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6화 사냥꾼 협회의 도시 (6)
500명이 한 번에 달려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더구나 그 한 명 한 명이 초인이라 할 수 있는 고위 사냥꾼들이니, 그들이 동시에 땅을 박차자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세상이 요란하게 울렸다.
하나같이 들짐승에 비견되는 움직임들.
“먼저 도착한다고 공격하지 말고! 포위 대형부터 갖춰! 어차피 공격 면적이 크니까! 공적 때문에 섣부른 행동하지 말라고!”
걱정과 달리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쩌렁쩌렁 울리는 여주팀 팀장 조유나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이 500명은 서** 파티와 다르다.
감히 그들과 비교할 수 없고, 그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다고 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개인으로서는 뒤떨어져도 그 수가 100단위를 넘어 500에 달한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협회장님! 물러나셔도 됩니다!”
조유나의 말에 브레스까지 막아 내며 자신의 역할을 다한 협회장 서**이 끝내 마력 고갈로 물러났다.
지금부터 서**의 파티가 마력을 충전할 때까지 온전히 그들만의 힘으로 거대한 ‘광역 보스 바실리스크 페이톤’을 상대해야 한다.
“마력탄 스킬 보유자들! 페이톤 머리를 향해 일제 공격!”
우선 첫 공격은 심플하게 마력탄이었다.
사냥꾼에게 있어 마력탄은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원거리 공격 스킬이다.
현재 레이드에 참여한 고레벨의 사냥꾼 중 마력탄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약 3할.
무려 150여 발의 마력탄이 한 번에 발사되었다.
사물을 공격하면 단순 충격량에서 마력탄은 소총 탄환과 비슷한 위력을 낸다.
하지만 몬스터와의 실전에서는 이야기가 다른데, 현대 무기는 이능에 약한 면모를 보이는 반면, 마력탄은 자체가 이능이기 때문이다.
소총을 아무리 난사해도 하급 방어막을 뚫지 못하지만, 마력탄은 3발이면 하급 방어막을 뚫을 수 있다.
그리고 10발이면 중급 방어막을 뚫을 수 있고, 약 50발이면 상급 방어막도 뚫어 낸다.
당연히 이런 공격력은 몬스터에게도 적용이 된다.
-투투투투퉁!
-파파파팍!
마력탄 150발이 일제히 날아와 꽂히니, 무시하기 힘든 강력한 공격력이 만들어지고.
심지어.
“10연발!”
그 공격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니, 페이톤은 고통스레 몸을 비틀었다.
짧은 시간, 무려 1,500발의 마력탄이 페이톤의 머리로 날아와 꽂힌 것이다.
덕분에 빠르게 회복되던 녀석의 대가리는 다시 넝마가 되었다.
“근접전!”
그리고 페이톤이 정신을 못 차리는 틈을 노리고, 사냥꾼들이 쏜살같이 달라붙어 저마다 가장 강력한 공격 스킬을 쏟아 냈다.
마력탄을 난사하던 사냥꾼들도 계속 전진하며 스킬을 사용했기에, 500명 전원의 공격 스킬이 순차적으로 페이톤을 덮쳤다.
-쿠쿠쿠쿵!
-콰아앙! 쾅!
서** 파티의 시원스럽고 맹렬한 스킬들에 비하면 한결같이 소박한 울림의 공격들.
하지만 그런 타격이 수백 회에 달하고.
이런 공격이 1차, 2차, 3차 연거푸 이어졌다.
더구나 레벨 40 이상의 사냥꾼들에게는 하나씩 비장의 무기가 있기 마련이기에 페이톤이 입는 대미지는 서** 파티에 비해 결코 적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 파티처럼 집중 공격이 쉽지 않아 페이톤이 전신에 고루 공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크롸라라라라라!
[광역 보스 바실리스크 페이톤의 피어에 능력치가 30% 하락합니다.]
“큭!”
“젠장!”
그렇기에 페이톤이 버틸 만했을지도 모른다.
녀석이 흉포한 포효를 내지름과 동시에 반격을 시작했다.
-쿠쿠쿵!
마치 물결의 파장처럼 페이톤을 중심으로 땅이 뒤집혔다.
멍하니 있다간 파묻히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페이톤의 공격은 단순히 암매장 스킬이 아니었으니.
-콰콰콰콰쾅!
페이톤이 자리한 곳부터 주변 수백 미터의 공간이 송곳과도 같은 바위들이 솟구치며 지형을 바꿔 버렸다.
“끄아아악!”
“형준아!”
“안 돼! 미연아!”
그 과정에서 몇몇 사냥꾼들이 죽거나 관통당하는 큰 부상을 입고 말았다.
그나마 조유나가 빠르게 병력을 물렸기에 인명 피해는 20여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그 20여 명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소중한 동료인 만큼, 가볍게 여겨선 안 되지만…….
“힐!”
“중급 회복!”
“상급 회복약! 여깄습니다!”
즉사가 아닌 이상 어떻게든 치료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했기 때문에 부상자들은 빠르게 전장에 복귀했다.
결국, 페이톤의 반격에 사망한 사냥꾼은 단 두 사람뿐이었다.
“방어막!”
하지만 페이톤의 일격으로 인해 포위 진형이 무너지고 말았다.
페이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하늘 위로 무언가를 토해 냈다.
거대한 불덩어리.
그것이 일전에 한 지역을 불바다로 만든 스킬임을 알아본 조유나가 다급하게 외쳤다.
“전체 쉴드!”
그에 곳곳에서 반투명한 방어막이 형성되며, 이내 사냥꾼 단체 전체를 감싸는 우산이 되었다.
레벨 30 이상의 사냥꾼치고 방어막 관련 스킬이나 아이템 하나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상위 사냥꾼의 경우 상급 방어막 아이템을 소유한 사람들도 적잖이 있었다.
덕분에 ‘규모의 경제’처럼 ‘규모의 전투력’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했다.
페이톤의 무시무시한 광범위 스킬을 깔끔하게 막아 낸 것이다.
“좋아!”
덕분에 사냥꾼들은 자신감을 되찾으며 레이드를 이어 갔다.
단체로 치고 빠지기.
비록 페이톤의 공격은 하나하나가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위력과 범위를 갖고 있었지만, 그건 하나의 팀으로서 싸우는 사냥꾼들도 마찬가지였다.
500명의 사냥꾼들은 막강한 하나의 세력이 되어 녀석을 맞상대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밀고 당기는 팽팽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을 때.
“마력탄 쏘면서 물러나!”
후퇴를 지시하는 조유나의 외침과 함께.
하늘을 가르며 연달아 날아드는 새하얀 빛줄기와 강렬한 폭발 스킬, 낙뢰 스킬이 연거푸 쏟아졌다.
-후우웅!
-쾅! 콰아아앙!
마침내 서** 파티가 마력을 채우고 복귀한 것이다.
그에 사냥꾼들이 환호를 내지르며 기뻐했다.
“뭣들 해! 우리도 마력 채워야지!”
“아, 맞아.”
서** 파티의 두 여성과 검은 늑대가 먼저 돌아와 마력을 생각지 않고 공격 스킬을 쏟아부었다.
-쿠쿠쿵!
-키에에엑!
그럼에도 이번엔 페이톤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서** 파티원들의 사나운 원거리 공격을 맞으면서도 몸을 곧추세웠다.
그리고 일전에 실패했던 브레스를 다시 시도했다.
이미 반쯤 뜯겨 나갔던 목은 정상에 가깝게 복원이 된 상태라 브레스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었다.
-화아아아악! 콰콰콰콰!
이윽고 억누른 호스에서 손을 떼자 뿜어지는 거친 물줄기처럼 길게 뻗어 나간 화염 브레스가 하늘 위에 한줄기의 붉은 선을 그었다.
다행히 서**의 파티원들은 공간이동으로 너무도 쉽게 공격을 피해 냈지만, 자신의 공격이 빗나가자, 브레스를 내뿜던 페이톤은 사냥꾼들이 밀집한 곳으로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러나.
-고고고고!
드디어 서**까지 마력 충전을 완료하고 전장에 복귀하면서 상황이 일변했다.
광선검처럼 생긴 성검에 충만하게 깃든 마력을 원거리 공격 형태로 바꿔 발사하자 새파란 광선이 페이톤의 브레스와 맞부딪쳤기 때문이다.
새빨간 페이톤의 브레스와 서**의 성검 공격이 공중에서 충돌하며 강렬한 빛을 발산했다.
거센 두 빛이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그런데 서**의 성검이 머지않아 페이톤의 브레스를 꿰뚫어 버렸다.
-콰아아아앙!
-끼아아아아악!
브레스를 상쇄 당한 데다가 그대로 주둥이가 꿰뚫려, 뒤통수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페이톤이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하, 하하. 진짜 대단하긴 하네.”
그 장면을 멍하니 지켜본 사냥꾼들은 너도나도 헛웃음을 흘려야 했다.
* * *
사냥꾼 협회의 실무를 담당하는 강이솔에게는 최근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그건 사냥꾼 협회를 단순한 소속 단체가 아닌, 하나의 집합체로 만드는 것.
사냥꾼 협회를 중심으로 소속 사냥꾼들을 위한 도시를 세우고, 그곳에 사냥꾼들의 가족을 모아 보호한다.
또한 보육원을 만들어 가족을 잃은 아이가 지낼 곳을 만들어 주고, 미래의 사냥꾼을 육성하기 위한 아카데미를 창설하는 거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서아 님의 이해가 필요해.’
서**이 사냥꾼 협회의 협회장을 맡은 건 협회가 국민 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강이솔의 계획은 마치 협회가 오로지 사냥꾼들만을 위한 세력이 되어, 일반 국민들과 차별을 두려는 것처럼 보이니, 협회장이 좋지 않게 여길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강이솔은 결코 일반 국민들을 모른척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보호를 위해서는 먼저 협회의 근간이 되는 사냥꾼들과 그 가족이 안심하며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냥꾼이 마음 놓고 싸울 수 있게끔.
혹여 자신이 죽더라도 협회가 가족을 책임져 주리라 확신이 드는 환경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오늘 레이드가 끝나면 꼭 협회장님께 말씀드려 봐야지.’
그래서 강이솔은 오늘의 전투가 끝나면 협회장을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협회장님께서 설마 내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때리진 않으시겠지?’
다윗과 골리앗 수준을 넘는 극명한 체격 차이에도 광역 보스 바실리스크 페이톤을 압박하는 협회장의 모습에 강이솔은 이야기를 하기 전부터 벌써 위축됨을 느꼈다.
‘나중에 천천히 말할까?’
* * *
마력을 채운 후에 한 번 더 페이톤을 몰아붙였지만, 이번에도 우린 녀석을 끝장내지 못했다.
그래서 한 번 더 제주팀을 비롯한 원정 사냥꾼들과 교대를 해야 했다.
“빌어먹을, 무슨 놈의 맷집이.”
페이톤이 위협적인 이유는 무지막지한 덩치도 덩치지만, 저 엄청난 방어력과 무식한 회복 능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마력 역시 말도 안 되게 높아.”
녀석의 마력이 바닥을 드러내면 사냥은 훨씬 수월해질 터이다.
하지만 문제는 마력 고갈의 기미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단 것이다.
“그것도 그런데 저희 공격에 적응한 건지, 점점 위험한 장면의 연출이 많아지고 있어요.”
윌리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치 채찍처럼 휘둘러진 페이톤의 꼬리에 수십 명의 사냥꾼들이 우르르 날아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들 짬밥은 헛먹은 게 아닌지, 검 또는 방패로 막아서 즉사만큼은 면했다는 거다.
“지금까지 몇 명이나 죽었는지 아세요?”
내 물음에 윌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현재까지 10명이 죽었네요.”
“하아…….”
최대한 인명 피해를 막고 싶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를 피해 없이 처치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중 우리 협회 소속은 2명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제주도, 경상도, 전라도 쪽에서 나온 피해예요.”
그래도 이만해서 다행이라 해야 할까?
나는 쓰게 웃었다.
“다시 가죠.”
그리고 잠시 후.
빠른 마력 충전을 위해 반쯤 누워 있던 우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5라운드 전투를 개시했다.
1, 3라운드가 우리, 2, 4라운드가 사냥꾼들이었으니, 이번을 5라운드라고 표현한 것이다.
옆에서 시에나는 볼멘소리를 했다.
“아. 언제 끝나. 힘들다 슬슬. 나 700살이라는 거 잊지 않았지? 너무 부려 먹는 거 아냐?”
또 저 자칭 700살 소리다.
‘이렇게 고생시켜 놓고, 구린 아이템 주기만 해 봐라.’
나는 애써 보상 생각을 하면서 의욕을 끌어 올리고는 페이톤을 향해 몸을 날려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우리의 패턴은 항상 비슷하다.
나는 어느 정도 페이스 조절을 하며 싸우지만, 윌리아와 시에나, 멍멍이는 쉬지 않고 마력을 쏟아붓는다.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페이톤을 끝낼 수 있는 기회가 보이면 바로 폭주 스킬을 써서 마무리를 짓기 위함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그 타이밍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거지만…….’
이대로 얼마나 전투가 이어질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광역 보스가 개인이 잡으라고 만들어둔 보스가 아니란 것이다.
로드급 엘더몬스터도 레이드 보스긴 했지만, 광역 보스는 진짜 중의 진짜.
순수하게 레이드를 위해 만들어 둔 보스 몬스터였다.
‘빡세네.’
어느덧 5라운드도 윌리아와 시에나, 멍멍이의 마력이 고갈되어 가면서 6라운드로 넘어갈 조짐이 보였다.
“응?”
그런데.
-드드드드드드득!
갑자기 주변의 바위나 겨울의 앙상한 나무들이 뜯기며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광역 보스 페이톤의 전신이 붉게 물들어 갔다.
마치 광폭화처럼.
‘뱀이 광폭화? 미친…….’
나는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까지만 해도 가까스로 녀석을 상대하고 있었는데, 광폭화까지 한다면 수많은 사냥꾼들이 죽어 나갈 것이다.
‘백호 님! 녀석이 회복을 못 하고 있어요!’
그런데, 페이톤의 광폭화는 단순한 필살기가 아니었다.
발악기라 부르는 게 더 맞아 보인다.
녀석의 뜯겨 나가거나 타 버린 육신이 이전처럼 회복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핫!”
됐다.
끝이 보인다.
모두 고생 많았다.
물론, 자축하기 전에 저 광폭화부터 이겨 내는 게 먼저지만, 광폭화라는 게 녀석만 가진 무기가 아니다.
나는 무왕의 보검을 인벤토리에 넣으며 성검과 춤추는 단검을 꺼내 쥐었다.
그와 동시에…….
“폭주.”
모든 능력치를 1분간 급격히 상승시키는 나의 결전 기술인 폭주가 펼쳐졌다.
-위이이잉!
순간 귓가로 이명 같은 게 울려 퍼지며, 주변의 풍경이 느리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능력치가 폭증하게 되면서 과부하처럼 벌어지는 이상 현상이었다.
그래도 이 이상 현상의 좋은 점은, 상대적으로 적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쉽다는 것과 집중력도 높아져 춤추는 단검의 컨트롤이 쉬워진다는 것이다.
-핏!
빠르게 솟구치는 춤추는 단검.
당연히 표적은 페이톤이다.
이내 단검에 검강이 깃들고, 나는 손잡이뿐인 성검을 검의 형태로 만들며, 춤추는 단검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아마, 이 순간부터 춤추는 단검과 내 움직임을 똑바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쿠쿵!
전력으로 지면을 내 달리니, 공기가 찢기는 듯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녀석의 배부터 시작해 꼿꼿하게 세워진 머리까지 난도질 된 상처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뇌력검.’
이어서 녀석의 머리 높이에 다다랐을 때.
내 스킬 중 가장 위력이 높은 뇌력검 스킬을 사용했다.
-콰아아앙!
그런데 녀석도 광폭화 스킬을 써서일까?
내 움직임에 따라 눈알이 돌아가는 게 보였다.
뇌력검이 녀석의 압축된 마력이 깃든 이빨과 충돌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쥐고 있는 것은 광선검처럼 생긴 성검.
칼날을 이빨로 막아 봤자 소용없다.
성검은 칼날이 실존하는 무기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공간참.’
-서걱!
나는 녀석의 이빨을 피해 아가리를 깊게 베었다.
아주 깊게.
더욱이 잊으면 안 되는 게 또 하나 있으니.
-푸욱!
바로 하늘을 나는 어검, 춤추는 단검이다.
강기에 뒤덮인 춤추는 단검이 그대로 페이톤의 한쪽 눈을 파고들어 갔다.
그에 녀석이 격하게 난동을 부렸다.
-콰아아앙! 콰아앙!
“어휴…….”
살벌하다.
녀석의 발악에 바닥이 쪼개지고 주변이 초토화되었다.
건물들은 불도저로 밟은 것처럼 평평해지고, 곳곳에 싱크홀처럼 깊숙한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파괴력은 압도적이지만. 역시 짐승은 짐승이네. 단순해.’
아마 인간형 광역 보스가 있다면 훨씬 상대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나는 끝내 입꼬리를 올리며 녀석을 압박했고.
-콰콰쾅!
-푸푸푹!
마력을 일부 채운 윌리아와 시에나, 멍멍이도 적절히 나를 지원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콰쾅!
내 성검이 페이톤의 정수리에 꽂히게 되고, 그 상태에서 남은 마력을 모조리 쏟아부으니.
다시금 성검이 원거리 형태로 발사되며, 페이톤의 내부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축하드립니다. 광역 보스 몬스터를 최초 토벌하였습니다.]
[이 위대한 업적은 명예의 전당에 기록이 됩니다.]
일대는 침묵에 물들었다.
그러나 곧.
-툭, 투툭. 툭 툭.
한겨울에도 땀을 뒤집어쓴 사냥꾼들이 무기들을 손에서 떨어뜨리며 울분을 토해 냈다.
제주도를 지켜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