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2) >
강이솔이 크리쳐 보아뱀에게 먹힌 뒤로 징그러운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과연 뱀의 목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알 수 없지만, 머리에서 대략 3m는 내려간 위치에서.
뱀의 가죽이 볼록 튀어나왔다.
-키아악!
레벨이 55나 되는 거대 뱀이 비명을 내지르고.
이윽고 가죽과 살 사이에 무언가가 있는지,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이동을 시작했다.
마치 공포 영화를 볼 때 사람 팔뚝에 파고 들어간 벌레가 피부 안쪽에서 움직이는 것과 같은 광경이었다.
지켜보던 윌리아마저 으, 낮게 신음하며 기겁을 했다.
곧 얇지만 질긴 크리쳐 보아뱀의 가죽에서 사람의 외형이 두드러졌다.
서울의 군인들과 강이솔의 동료들이 소리쳤다.
“저, 저기 대장님이다!”
“대장님이 안에서 공격하고 있나 봐!”
“믿고 있었다고!”
뚫리지 않는 뱀의 가죽 안에서 사람이 이리저리 발버둥 치는 게 보였다.
형태만 봐선 칼질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뱀에게 먹힌 건 진짜지만, 얼떨결에 작전처럼 안에서 크리쳐 보아를 공격하기로 한 모양이다.
덕분에 그의 동료들은 상기돼 목표를 정했다.
“저격팀! 저 옆 지점을 공격해!”
“가죽을 뚫어야 대장을 구할 수 있어!”
대책 없는 대장과 충성심 높은 부하들이다.
아니, 그보다 저런 대책 없는 인간이 어떻게 시나리오 조각을 얻은 거야?
그런데 그때였다.
“미친놈. 나대다가 저럴 줄 알았어.”
거친 욕설과 함께, 긴 생머리에 타이트한 가죽갑옷 상하의, 무릎까지 올라오는 검은 부츠를 신은 20대 여성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강이솔 부대원들과 따로 떨어져 있던 걸 보면 아무래도 민간 사냥팀 같았다.
[윤시아 / 레벨 31]
그녀를 보며 윌리아가 내게 소곤거렸다.
“백호 님, 저 여자 강해 보여요.”
“서울에선 제일 강할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비록 서울의 생존자들을 모두 확인한 건 아니지만, 그녀는 지금껏 만나온 사람 중 레벨이 가장 높았다.
‘하긴 저런 인물이 있는 게 당연하지. 서울 인구가 얼만데.’
그리고 윤시아란 여자는 인벤토리에서 투척용으로 보이는 창 재블린을 꺼내 손에 쥐었다.
“먼저 숨구멍부터 뚫어 줘야 할 거 아냐.”
윤시아가 자세를 취하자 창에 검기처럼 푸른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포스가 범상치 않다.
모르긴 몰라도 마력 1을 소모하는 스킬은 아닌 것 같았다.
“흡!”
이어서 그녀가 힘껏 투창을 하자, 한 줄기의 푸른 빛이 길게 꼬리를 늘어뜨리며 허공을 꿰뚫었다.
-쿵!
-키에에엑!
창은 정확하게 강이솔이 발버둥 치고 있는 공간의 바로 옆을 꿰뚫었다.
창대가 반 이상 들어갈 만큼 강력한 투창 공격이었다.
내부에서 이어지는 강이솔의 공격에 꿈틀대던 크리쳐 보아가 거칠게 몸을 비틀었다.
“돌아와.”
윤시아가 손짓을 하자 크리쳐 보아에 처박혀 있던 창이 작게 떨더니, 이내 그녀의 손으로 돌아왔다.
‘공중에서 방향이 바뀐 걸 보니 조준 보정이 들어간 게 분명한데, 주인에게 돌아오는 기능도 있다?’
저 재블린은 적어도 특수급 장비로 보였다.
덕분에 크리쳐 보아 안에서 발버둥을 치던 강이솔에게 제법 큼직한 숨구멍이 생겼다.
“너흰 밑에서 공격해.”
“네!”
그리고 윤시아는 인벤토리에서 창 대신 커다란 양손 도끼를 꺼내 움켜쥐고는 총알처럼 빠르게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투창에 이어서 양손 도끼라니, 터프하네.’
그런 그녀의 뒤를 동료로 보이는 멤버 20명이 뒤따랐다.
[남인국 / 레벨: 27]
[최동우 / 레벨: 27]
[한미라 / 레벨: 26]
.
.
그런데 그녀의 파티원들은 하나같이 윤시아에 비해 레벨이 뒤처졌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혼자 싸우다가 뒤늦게 팀을 꾸린 타입인 것 같았다.
“잠깐, 아직 우리 대장님이 뱀 안에서 싸우고 계시는···.”
“지랄! 시간 끌면 너희 대장 죽어.”
그에 국가부흥처의 사냥팀이 윤시아 팀을 막으려 했지만, 이어진 그녀의 답에 말을 잃어야 했다.
“궁수부대랑 군인들은 괜히 강이솔 구한다고 그쪽에 화살이랑 총알 날리지 말고, 머리에 쏴서 어그로라도 끌어. 녀석이 물속에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할 거 아냐.”
“그, 그러지.”
그녀는 상사처럼 능숙하게 정부의 사냥팀에게 명령을 내린 후, 바로 크리쳐 보아의 몸에 달라붙었다.
이어서 윤시아는 크리쳐 보아의 몸을 타고 껑충껑충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강이솔처럼 편리한 디딤판+도약은 아니어도, 벽타기+도약 조합으로 보였다.
“강이솔, 살아있어?”
여자의 물음에 강이솔의 발끈한 육성이 크리쳐 보아의 꿰뚫린 구멍을 타고 들려왔다.
“이 정도론 안 죽는다!”
“그럼 알아서 빠져나와.”
“···살려주십시오.”
“모지리 새끼.”
그리고 윤시아는 나무를 패듯 도끼질을 시작했다.
역시나 도끼에도 검기가 서려 있었고, 자신이 투창으로 뚫은 숨구멍을 크게 넓혀 나갔다.
-쾅! 쾅!
물론, 그사이 크리쳐 보아가 가만히 있던 건 아니다.
꼬리로 자신을 공격하는 군인들과 사냥팀을 튕겨 내고, 윤시아가 도끼질을 하는 순간에도 한강대교에 거칠게 부딪치고 몸을 비비며 달라붙은 이물질을 떼려 했다.
덕분에 한강대교 전체에 불길한 균열음이 울려 퍼졌으나, 윤시아는 크리쳐 보아의 몸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알아서 잘 피했다.
“오?”
그녀는 기어코 사람 한 명이 빠져나올 만큼의 길이로 가죽을 뚫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또다시 윌리아가 인상을 썼다.
“꼭···.”
“말하지 않으셔도 알 것 같네요.”
동물의 출산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힘겹게 꿈틀거리며 가죽 사이로 빠져나온 강이솔은, 다리 밑으로 떨어졌다.
“도움! 마력 없어!”
평소의 강이솔이라면 디딤판 스킬이 있으니 그걸로 도망칠 수 있지만, 크리쳐 보아의 몸속에서 스킬을 남발하는 바람에 마력을 모두 소진한 상태 같았다.
결국, 윤시아가 몸을 날려 강이솔을 낚아챘고, 그런 둘을 향해 흥분한 크리쳐 보아가 다시금 아가리를 벌려왔다.
이번엔 삼키는 게 아니라 씹어 먹어주겠다는 것처럼.
윤시아는 강이솔을 들쳐멘 채 몸을 날려 가까스로 그 공격을 피했다.
“하하, 역시 난 아직 죽을 인간이 아니지.”
“미친 새끼, 나 아니었으면 죽고도 남았어.”
너무도 뻔뻔한 강이솔과 그 모습이 익숙해 보이는 윤시아.
아무래도 강이솔이 위기에 빠지고 윤시아가 구해주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닌 모양이다.
윤시아의 핀잔에 강이솔은 끈적거리는 액체를 얼굴에서 털어내곤 무기를 고쳐잡았다.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이솔이 내부에서 난리를 치고, 윤시아가 목에 구멍을 뚫었음에도 치명타라 할 피해는 아니었으니까.
-키에에엑!
결국, 두 사람을 중심으로 정부 사냥팀과 민간 사냥팀이 모여 정석적인 레이드를 진행했다.
앞선 전투는 강이솔의 강렬한 트롤짓으로 제대로 된 전투가 진행이 안 됐다.
하지만 그들이 포지션을 잡고 합을 맞추니, 레벨 55의 크리쳐 보아를 상대로도 착실하게 데미지를 주었다.
사냥팀과 군인들의 맹공.
특히 그 안에서도 윤시아의 존재감은 발군이었다.
투창 공격은 군인들이 이것저것 재면서 사용을 망설이는 대전차 미사일만큼이나 강력하기 그지없었다.
-쾅! 콰앙!
그녀의 공격에 크리쳐 보아는 한쪽 눈을 잃게 되었고, 입을 벌리면 그 안으로 창이 밀고 들어오니 입도 벌리지 않게 되었다.
윤시아가 공격 패턴 하나를 없애 버린 것이다.
‘크리쳐 보아는 네임드나 보스 몬스터가 아니다. 그렇다고 엘더 몬스터도 아니고. 어쩌면 이대로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 상황을 희망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 걸리는데?’
크리쳐 보아는 네임드도, 보스도, 엘더 몬스터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일반 몬스터라 표현하기도 힘들다.
이유는 녀석이 수중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고, 그만큼 맷집도 엄청난···.
“젠장! 왜 안 쓰러지는 거야!?”
몸을 공격해선 소용없다.
머리를 부숴야 하는데, 윤시아의 공격 외에 치명타라 할 수 있는 타격이 없었다.
“이런! 물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놓치면 안 돼! 준비해온 그물 펼쳐!”
“젠장! 급하게 구해온 일반 그물로는 어림도 없어!”
크리쳐 보아는 자신의 상황이 불리해지자 한강 속으로 몸을 숨기려 했고, 보다 못한 윤시아가 녀석에게 달려가 다시금 몸에 올라탔다.
아무래도 근거리에서 직접 머리를 노릴 생각인 것 같았다.
‘혼자 고군분투하네.’
과감한 데다가 판단력도 좋고, 전투 센스도 뛰어나다.
수원의 김현수와 성남의 최도겸도 나쁘진 않았지만, 솔직히 그 둘은 윤시아에 못 미쳤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그녀를 받쳐줄 사람이 한 명만 더 있다면 좋을 텐데.
‘윤시아를 받쳐줘도 모자랄 판에, 정부 사냥팀의 리더란 인간이 저 모양 저 꼴이니.’
하는 수 없이 나는 윌리아를 끌고 인근의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나서시려고요?”
“이대로 크리쳐 보아를 놓치면 서울의 모든 다리가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요.”
내가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단독세력이라 하지만, 그렇다고 눈앞에 닥친 나라의 어려움을 외면할 철면피는 아니다.
“알겠습니다.”
윌리아는 내게 블레스 스킬을 사용해 주었다.
그러자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했다.
나는 눈에 띄지 않게 복장을 바꾸며 말했다.
“아까 투창하던 여자에게도 눈에 띄지 않게 블레스 부탁할게요.”
“네.”
서둘러 복장을 바꾼 나는 몸을 날려 건물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윤시아와 크리쳐 보아에게 팔려있는 틈에 사각지대로 블링크를 사용했다.
***
-팅!
‘큭!’
나름 돕겠다고 쏜 총알이겠지만, 눈앞의 크리쳐 보아가 아니라 자신의 허벅지를 스치는 것을 본 윤시아는 이를 악물고 거대 뱀의 머리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
[중급 힐에 의해 부상과 피로가 회복됩니다.]
[강화된 블레스에 의해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눈앞에 영문 모를 메시지가 떠오르며 온몸에 힘이 넘치는 게 느껴졌다.
‘대체 누가?’
멀리 떨어진 대상을 치료하는 힐도 힐이지만, 이런 엄청난 버프라니.
서울에 이만한 스킬의 사용자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윤시아는 잠시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피식 실소를 흘리며 바쁘게 몸을 움직였다.
‘길게 생각할 필요 없어. 오히려 잘된 거니까.’
더 빠르고 기민해진 움직임으로 그녀는 크리쳐 머리에 올라타는 데 성공했고.
“오오!”
“윤시아!”
밑에선 그런 그녀를 보며 환호했다.
윤시아는 벽타기 스킬로 크리쳐 보아의 머리에 착 달라붙어서 재블린을 치켜들었다.
“이렇게 근거리라면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겠지.”
그녀는 로데오처럼 거칠게 요동치는 크리쳐 보아의 머리를 딛고 서서 재블린을 힘껏 내려찍었다.
-쾅! 쾅! 쾅!
한 방, 두 방, 세 방.
하지만 녀석의 두개골이 어찌나 단단한지 좀처럼 뚫리지 않았고, 크리쳐 보아가 한강으로 몸을 날리면서 강물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때문에 크게 당황하고 있던 윤시아에게···.
“나와보세요.”
“어?”
느닷없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금방이라도 물속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았는데, 어째서인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
조심히 주변을 살펴보니, 그녀는 현재 허공에 떠 있는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디딤판 스킬?’
그리고 윤시아가 상황파악을 하기도 전에.
-콰아앙! 콰앙!
-키에엑!
한강에 잠겨 있던 집채만 한 크리쳐 보아의 머리가 연이어 울려 퍼지는 폭음과 함께 물 밖으로 솟구쳤다.
“뒷사람 편하게 공격지점을 뚫어 놓으셨네.”
윤시아는 똑똑히 보았다.
새까만 복면과 후드로 얼굴을 가린 남성이 자신이 투창으로 파놓은 머리 구멍에 칼을 꽂아 넣는 모습을.
-쿵! 쿵! 쿵! 쿵!
곧이어 낮은 충격음과 함께 관통 계열로 추측되는 스킬이 연이어 크리쳐 보아의 머리를 때리더니.
[크리쳐 보아를 공동 토벌하여, 경험치 10,500이 분배되었습니다.]
[최초로 크리쳐 보아를 공동 토벌하여, 경험치 52,500이 분배되었습니다.]
오래지 않아 토벌 메시지가 떠올랐다.
너무도 깔끔한 마무리였다.
“누구십니까? 서울에 당신 같은 사람이 있다는···. 아, 설마 방금 힐과 블레스를 제게 사용한 것도?”
상대는 윤시아의 이야기를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는 그녀를 짐처럼 옆구리에 끼고 허공을 내달렸다.
그리고 뭍에 가까워진 후, 검은 복장의 남성이 윤시아에게 말을 걸어왔다.
“다른 사람과 함께 웨이포인트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아세요?”
“네? 네, 뭐···.”
“어느 던전에서 구했습니까?”
“국가 부흥처에서 직접 관리하는 던전이라 위치는 모르는데, 미라가 나오는 던전이라고 저기 있는 바보에게 들었습니다.”
윤시아는 강이솔을 손으로 가리켰고, 그에 남성은 흥미를 보였다.
“제게 고마운 마음이 있다면 방금 한 질문은 잊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도록 하죠.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그리고 남성은 윤시아를 지면으로 살며시 밀었고, 그녀는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착지했다.
“윤시아!”
“시아 누나!”
동시에 자신의 파티가 달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좀전의 남자를 찾아 시선을 옮겼다.
이내 그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음을 알아채곤, 혹시 자신이 헛것을 본 건가 싶어서 일행들에게 물었다.
“저희도 봤어요. 그런데 누나를 내려놓고 갑자기 사라져버렸어요. 나타났을 때도 예고 없이 나타나서 놀랐는데.”
“뭐지?”
귀신이 곡할 노릇.
이왕이면 조금 더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는데, 여러모로 아쉬웠다.
“그 사람 엄청 강해 보이던데?”
“맞아, 난 우리 시아 누나가 세상에서 제일 강한 줄 알았는데.”
언제가 때가 되면 다시 보게 되겠지.
윤시아는 똥 씹은 표정으로 다가오는 강이솔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마무리하려 했는데, 방금 그 새끼 뭐야?”
“에라이 병신아.”
***
“이래서 게임 속에서 막타충이 끊이질 않는 건가?”
[최초 토벌 보상은 가장 큰 공을 세운 1인에게 제공됩니다.]
[당신은 크리쳐 보아의 최초 토벌에 가장 큰 공을 세웠습니다.]
-크리쳐 보아 망토 로브를 획득했습니다.
[크리쳐 보아 망토 로브 / 외투(망토) / 등급: 특수]
-크리쳐 보아의 새카만 가죽으로 만든 망토 로브로, 가죽치고 놀랍도록 가볍고, 웬만한 금속 방어구 이상의 자체 방어력을 지니고 있다.
-체온 유지 기능
-상급 방어막을 하루 3회 펼칠 수 있다.
-순발력+2, 마력+2
잠깐 나가서 칼질 몇 번 했을 뿐인데, 이런 보상을 줄 줄이야.
‘덤으로 웨이포인트 공동 사용 아이템에 대한 정보까지 얻었고.’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한강대교를 건넜다.
머지않아 우린 김씨의 가족이 있다는 용산공원에 입성했다.
“사람 숫자가.”
“엄청나네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생존 구역.
그곳이 용산공원이다.
지금까지 봐온 수원이나 현충원보다도 한층 큰 느낌.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간이 텐트로 거주구가 형성되어 있다는 거였다.
수원이나 현충원은 주변의 건물을 이용하거나 재수가 없으면 거의 노숙자나 다름없는 환경 속에 생활해야 했는데, 여긴 꽤나 신경 쓴 모습이다.
나는 아버지가 알려 주었던 거주구 번호를 들고 김씨 아저씨의 부인을 찾아 나섰다.
“D-0392, D-0392, D-0392. 아, 저기네.”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김씨의 가족은 만날 수 없었다.
김씨의 가족이 머물고 있는 장소로 도착했지만, 불러도 대답이 없는 것을 확인한 나는 주변의 거주자에게 물었고.
“김군이랑 김군 엄마요?”
“네. 어디 갔나요.”
“···늦으셨어요.”
이런.
김씨에게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한단 말인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장비를 다 인벤토리에 넣어놓고, 최대한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은 내게.
김씨 가족의 이웃이 안타깝다며 부가 설명을 이었다.
“좀만 더 일찍 오셨으면 김군 엄마 따라서 배식받으러 갈 수 있었을 텐데, 어떡해요.”
“예?”
“김군이랑 그 엄마, 배식받으러 갔거든요.”
사람 놀라게 하는 이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