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50화 (50/273)

< 무기 강화 (1) >

서울에서 김씨 아저씨 가족의 일을 처리하고, 그곳의 웨이포인트를 찍은 나는 월광도로 복귀하기 전에 잠시 수원 광교 생존구역에 방문했다.

“수원의 윤시아씨 계십니까?”

“갑자기 찾아와서 뭔 소리야?”

그리고 수원 광교의 제일 사냥팀의 리더인 김현수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다가왔다.

모습을 보아하니, 김현수도 자신이 서울에서 수원의 윤시아라 불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나름 서울에까지 이름이 알려져 있다는 거니, 좋은 거 아닐까요?”

“진짜 좋으려면 사람과 비교하는 듯한 이상한 호칭부터 없어야지.”

“실제로 윤시아 싸우는 모습 봤는데, 그렇게 불려도 되겠던데요.”

“······. 그 정도야?”

“근거리에서 싸우면 검도 국대 출신인 만큼 6:4 정도로 유리하겠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상태에서 싸우면 1:9 정도로 윤시아가 우위를 점할 거 같더라고요.”

“그래? 흠.”

진지한 김현수의 반응에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제 그만 놀려야겠다.

“부탁할 게 있는데요.”

“그전에 호칭부터 정리하자. 나름 6년 동안 이어진 연이니까.”

“네?”

“슬슬 형이라 불러 주면 안 돼? 내가 두 살 많잖아.”

김현수는 그러면서 무언가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내게 내밀었다.

[고블린 테이밍 목걸이 / 등급: 최고급]

-레벨 10이하의 고블린 종을 테이밍할 수 있다.

바로 내가 부탁했던 테이밍 목걸이를 구한 것이다.

비록 대상 몬스터가 고블린이었지만, 월광도에서 노동력으로 사용하기 더없이 좋아 보였다.

더구나 목걸이가 무려 두 개다.

그래서 나는 바로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오오, 현수 형!”

“두 개나 구한 건 정말 운이 좋았어. 테이밍 목걸이는 대부분 자신이 사용하려 하기 때문에 좀처럼 거래가 되지 않거든.”

그에게 테이밍 목걸이를 구하면 다 사겠다고 했지만, 정말 구해올 줄은 몰랐다.

현수 형이라 불린 게 좋은지, 혹은 내 반응이 격해서인지, 그는 뿌듯하게 웃어 보였다.

“얼마죠?”

“기본적으로 테이밍 목걸이는 비쌀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해줘야 돼. 아무리 레벨이 낮은 몬스터라도 꾸준히 관리하면 계속 강해지니까. 그 목걸이는 고블린용이라고 해도 개당 1만 코인씩 줘서 겨우 받아올 수 있었어.”

즉, 두 개니까 2만 코인에 구매했단 뜻이다.

기본 레벨이 10인 그랑 다이어 울프의 멍멍이가 벌써 레벨 40을 목전에 둔 것만 봐도 충분히 이해되는 가격이었다.

나는 바로 상태창에서 코인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수수료 10% 붙여 드릴게요.”

“어? 그래? 땡큐.”

그에게 건넨 금액은 22,000코인.

그들도 이득을 보는 게 있어야 거래가 지속되는 법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구해주세요. 전부 살 테니까.”

“너, 부자구나? 솔직히 2만 코인도 선뜻 건네주기 부담스런 금액인데.”

“만약 제가 사지 않으면 어쩌려고 했어요?”

“뭘 어째, 우리 사냥팀이 사용하려 했지. 홉고블린이나, 독침고블린을 테이밍하면 꽤나 유용한 것 같잖아.”

맞는 말이다.

고블린 테이밍 목걸이라고 해서 무조건 기본 고블린만 테이밍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이어서 나는 김씨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서울 용산공원 캠프에 지인의 가족들이 있는데, 혹시라도 누군가와 마찰이 생기면 수원의 김현수와 아는 사이라고 말하라 전해놨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김현수는 기분 좋게 웃으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대신 복잡한 사건에 얽히게 되면 너한테 뭐라도 하나 받아낼 거다?”

“그건 걱정 마요.”

나와 김현수 악수를 나누고 그대로 헤어졌다.

이번 서울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는 두 개의 세력과 친분을 나눴다.

그 두 세력을 어찌 대해야 할지 가닥이 잡힌 것 같다.

‘수원의 김현수는 양지에서의 내 편, 성남의 최도겸은 음지에서의 내 편.’

나중엔 나도 세력을 꾸리게 될지도 모르니, 수도권의 강자들과 미리 우호 관계를 갖추게 된 건 나름의 소득이라 할 수 있겠다.

‘김현수, 최도겸에 추후 서울의 윤시아를 더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당장은 세력을 형성할 계획이 없다.

더구나 당사자들은 떡 줄 생각도 없는데, 혼자 김칫국을 마시는 것도 웃기고.

하지만 앞날은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하나의 가능성 정도로 여길 뿐이다.

*

“으악!”

수원에서 테이밍해서 데려온 홉고블린 두 마리를 보고 기겁하는 김씨.

나는 그런 김씨에게 홉고블린 전사들을 맡겼다.

“혼자서 이것저것 만들기 힘드시잖아요. 이 두 녀석을 써먹으세요. 일꾼으로 꽤나 쓸만할 겁니다.”

홉고블린은 일반 고블린보다 덩치가 월등히 크다.

그랑다이어울프와 같은 레벨 10의 몬스터이니 당연했다.

붉은색 피부에 근육질 몸매, 생김새는 영락없는 고블린이지만, 덩치는 오크에 필적했다.

그러니, 삽질을 하건 곡괭이질을 하건 일반 고블린보단 부려먹기 좋을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김씨는 감탄하면서 두 고블린을 바라보았다.

“이름이 뭔데?”

가장 기본적인 물음.

정확하게 한 명을 지정해서 일을 시키기 위해선 이름은 필수였다.

그래서 나는 가볍게 두 녀석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여기 순하게 생긴 애는 콩쥐고, 여기 못되게 생긴 애는 팥쥐요.”

“······.”

내 작명센스에 김씨는 잠시 말을 잃으셨다.

하지만 난 입에 착 달라붙고 좋은 것 같은데?

“콩쥐, 팥쥐야, 앞으로 저 아저씨 말 잘 듣도록 해. 알았지?”

-키익!

-키엑!

그렇게 나는 김씨에게 홉고블린들의 명령권을 넘겨 주었다.

“하, 하하. 든든한 보디가드가 생겼구만.”

그런데 김씨를 위한 선물은 이게 끝이 아니다.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고, ‘설마?’라며 마른침을 삼키는 김씨에게 부인과 아들이 남긴 영상편지를 실행해 주었다.

“여보! 태식아!”

부인과 아들의 모습이 영상 속에서 나오자 김씨는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5분 정도의 짧은 영상.

그는 영상을 보고 또 보며 기쁨을 만끽했다.

“나중에 함께 웨이포인트를 탈 수 있는 아이템을 얻게 되면 다 같이 살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김씨는 내 손을 붙잡고 연신 고맙다며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부인과 아들의 상태를 묻는 말에 솔직하게 알려 주었다.

두 사람 모두 다친 상태였지만, 지금은 윌리아가 치료하여 무사하고.

간이텐트에서 지내고 있길래, 정부에서 코인으로 임대해주는 아파트를 얻어 생활할 수 있게 조치했다고 말했다.

그에 김씨 아저씨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백호씨를 만난 건 정말 최고의 행운이라 생각해.”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다.

나도 김씨를 만난 건, 행운이라 생각하니까.

그에게 건네받은 유물도 있긴 하지만, 김씨가 보유한 기술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이어서 내 시선이 완공 직전인 3층짜리 건물로 옮겨졌다.

지하 1층에 지상 2층으로 이뤄진 150평의 건물.

‘아무리 짐을 쉽게 나를 수 있는 인벤토리가 있고. 쌓기만 하면 기초, 철골, 단열이 한 번에 해결되는 매직 블록과 다양한 건축 관련 아이템이 있다고 해도, 이건 정말 대단한 작업 속도다.’

거기에 본채 옆으로 지어지고 있는 펫들을 위한 별채의 규모도 그리 작지 않다.

그가 처음에 생명의 은인에게 대저택을 선물해주겠다던 약속처럼, 월광도에 웅장한 저택이 지어지고 있었다.

내가 지은 허접한 건물과 달리, 디자인도 매우 우수하고, 심지어 태양광 발전과 지하수까지 연결될 예정이라 편의성까지 갖추고 있다.

‘벌써 기대되네.’

남들은 밖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생존을 이어갈 때, 나는 윌리아와 나란히 소파에 앉아 프로젝터에 DVD를 연결해 영화를 보는 거다.

덤으로 음악도 듣고.

‘앞으로 음향이나 영상장비, DVD가 발견되면 무조건 주워와야지.’

세상이 망해도 잘 먹고 잘사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라더니, 아무래도 그건 날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

월광도 숙소에 돌아온 나는 바로 아버지에게 연락을 했다.

[통신 반지 / 등급: 특수]

-2개가 1세트로 구성된 통신 반지.

-통신 반지는 거리의 제약 없이 상대와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미친 듯이 던전을 클리어하면서 서울로 북상하던 도중 트롤의 둥지란 곳에서 얻은 최초의 통신 아이템.

이것 덕분에 위성전화 없이도 부모님과 실시간으로 통화가 가능해졌다.

오늘 서울에서 윤시아란 여성에게 얻은 던전의 정보.

정부 조직인 국가부흥처에서 관리 중이라는 미라가 나오는 던전에 대해 아버지에게 여쭤보고자 한다.

국가부흥처는 그 던전에서 다른 사람들과 웨이포인트를 함께 이동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했다고 한다.

그 아이템이 있다면 언제든 부모님을 월광도나 가의도에 모실 수 있으니 반드시 손에 넣고 싶다.

[안 그래도 연락하려 했는데, 잘됐네.]

그리고 머지않아 아버지가 연락을 받으셨다.

하지만 목소리가 한껏 다운된 게 기분이 안 좋아 보이셨다.

“무슨 일 있어요?”

[서울에 다리를 끊는 몬스터가 나왔단 이야기를 들어서. 너 오늘 서울 간다고 했잖아. 무사한가 싶어 연락하려 했지.]

그래서 나는 오늘 겪은 일을 아버지에게 설명 드렸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아버지는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셨는데,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수도 방위 사령부 새끼들 점점 삐딱선을 타고 있어. 아니, 그만한 사건이 발생하고 3시간이 지나서야 수원의 지작사(1군+3군사령부)를 통해 육본으로 이야기가 들어 온 게 말이 돼?]

“수도 방위 사령부가 계룡대와 멀어지고 있다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렇게 봐야할 것 같아. 지금 대통령과 육군참모총장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거든. 수방사 사령관이 이리저리 재다가 대통령 쪽 노선을 타기로 한 게 아닐까 싶어.]

이미 정부와 국군의 사이가 틀어지고 있단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

‘하나가 돼도 모자랄 판에 권력자들의 갈라치기라니.’

이래서 정부와 군대를 신뢰하기가 힘든 거다.

지금 같은 위급상황에서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들이긴 한데, 그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은 정치적 성향이 너무 강하니까.

[요즘 2작사(2군사령부)도 행동이 굼뜬 게 잘하면 나라가 셋으로 쪼개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수도방위 사령부.

아직까진 계룡대를 잘 따르고 있는 지상작전 사령부.

부산과 대구 등, 친 후방 성향의 제2작전 사령부까지.

아버지의 말대로 나라가 셋으로 쪼개질지도 모르겠다.

이거 아무래도 되도록 빨리 웨이포인트 단체 이동 아이템을 구해야 할 것 같다.

[미라가 나오는 던전에서 웨이포인트 단체 이동 아이템이 나왔단 거지?]

“네, 제법 많은 던전을 클리어하고 보물 상자를 깠는데도 그 아이템이 안 나오는 거 보면 특정 장소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요.”

[일단, 나도 모르는 던전이긴 한데. 한번 조사 해보마.]

“네, 부탁드릴게요.”

내 용건은 끝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직 전할 말씀이 있으셨다.

그것은 바로.

[그리고 확실치 않은 정보긴 한데, 우려스러운 내용이 들어와 있어.]

“뭔데요?”

[서울의 다리를 파괴한 몬스터 있잖아?]

“네.”

[정부 쪽에선 그 거대뱀이 엘더몬스터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것 아니냐란 의심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레벨 55의 수중 몬스터를 움직이는 엘더 몬스터?

생각지 못했던 내용이다.

그런데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왠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크리쳐 보아를 수중몬스터란 이유로 다소 특별하게 여긴 경향이 없잖아 있다.

만약 녀석을 단순히 일반 몬스터로 분류한다면 다리를 부수고 다닌 게 이해가 되지 않으니, 그걸 조종한 몬스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타당했다.

[일단 이것도 수원의 지작사를 통해 들은 거라, 정부에 정보를 요구했는데, 답이 없네.]

진짜 잘 돌아간다.

아버지와 나는 거의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아버지 덕분에 해당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게 된 건 다행이라 생각한다.

정말 크리쳐 보아를 부하로 부리는 엘더 몬스터가 있다면 레벨이 장난 아닐 테니까.

[혹시 그런 엘더 몬스터가 나타나면 서울을 돕기 위해 참전할 생각이야?]

“글쎄요. 확답은 힘든데, 고려는 할 거 같아요. 저도 일단 이 나라의 국민이니.”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조심하거라. 네 목숨이 위험하다 싶으면 뒤도 보지 말고 도망치고.]

“그거야말로 제가 가장 잘하는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아버지에게 걱정하지 마시란 말을 남기고 통화를 마쳤다.

‘서울의 엘더 몬스터는 아직 의심 단계에 불과하다. 일어나지 않은 일로 걱정할 필요는 없지.’

하지만 그래도 만약이란 게 있으니.

염두에 두고 앞으로의 계획을 짜야 할 것 같다.

‘그럼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지금 단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깊게 고민할 것 없다.

언제나처럼 나 자신의 강화를 제일 목표로 삼으면 되니까.

‘다만 이전과 다른 방법의 강화를 시도할 때지.’

바로 홍성의 ‘잊혀진 광산’ 던전에서 광물을 채집하고, 그 광물을 통해 장비를 강화하는 것이다.

*

다음날, 광물 채집을 목적으로 홍성에 향하기 전.

나는 기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멍멍아?!”

[멍멍이가 치프 다이어 울프로 진화하였습니다.]

-능력치가 향상되고, 1개의 스킬을 추가 획득합니다.

[멍멍이(치프 다이어 울프) / 레벨: 39]

-보유 스킬

돌격: 적에게 돌격해 몸통 박치기를 하거나, 더욱 빠르게 앞으로 달릴 수 있다.

절단: 마력이 깃든 이빨로 적을 물어뜯는다.

바로 멍멍이가 그랑 다이어 울프의 상위 개체로 진화한 것이다.

더구나 능력치도 오르고 스킬까지 새로 획득하면서 멍멍이는 더욱 강해졌다.

스킬도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돌격과 상성이 좋은 것을 얻었고.

‘그런데, 진화 조건이 뭐지?’

레벨도 아니고, 특정 몬스터의 사냥도 아니다.

그래서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잘했어 멍멍아.”

-컹컹!

멍멍이는 진화로 덩치가 더욱 커지면서 다른 치프 다이어 울프를 가볍게 내려보는 수준이 되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걸어 다니는 마을버스 수준이랄까?

윌리아가 멍멍이의 등에 타고 털로 좀 가리면 존재가 숨겨질 정도다.

‘던전에 입장할 때, 길이 좁은 곳은 함께 들어가지 못하겠네.’

대체 어디까지 커지는 걸까?

-꾸익!

멍멍이의 진화에 뚱이도 진화하고 싶다는 듯 말한다.

[뚱이(오크) / 레벨: 27]

-보유스킬

참격: 검에 마력을 담아 휘두른다.

하지만 뚱이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오늘은 뚱이도 우리랑 같이 가자.”

-꾸익!

한동안 따로 활동을 해서일까?

뚱이는 함께 가자는 말에 크게 기뻐했다.

나는 그런 뚱이에게 미소 띤 얼굴로 곡괭이를 쥐여주었다.

물론 나도, 윌리아도 마찬가지다.

‘마음 같아선 콩쥐, 팥쥐도 데려 가고 싶지만, 레벨 10의 펫을 데려가봤자 끔살 당하기 좋으니까.’

잠시 후, 우린 홍성의 ‘잊혀진 광산’에 도착했다.

“홍성 대학팀은 오지 않았나 보네.”

저번처럼 던전 제한 시간의 도중에 들어온 게 아니었다.

‘그나저나 내 구독자님은 잘하고 있으려나.’

오늘 일을 마치면 한 번 들러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곤, 몬스터들을 순식간에 쓸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광물이 많으니까, 아예 자리 잡고 캘까요?”

“좋아요.”

밝은 목소리로 대답한 윌리아가 곡괭이를 번쩍 들었다가 벽을 내리쳤다.

깡!

하지만 레벨은 나와 같아도 괭이질은 처음일 테니, 그대로 반사되듯 몸이 뒤로 기울면서 내게 부딪혔다.

“죄, 죄송해요.”

“괜찮아요.”

그에 반해 뚱이는 이달의 사원이 될 정도로 천부적이었다.

-퍽! 퍽!

광물이 붙은 벽을 치는 속도와 울려 퍼지는 소음마저 윌리아와 달랐다.

“오, 뚱이. 잘하고 있어.”

-꾸익.

게다가 재미까지 붙였는지, 겉으로 드러난 광석 외에 벽 속에 파묻혀 있는 것까지 캐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투두둑.

벽 반대편에서 바스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주먹 크기의 구멍이 생겨났다.

“설마 뒤쪽 공간까지 뚫은 거야?”

잠깐, 구조상 이 뒤의 공간은···.

그리고 희미한 빛이 뚱이가 뚫은 구멍에서 새어 나왔고.

“꺄악!”

윌리아가 비명을 질렀다.

뚫린 구멍에서 갑자기 눈동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뭔.]

잊혀진 광산의 보스, 하프리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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