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57화 (57/273)

< 압도적 무위 (2) >

마력을 무려 5나 소모하는 원거리 스킬 ‘폭발’.

그 스킬이 적중될 때마다 레벨 81의 엘더 몬스터 ‘크림슨 로드’는 거친 비명과 함께 온몸을 비틀었다.

-콰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한 방, 두 방, 세 방, 네 방.

강렬한 폭발 스킬이 연이어 크림슨 로드를 때리니, 레이드팀의 누구도 쉬이 다가가지 못하고 하나같이 입을 쩍 벌린 채 윌리아만 바라보았다.

“저, 저 여자는 대체?”

“역시 서땡땡의 파트너란 건가?”

“서땡땡? 그게 뭔데?”

“있잖아. 그···.”

레이드에 참여한 공대원 중엔 내가 서**이란 걸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다.

아는 사람들은 윌리아의 무력을 보며 역시 서**파티가 폼은 아니라며 감탄하고.

모르는 사람들은 윌리아의 무력에 경악해 대체 저런 존재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얼굴은 왜 가리고 있는 건지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연이어 작렬하는 폭발 스킬의 강렬함이 윌리아를 경외케 하기 충분하단 것이었다.

-키에에엑!

-콰아아앙!

“저대로 죽는 거 아냐?”

“포, 폭탄 세례에도 멀쩡하던 엘더 몬스터가···.”

그녀의 손짓 한 번에 크림슨 로드의 촉수 다발이 터져 나가고, 아스팔트 지면은 폭발의 압력으로 조각조각 깨졌다.

스킬과 현대 무기는 위력이 비슷하더라도 몬스터에게 들어가는 데미지가 다르다.

그것을 증명하듯 강이솔이 설치했던 폭탄에도 멀쩡했던, 크림슨 로드가 윌리아의 공격에는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그때.

“위험해!”

“피하세요!”

먼 거리에서 일방적으로 공격을 날리는 윌리아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게 된 크림슨 로드가 그녀를 처치하기 위해 촉수 더미를 한 번에 뻗어왔다.

엄청난 속도를 가진 위협적인 촉수 공격.

그에 잠자코 있던 내가 윌리아의 앞을 막아서며 새로운 무기인 ‘아칸의 세이버’로 발도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일섬.’

세이버의 내장 스킬인 일섬을 섬전 같이 휘둘렀다.

-휙!

내 순발력은 44, 이는 김현수나 윤시아와 비교해도 배 이상 높은 수치일 거다.

거기에 ‘발도술 사용 시 공격속도 30% 증가’가 붙은 세이버 옵션에 쾌검을 자랑하는 일섬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일격필살의 기술이 펼쳐졌다.

-팟!

유려한 곡선의 칼날이 허공을 가르고, 소닉붐처럼 공기가 폭발했다.

그로 인해 촉수 더미는 단번에 토막이 나며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키에엑!

엘더 몬스터는 지능이 제법 높다.

녀석은 동시 공격이 막히자 방법을 바꿔 촉수들을 순차적으로 날려오는 계산적인 행동을 취했다.

‘또 수련하는 느낌이네. 이런 공격을 막는 건 이제 어렵지 않지.’

곧바로 이어지는 공격에 당황하는 것 없이. 나는 차근차근 검으로 그것들을 베어냈다.

아무런 스킬 없이.

그냥 칼질로.

‘묵직하네. 쇠를 때리는 느낌이야.’

크림슨 로드를 상대해 본 경험이 있는 강이솔은 녀석의 촉수 공격을 기관총 같다고 비유했다.

하지만 직접 상대해 보니, 그 정도는 아니다.

‘총알보단 느리고, 마력탄보단 빠른 느낌이랄까?’

능력치가 낮은 사람들 눈엔 속도 차이가 구분되지 않는 모양이니, 평범한 칼질로 기관총처럼 난사되는 탄환을 베어내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짐작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듯, 어렵지 않게 촉수 공격을 쳐내는 내 모습을 보며 김현수와 윤시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허···.”

크림슨 로드의 공격에 그들의 반응이 반박자 느렸던 것을 떠올리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도울까요?”

“괜찮습니다.”

윤시아는 힘들어도 김현수라면 한두 번 정도는 쳐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굳이 이들에게 위험을 무릅쓰게 할 필요는 없다.

나 혼자 처리하는 편이 더 확실하고 편했다.

-파파파팟!

윤시아와 김현수가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크림슨 로드는 끈질기게 촉수를 쏘았고, 나는 중간중간 칼질로 해결이 안 될 땐 스킬을 섞었다.

덕분에 단 한 번의 돌파를 허용하지 않고, 촉수가 윌리아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이런 나의 노력에 보답하듯 윌리아가 피날레를 준비했다.

“뭐지?”

“어째서 스킬을 엉뚱한 곳으로 날리는 거야?”

세 방향으로 발사되는 폭발 스킬.

남들에겐 엉뚱해 보일 수밖에 없는 공격이었다.

하나는 홈런처럼 허공으로 높이 날아가고, 다른 하나 측면으로 크게 빗나갔으며, 마지막 공격만 올곧게 직선으로 날아갔다.

-휙!

그런데, 빗나간 거라 생각했던 스킬들이 갑자기 방향을 틀면서 유도탄처럼 크림슨 로드에게 쇄도했다.

그리고 응축된 마력이 크림슨 로드에게 닿는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앙!

폭발 스킬 셋이 마치 하나의 스킬처럼 일제히 화염을 토해내며, 강렬한 충격파를 발생시켰다.

-끼아아악!

-챙그랑!

날카로운 크림슨 로드의 비명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나를 공격해 오던 촉수들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주변 건물의 유리창들이 요란하게 터져 나갔다.

지하미궁 2단계에서 폭발 스킬과 함께 얻은 ‘타깃 포인트’를 활용한 묘기였다.

타깃 포인트 스킬을 사용하면, 원거리 스킬은 어떤 방향으로 발사해도 유도탄처럼 대상을 쫓았다.

윌리아는 그걸 이용해 스킬이 날아가는 거리에 차이를 둬서 한 번에 터지게 만든 것이다.

“······.”

쥐죽은 듯 조용해진 엘더 몬스터 공략팀.

짧지만 인상 깊은 활약에 모두가 말을 잃었다.

“급이 달라.”

복잡한 감정이 느껴지는 짧은 대사.

사람들이 술렁대기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이 놀란 모습을 하고 있던 공대장 강이솔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며 외쳤다.

“다들 집중해!”

그 외침에 모두가 깜짝 놀라며 시선이 연기에 둘러싸인 크림슨 로드에게 향해졌다.

이어서 연기가 걷히고.

-키아아아악!

애석하게도 크림슨 로드는 여전히 그곳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과 형태가 많이 바뀌었는데.

첫 등장 때만 해도 촉수를 실뭉치처럼 동그랗게 뭉쳐 놓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슬라임처럼 바닥에 축 늘어져 있었다.

“마력 다 떨어졌어요.”

“고생했습니다. 잠시 쉬고 계세요.”

마력을 모두 쏟아부은 윌리아는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태연하게 인벤토리에서 의자를 꺼내 앉았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흔들의자를.

-끼익. 끼익.

마력은 편한 자세일수록 빠르게 충전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게다가 윌리아는 마력 회복 스킬도 갖고 있어서 남들보다 더욱 빠르게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전원 전투 준비!”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축제로 치면 앞선 윌리아의 공격은 전야제, 이제부터가 본행사라 할 수 있다.

강이솔의 지시에 사냥팀들이 빠르게 전투태세를 갖췄다.

희망적인 점이 있다면 영상으로 봤을 때만 해도 매우 어려울 거라 생각한 레이드가 윌리아 덕분에 상황이 바뀌었단 거다.

“어쩌면 쉽게 이길지도?”

“맞아, 거의 죽어가고 있는 느낌이잖아.”

다들 활기찬 표정으로 엘더 몬스터 크림슨 로드와의 전투에 나섰다.

“움직임이 굼뜨다! 데미지가 큰 것 같아!”

“포위해! 포위해!”

크림슨 로드는 100명이 넘는 사람이 복잡하게 움직이자 더는 윌리아를 향해 공격을 가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도 어젯밤 홍성을 다녀와 2강까지 강화한 아칸의 세이버를 쥔 채, 크림슨 로드를 향해 다가갔다.

그런 나의 뒤로 김현수와 윤시아도 눈치껏 쫓아왔다.

“무리하지 말고, 차라리 둘이 페어를 이뤄서 싸우세요. 서로 레벨이 엇비슷하니, 어쩌면 유일하게 합이 맞는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알겠습니다.”

윤시아는 바로 내 제안을 받아들이며 김현수를 바라보았고, 그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빠르게 수긍했다.

원거리 공격력이 뛰어난 투창의 윤시아와 제대로 검을 배운 김현수 조합은 그리 나쁘지 않을 거다.

“탱커! 방패 땅에 박아!”

“네!”

레이드팀의 작전은 심플하다.

무게가 100kg에 달하는 투박한 강철 방패를 쥔 탱커팀이 크림슨 로드를 둘러싸고, 탱커팀 뒤로 딜러들이 배치된다.

즉, 탱커들은 움직이는 벽이 돼주고 딜러들은 보호를 받으며 공격을 퍼붓는 것이다.

그리고 탱커뿐만 아니라, 곳곳에 레이드팀을 위한 시설을 밤새 구축해 두었다.

철판을 넣은 두꺼운 벽과 참호가 여기저기 만들어져 있어, 언제든 위험에 직면하거든 숨으면 된다.

“그물!”

-촤아악!

거기에 피아노줄과 사슬을 있는 대로 모아 만든 튼튼한 그물로, 움직임이 굳어진 크림슨 로드를 포박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가뜩이나 힘이 빠져 보이는 엘더 몬스터를 상대로 질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이야! 공격해! 이러다 좋은 보상은 죄다 서땡땡 파티에게 빼앗기겠어!”

하지만 아무리 약해진 듯이 보인다 해도 녀석의 레벨이 81이란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거기 뭐하는 거야!? 위험한 짓 하지 마!”

욕심에 눈이 멀어서 무리를 한 순간.

-파파파팍!

“끅···.”

그물을 뚫고 튀어나온 촉수에 당해 전신에 구멍이 뚫린 시체가 되고 만다.

자신들의 수준을 망각한 사냥팀 두 곳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작전대로 움직여! 철저히 방어 라인을 끼고 싸우란 말이야!”

그에 강이솔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은 사망자들을 기릴 여유 따윈 없고, 흐름을 끊어놓은 그들을 불쌍하게 여겨야 할 이유도 없었다.

결국, 그제야 사람들은 흥분을 가라앉히며 약속된 패턴을 지키기 시작했다.

“큭!”

“아악! 내 다리!”

크림슨 로드의 대응은 거셌다.

마치 성게처럼 사방으로 촉수를 가시처럼 세우고, 이리저리 쏘아대며 사람들을 공격했다.

더구나 녀석에겐 사각이 없는지, 어느 방향에서도 공격이 날아들었다.

“좋아! 잘하고 있어!”

“젠장, 방패 뚫렸어!”

“새것 꺼내! 넉넉히 지급했잖아!”

일진일퇴의 반복.

비록 힘들게 준비한 방패는 촉수 공격을 오래 막아내지 못했지만, 방패가 뚫리면 인벤토리에서 새것을 꺼내 쓰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렇게 조금씩 시간이 흐르고. 레이드팀의 손발이 맞아가자 우위가 우리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할 만한 것 같은데?”

“그러게, 강이솔이 말한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물론, 그물이 뜯겨나가는 돌발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 그때는 이미 승기가 완전히 넘어온 상태였다.

나는 전체적인 상황을 살피면서도 무섭게 크림슨 로드의 촉수를 베어내며 기회가 될 때마다 스킬로 강력한 타격을 주었다.

‘촉수 공격이 눈에 익으니, 반격하기 쉬워졌어.’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한 전투.

나는 절대 무리하지 않고, 신중하게 적에게 익숙해지는 데 주력했다.

그럼에도 가장 크게 활약하고 있는 상태란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 말이다.

-그그그그그!

그물을 벗어난 크림슨 로드가 사방으로 촉수를 날리고 어떻게든 승기를 가져오기 위해 발악했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녀석은 그렇게 점점 더 활동성을 잃어 갔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그런 엘더 몬스터의 모습에 사람들은 더욱 신이 나서 힘을 냈다.

“힘내!”

“곧 끝난다!”

하지만···.

이 순간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승리의 ‘기쁨’이 아닌, 의문 속에서 피어오르는 ‘불길함’이었다.

‘이게 레벨 81의 엘더 몬스터라고?’

앞서 말했듯, 나는 무리하지 않고 적을 탐색하듯 싸웠다.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레벨 81에 ‘크림슨 로드’라는 거창한 이름을 갖고 있는 녀석이 너무 약했기 때문이다.

무언가 숨겨놓은 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저 계속 지켜만 봐요?”

“일단 마력을 아끼면서 서포트에 집중해 주세요. 뭔가 낌새가 심상치 않으니까요.”

그래서 마력이 다 찼다며 전장에 복귀한 윌리아에게 공격보단 보조 위주의 활동을 지시했다.

“공대장! 사람들이 너무 해이해지고 있어요! 토벌 메시지 뜰 때까지 방심하게 하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더불어 강이솔에게도 경고를 했다.

강이솔은 내 말을 경시하지 않고, 바로 공대원들에게 끝날 때까지 긴장 늦추지 말라며 호통을 쳤다.

“아직 안 끝났어! 마지막까지 집중해!”

“뭔 소리야. 다 끝났구만.”

“보라고! 이젠 미동도 안 하잖아!”

하지만 때마침 크림슨 로드의 시커멓게 탄 몸체가 움직임을 멈췄고.

그렇게 경고를 했음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방심했다.

[즐길 만큼 즐겼나?]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어?”

“말했어?”

사람들이 한참 기쁨에 빠져 있을 때.

그 기쁨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죽였다고 생각한 크림슨 로드로부터 갑작스레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폭발하듯 사방으로 촉수 더미를 날린 것이다.

-파파파팍!

“끄악!”

“아아악!”

“사, 살려.”

강이솔의 지시대로 방심하지 않고 방패 또는 은폐물 뒤에 숨어 있었거나 실력이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방심하고 있던 사람들은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이 꿰뚫리고 말았다.

이어서 촉수는 사람들의 피를 빼앗아 갔다.

촉수에 당한 사람들이 순식간이 미라처럼 몸이 말라붙으며 절명했다.

“뭔가 벌어질 것 같더라니.”

그리고 크림슨 로드의 본체가 허공에 서서히 떠오르고.

-드드드드드!

이에 호응하듯 일대에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젠장! 떨어져! 빨리 녀석에게서 벗어나!”

잠깐의 방심은 사망자의 대량 발생으로 이어졌다.

강이솔은 별수 없이 공대를 뒤로 물려야 했다.

나도 윌리아의 곁으로 이동했고, 협업하며 꽤나 활약했던 윤시아와 김현수도 눈치껏 물러났다.

“대체 뭘 하려고 이렇게 요란을 떠는 거지?”

“그러게 말이에요.”

나의 실없는 감상에 윌리아도 공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콰아앙!

크림슨 로드의 새까맣게 탄 본체에서 붉은빛과 함께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보며 어떤 가능성을 떠올렸고.

“설마?”

곧이어 내가 예상한 장면이 고스란히 펼쳐졌다.

크림슨 로드의 본체를 알처럼 깨고 새하얀 손이 튀어나온 것이다.

“박혁거세야 뭐야?”

불만 어린 내 대사와 동시에,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에 박쥐 날개를 등에 단 여성이 크림슨 로드였던 것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엘더 크림슨 로드 루시엘라 / 레벨: 81]

“저, 저게 무슨?”

“아니. 시발 이게 뭔···.”

이전에 비하면 덩치는 작아졌지만, 모두가 직감하고 있었다.

지금 눈앞의 여인은 이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할 것이란 사실을.

나는 완전히 멘탈이 나간 듯한 강이솔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싸운 건 본체가 아닌 껍데기였나 봅니다. 게임으로 치면 최초로 2페이즈 보스의 등장이네요.”

“······.”

어쩐지 쉽다 했지.

곧이어 나신이나 다름없던 엘더 몬스터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하얀 천을 꺼내 몸에 둘렀다.

그 천은 이내 그리스 여신 풍의 원피스가 되었다.

그녀는 허공에서 가볍게 맨발로 지면에 착지했고, 이내 낮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그나마 두 녀석이 눈에 띄는군.]

크림슨 로드 루시엘라의 시선이 나와 윌리아에게 날아와 꽂혔다.

하지만 왜일까?

녀석의 위협 속에서도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원피스, 윌리아가 입으면 예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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