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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83화 (83/273)

083화 정령형 몬스터 (4)

*

내 시나리오 조각이 로버트 게일이 갖고 있던 시나리오 조각을 흡수했다.

‘단순히 내가 근처에 있어서일까? 아니면 그의 죽음에 내가 개입해서?’

정확한 이유는 추가적인 설명이 없어서 알 수 없지만.

한편으로 내가 이곳에 없었다면 로버트 게일의 시나리오 조각이 어찌 처리되었을지 궁금했다.

‘제일 먼저 녀석의 시체를 건드린 사람의 몫이 되었을지도.’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시나리오 조각은 실물로 존재하는 아이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존재를 증명하는 건 획득 후 상태창 아래에 새롭게 생기는 보유 시나리오 조각 현황뿐이다.

하지만 이 현황을 터치해도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만이 활성화가 될 뿐, 조각을 꺼내 남들에게 보여 준다든가 양도를 하거나 하는 행위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시나리오 조각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상황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아직 시나리오 조각이 무엇을 위한 건지는 몰라도, 만약 그 가치가 상당하다면···.’

이는 추후 쟁탈전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목숨을 건 쟁탈전이.

나는 쓰게 웃으며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아!”

그러다가 언덕배기에서 이쪽을 내려다보는 엘프들의 모습을 발견하곤 윌리아, 멍멍이와 함께 그곳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금발에 포니테일을 한 귀엽게 생긴 엘프가 아예 대나무를 엮어 만든 돗자리를 깔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에나(엘프) / 레벨: 87]

-호감도: 10%(관심)

주변을 스윽 살펴보니, 그녀를 제외한 모두가 뒷짐을 지고 물러나 있었다.

마치 여왕 곁에 도열한 기사들처럼 말이다.

시에나는 생각보다 더 엘프들 사이에서 높은 신분을 가진 NPC인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싸움을 말리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지.”

그녀는 여전히 어르신 같은 말투로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사실 다시 싸움이 붙는다면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아까도 중재가 되면 좋고, 아니면 마는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애초에 전 저들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하긴, 그래 보이더군.”

시에나는 나와 윌리아에게 허브티를 권했다.

나와 윌리아는 큰 고민 없이 그 차를 받아 마셨고, 생각지 못한 맛에 적잖이 놀랐다.

“크음.”

너무 입맛에 안 맞기 때문이었다.

마치 친구가 맛있다며 건넨 솔음료를 처음 먹었을 때의 느낌과 흡사했다.

한 잔만 마셨음에도 코가 뻥 뚫리고 정신이 맑아지는 맛이다.

윌리아도 나와 입맛이 비슷해 한잔 마시고는 매력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미련 없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나도 윌리아도 혓바닥은 아직 애였다.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습니까?”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그녀는 마음에 든다며 씨익 웃어 보였다.

어른스러운 척해봤자, 외모와 작은 체구 때문에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

“나와 친분을 이어갈 생각이 없을까 싶어서.”

“네?”

그 말은 호감도 작업을 할 생각이 없냐는 물음 같았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NPC는 윌리아 이래 처음이었다.

시에나의 말에 주변 엘프들은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건 내 옆에 있는 윌리아도 마찬가지.

다만 놀라움의 종류가 달랐는데, 주변 엘프들의 반응이 당혹스러움이라면, 윌리아는 경계심이란 느낌이었다.

‘윌리아님. 제 취향은 단연 당신입니다.’

참고로 이건 텔레파시가 아닌 혼자만의 생각이다.

적어도 나는 손가락질받을 만한 취향이 없다.

다만 취향을 떠나, 일단 엘프라는 종족 자체에는 그럭저럭 관심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시에나의 물음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럼 임무 하나 주지. 그 임무에 성공하면 자네와 난 친구가 되는 거야.”

임무라면, 퀘스트를 말하는 건가?

퀘스트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

“좋습니다.”

그러자 눈앞에 공식 퀘스트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에나의 시험 / 퀘스트 등급: 최상]

-내용: 시에나는 평택 엘프마을의 전사장 NPC이다.

NPC 중엔 직접 파트너가 될 자를 선택하고, 자질을 시험해 보기도 한다.

시에나의 시험에 통과하여 그녀의 인정을 받도록 하자.

-달성 조건: 엘더 몬스터 타락한 정령 크리프를 토벌하라.

-완료 보상: 시에나의 호감도 50% 상승, 엘프마을 입장허가, 희귀등급 악세서리 세 종류 중 한 가지 선택.

그런데 그 내용을 본 나는 말을 잃었다.

보상들이 너무 후했기 때문이다.

한 번에 호감도가 50%나 오른다는 뜻은 거기서 20%만 어떻게든 채우면 그녀를 동료로 맞이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또한 희귀등급의 악세서리도 귀하기는 마찬가지이며, 엘프마을의 입장허가권도 흥미로웠다.

‘시에나가 동료가 된다면 윌리아에 이은 후방딜러가 추가되는 건가?’

전투력은 자세히 모르겠지만, 아까 보았던 활 솜씨는 소름이 돋을 만큼 정교했다.

‘파티원이 한 명 더 늘면 그만큼 분배해줘야 하는 경험치도 많아지는 거지만···. 그녀가 ’우리 파티‘에서 1인분을 제대로 해준다면 결코 나쁘지 않아. 그럼 우리 파티의 전투력은 더욱 강화되고, 사냥 속도도 빨라질 테니까.’

문제는 그녀의 존재가 너무 눈에 띈다는 걸까?

‘아니, 솔직히 상관없긴 하지. 이미 남녀 둘이 다니는 고레벨이라고 하면 다들 서**파티라 생각하게 되었고, 멍멍이처럼 특징적인 펫도 있으니까.’

고민할 필요 따윈 없다.

어느새 나는 시에나를 파티로 받아들이는 걸 확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타락한 정령 크리프는 이 길을 따라 쭉 들어가면 나오는 오염된 계곡에 있네. 추정 레벨은 90. 특징이라면 녀석이 엘더 몬스터인 만큼 타락한 정령 일부를 부하로 부리고 있다는 거지. 부하의 수는 정확하겐 모르지만, 모두 오염된 계곡에 몰려 있으니, 그곳을 공략할 때 작전을 잘 짜는 게 좋을 거야.”

시에나의 추가 정보.

무려 레벨 90의 엘더 몬스터란 이야기에 나는 잠깐 움찔거려야 했다.

크림슨 로드 루시엘라보다 레벨이 9나 높지 않은가.

물론, 우리는 그때보다 월등히 강해지긴 했지만···.

“레벨 80대의 로드급 엘더 몬스터와 비교하면 어느 수준일까요?”

“로드급 엘더 몬스터? 음···. 그럼 비슷하지 않을까? 다만 엘더 몬스터라는 녀석들은 따르는 부하의 수준도 고려해야 하니, 확실하게 누가 더 강하다고 하긴 힘들어.”

이제 와서 보니, 루시엘라는 정말 급이 높은 몬스터였던 것 같다.

그나마 녀석에겐 강한 부하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그럼 충분히 해볼 만하겠어.’

그때 문뜩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여러분의 전력이라면 그 크리프란 엘더 몬스터를 잡을 수 있지 않습니까?”

이들은 NPC치고 제법 자유롭게 이상 지형 안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차라리 엘더 몬스터도 직접 처리하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

하지만 내 물음에 시에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우린 이곳에서 정령들을 죽일 수가 없어. 그것이 일반 정령이건 타락한 정령이건. 물론, 내가 너의 동료가 되어 소속이 바뀐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아무래도 이곳의 엘프들은 NPC라 활동 영역 내에서의 몬스터 사냥이 금지되어있는 모양이다.

내 동료가 된다면 상황이 바뀐다는 투로 말하는 것을 보니까.

나는 알겠다며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고, 시에나는 연신 미소를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솔직히 놀랐다. 인간들 틈에 벌써 너 같은 녀석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거든. 그래서 네게 호기심이 아주 많아.”

아무래도 시에나의 호기심 덕분에 호감도 작업이 쉬워진 게 아닐까 싶다.

‘솔직히 나도 엘프 NPC와 친분을 맺을 기회를 얻게 될 줄은 몰랐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나는 인벤토리에서 감자칩 한 묶음과 콜라를 꺼내 그녀에게 선물했다.

퀘스트에 성공한다 해도, 동료로 맞이하기 위해선 추가로 호감도를 조금 더 올려야 한다.

그러니 미리미리 작업해 둬야지.

“이건?”

“인간들의 간식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뜻으로 드리는 선물이에요.”

“호오?”

그녀는 순수하게 호기심을 보였고.

나는 과자를 한 봉지 뜯고 이어서 콜라도 까서 주었다.

“으음!?”

시에나는 먼저 감자칩을 먹었다.

그녀가 먹은 건 오리지널인 소금 맛.

짭짤하고 자극적인 맛에 깜짝 놀란 시에나는 이내 감탄사를 흘렸고.

그대로 콜라에 손을 뻗었다.

“오오!”

그리고 감자칩 이상으로 자극적인 달고 톡 쏘는 시원한 콜라를 마시곤 상당히 감명받은 듯했다.

[시에나의 호감도가 5% 상승했습니다.]

“하하, 고맙네. 잘 먹도록 하지.”

예상대로 한 번에 팍 오른 호감도.

그녀도 윌리아처럼 먹보 캐릭터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지구의 맛을 보면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는 느낌일 것이다.

이제 퀘스트에 성공하고 15%만 더 올리면 내 동료로 합류시킬 수 있을 터.

나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시에나와 시선을 맞추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수고하게.”

나중에 그녀를 내 동료로 받아들이면 저 영감님 말투부터 고치게 해야겠다.

‘아, 정령석 구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되지. 애초에 이곳에 온 이유가 무기강화를 위해서였으니까.’

***

“요즘 저것들 너무 거슬려.”

“사실 나도 그래.”

양이태는 인천을 대표하는 사냥팀의 리더다.

일찍이 레벨 30을 넘기고 레벨 40을 목전에 둔 그는 메인 사냥파티와 함께 엘더 크림슨 로드의 토벌전에도 참가했었다.

물론, 엘더 크림슨 로드가 2페이즈에 돌입하면서 수많은 사냥꾼이 죽는 모습을 지켜보다 결국 도망을 치고 말았지만···.

어쨌든 그는 유일하게 서울의 대표 사냥팀들과 경쟁할 수 있는 인천 사냥팀의 리더였다.

하지만 최근 이들은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었다.

사냥꾼들이 단체 활동을 시작하고 난 후, 항상 양이태 팀에 밀려 인천 2위 팀으로 불리던 녀석들이 요새 들어 급성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랜 양이태 팀을 인천1팀, 그 팀을 인천2팀이라 칭했었으나, 이제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들 양이태 팀을 부평팀, 2위팀을 구월동팀이라 불렀다.

누가 위고 아래인지 나누기가 애매해진 것이다.

“이태야, 그러지 말고 우리도 사냥꾼협회에 가입을···.”

“누구 마음대로!”

이는 양이태 팀은 사냥꾼협회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구월동팀은 가입을 했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다.

구월동팀은 정부와 협력관계를 맺고 사냥꾼협회의 정보지원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사냥터(던전 포함)를 선점해 레벨을 올렸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사냥꾼협회는 초보자들을 위한 장비를 만들어 저렴하게 판매할 거라며 소재 아이템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유저 간의 아이템 거래를 활성화시킨다며 경매제도도 도입했는데, 구월동팀은 이걸 적극 활용했다.

더불어 최근에는 장비 강화에 대한 정보까지 해금이 되니, 사냥꾼협회 소속인 사냥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차이가 예상보다 빠르게 벌어지고 있었다.

여기에 성장의 탑까지 공개가 된다면 그 격차는 더욱 극명해질 터이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구월동 녀석들에게 밀리고 만다고!”

사냥꾼협회의 협회장은 서**.

그리고 양이태는 그 서**에게 시비를 걸었다가 손이 부러지고, 많은 사람 앞에서 망신까지 당했다.

게다가 양이태는 엘더 크림슨 로드의 토벌 중 도망쳤지만, 그 무시무시한 몬스터를 서**이 끝내 토벌했다는 소식을 듣곤 창피함에 괜히 열등감까지 느꼈다.

그래서 양이태는 사냥꾼협회에 가입하지 않는 거였다.

그도 괜한 객기라는 것을 알지만, 결단코 이대로 굽히고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뭐가 됐든 구월동 녀석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면 되는 거잖아?”

“뭐?”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양이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에 동료들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좋은 계획이라도 있어?”

하지만 그들도 별수 없었다.

어차피 이들도 양이태처럼 태생이 양아치인 건 똑같았으니까.

“선의의 경쟁을 할 필요 없잖아? 우리가 올림픽 하는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지.”

“그래서 무슨 생각이냐면···.”

양이태는 자신의 계획을 밝혔고.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다소 무리수라 여기면서도 심플한 게 의외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대가리만 사라지면 구월동팀까지 우리가 먹을 수 있어. 그럼 경쟁팀 자체가 없어지는 거야.”

“으음···.”

양이태의 계획에 열심히 계산기를 두들기는 동료들.

이내 그들도 양이태처럼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렇게 사냥꾼협회에 가입한 인천 구월동팀은 양이태가 소속된 부평팀에 의해 암운이 드리웠다.

***

엘프들이 자리한 평택 고등산 이상지형 안엔 드넓은 산세가 펼쳐져 있다.

그 안엔 타락한 정령들이 곳곳에서 등장했는데, 타락한 정령들의 등급은 최하급, 하급, 중급 셋으로 나뉘었다.

최하급은 레벨 30~40대.

하급은 레벨 60~70대.

중급은 레벨 90~100대다.

등장하는 타락한 정령은 대부분이 최하급이었으며, 하급은 뜨문뜨문 보이고, 중급은 마치 보스처럼 각 구역에서 한 마리만 튀어나왔다.

[타락한 중급 정령 / 레벨: 91]

-콰아아앙!

윌리아의 폭발 스킬이 작렬하자 타락한 중급 정령이 크게 휘청이고, 이어서 은신 스킬을 이용해 녀석의 뒤로 은밀히 다가간 나는···.

‘뇌력참.’

곧바로 중급 정령의 등에 뇌력참을 사용했다.

공격과 동시에 은신이 풀리자, 근육질의 남성과 같은 모습을 한 타락한 중급 정령이 기겁하며 몸을 날렸다.

하지만 녀석의 도주 속도보다 내 검의 속도가 더 빨랐다.

덕분에 나는 타락한 중급 정령을 양단할 수 있었고.

[타락한 중급 정령을 토벌하여 경험치 75,000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라 ‘부상’과 ‘상태 이상’이 모두 회복됩니다.]

[타락한 중급 정령의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7,52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정령석 1개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오르는 이펙트와 함께 대량의 코인과 정령석을 획득했다.

역시 레벨 90대의 중급 정령 정도 되니, 정령석을 확정으로 내놓는다.

“지금의 저희 수준이면 중급까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네요.”

“중급이 뭉쳐 나오면 쉽지 않겠지만, 한 마리씩 흩어져서 나오니까요.”

여기도 사냥터로서의 메리트가 충분했다.

물론, 이곳을 공략할 수 있는 사냥꾼은 아직 우리 외엔 없지만 말이다.

우린 시에나가 알려준 곳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갔고.

“저기가 엘더의 영역인 오염된 계곡인 거 같네요.”

잠시 후.

누가 봐도 목적지임을 알려주는 지형이 눈에 들어왔다.

계곡물은 흡사 기름에 덮인 것처럼 새까맸다.

‘진짜 기름인가? 만약 저 계곡물 안에 엘더가 있다면, 불 붙여서 큰 데미지 줄 수 있는 거 아니야?’

하지만 그랬다간 엘프들의 앞동산인 이곳 전체가 불바다가 될지 모르니, 우린 신중히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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