 레벨: 28]
[김응수 / 레벨: 28]
그리고 그들의 정보를 본 순간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누가 나보다 먼저 쓰레기 청소를 하고 있나 했더니, 성남 캠프의 리더라는 범죄자 최도겸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이가 안 좋다고 하더니, 끝내 두 세력 간의 전쟁이 발발한 모양이다.
‘그보다 최도겸 파티 레벨이 상당한데? 장비와 스킬도 좋아 보이고.’
수원에서 제일 큰 파티였던 김현수 사냥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아니, 김현수 사냥팀은 김현수와 다른 멤버 사이에 약간의 레벨 차이가 존재했지만, 저들은 하나같이 레벨이 엇비슷해서 오히려 정예끼리 싸우면 이쪽이 더 강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레벨이 46인 나와 윌리아에 비할 수준은 아니지만.’
결국, 전투는 그들의 승리로 끝났다.
단 5명이 총기로 무장한 30여 명을 상대로 승리한 것이다.
“계속 가자.”
“오케이.”
최도겸의 지시에 여성 멤버가 손뼉을 짝짝 쳤다.
그러자 눈먼 총알을 피해 숨어 있던 총병 10여 명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최도겸 일행의 이동을 지켜본, 나와 윌리아는 헥헥대는 멍멍이를 사이에 두고 고민해야 했다.
“그냥 돌아가도 알아서 청소될 것 같은데요?”
“그렇죠?”
오랜만에 악당이나 좀 털어먹으려 했는데, 선객이 있을 줄이야.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기엔 아깝다.
괜히 시간만 낭비한 느낌 아닌가.
나는 고민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결론을 내렸다.
“선객이고 뭐고 그냥 돌파해서 대가리만 털어먹고 가죠.”
내 말에 윌리아는 이견 없이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공주님 안기로 그녀를 번쩍 들었다.
“백호 님?”
“멍멍아 잘 따라와.”
-컹!
나는 윌리아를 안은 채 창밖에 디딤판 스킬을 만들어 허공을 달렸다.
목적지는 옥상이다.
위에서 내려가는 게 방비도 허술할 테고, 적들도 방심할 테니까.
디딤판 스킬은 약 5초간 유지되니 타이밍만 맞추면 여럿이 동시에 이용하는 게 가능하다.
멍멍이는 내 뒤를 따라 디딤판을 잘 밟으며 쫓아왔다.
“저도 도약 스킬 있는데요?”
“저 혼자 도약을 쓰는 게 마력도 절약되고 좋잖아요?”
내 말에 윌리아는 그렇구나 라며 긍정했다.
‘후후.’
*
내 예상대로 옥상의 방비는 약했고, 다들 밑에서 올라오는 침입자를 신경 쓰느라, 위에서 내려오는 나와 윌리아, 멍멍이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로 인한 대가는 이것이다.
“컥!”
“크윽!”
[김만백 / 레벨: 3]
[장원기 / 레벨: 5]
악당들의 대가리 청소.
“항상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악당들의 우두머리는 대체로 레벨이 낮네요.”
“아무래도 정치형 권력자들이라 그런 것 같아요.”
너무 손쉽게 악당의 우두머리를 해치운 우린 녀석들의 시신에서 아이템과 코인을 회수하고, 금고에 잘 숨겨둔 보물들까지 알뜰하게 챙겼다.
개중엔 수준에 맞지 않게 과분한 보물도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게 바로 이것이다.
[서포터의 장갑 / 등급: 특수]
-아라크네의 실과 미스릴 실을 조합해 만든 반장갑으로 매우 얇고 탄력이 높다.
-버프 계열 스킬의 효과를 50% 향상시킨다.
-마력+3
녀석들이 어떤 경로로 손에 넣은 물건인지는 몰라도, 마치 우리를 위해 준비해 놓은 듯한 물건이었다.
당연히 서포터의 장갑은 윌리아의 몫이 되었고, 나는 녀석들에게서 무려 10만 코인을 습득했다.
“무슨 코인이?”
이놈들이 성남 캠프에서 쫓겨난 이유를 알 것 같은 금액이었다.
그 외에도 가의도 청년단 멤버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은 최고급 장비들도 다수 얻었다.
‘역시 악당들 털어먹는 게 쏠쏠하다니까?’
그렇게 목적을 달성한 우린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옥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방을 나서는데.
-휙!
-쾅!
검기를 머금은 검이 내 복부를 노리며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그 기습에 가까운 공격을 가볍게 피해내고, 공격을 가해온 인물을 뒤차기로 날려 버렸다.
“큭!”
“오빠!”
그리고 공격을 해온 인물을 살핀 나는 살짝 곤란하단 표정을 지었다.
이유는 그들이 나와 같은 목적으로 이곳을 찾은 최도겸 파티였기 때문이다.
최도겸은 방패로 내 발차기를 막아냈지만, 차마 내 근력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이어서 윌리아와 멍멍이가 방을 나오면서, 얼떨결에 우리 파티와 최도겸 파티의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다, 당신 같은 사람이 왜 김만백 같은 쓰레기에게 붙어 있는 거지!?”
단 한 번의 공방 교환이었지만, 내 수준을 짐작한 최도겸이 당황하며 소리를 내질렀다.
아무래도 나와 방 안에 쓰러져 있는 놈들을 같은 편으로 오해한 모양이다.
하긴, 타이밍이 그럴 만도 했다.
이들 입장에선 우리가 자신들을 막기 위해 나선 것처럼 보일 테니까.
“김만백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모른다곤 하지 않겠지? 사람들 납치해 아이템을 강탈하고 처참히 죽이는···.”
나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최도겸의 모습을 보니, 문득 이런 물음을 던지고 싶어졌다.
“넌 깨끗하고?”
교도소에서만 10년 넘게 생활해서인지, 최도겸은 27의 나이에도 30대 중반 같은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내 물음에 그는 침음을 삼키더니.
이내 말을 잃었다.
그에 옹호하고 나선 건 파티 내에서 마법형 스킬을 주로 구사하던 여성 멤버였다.
“오빤 달라! 네놈들과 같은 취급하지 마!”
내가 유도한 거긴 하지만, 이런 취급은 좀 열 받네.
그런데 그런 그녀에 이어 다른 파티원들도 똑같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중 반 이상이 욕설이어서 바로 쾌격을 날리려다 참았다.
‘꽤나 인정 받고 있네.’
정작 본인은 과거에 얽매여 있는 느낌이지만.
한껏 흥분한 그들을 보며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일단 최도겸이 선빵을 날려오긴 했지만, 오해에서 비롯된 거고, 애초에 그는 처음부터 머리나 목과 같은 즉사 포인트가 아닌 복부를 노려왔다.
복부 부상 정돈 중급 회복만으로도 가볍게 치료가 되기 때문에 나름대로 만약에 대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냥 오해 풀고 물러나면 그만이긴 한데···.
내 성격이 꼬여서일까?
‘나를 제외한 최상위권 파티의 전투력이 순수하게 궁금하긴 해.’
그래서 나는 검을 뽑으며 말했다.
“10초만 버텨봐. 그럼 얌전히 물러나 줄게.”
내 말에 그들은 표정을 굳혔고.
“블레스.”
윌리아는 내게 서포터의 장갑으로 능력치 상승 효과가 30%가 된 블레스를 걸어주었다.
“뭐해? 쏴!”
그러자 최도겸 파티의 여성이 뒤에 있는 총수들에게 사격을 지시했다.
“아니, 쏘지 말아봐.”
“오빠?”
하지만 최도겸이 이를 막았다.
내게서 어떤 이상함을 감지했을까?
그는 진지해진 모습으로 전투태세를 취하며 물어왔다.
“10초만 버텨 보란 거죠?”
“네.”
그의 진중한 태도에 나도 말투를 존대로 고쳤다.
그리고 나는 도약을 이용한 폭발적인 순간 가속도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흡!”
-쾅!
거의 순간이동이나 다름없는 스피드에 깜짝 놀란 최도겸이 급히 방패를 내세웠다.
하지만 나는 그의 단단한 방패를 향해 오히려 검을 찔러 넣었고.
검이 정확하게 방패의 중앙을 때리자 최도겸은 허공에 붕 떠올라 속수무책 뒤로 밀려났다.
“그리스!”
최도겸을 지원하기 위해 여성 파티원이 바닥을 미끄럽게 만드는 스킬을 썼다.
하지만 나는 디딤판 스킬을 사용해, 허공을 밟으며 검을 내질렀다.
‘쾌격.’
그러자 검 끝에서 방출된 푸른 빛이 일렬로 선 다섯 명의 뺨과 머리카락, 어깨를 스쳤다.
5명의 머리를 동시에 날릴 수 있었음에도 한 번 봐줬다는 뜻.
그에 그들은 헛바람을 삼키며 산개했지만, 이는 각개 격파의 신호탄이었다.
“큭!”
“으악!”
정확하게 일 검에 한 명씩.
그들은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나마 최도겸이 조금은 버텼지만···.
‘거력참.’
“큭!”
도끼질하듯 휘둘러진 강력한 찍기 한 방에 방패는 바닥에 꽂히고, 그는 충격에 의해 뒤로 튕겨 나갔다.
“음···.”
그리고 나는 신음하는 그들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생각보다 차이가 심한 것 같아서.
분명 제삼자의 시선으로 봤을 땐 엄청 강했던 것 같은데?
최도겸 일행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벙찐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척!
“쏘, 쏘지 마!”
총수들이 자신들의 동료가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내게 총을 겨눴지만, 이번에도 최도겸이 막았다.
하지만 이번의 제지는 앞선 경우와 조금 달랐다.
굉장히 다급해 보였달까?
마치 상대를 화나게 해선 안 된다는 것처럼.
“적은 아닌 거죠?”
아마 내가 많이 봐줬다는 것쯤은 본인들이 더 잘 느끼고 있을 거다.
나는 윌리아에게 그들의 치료를 부탁했고, 그에 골골대던 이들이 다시 일어났다.
“미안합니다. 실은 저도 여러분처럼 김만백, 장원기 잡으러 왔거든요. 방 안쪽에 시체 있으니 확인해 보세요.”
“그, 그럼 왜?”
대체 그럼 왜 싸운 거냐고 묻는 듯한 모습에 나는 헛기침으로 무마 했다.
단순히 '최상위 파티의 전투력이 궁금해서 시험해봤다’이라고 하기엔 상대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최도겸은 빠르게 혼란을 수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도 거력참의 일격에 팔이 저린지 손을 주무르면서.
“그래도 당신 같은 존재가 적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10년은 감수했다는 반응의 최도겸을 보며 양심이 켕기는 것을 느꼈다.
‘어서 도망가야지.’
그래서 미안한 마음을 담아 그가 떨어뜨린 방패를 직접 주워주려는데.
[크리스의 사각 방패 / 등급: 최고급 / 1강]
나는 그의 방패에 붙은 ‘1강’이란 단어를 발견하곤 흠칫 놀라고 말았다.
설마 이런 곳에서 마주하게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화에 대한 단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