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47화 (47/273)

< 서울 (1) >

어느 미국인이 무기강화에 성공했다는 최초 업적 보상이 뜨고, 벌써 5일이 지난 상태.

그 사이 다른 사람들이 속속 강화에 성공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사고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쳤을 성남에서 강화의 단서를 발견할 줄은 몰랐다.

나는 최도겸에게 방패를 건네주며 물었다.

“방패가 강화가 되어 있군요?”

내 물음에 그는 움찔거렸다.

아무래도 보안을 지켜온 정보인 모양이다.

하긴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장비를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은 그만큼 가치가 있으니까.

“실례지만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요? 적절한 보상을 하겠습니다.”

정보야 빼앗기로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힘으로 뺐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수준을 가늠해본다고 이들을 괴롭히지 않았는가.

이들과 필요 이상으로 적대할 생각이 없는 나로선 보상을 거론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정부나 국군 소속이십니까?”

정부와 국군을 거론하는 모습에서 그가 두 조직을 불신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으니, 고개를 저으며 솔직하게 답했다.

“아뇨,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파티원도 우리 둘에 펫 한 마리가 끝이고요.”

“허, 대단하시군요. 겨우 둘이서 그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다니.”

정부와 군대에서 엘리트 조직을 키우고 있지만, 최도겸과 김현수와 같은 민간 사냥팀이 그들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온실 속 화초보다 야생에서 거칠게 자란 화초가 더 강한 법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들이 겪은 것 이상으로 많은 고난을 이겨온 사람이란 뜻이다.

“보상으로 무엇을 주실 수 있습니까?”

한 단체의 장이라서 그럴까?

최도겸은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단 것을 알면서도 딜을 걸어왔다.

그에 잠깐 고민을 한 나는 허리춤에 채워진 검 중에서 보조 검을 꺼내 보여주었다.

“이건 어떻습니까?”

그건 네임드 듀라한을 잡고 얻은 특수 등급의 무기, 크루더의 검이다.

[크루더의 검 / 한손 장검 / 등급: 특수]

-검기의 위력이 30% 상승한다.

-근력+2, 민첩+2

-자체 스킬: 분열검

무척 좋은 무기고 분열검으로도 많은 재미를 봤지만, 그래 봤자 보조 무기.

당장 없다고 해서 전투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마침 최도겸도 한손검 사용자여서 장비를 보여준 것인데, 아이템 정보를 본 그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나야 장비의 대부분이 특수 등급으로 바뀐 상태이며, 희귀 등급의 장비까지 착용하고 있지만, 이들 입장에서 특수 등급은 보물 중에 보물일 것이다.

최도겸의 곁으로 다가온 동료들도 아이템의 정보를 살피고는 헛바람을 삼켰다.

“이, 이런 장비를 턱 내놓으시다니.”

“그 정도면 보상은 되지 않을까요?”

내 물음에 그는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서 이대로 협상 결렬인가 싶었는데, 의외의 제안을 해왔다.

“장비는 됐습니다. 대신 당신의 시간을 주십시오.”

“시간이요?”

“3일 또는 4일에 한 번꼴로 한두 시간이라도 좋으니, 파티 사냥을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내게서 전투 노하우를 얻어가시겠다는 거군요?”

“덤으로 친분도요.”

“하하!”

예상 밖의 제안.

나는 속으로 감탄사를 흘렸다.

그는 개인의 욕심보다 단체의 리더로서 입장을 선택했다.

나는 정말 그거면 되겠냐고, 후회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어차피 당신이 힘으로 압박하면 우린 버텨낼 도리가 없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몰래 조사를 한다면 보상 없이 빼갈 수 있는 정보기도 하고요.”

맞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 거래가 불발이 되어도 나는 대응 방법이 많았다.

솔직히 내 입장에선 크루더 검 하나를 내주는 게 편하지만, 나는 그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의 역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수원에 있을 김현수가 들었다면 발끈했을 모습이지만, 김현수는 이미 정부와 반쯤 협력 관계나 다름없는 입장이다.

그런 면에서 독자 세력인 최도겸과는 조금 더 긴밀한 관계를 맺어놔도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다.

“아시다시피 최도겸입니다.”

“백호입니다.”

“이름이 멋지시네요.”

“하하.”

참고로 최근 외부에서 이름을 밝힐 일이 있으면, 나는 성을 떼고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 나를 ‘백’씨 성에 ‘호’란 외자 이름을 가진 거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

잠시 후, 나는 최도겸 일행과 함께 성남 웨이포인트를 찍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리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클리어된 던전 앞이었다.

[폐광산]

적정레벨: 15

아버지가 알려준 정보에 없는 던전.

즉, 정부에선 아직 모르고 있던 던전이란 뜻이다.

‘하긴 그럴 만도 하겠네.’

정부가 모든 던전을 꿰고 있기란 불가능하기도 하고, 이곳 던전은 공원의 호수를 끼고 위치해 있었다.

입구도 호수 끝 육지에 아슬아슬 걸쳐져 있었고.

쉽게 말해, 일반적인 방법으론 던전에 빠질 일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정부도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시간이 흘러서는 성남에 대해 완전히 신경을 꺼버렸으니.

“그게 뭡니까?”

“숨겨진 필드로 넘어가기 위한 열쇠입니다.”

이어서 최도겸이 인벤토리에서 열쇠를 꺼내 클리어된 던전 입구에 찔러넣었다.

그러자 던전의 입구가 불길한 기운을 풍기던 갱도에서 잘 가공된 문의 형태로 바뀌었다.

-끼익.

최도겸은 그 문을 열었고, 우리의 눈앞에 집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지하 공동이 등장했다.

나는 익숙해 보이는 최도겸 일행의 뒤를 촌사람처럼 두리번거리며 따라 들어갔다.

“왔나?”

이어서 한 남성이 우릴 반겨 주었다.

[막심 / 호감도 0%]

바로 강화와 관련된 내 추측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존재.

대장장이 NPC의 등장이었다.

“오늘은 처음 보는 손님이 있구만.”

“안녕하세요.”

막심이란 대장장이 NPC는 상상 속 드워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거칠게 자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나를 훑기 시작했고, 이내 눈에 이채가 어렸다.

“꺽다리 너보다 훨씬 낫구나.”

“하하, 그럴 겁니다.”

대장장이 NPC 막심이 꺽다리라 표현한 인물은 최도겸이었다.

별명으로 부르는 거 보니 제법 호감도가 높아 보였다.

“벌써 이렇게까지 장비를 맞춘 사람이 있다니, 놀라운걸?”

진심 어린 막심의 감탄사에 최도겸 일행이 놀란 모습을 보였다.

그가 이리 반응하는 건 처음 보았다는 것처럼.

그러면서 막심의 시선이 내 뒤에 있는 윌리아에게 향하고, 이내 흠칫 놀랐다.

윌리아는 그런 그를 지그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막심은 슬쩍 시선을 피했다.

‘뭐지? 같은 NPC라 그런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윌리아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강화하러 왔나?”

“네, 그렇습니다.”

“강화 재료는?”

강화 재료란 게 무엇인지 모르는 나는 최도겸에게 시선을 옮겼고, 그가 대신 설명해 주었다.

“1강은 강화에 흑철주괴가 필요하고, 2강은 미스릴주괴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2강이 끝입니까?”

“그 이후론 호감도가 50%를 넘어야 알려준다고 해서요. 저희도 아직 20%밖에 안 되거든요.”

대충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었다.

미스릴이 구하기 힘드니, 최도겸의 방패도 1강에 그친 것이다.

흑철 주괴는 오크 전사를 해치우면 나오는 흑철조각 10개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흑철뿐만 아니라 미스릴도 꾸준히 구할 장소를 안다.

바로 홍성에서 클리어를 미뤄두고 있는 던전, ‘잊혀진 광산’이다.

“재료만 구해오면 2강까진 업그레이드를 해주시는 거죠?”

“그래.”

막심의 대답에 나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김씨 아저씨에게 받았던 유물을 막심에게 내밀었다.

“이, 이건.”

그리 길지 않은 형태의 막대기.

그 유물을 본 막심이 크게 놀랐다.

“이 친구 범상치 않다 했더니, 이런 것까지 갖고 있었다고?”

“뭔지 감정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어진 막심의 이야기에 나는 미간 찌푸려야 했다.

“도와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자네와는 친분이 부족하군.”

호감도가 부족하단 뜻.

하지만 그의 반응만 봐도 유물의 정체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쉽게도 감정은 호감도 30%가 넘어야 해준단다.

“혹시 좋아하시는 게 있을까요?”

그래서 나는 호감도 작업을 위해 막심의 기호를 물었다.

“있지. 좋아하는 거.”

“뭔데요?”

“술!”

아아, 그러고 보니, 드워프는 그런 설정이 있었지.

어제 파티를 즐기느라 가지고 있던 모든 술을 소비했지만,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다시 구할 기회는 있을 거다.

‘운 좋게 대장장이 NPC를 찾은 게 어디야. 일단 재료만 구하면 강화는 해준다고 하니. 이번 서울행이 끝나면 한동안은 홍성에 처박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을 끝으로, 우린 숨겨진 필드를 벗어났다.

당연히 나는 열쇠를 어찌 얻었는지 물어야 했는데, 이에 대한 최도겸의 답은 심플했다.

“이 던전 보스 잡으니까 나오던데요?”

폐광산 던전의 보스를 잡으니 대장장이NPC의 숨겨진 필드에 갈 수 있다라.

꽤 자연스런 연결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는데.

‘잠깐, 폐광산과 대장장이?’

문뜩 광산이란 던전 자체가 대장장이와 연관이 있는 거 아닐까란 추측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물론, 넘겨짚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지레짐작이지만.

그에 따라 홍성의 ‘잊혀진 광산’이 연관되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설마, 잊혀진 광산에도? 에이, 아니겠지.’

***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

서백호와 멍멍이에 탄 윌리아가 떠나자, 최도겸 파티의 여성 멤버 강은지가 물어왔다.

그러자 친절한 미소를 띠고 있던 최도겸이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 그에게 대항할 방법이 없으니.”

“총으로 저격이라도 하면···.”

“저격에 대한 대응이 되어 있으면 어쩌려고?”

강은지는 최도겸이 굽실대는 모습이 보기 싫었다.

그래서 강경한 발언을 했지만, 현실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이 그리 좋지 않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이전까지 나는 우리가 최고는 아니어도 최고에 근접한 수준은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

“하지만 오늘 단 한 명에게 처참히 깨졌지. 더구나 우릴 시험하듯 한껏 힘을 뺀 상대에게.”

최도겸의 말에 파티원들의 어깨가 축 처졌다.

그는 동료들을 다독이며 말했다.

“그나마 우린 운이 좋아. 그 막강한 상대와 함께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앞으로 곁에서 잘 보고 강해지면 돼. 알겠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최도겸은 헛기침을 하며 강은지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너 아까, 저쪽 파티 여성분과 이야기하는 거 같던데? 무슨 이야기 나눴어?”

“뭔 소리야?”

그런데 최도겸 뿐 아니라, 다른 남성멤버들까지 그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자, 강은지는 와락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그 여자 성격 존나 더러워. 그러니까 관심 갖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럴 리가?”

“딱 봐도 엄청 순해 보이시던데?”

“베일로 얼굴을 가렸는데, 뭐가 순해 보여 이 미친놈들아!”

“어이쿠! 은지 또 폭주했다!”

강은지는 씩씩대며 아까 있던 일을 떠올렸다.

그녀에게 최도겸은 생명의 은인이자 존경하는 대상이었다.

그런 그가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모를 호랑말코 같은 놈에게 된통 깨졌다.

당연히 강은지 입장에서 서백호는 좋아 보이려야 좋아 보일 수가 없었고, 그래서 수시로 그를 흘겨보며 짜증 난단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윌리아가 그녀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 온 것이.

‘백호 씨를 계속 노려보시는데, 불쾌하니까 그만둬 주실래요?’

‘뭐?’

‘입장 파악을 제대로 하란 뜻입니다. 머리에 구멍 뚫어 버리기 전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서늘하게 웃으며 경고를 날려오니, 강은지는 그 자리에 굳어 버리고 말았다.

이어서 윌리아는 언제나처럼 서백호의 곁으로 돌아가 생글생글 웃어 보였고, 강은지는 그런 그녀를 무서워 할 수밖에 없었다.

***

‘도착!’

성남에서 잠깐 지체되긴 했지만, 우리는 오래지 않아 서울을 대표하는 생존 구역 중 하나인 동작구 현충원에 다다랐다.

동작구 현충원은 앞서 지나온 수원의 광교 생존구역과 비슷한 수의 피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내부는 수 많은 사람이 어울려 매우 역동적이었다.

멍멍이는 필요 이상으로 이목을 끄는 만큼, 웨이포인트로 잠시 월광도에 데려다 두고, 나와 윌리아는 둘이서 데이트하듯 생존구역 여기저기를 살폈다.

“뭔가 수원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네요?”

“그러게요?”

하지만 뭐랄까?

역동적이긴 한데, 수원처럼 마냥 밝고 희망찬 것도 아니란 게 아이러니한 점이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었다.

“저기요. 뭣 좀 물을게요.”

“외부인입니까?”

“네.”

“정보료 5코인 입니다.”

상대는 평범해 보이는 20대 남성이었다.

그런데 내 말에 그는 대뜸 코인부터 요구했다.

그래서 나는 이게 서울인심인가 싶어서 5코인을 건네주었고.

“네네, 뭐든 여쭤 보세요.”

뚱한 표정을 짓고 있던 상대가 더없이 친절해졌다.

그에 헛웃음을 흘린 나는 물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다들 표정이 어두워서요.”

내 물음에 남성은 씁쓸한 표정으로 답을 이었다.

“1시간 전, 한강의 수중 몬스터에 의해 동작대교가 붕괴했다고 합니다.”

“네?”

“아시겠지만, 동작대교는 여기 현충원 생존구역과 용산공원 생존구역을 다이렉트로 잇던 다리죠. 그 다리가 무너져 예고 없이 이산가족이 된 사람이 꽤 많은 것 같더라고요.”

“다리를 통한 교류가 많았나 보죠?”

“많다 뿐이었겠습니까? 덕분에 두 생존구역은 하나나 다름이 없었는데요. 사냥팀간의 교류도 많았고요.”

나는 더 많은 대화를 원한다면 추가로 5코인을 내라는 그를 돌려보냈다.

그리고 윌리아와 함께 한숨을 내쉬어야 했는데, 이유는 우리의 목적지이자, 김씨의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생존 구역이 바로 용산공원이었기 때문이다.

한강을 건너기로 마음먹으면 다리 없이도 충분히 건널 수 있다.

문제는 주변에 군인들의 쫘악 깔려 있어서, 필요 이상으로 이목을 끌 수 있다는 거였다.

“일단 다리 쪽으로 가보죠.”

“네.”

그래서 우린 무너졌다는 동작대교로 향했고.

머지않아 일부분만 무너진 게 아니라, 전체가 폭삭 주저앉은 동작대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냥 다른 다리 이용하시죠.”

“아무래도 그게 나을 것 같네요.”

마음 같아선 바로 허공을 달려가고 싶지만, 군인들이 도끼눈을 뜨고 주변을 주시하는 데다가, 마치 해안포처럼 한강을 바라보고 설치된 견인포와 대공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반포대교나 한강대교를 이동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반포대교가 조금 더 가까우니 그쪽을 이용하도록 하죠.”

나는 동작대교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반포대교를 가리켰다.

그런데···.

“어?”

-쿠쿠쿠쿵!

내가 손을 가리킴과 동시에 반포대교가 붕괴했다.

덕분에 동작대교 앞에 모여 반포대교가 붕괴하는 걸 지켜보고 있던 많은 군인과 사냥꾼, 시민들의 시선이 내게 모였고, 나는 오해라며 손을 내저어야 했다.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으니까.

하지만 이내 다들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들도 내가 뭔가를 했을 거라 생각하고 바라본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후우, 미친···.’

동작대교에 이어 반포대교까지 붕괴했다.

설마 이대로 서울의 모든 다리가 끊기는 거 아니겠지?

“대체 무슨 몬스터가 저러고 다니는 겁니까?”

나는 근처 군인에게 버릇처럼 5코인을 주며 물었다.

“거대한 뱀의 형태를 가진 몬스터랍니다. 녀석이 몸을 휘감으면 부서지지 않는 게 없다네요.”

“혹시 몬스터의 레벨을 알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레벨을 확인할 수 있는 스킬의 보유자가 지금 자리에 없어서 확인을 못 했다고 합니다.”

이러다가 다리란 다리는 모조리 다 끊기게 생겼다.

결국, 서둘러 윌리아와 함께 한강대교로 이동했다.

그리고 우린 오래 걸리지 않아 한강대교 앞에 도착했다.

“오오! 강이솔이다!”

“응? 어디!?”

한강대교 앞 역시 이미 많은 사냥팀과 군인들이 몰려 있었다.

좀전의 현장과 다를 점이 있다면, 이곳의 사람들은 다리를 끊고 다니는 몬스터에 대항하기 위해 모인 듯했다.

그중에서도 유독 화려한 장비를 걸친 한 팀의 모습이 자연히 눈에 들어왔는데.

[강이솔 / 레벨: 26]

[최이나 / 레벨: 25]

[서인표 / 레벨: 25]

‘어? 강이솔.’

바로 정부 소속의 엘리트 팀이었다.

놀랍게도 나와 시나리오 조각으로 메시지를 나눴던 상대, 국가부흥처 제1 본부장이라는 강이솔을 보게 된 것이다.

그들은 총 30명으로 이뤄진 집단이었다.

마치 레이드를 준비하듯 포지션을 갖추고, 그런 그들의 옆엔 군인들이 함께였다.

-파앗!

“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도전적인 모습에 답을 하듯, 한강 속에서 거대한 뱀이 모습을 등장했다.

[크리쳐 보아 / 레벨: 55]

몬스터의 정보를 살핀 순간, 저 정도 인원이면 의외로 할만한 거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덤벼라! 괴물아!”

그때. 주인공 모드에 빙의된 남성, 강이솔 본부장이 나처럼 허공을 달리며 크리쳐 보아를 향해 몸을 날렸다.

아무래도 디딤판과 도약스킬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모양이다.

비록 나만큼의 스피드와 도약력은 없지만, 꽤나 날렵한 모습에 역시 ‘정부의 엘리트 조직’이란 말이 절로 나왔다.

레벨이 두 배 이상 높은 몬스터에게 달려가는 그 광경이 너무 무모해 보였지만, 분명 뭔가 믿는 수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이어질 전투를 지켜보았다.

-턱!

그리고 곧 강이솔 본부장은 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는 먼지처럼 크리쳐 보아의 입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오, 입안에서 공격하는 건가? 과감한데?’

생각지도 못한 작전.

나는 몸소 위험을 감수하는 그의 용기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꺄아악! 대장님!”

“아, 안돼!”

하지만 이어지는 동료들의 모습이 뭔가 이상했다.

‘······. 설마 작전이 아니라, 진짜 먹힌 거야?’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