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89화 (89/273)

089화 인천 제주 부산 (3)

*

일반적으로 NPC는 정해진 레벨이 없다.

월광도의 윌리아와 헤롤드가 그랬고, 대장장이인 토레프와 막심도 그러했다.

하지만 엘프들은 예외였는데, 첫 만남이 주한미군을 척살하던 모습인 만큼, 그들은 처음부터 전투가 가능한 타입의 NPC였다.

그래서인지 엘프들은 모두 높은 레벨을 가지고 있었고, 시에나는 그런 뛰어난 엘프 중에서도 최고였다.

[시에나(엘프) / 레벨: 87]

그녀의 레벨은 87.

지금의 나보다 레벨이 7이나 높다.

그래서 나는 궁금했다.

과연 동료로 맞이하게 되면 그녀도 레벨이 조정될까?

일반 NPC들은 레벨이 없다가 동료로 맞이하면 그때서야 마스터의 레벨에 맞춰진다.

하지만 엘프들은 기본적으로 레벨을 갖고 있고, 그게 일반적인 수준보다 높은 만큼 궁금했다.

그런데 결과는?

[동료 시에나의 레벨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레벨 유지.

예상치 못한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다.

“아마 레벨 차이가 10 이상 벌어졌다면 조정에 들어갔을 거야. 레벨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현상이 유지된 거지.”

이어진 시에나의 발언에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앞으로 경험치 분배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1:1:1. 당연히 공평하게 분배해야죠.”

“그렇군. 두 사람의 레벨이 같고, 윌리아 양의 뛰어난 장비 수준을 보고 그렇지 않을까 했는데, 이기적이지 않을 사람을 마스터로 잘 고른 것 같아.”

아무래도 그녀가 나를 택한 데에는 윌리아의 좋아 보이는 처우도 한몫한 것 같았다.

급작스러운 것 같아도 시에나는 나름 이것저것 잴 것을 재고 나를 동료로 선택한 모양이다.

“좋아. 너희 둘의 레벨이 나와 같아질 때까진 내게 경험치를 분배해주지 않아도 돼.”

“하지만 그건 불공평한 거 아닌지.”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해. 어차피 두 사람의 성장 속도를 보면 오래 걸려봐야 3~4일이면 될 것 같으니, 뭐 어때? 며칠만 파티에 적응하는 수습 기간이라 생각하면 되지.”

내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내 쪽에서 해야 할 부탁인데, 먼저 제안을 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감사합니다.”

“동료인데 뭘, 이 정도로.”

그리고 우린 장비와 스킬 등 시에나의 상황을 점검했다.

다행히 레벨이 높아서인지, 그녀의 장비는 모두 특수 등급으로 맞춰져 있었고, 스킬은 10개나 되었다.

우선 보조 스킬로는 ‘도약, 디딤판, 탐색, 천리안, 은신’ 다섯 가지를 익힌 상태였고.

공격 스킬은 ‘궁기, 궁강, 폭시, 저격, 정령소환’ 다섯 가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은신과 저격 스킬을 보유한 그녀는 궁수 계열이지만, 암살자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거기에 나와 윌리아가 가진 시력강화 스킬의 상위 버전인 천리안까지 가지고 있었다.

또한 시에나는 바람계열의 마법형 정령과 계약하였다고 한다.

정령의 서포트를 받으면 단독 비행도 가능하다고 하니, 기동력엔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래도 정령은 전투에 쓰는 게 나으니, 비행할 땐 멍멍이 타고 다니시면 될 것 같아요.”

정령은 소환하면 30분 간 유지가 되지만, 그 30분이 지나 소멸되면 재소환까지 1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전투에서 여러모로 도움이 될 정령을 비행용으로 쓰긴 아까웠다.

“그래. 잘 부탁한다. 멍멍아.”

-멍멍!

내 말에 시에나가 앉아서 손을 내미니 멍멍이가 그 손 위로 앞발을 올렸다.

딱히 훈련의 결과인 것은 아니다.

멍멍이는 처음부터 지능이 높았던 터라 주인인 내 의도를 적재적소로 알아챘었고, 윌리아와도 교감이 잘 됐다.

새롭게 동료가 된 시에나와도 잘 지낼 것이다.

이어서 시에나의 능력치를 들여다보니 근력, 순발력, 마력이 1:1:2 비율로 투자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능력치에 대해선 내가 참견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그렇게 그녀의 상태 점검을 마치고, 나는 인벤토리에서 아이템들을 꺼내 선물로 주었다.

“제가 궁수용 장비랑 스킬 몇 개 챙겨왔는데, 이거 쓰시면 될 것 같아요.”

나는 어제 엘더 몬스터를 잡고 얻은 아이템과 더불어 예전부터 가지고 있는 궁수용 물건들을 모두 그녀에게 건넸다.

그 중엔 지하미궁에서 구했던 특수 등급 자유의 활도 있었다.

이 자유의 활은 화살을 꺼내야 하는 준비 동작 없이, 시위만 당기면 인벤토리에 보관된 화살이 알아서 장전이 된다.

더구나 관통 스킬이란 강한 공격기가 붙어 있어서 현재 시에나가 장비한 활과 같은 특수 등급임에도 성능은 월등히 좋았다.

“오오, 감사 감사. 장비는 센스 있게 전부 +3강까지 되어 있네?”

내가 준 장비는 특수 등급의 활과 가죽갑옷, 희귀등급의 장갑과 부츠까지 총 4개였는데, 이것들만 착용해도 능력치가 12나 오르게 된다.

시에나가 센스 있다고 말하는 것도 당연했다.

“스킬북은 어제 그 엘더 자식이 쓰던 거네?”

“네, 시에나 님 입장에선 꺼림칙하겠지만, 전부 최상급이라 좋아 보이더라고요.”

“어유, 고맙지. 스킬북이 뭐가 꺼림칙하겠어. 몬스터는 미워하되 드랍템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잖아.”

개그인가? 아니면 엘프들 속담?

스킬은 엘더몬스터 크리프가 사용했던 것들로, 검으로 쳐내기 힘들었던 스네이크샷과 직선상의 적들에게 강력한 타격을 주는 레이저샷이었다.

둘 다 그녀에겐 없던 스킬이었고, 위력도 뛰어나서 파티 전투력 상승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어? 협회장님이시다.”

“오, 진짜네. 그런데 동료들 수준 뭐임? 저 여잔 엘프 아냐?”

“엘프? 설마 NPC인가? 그런 NPC가 있었어?”

“역시 협회장님이시네. 쩐다.”

지금 우린 성장의 탑이 위치한 보령 지하 공동에서 테이블을 깔아 놓고 사냥에 나서기 전 점검과 식사를 겸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지하 공동은 이전과 달리 무척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들 중엔 이전부터 성장을 탑을 이용하던 보령팀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냥꾼 협회에 소속된 사냥꾼들이었다.

나는 어제 인천 일을 해결하고 성장의 탑을 사냥꾼협회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공개를 했다.

당연히 협회 관계자들은 그런 시설이 있냐며 열광했고, 나는 아예 강이솔을 포함한 주축 멤버들을 웨이포인트 점퍼로 보령 안전구역에 직접 이동시켜 주었다.

그랬더니, 단 하루 만에 한적했던 지하 공동의 풍경이 이리 바뀐 것이다.

“아, 안녕하십니까. 협회장님!”

“네, 안녕하세요.”

“협회장님, 좋은 하루 되십시오!”

“네, 여러분도요.”

내 덕에 먼 길을 이동할 필요 없이 보령 안전구역의 웨이포인트를 단번에 등록한 강이솔은 가장 먼저 수방사에서 보관 중인 또 다른 웨이포인트 점퍼를 대여했었다.

이후 주력 사냥팀들을 모두 성장의 탑으로 보내는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더구나 강이솔의 실행력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으니.

생존 정산 때 받은 설치형 웨이포인트를 아예 성장의 탑 지하공동 내부에 박아 놓은 것이다.

덕분에 이젠 성장의 탑에서 약 3.5km 떨어진 보령 안전구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지하공동으로 올 수 있게 되었다.

-우우웅.

나는 일반적인 웨이포인트보다 작지만, 더욱 밝은 빛을 뿜고 있는 설치형 웨이포인트를 눈에 담으며 실소를 흘렸다.

아무래도 강이솔은 이 성장의 탑에서 사냥꾼협회의 미래를 본 모양이다.

심지어 이곳으로 사냥꾼 협회 본부를 옮길 생각까지 해서 나는 그를 말려야 했다.

어차피 보령팀도 협회에 가입했으니, 그냥 이들에게 관리를 맡기라고 말이다.

“마스터는 꽤나 인망 있는 사내였군.”

“단순히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레벨을 올려서 우위를 차지하게 된 거지만요.”

“아니, 그런 것치곤 죄다 존경하는 눈빛인데?”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누군가가 나를 존경한다니, 아직은 어색하기만 했다.

나는 맛있게 한식 도시락을 싹싹 비운 시에나에게 입가심으로 사과 주스를 건네며 물었다.

“그런데 얼굴 내놓고 다녀도 괜찮으시겠어요? 다들 신기해서 쳐다볼 텐데.”

“원래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라.”

나는 굳이 시에나의 얼굴을 가릴 아이템은 주지 않았다.

금발과 긴 귀가 워낙 특징적인 데다가, 앞으로는 동료들의 정체를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만 선글라스를 쓰고 있을 뿐, 시에나와 윌리아 모두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덕분에 아까부터 지나다니는 사람들 모두가 이쪽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평소 나와 함께 얼굴을 가리고 다니던 윌리아는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에 왜들 저러시나 영문을 몰라 할 따름이었다.

‘윌리아 유니버스라는 건가.’

미인이라 이목을 끄는데 정작 자기는 모른다는, 예전의 어느 예능에서 소재로 쓰이던 스토리 말이다.

난 이후로도 윌리아가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으면 한다는 생각을 하며,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도, 점검도 다 끝났으니 슬슬 들어가 볼까요?”

“그전에.”

“네?”

“···그거 안 먹을 거야?”

시에나의 시선이 내가 남긴 반찬에 꽂혀 있다.

다른 건 다 먹었고, 통조림 햄을 간단히 고추장에 볶은 것만 물려서 조금 남겼다.

‘현실의 엘프는 초식이 아닌가 보네.’

난 피식 웃으며 도시락을 내밀었다.

“깨끗이 먹었으니까 드시려면 드셔도···.”

드셔도 된다고 말하려는데, 갑자기 윌리아가 스틸했다.

“잘 먹을게요.”

“내가 먼저 남긴 거냐고 물었는데 왜 네가 먹어!”

“이곳은 야생이에요. 방심하지 마세요.”

대체 무슨 교훈일까.

잠시 후.

우린 비로소 성장의 탑 10층을 클리어하기 위해 움직였다.

***

서울 청와대 수방사.

“웨이포인트 점퍼는 나름 전략 물자라 할 수 있는데, 그걸 빌려줘도 되는지 의문입니다.”

수방사 특수전투 대대 소속 주영우 중령의 물음에 수방사 참모장이자 서백호의 부친인 서인호 준장이 헛웃음을 흘렸다.

“빌려주지 않으면 어쩌겠나. 계속 자신들이 사냥해서 구한 거니, 돌려달라며 소유권을 주장하는데.”

“그렇다고 저희가 내줘야 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사냥꾼협회와 괜히 얼굴 붉힐 필요 없지. 어차피 단 하루 빌려준 것뿐인데.”

“듣기론 그쪽 협회장도 웨이포인트 점퍼를 가지고 있다는 것 같은데···. 왜 굳이 내부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우리에게 빌려 가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협회장이 서땡땡이잖아. 뭔가 이유가 있겠지.”

서땡땡의 이름이 나오자 주영우 중령도 별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협회가 서백호에게 웨이포인트 점퍼를 빌리지 않는 이유는.

강이솔이 물어보지 않아서였다.

강이솔은 협회장인 서백호를 귀찮게 하는 것보다 수방사를 귀찮게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결국, 강이솔의 과잉 충성과 서인호 준장이 끼어들면서 웨이포인트 점퍼 대여란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서인호 준장은 사냥꾼협회에 너무 무르다.

이해는 되지만 주영우 중령으로선 다소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냥꾼협회에 무른 점을 빼면 흠잡을 데가 없는 인물이 서인호 준장인지라 이 이상으로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퉁! 퉁!

현재 서인호 준장과 주영우 중령은 병사들에게 보급될 신무기를 체크하는 중이었다.

그는 정해진 표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고.

그러자 석궁(쇠뇌)의 볼트가 직선으로 날아가 50미터 정면의 철판을 관통했다.

게다가 그가 방아쇠를 당긴 석궁은 연사가 가능했으니, 연이어 볼트가 날아가 철판을 꿰뚫었다.

“좋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써먹을 만하겠어.”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재앙 후 군인들의 무기는 총기에서 석궁+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화약을 지속적으로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현대 무기로 몬스터를 처치해봤자 보상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울로 발령된 서인호 준장에게 내려진 임무가 있으니, 그건 바로 기술자들을 모아 일반 병사들이 사용할 무기를 개발하란 지시였다.

“제작 단가는 얼마나 되나?”

“한 정에 30코인입니다.”

“그렇군, 코인 상점 덕분에 자재 모으는 건 그리 힘들지 않아 다행이지만···.”

“문제는 코인입니다. 전군에 배치하려면 천만 단위에 가까운 코인이 필요합니다.”

상점에서 창이나 기본 활을 구매해 사용하면 더 싸게 먹히겠지만, 그건 교육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안전과 편의성을 생각하면 현대 군이 휴대하기엔 연사가 가능한 석궁만큼 알맞은 냉병기도 없었다.

“오래 걸려도 어쩔 수 없지. 차근차근 바꿔 가는 수밖에.”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국만큼 군대가 잘 유지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징병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끌려온 청년들임에도 군대가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는 비결은, 국군이 병사들을 가족과 친인척들이 있는 지역으로 수시로 재배치를 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재앙 발생 초기에 지속적으로 일어난 탈영은 군 입장에선 매우 골치 아픈 일이었고.

결국, 자구책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등장한 게, 병사들의 주둔지 재배치 정책이다.

이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탈영자의 수가 현격히 줄어든 것이다.

가족들 근방으로 배치된 군인들은 지킬 게 있는 이상 아무리 싫어도 싸울 수밖에 없었고.

가족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아도 일단 고향으로 보내지면, 생존구역 밖에 살아있을지도 모를 가족을 찾기 위해서라도 군인 신분으로 활동하는 편이 유리했으니 말이다.

“참, 생존구역 외곽에 성벽을 세우고 해자를 만드는 계획을 준비하는 중이라 들었습니다.”

“어째 중세시대로 역행하는 기분이 들어. 나중에 가선 성벽에 발리스타도 배치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

“······. 발리스타 개발 계획은 이미 잡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 그래? 허···.”

도시에 성벽을 세우고 발리스타를 설치한다니.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할만한 사고방식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북한 쪽은 어때? 한동안 시끄러웠잖아?”

대한민국의 국군 파워가 강한 이유.

다른 군보다 육군이 비대한 이유가 바로 북한이란 특수한 이웃 때문이었다.

군은 몬스터와 싸우기 위해 전방 부대를 물리면서도 북한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으니, 빠른 정보 파악을 위해 공작원들을 대거 파견했다.

지도자가 죽고 난 뒤 지금의 북한은 도시별로 세력이 나뉘었지만, 얼마 전 북한에서 더욱 북쪽.

중국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어 애써 흩어졌던 북한의 세력이 다시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아직까진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그래? 흠, 이거 북한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안 될 텐데.”

“직업 군인이 되고 북한을 응원해보긴 처음입니다.”

“나도야”

북한을 위협하는 중국의 이상 징후.

그건 바로 중국에 자리한 사람을 부린다는 엘더 몬스터의 존재였다.

***

성장의 탑 10층은 이전까지 도저히 돌파하려야 돌파할 수가 없는 늪과 같았다.

무려 레벨 90 이상의 골렘들이 쏟아져 나오니까.

하지만 윌리아와 나의 레벨이 더 오르고, 3강을 하고, 시에나란 뛰어난 궁수가 추가되니.

그야말로 파죽지세.

10층을 빠르게 돌파했다.

이대로라면 정말 오늘 내로 10층을 깰지도 모른다.

느낌상 보스룸까지 얼마 남지도 않은 것 같았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하하하! 죽어! 레이저샷! 관통! 스네이크샷!”

좁은 엘프 마을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 덕인지, 혹은 우리와 손발이 그럭저럭 잘 맞아 기분 좋은 건지, 시에나가 점점 미쳐 날뛰고 있다는 것이다.

‘은밀하게 싸우는 암살자형 궁수 아니었나?’

그런데 무슨 활을 정면에서, 그것도 근접전 중인 바로 내 옆에서 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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