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성장의 탑 (3) >
*
역시 25초 만에 한 층을 클리어하는 건 무리다.
‘아니, 정확하겐 싸울 때만 성검을 활성화시키면 되니, 실제 성검을 쥐고 활동한 시간은 더 길었지.’
그럼에도 우린 성검을 이용해 보스룸까지 단번에 돌파할 수 있었고, 보스전을 앞둔 상태에서 마력을 충전하기 위해 휴식을 취하려 했다.
그런데 당황스런 상황이 벌어졌으니.
-끼익···.
“어?”
안전텐트를 설치하려 했더니, 전투 중이라 설치할 수 없단 메시지가 뜨며, 갑자기 보스룸의 문이 열린 것이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7층의 보스였다.
“와, 보스가 마중 나오는 건 처음이네···.”
나는 황당함을 표하며 검을 뽑아 들었고.
그렇게 마력을 비운 채 싸워야 했다.
[웨어울프 다크나이트 가르강 / 레벨: 70]
지금까지 만난 웨이울프 좀비들은 대부분 손톱과 이빨을 앞세운 짐승에 가까운 전투를 벌였다면, 이 녀석은 반인반수면서 제대로 검을 쓰는 기사형 몬스터였다.
덕분에 나는 사정없이 휘둘러지는 검기 다발을 생검으로 쳐내야 했다.
‘그나마 무왕의 보검이 희귀등급 무기라 다행이지···. 급이 낮은 무기였으면 진작에 걸레가 되었을 거다.’
시야 여기저기 새겨지는 붉은 선과 붉은 점.
검술 스승 오티스의 기능 중 하나인 ‘전투보조 모드’의 공격 경로 예측이다.
붉은 선은 베기 공격이며, 붉은 점은 찌르기 공격을 뜻한다.
‘사실 공격 경로 예측이 없더라도 웬만해선 공격을 막아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기능을 끄지 않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안전을 위해서다.
내가 모르는, 또는 내가 예측하지 못하는 공격이 빈틈을 정확하게 노리고 들어 올 수도 있는 일이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버티면서 마력회복 스킬이 마력을 채워지길 기다렸다.
내가 보유한 마력회복 스킬은 전투 중에도 조금씩이나마 마력을 회복시켜주는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챙챙!
[제법이군. 과연 이것도 막을 수 있을까?]
그러다가 웨어울프 다크나이트 가르강이 특수한 스킬을 쓰려는 낌새가 보여 나는 한껏 긴장해야 했다.
검술 스승 오티스가 예전에 말했듯, 지나치게 스킬에 의존하는 건 좋지 않다.
하지만 강력한 몬스터의 공격 중엔 단순히 검술로만 대응하기 힘든 종류의 공격도 있다.
때문에 나는 긴장해야 했고.
-화아악!
시야에 붉은 점들이 순차적으로 새겨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이내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기겁했다.
어느새 눈앞엔 붉은 점들이 촘촘히 모여 하나의 붉은 장막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검술 스승 오티스의 공격 경로 예측 기능이 고장 난 게 아니라면, 이 무수히 많은 점들이 전부 찌르기 공격이란 의미였다.
-챙!
나는 반사적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시야를 가린 붉은색의 장막 곳곳에 구멍이 생기며 타격 횟수가 조금이나마 줄어들었고, 나는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보스 몬스터의 찌르기 공격을 상쇄시켜 나갔다.
-채채채채채챙!
미친 듯이 뻗어오는 검.
마치 머신건이 쏘아내는 총알을 상대하는 기분이 드는 연속 찌르기 공격이었다.
나는 스스로 머리가 이렇게 좋았나 싶을 만큼, 붉은 점이 새겨졌던 순서를 정확하게 기억해 공격을 쳐냈다.
당연하지만, 이 엄청난 속도의 모든 공격을 하나하나 쳐낼 수는 없다.
타이밍에 맞춰 동시에 막을 수 있는 공격은 궤도에 맞춰 한 번에 튕겨내거나, 검면을 이용해 흘리기도 했다.
“후우, 후우.”
[후, 훌륭합니다.]
오티스는 엄청난 장면을 보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동시에 먼지와 열기를 머금은 연기가 걷히면서 늑대의 면상을 가진 웨어울프 다크나이트 가르강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자신의 필살 공격이 스킬도 쓰지 않은 단순한 칼질에 막히리라곤 생각지 못했을 테니 더욱 그러했다.
나는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방금 끝냈어야지.”
[뭐?]
나는 오른손으로 무왕의 보검을 힘껏 휘둘렀다.
그에 녀석은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상단 공격을 막아내려 했다.
그러나 진짜 공격은 무왕의 보검을 이용한 상단 베기가 아니다.
‘성검 발현, 검강.’
어느새 녀석의 복부에 닿아 있는 흰색의 막대기가 진짜 공격이지.
내 왼손에 들려 있던 흰색의 짧은 막대기에서 검강이 씌워진 빛의 검이 솟구치며, 그대로 가르강의 복부를 꿰뚫어 버렸다.
성검은 기본적으로 강력한 공격력을 갖고 있으며, 근접 전투 스킬의 위력을 증폭하기까지 한다.
더구나 성검의 특성상 언데드에게 추가로 피해까지 주니···.
[끄아아아악! 젠장!]
7층의 보스라 해도 버틸 재간은 없을 것이다.
복부를 관통당한 가르강이 시끄럽게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녀석의 몸에 균열이 생기면서 이내 마른 진흙처럼 온몸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죽었다는 얘기다.
‘마력을 고작 4밖에 안 쓰고 보스 몬스터를 토벌하긴 처음이네.’
전투 중 회복된 마력은 4에 불과했지만, 빈틈을 정확하게 공략한 성검+검강 공격에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만약 이걸로 녀석을 쓰러뜨리지 못했다면 이번에 이벤트 상점에서 구매해놓은 마력 회복물약을 사용하는 상황이 발생했을지도 모르기에 여러모로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보통 비싼 물약이 아니니 말이다.
[웨어울프 다크나이트를 최초 토벌하여 경험치 60,000을 획득했습니다.]
[웨어울프 다크나이트의 최초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10,00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스킬북 검우를 획득했습니다.]
[검우 / 최상급 스킬북 / 액티브]
-5~20연속의 고속 찌르기로 적을 공격한다.
-숙련도에 따라 검우의 공격 횟수가 증가한다.
-소모마력: 4
그리고 탑 안에서 유일하게 받을 수 있는 최초 토벌 보상으로 검술 스킬북을 획득한 나는 만족해하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검술 관련 스킬은 언제든 환영이다.
[성장의 탑 7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성장의 탑 7단계 교환권 20장을 획득하셨습니다.]
이어서 8층에 올라가겠냐는 메시지가 떴지만.
우린 바로 8층에 올라가지 않고, 일단 휴식을 취하며 마력부터 충전하기로 했다.
같은 실수는 하지 말아야지.
***
서울 청와대에 자리한 수방사 본부.
[준장 서인호]
서백호의 아버지 서인호는 명패 위를 스윽 손으로 쓸며 미소를 지었다.
더불어 장군임을 증명하는 삼정검을 바라보니,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띠이.]
그때.
수방사 참모장실에 설치된 인터폰이 울렸다.
서인호 준장은 인터폰을 받았고, 이번에 참모장실에 배정된 비서가 말했다.
[참모장님, 특수전투 대대 주영우 중령이 방문했습니다.]
“들여보내 주세요.”
그러자 잠시 후, 참모장실의 문이 열리며 강건하게 생긴 30대 초중반의 남성이 들어섰다.
중령은 보통 40대에 달기 때문에 그의 외모와 중령 계급장은 파격적이란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적응군(레벨업 병사)의 지휘관이다.
군대 내의 새로운 특권층이라 할 수 있었다.
“자네도 아예 수방사에 배치되었다지?”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에서 인사차 방문하였습니다.”
주영우 중령은 일전에 서백호와 마주한 적이 있는 수원 지상작전사령부 소속의 적응군 장교였다.
그는 서인호 준장과 함께 새로이 수방사에 배치된 계룡대 측 인사였다.
주영우 중령은 격식 갖춘 움직임으로 서인호 준장에게 선물이라며 고급 양주를 내밀었다.
“오오, 마트에 가도 비싸서 구경만 하던 술인데, 이걸 나한테?”
“외부활동이 잦다 보니, 이런 걸 구할 기회도 많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물건을 구하면 참모장님께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주영우 중령은 레벨 33의 사냥꾼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외부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히 버려진 마트나 백화점을 살피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이미 서인호 준장은 아들이 이것저것 구해다 준 게 많아서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지만, 친하게 지내자는 호의를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 웃으며 그와 악수를 나눴다.
“고맙네.”
“다른 얘기지만, 얼마 전에 등장했다가 사라진 이벤트 몬스터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시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주영우 중령의 이어진 말은 서인호 준장으로선 예상치 못한 발언이었기에 눈썹이 꿈틀거렸다.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을까?”
“아,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사냥꾼과 관련된 정보라면 제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서···. 저도 자세한 내용까진 모릅니다.”
서인호 준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태연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머지않아 결론을 내리곤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투로 말을 이었다.
“이번에 한반도에 이벤트 몬스터 20마리가 등장했었다지?”
“네, 알고 있습니다. 레벨이 무려 80대에 달하던 괴물들이었다고 하죠.”
“그런 괴물이 한반도에서 하루 만에 무려 7마리가 잡혔네.”
이 정도는 계룡대 상층부와 연결이 되어 있다면 모를 수가 없는 정보였다.
그도 그럴게, 사냥꾼 협회가 워낙 화려하게 활동했으니 말이다.
“그중 5마리는 이번에 출범한 사냥꾼협회 측에서 잡았다고 들었습니다.”
“맞아. 그런데 궁금하지 않나?”
“네?”
“솔직히 사냥꾼협회라면 그런 괴물들을 잡는 게 이해는 돼. 워낙 전력이 좋고, 무엇보다 서땡땡 파티가 소속되어 있으니까.”
“그야 그렇죠.”
“그럼 나머지 두 마린 어디서 잡았을까?”
“아, 아아···.”
서인호 준장이 무얼 조사하는지 알게 된 주영우 중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확실히 궁금한 내용이었으니까.
“그렇게 강력한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는 또 다른 단체가 한반도에 있다면, 우리 군이 미리 파악해 둬야 하지 않겠나.”
“맞는 말씀입니다.”
“앞으로 우리 군이 국정을 주도할 테니, 정보 수집에도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네. 특히 잠재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세력이라면 더더욱.”
물론, 관련 정보의 취득은 아들 서백호가 부탁한 거였지만, 그의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전부 군을 위해서라고 포장되었다.
덕분에 주영우 중령은 서인호 준장의 행동을 이해하고 지지했다.
상대의 속마음도 모른 채, 시야가 넓은 좋은 상관을 만났다며 기뻐했다.
“그래서 말인데···.”
“네, 말씀하십시오.”
“앞으로 사냥꾼들에게서 정보를 얻게 된다면 내게도 전해줄 수 있겠나? 이 기회에 자체적으로 조사팀을 꾸려 볼 생각이거든.”
서인호 준장은 계룡대에서 신임하여 영전한 인물.
주영우 중령은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서인호 준장은 속으로 ‘나이스’를 외쳐야 했다.
“그런데 진짜 나머지 2마리는 어디서 잡았을까요? 설마 북한은 아니겠죠?”
“글쎄? 북한일 수도 있고, 부산 혹은 제주도일 수도 있지. 그것도 아니면 초기에 괴멸되었다고 알려진 강원도일 수도 있고.”
그가 거론한 지역은 전부 계룡대에서 정보파악이 쉽지 않은 지역들이었다.
***
현재 우린 8층(레벨71~80)을 클리어하고 9층(레벨81~90)까지 입성을 한 상태다.
8층은 아직 필드에서 본 적 없는 키메라라는 몬스터가 등장했으며, 보스는 리치였다.
키메라는 이벤트 몬스터로 등장했던 만티코어와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었고, 리치는 전형적인 마법사 타입의 몬스터였다.
다만 지금까지 상대한 마법형 몬스터와 다른 점이라면 윌리아처럼 폭발 스킬을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위험하긴 했지만, 어쨌든 리치는 언데드몬스터.
7층 보스보다 토벌이 오래 걸리긴 했어도, 8층 공략은 아주 힘든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9층부터였다.
[미노타우르스 / 레벨: 82]
9층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모두 레벨 80 이상.
특히 압도적인 피지컬과 양손 도끼를 이용한 뛰어난 무기술, 짐승 같은 움직임까지 갖춘 미노타우르스가 일반 몬스터로 나와 골치 아프게 했다.
물론, 레벨이 같다고 해서 지난번에 상대한 이벤트 몬스터나 보스 몬스터, 엘더 몬스터 등과 동일한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레벨이란 수치가 결코 장식이 아님을 보여주는 상황이 끊이지 않고 발생했는데···.
보스와 달리, 일반 몬스터는 떼 지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크윽!”
신장이 10미터에 근접하는 미노타우르스의 목을 베어낸 나는 마치 벼락처럼 연이어 떨어지는 다른 미노타우르스들의 도끼 세례를 피하며 몸을 뒤로 날렸다.
하지만 덩치가 큰 미노타우르스를 상대로 어지간히 거리를 벌리는 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방금까지 나를 노려오던 도끼가 유도탄처럼 방향을 바꿔올 뿐이었다.
결국, 나는 가장 강력한 스킬인 뇌력참을 사용했다.
-쾅아아앙!
그에 나를 노리는 도끼들이 일시에 튕겨 나가며, 미노타우르스들의 전격을 멎게 할 수 있었다.
나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허공에 높이 뛰어오르며 성검을 빼 들었다.
그리고 오늘 새로 얻은 연속 찌르기 스킬인 ‘검우’를 사용했다.
그러자 눈앞에 가이드 선이 나타났다.
검우는 지금까지 얻은 스킬들과 다른 점이 있었는데,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공격 횟수가 5번에서 20번까지 달라진다는 것이다.
처음 5번까지는 자동 공격이지만, 이후 6번부터는 가이드 선에 정확하게 검을 찔러 넣어야 연계가 이어진다.
처음 설명을 봤을 땐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는데, 이 모든 게 1초 안에 이뤄져야 하는 만큼, 엄청난 집중력과 속도가 필요하단 거였다.
‘6번, 7번, 8번, 9번, 10번, 11번, 12번, 13번, 14번.’
아직은 노하우가 부족해서인지, 20번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성검이란 강력한 매개체를 통해 전개된 검우 스킬은 정면의 모든 것을 구멍 내 버린 것이다.
-쿠우웅! 쿠우웅! 쿵!
일격에 3마리의 미노타우르스가 쓰러졌다.
하지만 나는 쉴 수 없었는데, 미노타우르스 3마리가 빠져나가 윌리아를 향해 달려가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블링크.’
나는 급히 단거리 공간이동 스킬을 사용했고.
-콰아아아앙!
이동함과 동시에 한 마리가 윌리아의 폭발 스킬을 맞고 빈사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 튕겨져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난 ‘무왕의 보검’ 내장 스킬인 4연속 베기 ‘난격’을 사용해 뒤따라오던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공격했다.
면도칼처럼 예리한 칼날 바람이 미노타우르스의 다리를 베고.
관성을 못 이긴 미노타우르스는 그대로 엎어져 바닥을 쓸고 지나갔다.
-콰아아아앙!
그 순간, 윌리아의 폭발 스킬이 다시 작렬하며, 마지막 한 마리까지 튕겨냈다.
“후···.”
“후···.”
나와 윌리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음뭐어어어어!]
하지만 윌리아를 덮치던 3마리는 아직 죽은 게 아니다.
그때, 내 품에서 빠져나온 춤추는 단검이 허공에 솟구치고 검강을 머금은 채 바닥을 기고 있는 세 마리의 미노타우르스들의 관자놀이를 차례로 꿰뚫었다.
“한 마리라면 어렵지 않게 죽일 수 있겠는데···.”
“동시에 여러 마리가 달려드니, 너무 무섭네요.”
폭발 스킬도 한방으론 죽이지 못할 무식한 맷집을 가진 녀석들이다.
덕분에 위기의 순간을 넘긴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극한의 상황을 겪어야 그만큼 성장도 빠른 법이죠.]
나와 윌리아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것과 달리, 검술 스승 오티스는 지금의 상황이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지금까진 어찌어찌 잘 버티고 있지만, 이런 식의 사냥은 좋지 않다.
[여러분의 레벨을 생각하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적에 가까운 전투인데요.]
‘그건 그렇지.’
오늘 하루 만에 10층까지 클리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 우리의 실력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자만임을 깨닫게 되었다.
‘9층도 쉽지 않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다.
왜냐하면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을 모시러 갈 시간이.
아쉽지만 내일 도전을 이어가기로 하고, 일단 부모님을 이곳에 모셔와 교환권을 주고 레벨을 올리게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