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65화 (65/273)

< 검술스승 (1) >

보령 사냥팀의 메인 파티가 포지션을 갖춘다.

5명으로 이뤄진 그들은 레벨 45의 이지우란 사내를 중심으로 전투를 준비했다.

파티의 중심인 이지우는 카이트 쉴드와 아밍소드(한손검)로 무장하고 있었으며, 그의 뒤로 창을 든 두 남성이 바짝 붙어 있었다.

더불어 후방엔 윌리아에게 활을 날렸던 궁수와 지팡이를 든 남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방패병 하나에 창수 둘, 마법사 하나, 궁수 하나라···.’

어떤 식으로 싸울지 대충 예상이 되는 조합이었다.

확실히 단단해 보이긴 하는데, 과연 실제 전투력도 자신하는 것만큼 대단할지는 모르겠다.

곧 녀석들은 나를 향해 거리를 좁혀오기 시작했다.

‘뭐, 시험해보면 알겠지.’

나는 아칸의 세이버로 발도 자세를 취했다.

“발도라니, 무슨 겉멋 든 행동을.”

이지우는 이런 내 모습을 보며 황당해했는데, 이해는 된다.

발도술이 실전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상식을 무시하는 일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세상이 아닌가.

내가 가진 아칸의 세이버는 발도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무기였다.

발도술 사용 시 최대 검속 30% 증가 옵션이 붙어 있을 뿐 아니라.

일섬이라는 최속의 일도양단 스킬이 내장되어 있으니까.

“아까, 이걸로 네 부하들 많이 죽였거든.”

나는 이죽거리며 어느새 공격 범위에 들어온 녀석들을 단숨에 벤다는 생각으로 검을 출수했다.

‘검강, 일섬.’

검기의 상위 스킬인 검강의 푸른 빛이 일섬의 스킬 위력을 더욱 증폭시켰다.

덕분에 한 줄기의 빛이 레이저 광선처럼 휘둘러졌다.

하지만···.

-콰아아아앙!

이어진 상황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떠야 했다.

강렬한 폭음과 함께 이지우의 몸이 휘청거리고, 그의 표정에 당혹감이란 감정이 깃들었다.

하지만 내가 바란 건 방패째로 그를 베어버리는 거지, 표정 변화 정도가 아니었다.

“무시무시하군. 발도술은 겉멋이라 생각했는데.”

내 검은 그의 방패를 베지 못하고 깊고 긴 상흔을 낸 게 끝이었다.

일섬에 검강을 더하고도 공격이 막히다니···.

이 말은 즉, 상대의 방패 성능이 내 예상을 크게 웃돈다는 뜻이었다.

‘특수? 아니, 희귀 등급의 방패일 가능성이 높겠어.’

그뿐만이 아니다.

놀랍게도 이지우는 내 공격에 반응했다.

내 검이 방패의 측면을 때렸다면 녀석은 비틀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방패를 놓쳤거나 팔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지우는 방패를 슬쩍 비틀어 내 공격이 방패를 타고 흐르게 만들었다.

우연이라기엔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기에 나는 감탄해야 했다.

“레벨이 장식은 아니란 거네.”

-휙! 휙!

그리고 내 공격이 막히자마자 이지우 뒤에 숨어 있던 창수들이 옆으로 튀어나와 양방향에서 나를 찔러왔다.

무시할 수 없는 속도의 찌르기.

아무래도 쾌속 스킬이 깃든 게 아닐까 싶었다.

-챙챙!

그러나 나는 검강을 두른 검으로 그 두 개의 공격을 쳐냈고.

곧이어 날아든 마력탄과 푸른빛이 깃든 화살까지 베어버렸다.

“역시 네놈도 가지고 있었군.”

이런 내 모습에 이지우 일행은 확신을 갖고 말했다.

꼴을 보니, 아까 말했던 ‘검술 스승’이니 뭔가를 말하는 같은데, 나는 의문을 표해야 했다.

“그게 대체 뭔데?”

동시에 나는 스킬이 아닌 일반 검술로 이지우를 공격했다.

물론, 검에 검강을 부여한 채로 말이다.

검강은 막강한 절삭력을 갖고 있다.

단 한 번이라도 내 공격을 놓친다면 녀석은 치명상을 입고 말 것이다.

“발뺌하는 건가? 뭐, 이해는 한다. 숨기고 싶겠지.”

“대체 뭐라는 거야. 이 고릴라는.”

그런데 이지우는 변칙전인 내 검을 너무도 안정적으로 막아냈다.

지금까지 방패를 쓰는 몬스터와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이 정도로 잘 쓰는 상대는 처음 본다.

마치 벽을 마주한 느낌이랄까?

‘같은 인간을 상대로 이렇게 검을 많이 휘두르는 것도 처음이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지금까지 많은 악인을 베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을 일검에 죽였기 때문에 이지우의 활약은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챙! 챙!

-쾅!

게다가 이지우를 보조하는 파티원의 적절한 백업으로 인해 전투는 팽팽하다 못해 살짝 밀리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지금의 내 싸움이 100% 전력이라 볼 순 없다.

그럼에도 나는 전투 패턴을 바꾸지 않고 계속해서 칼질을 이어갔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문뜩 이상한 점을 알아채서, 내 추측이 맞는지 확인을 하기 위함이었다.

-스윽!

-콰앙!

-스윽!

-쿵!

그리고 나는 이지우의 이상한 점에 대해 확신하게 되었다.

‘내 공격을 눈으로 보고 대응하는 게 아니야. 예측하는 거지.’

그 증거로 녀석의 눈동자는 내 검을 쫓고 있지 않았으며, 마치 어디로 공격할지 안다는 듯 대응이 너무도 신속했다.

아무래도 이지우는 상대의 공격을 예측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검술 스승이란 아이템이 그건가 보군.’

물론 100% 확실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 예상이 맞다면 녀석들이 나보고 검술 스승을 갖고 있다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내 높은 순발력과 빠른 반응 속도 때문에 그렇게 여기는 거다.

-척.

나는 잠깐의 정비를 위해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 검술 스승이란 게 공격 경로를 예측하는 아이템이었군. 범위는 반경 2미터 정도고. 원거리 공격도 반응할 수 있나?”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파이어샷(마력탄+파이어)을 날렸다.

목표는 이지우의 방어라인에서 살짝 삐져나와 있는 창수의 다리다.

-쿵!

그런데 이지우는 근거리에서 날아든 그 공격마저 간단히 막아냈다.

그로 인해 녀석은 원거리 공격까지 예측해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하, 대단한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대박 아이템을 만났어!”

내가 유쾌하게 웃자, 그때서야 녀석들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마치 자긴 아니란 것처럼.”

적의 상황을 알았으니, 이제 남은 건 공략뿐이다.

나는 연신 날아드는 화살을 쳐내고는 윌리아를 불렀다.

“리아 씨.”

“넵!”

그리고 윌리아는 지체 없이 그들을 향해 폭발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이지우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역시 저건 답이 없나 보군.’

아까 전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했을 때처럼 범위가 큰 윌리아의 폭발 스킬만큼은 당혹스런 모양이다.

-콰아아앙!

그러나 아쉽게도 윌리아의 공격은 상급 방어막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녀석들이 폭발 스킬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나는 블링크 스킬을 이용해 이지우 파티의 후방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일단 귀찮은 마법사와 궁수를 처리하고자 했다.

“걸렸어!”

그런데.

단순히 공간이동 스킬에 대한 대비가 안 되어 있는 거라 생각했던, 녀석들의 후방은 함정이었다.

-쩌저적!

공간이동을 하자마자 내 발이 얼어붙으며 바닥과 하나가 된 것이다.

동시에 두 창수와 마법사, 궁수가 나를 향해 공격을 날려왔다.

결국, 나도 녀석들이 그랬던 것처럼 크리쳐 보아 망토에 내장된 상급 방어막 스킬을 펼쳐야 했다.

-티티티팅!

요란한 공격이 상급 방어막을 때리고.

그 사이 이지우 일행은 타겟을 윌리아로 바꿨다.

때문에 나는 블링크를 이용해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가야 했다.

‘검강, 일섬.’

“큭!”

나는 녀석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다시금 일섬을 사용했고, 강렬한 일격에 이지우가 뒤로 밀려나며 잠깐의 소강상태가 발생했다.

그 틈에 윌리아는 회복 마법으로 얼어붙었던 내 다리를 치료해주었다.

‘이쯤 되면 인정해야겠네.’

녀석들은 강하다.

안일하게 상대하다간 큰코다칠 수 있을 만큼..

“아깝네. 그런 실력을 가지고 하는 짓이 쓰레기라서.”

나는 진심으로 안타깝단 표정을 지었고, 반대로 녀석들은 득의양양해진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밀리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

-퍽!

나는 그런 이들을 스윽 둘러보다가.

대뜸 들고 있던 아칸의 세이버를 집어 던졌다.

그러자 그 검은 이지우와 나 사이에 꽂혔고, 의문을 표하는 녀석들을 위해 새로운 검을 뽑아 들었다.

거력참 스킬이 내장된 제르카의 검이었다.

갑자기 검을 바꿔 들자 이지우의 얼굴에 경계심이 서렸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분열검 스킬이 내장된 크루더의 검까지 뽑아 왼손에 쥐었다.

“쌍검? 이제 보니 중2병이셨구만.”

이런 내 모습에 녀석들은 언제 긴장했냐는 듯,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녀석들의 평가에 나는 씨익 웃어줄 따름이었다.

“일단 한 놈.”

“뭐?”

그리고 내 말과 동시에 이지우 파티에서 마법사 포지션을 맡고 있던 남성이 피를 왈칵 토하며 쓰러졌다.

“컥!”

“무, 무슨?”

영문 모를 상황.

당연히 녀석들의 얼굴이 굳어지고, 나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이지우를 향해 분열검 스킬을 사용했다.

“계속 막아봐.”

그러자 검기가 상하좌우 4방향으로 갈라지며 이지우를 압박해나갔다.

동료가 갑작스레 쓰러진 상황에서 날아드는 기습은 이지우를 당혹게 하기 충분했지만, 그는 냉정을 애써 유지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방패로 3방향의 분열검을 막아내고, 놓친 하나는 검을 이용해 쳐냈다.

그리고 나는 즉각 크루더의 검(분열검)을 버리듯 허공에 던진 후.

양손으로 제르카의 검(거력참)을 움켜쥐었다.

‘검강, 거력참!’

도끼질을 하듯 힘껏 내리찍는 공격.

-콰아아앙!

“크윽!”

강력한 파괴력에 마침내 이지우의 한쪽 무릎이 접혔다.

하지만 치명타 수준의 타격은 아니었다.

“두 번째 놈.”

“끄아악!”

그런데 방패와 장검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을 때.

갑자기 궁수가 비명을 내질렀다.

두 명의 창수와 이지우는 마법사에 이어 궁수까지 쓰러지자 혼란스러워했다.

“어? 어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나는 이번에도 허공에 제르카의 검을 내던졌다.

그러곤 바닥에 박혀 있던 아칸의 세이버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제 끝내자.”

나는 ‘폭주 스킬’을 사용했다.

-쿵!

갑자기 주변의 풍경이 느릿느릿 흘러가고, 체감상 홀로 다른 시간대에 있는 것처럼 내 몸만은 뜻하는 대로 움직여 주었다.

나는 아칸의 세이버로 횡베기를 시도함과 동시에 세 번째 일섬을 사용했다.

-피이이잇! 팟!

이번에도 이지우는 힘겹게 막아냈다.

그런 그를 보호하기 위해 창수들이 움직였지만, 이전과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녀석들은 너무도 쉽게 측면 침입을 허용했고, 나는 날아드는 창을 여유롭게 피하며 창수A의 목을 노렸기 때문이다.

-콰아앙!

참, 대단하다.

슬로우모션처럼 느릿느릿 움직이는 이지우가 어떻게든 방패를 뻗어 창수A의 목에 닿으려던 내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턱!

미리 허공에 던져 놨던 두 자루의 검 중, 크루더의 검이 마침 비어있는 내 왼손에 쏙 들어왔다.

‘분열검.’

그리고 근거리에서 터진 분열검 스킬.

이지우는 이번에도 필사적으로 움직였으나, 이번만큼은 내 공격이 더 빨랐다.

-퍽!

결국, 분열검은 당황하며 뒷걸음질을 치던 창수A의 머리를 꿰뚫어 버렸다.

이제 남은 건 이지우와 창수B인데.

-푹!

“다, 단검?”

검강이 깃든 단검 한 자루가 창수B의 관자놀이에 꽂히며 어느덧 이지우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

창수B는 물론, 마법사와 궁수를 죽인 것도 엘더 크림슨 로드 루시엘라를 토벌하고 얻은 희귀등급의 아이템 춤추는 검이었다.

[춤추는 검 / 단검 / 등급: 희귀]

-소유자의 의지에 따라 하늘을 날고, 대상을 공격하거나 견제하는 단검이다.

-별도의 훈련이 필요하며,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마력을 두 배로 소모하여 검기나 검강을 춤추는 검에 담을 수 있다. 단, 그 외의 전투 스킬은 사용이 불가하다.

-자체 ‘회수’ 기능과 자체 ‘수복’ 기능이 있다.

아까 녀석들의 후방에 블링크로 침투했다가 다리만 얼어붙은 채, 본전도 못 찾고 돌아왔을 때.

나는 이 단검을 두고 왔다.

그리고 녀석들이 방심한 순간 단검을 놀려 하나씩 암살한 것이다.

아직 공중에서 방향을 바꾼다든지, 세밀한 조종은 힘들지만, 단순하게 직선으로 날리는 것 정돈 가능했다.

내가 쉽게 이지우의 방어라인을 뚫지 못한다고 녀석들은 너무 자신만만했다.

우리의 전력을 너무 가볍게 평가한 것이다.

“어떡하냐? 동료들 다 죽어 버렸네?”

나는 약 올리듯 비웃음을 흘렸고, 잔뜩 굳어 있는 녀석을 바라보며 크루더의 검을 바닥에 꽂았다.

그러자 이번엔 두 번째로 허공에 던졌던 제르카의 검이 자유 낙하하며 왼손에 안착했다.

“너도 오래 안 걸릴 거야.”

***

이지우는 자신의 실력을 믿었다.

질 좋은 장비와 손발이 잘 맞는 동료들.

더불어 ‘비장의 무기’가 함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지우의 그 자신감은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다.

‘젠장! 오티스, 뭐하는 거냐! 경로 표시 똑바로 안 해!? 반응이 늦잖아!’

이지우는 속으로 혼잣말을 외쳤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말에 대답이 돌아왔다.

[공격 경로 표시는 이전과 다름없이 진행되고 있다.]

‘뭐?’

하지만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지우는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무슨? 분명 이렇게 대응이 늦어지고 있잖나!’

[공격 경로 표시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네 신체 능력이 상대의 공격 속도를 쫓지 못하는 것뿐이다.]

그제야 상황을 이해하게 된 이지우는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를 향해 뭐라 할 수 없었다.

[상대의 검을 타고 느껴지는 근력과 순발력 모두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게 증가했다. 그리고 우리가 공격 경로를 예측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막아내기 힘든 동시 공격의 횟수가 급격히 늘었어.]

‘바, 방법. 방법을 제시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넌 검술 스승이잖아! 그럼 제자를 살려야지!’

[아무리 어디로 공격이 날아올지 알아도 반응을 못 하면 말짱 꽝이지. 넌 결코 저자의 상대가 못돼.]

검술 스승 오티스.

그건 이지우가 착용 중인 목걸이의 이름이었다.

놀랍게도 해당 목걸이는 스스로 생각을 하고 소유주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자아가 깃들어 있었다.

그런 특별한 아이템이 이지우에게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다.

[상대를 잘못 만났군. 저런 괴물이 튀어나올 줄이야. 검술 스승 아이템이 없어 보이는데도 저 실력인데, 좀만 다듬어 주면 엄청난 존재가 되겠어.]

그리고 아이템 주제에 벌써 다음 주인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오티스의 목소리에 이지우는 폭발했다.

‘내가 순순히 죽을 줄 알고!? 당장 이곳을 나가면 이 개 같은 목걸이를 바닷속에 던져 버리겠어!’

[꿈도 야무지군.]

하지만 이지우의 발언에 돌아온 건 오티스의 냉소였다.

[저자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 리가 없잖나?]

“어?”

-서걱!

이지우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이유는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얘졌기 때문이다.

[끝났구만. 잘 가게, 전 주인이여.]

이어서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이지우의 눈에 자신의 몸통이 보였다.

머리를 잃고 목에서 피를 줄줄 쏟고 있는 몸통을.

-툭!

그 머리를 잃은 몸통에서 목걸이 하나가 바닥에 떨어지고, 이내 이지우의 세상은 암전에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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