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이벤트 몬스터 (4) >
수도권의 주요 사냥팀들과 함께 가장 먼저 잡은 이벤트 몬스터는 아버지가 알려준 대전에 등장한 녀석이었다.
가까운 하남을 두고 대전의 이벤트 몬스터부터 토벌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대전에 등장한 몬스터가 여주에서 잡은 것과 같은 만티코어였기 때문이다.
이미 패턴을 알고 있는 몬스터여서 연습용으로 딱이었고.
덕분에 이벤트 몬스터를 어떤 식으로 사냥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첫 전투부터 합이 잘 맞다 보니 어쩐지 워크샵 같은 분위기였다.
“이제 출장뷔페권 살까?”
깔끔한 사냥 후에 누군가 말하니 윤시아는 고개를 내저으며 답했다.
“벌써 술판 벌이게? 다 끝나고 사.”
윤시아 역시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 싶어 했지만,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고 말을 얹었다.
기다림 끝의 포상은 더욱 달콤할 테니 말이다.
연합사냥팀은 그대로 웨이포인트 점퍼를 이용해 바로 다음 표적인 하남의 이벤트 몬스터를 잡았다.
-크아아아악!
“크윽!”
“이, 이렇게 무식하게 덤벼드는 몬스터는 처음 봅니다.”
그런데 역시 정보가 없는 몬스터는 사냥이 쉽지 않았다.
연합사냥팀이 두 번째(나는 세 번째)로 사냥한 몬스터가 극강의 피지컬을 자랑하는 레벨 80의 트윈헤드 오우거였기 때문이다.
녀석의 전투 방식은 심플했다.
그냥 눈에 보이는 적이란 적에겐 미친 듯이 달려들어 공격을 퍼붓는 거였다.
역동적인 움직임과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공격 스피드까지.
무얼 상상하든 그 이상의 피지컬 깡패였다.
‘미친, 키가 30미터에 육박하는 거인이 느린 느낌은 전혀 없이 득달같이 달려드네.’
한걸음에 거리가 20미터씩 좁혀지고.
녀석이 멀리뛰기 하듯 몸을 날려올 때면, 바람을 가르다 못해 바람이 찢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덕분에 손쉬운 첫 승리에 고무되어 있던 멤버들은 표정을 굳히며, 수시로 헛바람을 삼켜야 했다.
나도 방심하고 있다가 녀석의 펀치를 정면으로 맞아 내장이 진탕되어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물론, 윌리아의 빠른 힐 덕분에 뒤이어진 후속 공격을 무사히 피해냈지만, 유효타를 허락한 게 엘더 크림슨 로드 이후 처음인지라 긴장해야 했다.
다행히 다들 흥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싸우니, 승기는 우리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승리를 확신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앙!
녀석의 특수 패턴이 등장했다.
양손으로 지면을 미친 듯이 내리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트윈헤드 오우거의 공격에 지면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금방이라도 땅이 갈라지고 주변이 붕괴하기라도 할 것처럼.
그러다가 녀석이 양손을 크게 들며 붉은 기운이 온몸에 깃들기 시작하고.
“전멸기다! 내려치기 전에 잡아야 해!”
내가 외치려던 말을 한발 빠르게 조유나가 캐치해 크게 외쳤다.
그에 사람들은 서둘러 녀석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만티코어는 전멸기 패턴을 깨면 자멸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녀석은 전멸기를 쓰기 전에 극딜 타이밍이 있고, 그때 쓰러뜨리지 못하면 전멸기가 펼쳐지는 형식인 것 같았다.
다행인 점은 이곳에 있는 멤버들 전원이 앞선 사냥으로 귀환 스크롤을 구매해 손에 넣었다는 거다.
그러니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도주한다는 생각을 갖고 온전히 공격에 집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연합사냥팀에는 나와 윌리아가 있지 않은가.
‘폭주.’
나와 윌리아는 모든 공격을 쏟아냈다.
심지어 나는 만약을 대비해 폭주 스킬까지 사용해야 했다.
-크르르륵!
-쿠우우웅!
덕분에 트윈헤드 오우거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지면에 얼굴을 처박고 쓰러졌다.
“나이스!”
“와아아아아!”
이번에도 나와 윌리아의 활약이 컸지만, 모두 최선을 다해 공격을 퍼부었기 때문인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10점일 정도로 다들 제법 많은 점수를 챙겨 갔다.
그렇게 아버지와 강이솔이 찾아낸 이벤트 몬스터를 모두 잡고, 시끌벅적하게 우호를 다지며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새로운 이벤트 몬스터의 발견을 알려왔다.
[평택에 이벤트 몬스터가 등장했다는구나.]
“어떤 종류인지 아세요.”
[외눈박이 거인 몬스터라는 거 같아.]
외눈박이 거인 몬스터?
사이클롭스를 뜻하는 걸까?
아무튼 적절한 휴식으로 폭주 스킬의 후유증도 마침 털어냈겠다, 우린 세 번째 이벤트 몬스터를 잡기 위해 바로 이동했다.
다들 잠자코 따라오는 와중에 강이솔이 슬쩍 다가와 물어왔다.
“정보원이 따로 있으신가 보군요?”
당연히 궁금할 것이다.
알아서 척척 이벤트 몬스터의 정보를 가져오니 말이다.
“네. 제가 워낙 발이 넓다 보니.”
대충 대답을 했음에도 강이솔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하긴, 서아 님 클라스라면 그럴 만도 하죠.”
그리고 잠시 후.
우리가 마주한 몬스터는.
[싸이클롭스 / 레벨: 85]
예상대로 싸이클롭스였다.
레벨은 지금까지 싸워본 몬스터 중 가장 높다.
심지어 엘더 크림슨 로드보다도.
물론, 강하기로 치면 엘더 크림슨 로드가 더 강하겠지만, 결코 우습게 볼 수 없는 상대임은 분명했다.
하남의 트윈헤드 오우거와의 전투에서 크게 덴 우리는 조심조심 전투를 계시했고.
“어? 패턴이?”
“트윈헤드 오우거와 비슷한데요?”
그런데 의외로 사냥은 너무 순조로웠다.
앞선 트윈헤드 오우거와의 전투를 복기하는 느낌이 들 만큼 패턴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우린 큰 고비 없이 녀석을 몰아붙였고.
“전멸기다!”
녀석의 눈이 붉게 빛나며 궁극기 타이밍이 발생했다.
전투 방식은 트윈헤드 오우거와 판박이지만, 궁극기는 전혀 달랐다.
싸이클롭스가 레이저와 같은 고열의 광선을 여러 줄기로 뿜어 댔고, 이내 더욱 강한 공격을 위함인지 갈라졌던 레이저들이 흡수되듯 한데 뭉쳐지기 시작했다.
맛보기처럼 뿜어진 초기의 레이저도 강력하기 그지없었다.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그 공격들을 검강과 스킬로 쳐낸 나는 양팔이 저려서 떨리는 것을 느꼈다.
저런 걸 한껏 모아 쏘면 절대 막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대응하냐는 거다.
“별것 없어요! 싸이클롭스 등 뒤에 바짝 붙어요!”
그러자 이번에도 조유나가 그리 외쳤다.
난 그녀의 지시에 따라 재빨리 달리기 시작한 사냥꾼들에게 또 언제든 도망칠 수 있게 귀환 스크롤을 준비해 놓으라 지시했다.
우린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싸이클롭스의 뒤로 돌아갔고.
-콰아아아앙!
곧 녀석이 굵직한 붉은 광선을 뿜었다.
싸이클롭스의 시선에 따라 바닥이 광선에 의해 용암처럼 녹았다.
녀석은 우리를 공격 범위에 담기 위해 열심히 고개를 저었지만, 우리는 끈질기게 녀석의 뒤통수만 보고 움직였고, 오래지 않아 광선공격이 멈췄다.
전멸기를 이용해 이벤트 몬스터를 직접 처치하진 못했지만, 필살 공격에 모든 기력을 쏟은 건지, 싸이클롭스는 둔해진 움직임으로 맥없이 처맞다가 끝내 골로 갔다.
“오오오!”
그렇게 모두가 환호했고, 이어진 보상 타임에 기뻐했다.
마치 이건 사냥꾼 협회의 출범을 기념하는 단체 전투 같았다.
“뭘 사지?”
다들 3번의 전투로 20점 전후로 꽤 쏠쏠하게 점수를 모았다.
물론, 300점을 모은 나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모두들 눈을 빛내는 게 굉장히 신나 보였다.
그렇게 나도 윌리아와 함께 티테이블을 세팅하고 앉아 느긋하게 이벤트 상점을 살피는데.
[느끼셨습니까?]
그동안 잠잠하던 검술 스승 오티스가 깨어나며 대뜸 영문 모를 말을 던져왔다.
하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느꼈어.’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세요?”
윌리아의 물음에도 여기저기 주변을 살피던 나는···.
“금방 오겠습니다.”
즉시 블링크를 사용했다.
그리고 풍경이 바뀜과 동시 검을 뽑아 들며 말했다.
“움직이지 마. 전부 목 따이기 싫으면.”
“Oh, no···.”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20명의 사냥팀이었다.
하지만 우습게 볼 수 없는 게, 그들은 소총과 저격총, 대전차 미사일, 유탄 발사기 등, 흉흉하기 그지없는 무기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오, 오해다. 우린 큰 괴물을 감시하고 있던, 유에스 군인이야.”
그중 동양인 남성이 교포티 팍팍 나는 어설픈 한국말을 내뱉었고, 비로소 나는 그들이 미군임을 알게 되었다.
확실히 그들의 말대로 별다른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나도 무장한 사람들의 인기척을 감지하고 이곳을 덮친 거지, 살의를 느낀 건 아니었다.
‘내가 이걸 어떻게 알아챘지?’
[감각이 그만큼 발전했단 뜻이겠죠. 기반이 되는 능력치는 충분합니다.]
‘감각이 발전했다?’
[아마 제가 깨어나서 더욱 그런 걸 수도 있고요.]
갑자기 깨어나서 태연하게 자화자찬하는 검술 스승 오티스의 대답에 나는 미간을 좁혔다.
‘네가 뭐라고?’
[너무하십니다. 이래 보여도 여러 감각을 공유하는 특별한 에고 아이템인데···.]
녀석의 반응에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오티스가 깨어났다는 뜻은 앞으로 훈련이 진행될 거란 의미기도 하다.
과연 얼마나 대단한 수련법을 가져왔을지 궁금하지만, 당장은 눈앞의 미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가 문제였다.
나는 검을 거두며 말했다.
“그럼 볼일이 끝났겠군요. 안녕히들 계십시오.”
이런 내 작별 인사에 미군이 황급히 나를 불렀다.
“저, 저기! 친하게 지내자! 아니, 미스테이크. 지내자요!”
한국말이 어눌한 교포 타입의 미군이 영문 모를 말을 해온다.
“친하게?”
나는 사람들을 스윽 둘러봤다.
‘평택의 미군이면 시나리오 조각을 얻은 미군과 동료겠군?’
더불어 미군이라면, 본토와의 위성통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풍부할 테니, 안면을 터서 나쁠 건 없어 보였다.
잠깐의 생각을 마친 나는 대화나 나누자며, 지휘관과 한국어가 가능한 몇 명만 따라오라 했다.
***
평택 캠프 험프리스의 제2보병사단 소속인 ‘제임스 최’는 재미교포 2세이다.
그는 캠프 험프리스 내부에 존재하는 사냥팀 중, 그래도 나름 상위라 할 수 있는 팀에 속해 있다.
그런 그가 동료들과 우연히 이벤트 몬스터 싸이클롭스를 발견했고, 이를 상부에 보고하자 최대한 전투는 피하며, 해당 몬스터를 예의 주시하란 명령이 내려왔다.
그래서 제임스 최가 속한 사냥팀은 명령대로 싸이클롭스를 예의 주시했다.
그러다가 상부에서 토벌이 가능한 몬스터인지 확인하기 위해 탐색 스킬을 보유한 인물을 파견했고···.
[싸이클롭스 / 레벨: ??]
“레벨이 물음표? 안돼. 저건 못 잡아.”
결국, 험프리스에선 싸이클롭스 사냥을 포기했다.
그렇게 부대를 철수시키려는데···.
“뭐, 뭐야 저 사람들.”
멀리서 50명쯤 되어 보이는 인원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대재앙 이후, 저렇게 몰려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냥꾼이라 보면 된다.
여지없이 이번에도 탐색 스킬 보유자가 그들의 정보를 보려 했지만,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레벨: 37]
[레벨: 35]
[레벨: 33]
[상대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상대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평균 레벨을 가진 사냥팀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인물들도 있어서 그들의 존재감을 더욱 기이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이들은 긴장하며 자세를 낮춰야 했다.
“어? 저걸 잡으려고?”
“에이. 설마.”
-콰아아아앙! 콰아아앙!
“헉, 뭐야?”
그리고 설마 했던 사냥팀과 싸이클롭스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맙소사, 무슨 원거리 스킬 공격력이···.”
“저 사람 뭐야? 칼 한 자루로 괴수급 몬스터를 밀어냈어.”
“너무 빨라서 움직임이 잘 안 보여.”
“저 둘은 괴물이군. 특히 칼 쓰는 저 남자.”
“나머지도 나쁘지 않아. 한 명 한 명이 미하엘과 비슷한 수준인 것 같아.”
“저게 말이 돼?”
이어서 마주한 상황은 놀람과 경악의 연속이었다.
자신들은 감히 덤빌 엄두를 내지 못했던 몬스터를, 그들은 압도했다.
특히 두 명의 활약이 압도적이었는데, 험프리스 제일 사냥꾼인 미하엘조차 감히 명함을 내밀지 못할 수준이었다.
-콰콰콰콰콰콰!
그들은 능숙하게 위험해 보이는 공격까지 피해내며 끝내 싸이클롭스를 사냥하는 데 성공했고, 모두가 크게 환호하며 기뻐했다.
모든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심히 지켜본 제임스 최는 감탄했다.
설마 한국에 저렇게 수준 놓은 사냥팀이 있을 거라곤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서**이란 인물도 한국인이지.’
진정 강한 나라는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는 법이라고들 하는데, 한국이 딱 그쪽이었다.
제임스 최는 자신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만큼 저 틈에 끼어 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돌아가자.”
그는 동료들과 복귀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들이 챙겨온 무기를 가져가려 손을 뻗은 그 순간.
“움직이지 마. 전부 목 따이기 싫으면.”
싸이클롭스를 상대로 가장 큰 활약을 벌였던 남성이 신기루처럼 이들 앞에 등장했다.
그때서야 제임스 최를 비롯한 미군들은 깨닫게 되었다.
지금 자신들의 모습을 한국의 사냥팀이 보면 오해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전투 현장이 한눈에 보이는 장소를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이런저런 살상무기를 배치해놓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한국말을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제임스 최가 나서 열심히 상황을 설명했다.
“그럼 볼일이 끝났겠군요. 안녕히들 계십시오.”
“저, 저기! 친하게 지내자! 아니, 미스테이크. 지내자요!”
다행히 상대는 자신들을 이해해 주었고, 모두가 안도하고 있을 때.
제임스 최가 돌발적으로 돌아가려던 그를 불러 세웠다.
동료들은 무슨 짓이냐며 눈빛으로 그를 탓했지만, 제임스 최는 싸그리 무시했다.
눈앞의 인물과 반드시 친분을 쌓아두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에 남은 미군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
나를 따라온 미군은 친목이란 명목하에 이런저런 정보를 토해냈다.
하지만 그 정보 대부분은 해외에 대한 이야기였다.
‘일본은 완전히 지옥이 되었다.’
‘중국엔 엘더 몬스터를 따르는 인간 세력이 있는데, 규모가 엄청 크다.’
‘북한의 지도자가 비행 몬스터에게 잡혀가 어처구니없이 죽었다.’
등등.
하지만 내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강이솔도 마찬가지인지, 은근슬쩍 시나리오 조각 떡밥을 뿌렸다.
그런데 함께 자리한 미군들은 시나리오 조각에 대해선 몰랐다.
아무래도 조각을 얻은 미군이 상부에 먼저 보고하고, 상부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니 같은 기지를 쓰는 이들도 모르고 있겠지.
‘미군에서도 시나리오 조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네.’
-띠이. 띠이.
그 후로도 미군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들을 떠들었다. 어디까지나 기밀이 아닌 것들에 한해서.
그런데 때마침 아버지에게 다시 통신반지를 통한 연락이 왔고.
슬쩍 자리에서 빠져 연락을 받으니.
[안산에서도 이벤트 몬스터가 발견됐어. 이번에도 외눈박이 몬스터라는구나.]
아버지께서 다시금 이벤트 몬스터의 새로운 등장 정보를 알려주셨다.
당연히 우린 바로 안산으로 떠날 준비를 했고, 슬슬 제임스 최라는 재미교포가 포함된 미군들과 헤어져야 할 때가 되었다.
“나중에 험프리스 한번 방문해요. 환영 크게 합니다. 우리.”
시나리오 조각 보유자에 이어 다른 미군에게까지 부대에 초대를 받았다.
이거 언제고 한번 방문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 혹시 저쪽 뒷산으로 가지 마세요.”
“뒷산이요?”
“저 뒷산 근처에서 누가 엘프 봤대요. 엘프 찾아 그 산에 들어가서 살아 나온 사람 아무도 없어요. 아마 이상지형일듯?”
역시나 어눌한 한국말.
그런데 그 말 속엔 뜻밖의 정보를 담고 있었다.
‘엘프?’
엘프란 이야기에 우리 연합사냥팀의 사냥꾼들은 남자건 여자건 눈을 번뜩이며, 그 산을 눈에 담았다.
높이 132미터의 고등산.
왠지 또 보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안산에서 등장한 이벤트 몬스터 역시 싸이클롭스가 맞았다.
덕분에 우린 어렵지 않게 싸이클롭스 토벌에 성공했고.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한반도에 등장한 이벤트 몬스터 20마리 중 7마리가 토벌되었습니다.]
[이벤트 상점은 자정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자정까지 미처 사용하지 못한 점수는 다음 달로 이월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벤트 종료 메시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본 나와 연합사냥팀 멤버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벤트 몬스터를 사냥한 곳이 있나 보네?”
“그러게 말이야.”
나와 윌리아, 성남팀과 여주팀이 모여 한 마리를 잡았고, 사냥꾼 협회와 합류해 4마리를 잡았다.
오늘 우리가 토벌한 이벤트 몬스터의 수는 총 5마리.
그런데 토벌된 몬스터는 7마리였다.
즉, 우리 말고도 다른 팀에 의해 2마리의 이벤트 몬스터가 토벌되었다는 의미가 된다.
“대단한걸? 그 사람들은 우리처럼 서땡땡파티도 없을 거 아냐?”
이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수준 높은 팀이 더 있을 거란 뜻이기에 다들 흥미를 보이면서도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들은 나와 윌리아가 없었다면 자기들끼리 이벤트 몬스터를 잡을 수 있었을지를 생각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에이, 뭐 심각하게 생각해. 그냥 즐겨!”
“맞아, 우린 모두 사냥꾼협회 소속이잖아! 서땡땡님은 우리 협회의 대표시고!”
“오오!”
하지만 다들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협회장으로 있는 사냥꾼협회 소속이었으니, 굳이 나를 빼고 생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사냥팀이 이벤트 몬스터를 잡는 데 성공했다고 해봐야 우리가 벌어들인 점수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니 저마다 기분 좋게 웃으며 기다리고 기다리던 잔치를 시작했다.
“마시자!”
윤시아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400점을 뭐에 쓴다?’
그렇게 모두 시끄럽게 웃고 떠들 때.
나는 이벤트 상점창을 열고 이 대량의 점수로 무얼 살지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