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드 (1) >
강이솔이 이끄는 국가부흥처 제1공략본부와 수방사 소속 병사들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차근차근 지하 하수도를 탐색해 나갔다.
-찰박. 찰박.
갯벌에서 흔히 입는 가슴 장화(장화와 일체형인 방수복)를 착용하고 있지만, 발목까지 잠기는 지하 하수도를 거닐고 있노라면 불쾌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시커메서 무엇이 잠겨 있을지 알 수 없는 물속과 지독한 냄새를 머금은 텁텁한 공기는 심하게 끈적여서 12월임에도 묘하게 더운 느낌이 났다.
거기에 바퀴벌레, 곱등이 등 수많은 벌레가 꿈틀대고.
밀폐된 공간이 주는 압박감에 조사단의 스트레스는 빠르게 상승하는 중이었다.
-으악!
그렇게 얼마나 조사를 이어갔을까?
먼 곳에서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그에 강이솔과 조사팀 멤버들이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다급히 달려갔다.
-차박차박!
오물이 사방팔방 튀었지만, 그럼에도 다들 불만 없이 이동을 시작했다.
그들은 곧 비명이 들려온 장소에 도착했다.
“이럴 수가···.”
“우웁! 웨에엑!”
“미, 미친.”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끔찍한 장면에 조사단은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속에 있는 것을 게워냈다.
그곳엔 수많은 인간의 시체가 쌓여 있었다.
대재앙이 발생하고 나름 산전수전을 겪어온 이들에게 시체는 익숙한 풍경 중 하나가 되었지만, 단언컨대 눈앞의 그건 지금까지 본 형태 중 가장 잔인하고 끔찍했다.
마치 빨래를 손으로 비틀어 짠 것과 같은 느낌.
온몸이 뒤틀려 있고, 머리는 압착기에 넣고 으깬 것처럼 납작했다.
거기에 온갖 벌레와 구더기들이 엉켜서 시체의 살점을 파먹고 있으니, 구역질이 날 수밖에 없었다.
“전부 닥쳐봐.”
“······.”
그때, 강이솔이 패닉에 빠진 사람들에게 거친 말을 쏟았다.
그로 인해 지하 하수도에 정적에 찾아오고.
그는 벽에 귀를 대고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
“다행히 근처에 몬스터는 없는 것 같네. 하던 거 마저 해.”
이어서 강이솔은 침착하게 시체 더미에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머리는 터뜨리기만 하고 뇌를 먹은 것 같진 않아. 보니까 시체에서 피만 빠져나간 느낌이야.”
살과 튀어나온 내장이 뒤엉켜 있는 그것에 혐오감이 일법도 하지만 그의 표정엔 큰 변화가 없었다.
그게 과연 지하 하수도에 들어가기를 꺼리며 연신 헛구역질을 하던 사람이 맞는지 헷갈리는 모습이었다.
할 때는 한다.
평소 허당 같은 이미지가 있지만, 강이솔은 정부 소속으로 하나의 팀을 이끌고 있다.
그만큼 나름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진 인물이란 뜻이었다.
“아무래도 흡혈 몬스터가 사건의 범인인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이 알고 있는 선에서, 이렇게 잔인하게 피를 빨아 먹는 몬스터는 없었다.
그 말은 즉,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종류의 새로운 몬스터란 뜻이다.
“엘더 몬스터일까요?”
“그렇겠지.”
강이솔은 확신에 가까운 어투로 말했다.
“사람을 이렇게 만들려면 덩치도 악력도 엄청날 거야.”
그의 추론에 부하들은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강이솔은 기록을 남기란 지시를 했고, 그의 부하들은 주변의 상황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했다.
“이제 어떡할까요?”
부하의 물음에 강이솔은 고민했다.
가끔 대책 없이 나서기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기괴하고 정체도 모르는 괴물에게 달려들 만큼 그는 멍청하지 않았다.
강이솔의 시선이 군인 중 리더인 인물에게 향했다.
“대위님.”
“네.”
“제가 말한 거 전부 챙겨 오셨죠?”
“물론입니다.”
“그럼 그것들 이곳에 설치하고 물러나죠.”
“알겠습니다.”
강이솔이 말한 ‘그거’란, 크레모아와 지뢰, C4를 뜻했다.
그의 지시에 군인들이 시체 더미에 부비트랩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직접 싸울 수 있을 거란 판단이 서면 싸워보겠지만, 이 처참한 장소에 도착한 후, 강이솔은 이번 몬스터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 판단했다.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 챙겨 온 장치들을 설치하고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한두 개씩 찔끔찔끔 터지는 게 아니라 한 번에 쓸어 버려야 합니다.”
“네, 그렇게 설치하고 있습니다.”
군인들은 구역질을 참으며 제 역할을 했고, 오래지 않아 부비트랩의 설치가 끝이 났다.
“신속히 벗어난다.”
그에 강이솔은 전 부대 철수를 지시했다.
시체 더미의 충격이 너무 컸는지, 드디어 이곳을 벗어난다는 생각에 모두가 안도하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런데 그때.
-콰아아아앙! 쾅! 콰앙!
출구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강렬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놀란 표정의 강이솔이 외쳤다.
“방어막 스킬 있는 사람 전부 폭발음이 들려온 방향에 사용해!”
“네!”
강이솔의 지시에 4겹의 방어막이 폭음이 들려온 방향에 생성되었다.
곧이어 지하 하수도의 길을 따라 불꽃이 덮여왔다.
“큭!”
강렬한 열기와 압력이 방어막을 때리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이 바닥을 뒹굴었다.
그리고 불꽃이 잦아들자 희박해진 산소농도가 이들의 호흡을 방해해 왔다.
“나가!”
갑갑함은 공포심으로 이어지고, 모두가 우왕좌왕 출구로 향했다.
‘죽었나?’
부비트랩이 작동했단 뜻은 괴물이 등장했단 의미다.
강이솔은 해당 몬스터가 방금의 공격으로 죽었길 바랐다.
-탁타타타탁!
그러나 세상일은 바람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법.
강이솔은 멀리서부터 무언가가 빠르게 다가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육중하면서도 날카로운 발소리였다.
“빨리 나가!”
다리가 여럿 달린 거대 벌레가 벽을 달리면 날 것 같은 소리.
강이솔은 마른 침을 삼키며 빠른 탈출을 지시했다.
다행히 출구가 코 앞이라 탈출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아직 절반 정도의 인원밖에 탈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젠장! 왔어!”
녀석이 등장했다.
노끈을 감아 여성을 형상화시킨 것 같은 모습의 괴물이.
절대 여성스런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된다.
마치 아귀가 벌레처럼 생긴 촉수를 흔들어 물고기들을 유인해 사냥하는 것처럼, 녀석의 등 뒤로 거대한 무언가가 스멀스멀 꿈틀대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화약을 그렇게나 처먹고도 멀쩡한 거냐.”
강이솔은 식은땀을 흘리며 생각했다.
악마가 실존한다면 분명 저런 모습일 거라고.
‘저건 못 이겨.’
그 감상과 동시에 군인들이 사격을 시작했다.
-타타타타탕!
***
“저긴가?”
나는 아버지가 알려준 동대문 던전에 다다랐다.
정확한 위치는 동대문역 흥인지문 뒤쪽.
근처 건물에 숨어서 보니, 정말 수방사 군인들이 주둔하며 던전을 지키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귀한 곳이길래 저러나 했는데.
던전의 정보를 본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해당 던전은 클리어를 할 때마다 난도가 상승합니다. 현재 1단계가 클리어되어 2단계에 도전하실 수 있습니다.]
[지하미궁 2단계]
-등급: 상급
-적정레벨: 40
-시간제한: 12시간
-클리어 조건: 제한시간 이내 보스를 토벌하거나, 미션 수행 완료.
보통의 던전은 최초 클리어 시, 입구가 보이게끔 외부에 드러난다.
하지만 해당 던전은 한 차례 클리어가 되었음에도 입구가 여전히 숨겨져 있었으며, 던전의 난도가 상승했다.
‘성장하는 던전이라니.’
정부에서 관리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던전의 수준도 수준이지만, 뭔가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문제는 역시 던전의 주변을 군인들이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다는 점이다.
윌리아의 물음에 나는 씨익 웃어 보였다.
“뚫고 들어가죠.”
내 말에 윌리아 역시 악당같이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린 검은색 로브로 전신을 가린 후, 어제 얻은 조사방해 스킬로 정보를 숨겼다.
[조사방해 스킬이 적용되어, 30분 동안 타인의 탐색 관련 스킬을 차단합니다.]
멍멍이와 뚱이는 너무 눈에 띄어서 모두 섬에 두고 왔기 때문에 지금의 우린 흔하디흔한 남녀일 뿐이었다.
그리고 우린 던전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거기, 뭡니까!? 정지!”
우리의 접근을 알아챈 병사들이 섣불리 총을 겨누지 않고, 위협적인 말투로 우리를 멈춰 세우려 했다.
아무래도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총을 겨누면 칼부터 뽑고 보는 미친놈들이 많아져서 그런가 보다.
-타타탁!
아마 그들의 눈엔 우리가 바로 그런 미친놈들로 보일 터.
나와 윌리아는 그들의 경고에도 무시한 채 속도를 높이며 달려나갔고, 군인들은 결국 총을 겨누며 다시금 정지를 지시했다.
“저, 정지! 여긴 군사 시설이다! 더 이상 다가오면 쏜다!”
그에 윌리아의 중급 방어막, 디바인쉴드 스킬이 우리를 감쌌다.
“침입자다!”
-타타타탕!
군인들은 우리의 목적이 던전에 있음을 알아채고 즉각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처음엔 땅이나 하늘을 쏘는 엄포를 놓았지만, 점점 총구가 우리를 겨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반 총알은 중급은커녕 하급 방어막도 못 뚫는다.
분명 웬만한 스킬보다 위력이 훨씬 강할 테지만, 어째서인지 현대 병기는 스킬이나, 아이템 앞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 이런!”
“놓친다!”
“따라 들어가지 마! 들어가면 죽어!”
덕분에 우린 방어막의 보호를 받으며 여유롭게 던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팟!
“이건?”
던전에 입장한 나와 윌리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유는 이곳이 던전임에도 머리 위에 태양이 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를 중심으로 주변엔 연갈색의 벽이 둘러져 있었다.
“신기한 곳이네.”
바닥은 꽤나 푹신한 모래가 깔려있어서 함정이 설치되어 있으면 알아채기 힘들어 보였다.
진짜 진작에 탐색 스킬을 구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일단, 높은 곳에 올라가서 주변 좀 살피고 올게요.”
“네.”
벽의 높이는 30미터 정도 되어 보인다.
수직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도약과 디딤판을 사용하는 것보다 블링크가 실용적이다.
그래서 나는 벽 위로 공간이동 스킬인 블링크를 사용했다.
-팟!
“어?”
하지만 나는 당황했다.
블링크는 단번에 50미터를 이동할 수 있는 만큼, 바로 벽 꼭대기에 닿을 거라 생각했는데, 중간 정도밖에 다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을 바꿔 도약과 디딤판 스킬을 이용해 몸을 날리고 또 날렸다.
그리고 곧 벽의 비밀을 알아챘다.
“거리가 안 좁혀지네···.”
벽은 내가 올라가는 거리에 맞춰 점점 더 높아졌다.
“이게 뭐야?”
벽을 넘을 수 없으니, 머리 위에 하늘이 있으나 마나다.
형태만 야외일 뿐, 이곳은 길이 정해져 있는 던전의 내부가 맞았다.
“이거 미로 형태네요.”
내가 허공을 뛰어오르는 동안 윌리아도 놀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주변을 살폈고, 벽과 벽 사이에 착시를 이용해 교묘하게 가려져 있던 길을 찾아낸 것이다.
“던전 이름이 괜히 미궁이 아니군요.”
“미로는 한쪽 벽을 짚고 나아가면 결국 출구에 도착한대요.”
그 이야기는 나도 들었다.
문제는 이 던전이 평범한 미로냐는 것이다.
그래도 별수 없으니, 우린 윌리아의 말대로 한쪽 벽을 짚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강화된 미라 / 레벨: 40]
우리의 눈앞에 붕대로 온몸을 칭칭 감은 미라가 등장했다.
“번지수를 제대로 맞춰 찾아왔단 뜻이네.”
나는 길게 잴 것 없이 바로 달려들어 공격을 시작했다.
[강화된 미라를 토벌하여 경험치 2,000을 획득했습니다.]
[강화된 미라의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43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혈석 1개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40의 미라를 잡았지만, 최초 토벌 보상은 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국가재건처에서 이곳 던전의 초반 부분을 탐색한 게 아닐까 싶다.
네임드도 아니고, 일반 몬스터라면 정부 사냥팀이라도 쪽수로 충분히 잡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좋은데요?”
“그러게요. 경험치도 많고, 언데드 속성이고.”
하지만 최초 토벌 보상을 못 먹었다고 아쉬워할 필요 없었다.
무려 레벨 40에 달하는 일반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인 만큼, 벌리는 경험치의 양이 심상치 않았으니 말이다.
“한동안 여기서 레벨업 해도 될 것 같아요.”
“동감해요. 그런데 매번 올 때마다 군인들 뚫고 와야 할까요?”
“아, 그것도 그렇네요. 뭐 어려운 건 아니니까.”
등장하는 몬스터들이 레벨 40임에도 어제 풀강화를 때려서인지 사냥이 어렵지가 않았다.
덕분에 우린 뜻하지 않게 좋은 사냥터를 찾았다며 좋아했다.
국가부흥처의 제1본부장 강이솔이 들었다면 뒷목 잡기 딱 좋은 대사였다.
이후로도 우린 신이 나서 열심히 던전을 돌았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라 ‘부상’과 ‘상태 이상’이 모두 회복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린 레벨을 하나 올려 48이 되었고, 머지않아 던전의 탐색 목적 중 하나를 발견했다.
“보물 상자다!”
웨이포인트 단체 이동 아이템이 이곳, 미라가 나오는 던전 보물 상자에서 나왔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는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상자에 다가갔는데.
[강화된 미믹 / 레벨: 45]
탐색 스킬이 표기하는 보물 상자의 정보에 얼굴을 일그러뜨려야 했다.
그건 보물 상자로 둔갑하고 있는 몬스터 ‘미믹’이었다.
“하긴, 쉽게 줄 리가 없지.”
나는 사람을 속여먹기 위해 기다리는 미믹의 대가리에 2강화로 스킬의 위력이 50% 상승한 거력참을 꽂아 주었다.
[강화된 미믹을 토벌하여 경험치 3,000을 획득했습니다.]
[강화된 미믹을 최초 토벌하여 경험치 12,000을 획득했습니다.]
[강화된 미믹의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482코인을 획득했습니다.
[강화된 미믹의 최초토벌 보상이 추가 지급됩니다.]
-2,50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인벤토리 2칸을 획득했습니다.
그래도 최초 보상이라도 떠서 짜증 나는 기분은 좀 덜했다.
그 후 사냥의 연속이었다.
강화된 미라 잡고, 중간중간 엿 먹이기 위해 나온 강화된 미믹 잡고, 그렇게 탐색을 한참 이어가다가 우린 어느 방 앞에 다다랐다.
“벌써 보스룸일 리는 없고.”
“혹시, 네임드 몬스터도 방이 따로 배정되어 있는 거 아닐까요?”
“오, 가능성 있어 보이네요.”
우린 그 방문을 열어보기 전에 잠시 쉬기로 했다.
마력 충전 겸, 배를 채우기 위해.
지치거나 다치면 힐 혹은 포션을 마시면 되는데 허기에는 장사가 없다.
윌리아의 경우 특히나 식사 시간을 좋아라 하고.
“오늘 제가 준비한 음식은.”
“두구두구두구.”
입으로 효과음을 내는 윌리아였다.
난 씨익 웃으며 인벤토리에서 뚝배기와 K-술안주 통조림을 꺼냈다.
번데기였다.
통, 토도도통통.
장작도 꺼내 불을 붙이고 그 위에 뚝배기를 올린 다음 통조림을 까서 부었다.
윌리아는 하마터면 머리 끝이 불에 닿을 뻔할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밀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이게 뭐예요?”
“뭐 같아요?”
“어떤 열매 말린 거? 그런데 냄새는 좀 꼬릿하고.”
우선 먹여서 맛을 음미시키고 알려줄까 했지만, 나중에 듣고 비위 상해하면 미움받을 테니 정답을 공개했다.
“번데기예요. 벌레 고치.”
“군침 도네요.”
“···에?”
기겁하는 외국인 리액션을 기대했지만, 윌리아는 가리는 게 없었다.
***
국가 부흥처장 노성흠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태연하게 담배를 태웠다.
예전이라면 실내 흡연을 하면 난리가 났겠지만, 세상이 미치고 나서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담배 하나가 소중한 시대.
그는 필터 직전까지 담배 쪽쪽 빨아 피웠고, 이내 그 잔향을 만끽하듯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으며 휴식을 취했다.
“조사는 잘하고 있으려나?”
그리고 노성흠 처장은 문뜩 떠올랐다는 듯, 지하 하수도를 조사하러 간 강이솔 본부장을 떠올렸다.
딱히 걱정돼서라기보다, 부하를 위할 줄 아는 건 상사의 미덕이라 생각하는 그였기에 반사적으로 나온 행동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는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국회의원 출신이고, 강이솔은 운동선수 출신의 경찰이었기에 둘의 배경은 근본부터 달랐다.
그런데 그때.
[보, 본부장님? 처, 처장님께 들어가도 되냐고 여쭤보겠습니다.]
[비켜! 바쁘니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나타난다고 했던가?
-쾅!
“응?”
지하 하수도에 조사를 나갔던 강이솔이 거지꼴이나 다름없는 행색으로 국가부흥처장실에 들이닥쳤다.
그 기세가 어찌나 흉흉한지, 노회한 정치인인 노성흠 처장도 움찔 놀라야 했다.
“자, 자네 괜찮은가? 꼴이 그게 뭐야?”
노성흠 처장의 물음에도 강이솔은 말없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가 가까워짐에 따라 정화조 푸는 냄새가 진동을 했고, 노성흠 처장은 불편함에도 감정을 표정에 드러내지 않았다.
“전부 죽을 겁니다.”
“뭐?”
-쿵!
강이솔이 책상을 쾅 내려쳤다.
그러자 알 수 없는 액체가 노성흠 처장에게 튀면서 처음으로 그의 표정에 균열이 생길 뻔했다.
“이대로 있다간 서울 시민 다 죽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자세히 설명해 보게.”
그리고 강이솔은 자신의 착용하고 있던 바디캠에 저장된 영상을 실행했다.
영상 속엔 총을 난사하는 군인들과 공들여 키운 국가부흥처 소속 사냥팀 멤버들이 어떠한 몬스터와 싸우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아니, 싸움이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그도 그럴 게 몬스터 앞에선 군인이건 사냥팀 멤버건 너무도 쉽게 찢겨 나갔기 때문이다.
“우리가 민간 사냥팀인 윤시아 쪽보다 레벨이 밀리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저도 제 부하들도. 도망치는 게 고작이었죠.”
“······.”
“그런 녀석이 지금 서울 지하에 숨어 있는 겁니다.”
덕분에 노성흠 처장도 한껏 심각해졌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책상에 앉아 펜을 두들기는 그도 느낀 것이다.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 노성흠 처장의 물음에 강이솔은 단호하게 말했다.
“모아야 합니다. 실력 있는 사람 전부. 서**, 윤시아, 수원의 김현수 등 능력 있는 사냥팀과 군부대의 빽업까지. 최대한 빨리 토벌부대를 만들어 레이드를 진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