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8화 호수 탐색 (2)
펫들이 어쩌다 한번 저러면 무시하겠는데, 제주도에 다녀오기 전부터 계속 무언가를 알리려는 느낌이다.
때문에 더는 무시하기 힘들어 하나씩 따져 묻기로 했다.
“그러니까, 너희가 가리키는 방향에 뭐가 있다는 거지?”
내가 비로소 자신들의 행동에 관심을 가져서일까?
콩쥐. 팥쥐, 감자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을 나는 어떤 몬스터가 북쪽에 있다는 거야?”
-끄덕끄덕.
녀석들은 신이 나서 설명을 이어 갔다.
손 하나를 엉덩이 쪽에 가져가 흔들며 꼬리를 표현하고, 양팔을 벌려 덩치가 크다는 걸 표현했다.
“하늘을 날고, 꼬리가 달려 있고, 덩치가 큰 몬스터?”
이후로도 녀석들이 무언가를 계속 설명하는데, 뒷부분은 당최 알아먹지를 못하겠다.
그래서 펫들이 말하는 몬스터가 혹시 와이번을 뜻하는 건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월광도 북부에 와이번의 영역이 있으니 말이다.
“알았어, 알았어. 내일 직접 가 보면 되겠지.”
결국, 나는 해석을 포기하며 그리 말했다.
그런데 녀석들이 갑자기 난리를 피웠다.
마치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나더러 어쩌라고.
“북쪽에 뭔가가 있으니, 가 보라고 알려 준 거 아니었어?”
-끄덕끄덕.
-도리도리.
이젠 자기들도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들.
설명이 제각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녀석들의 행동이 단순하게 위험을 알려 주기 위한 거라 받아들였다.
“알겠어. 일단 탐색은 하되, 위험한 뭔가가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움직이면 되는 거잖아?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 도주할 수 있게 준비해 두고.”
펫들은 그때서야 따봉을 추켜세웠다.
때문에 나는 피식 실소를 흘렸고, 펫들은 비로소 자신들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조용히 물러가 각자 맡은 일을 했다.
“진짜, 뭐가 있는 건지 궁금하네.”
어쨌든 내일 월광도 북부에 가보면 대략적인 상황 파악이 끝나지 않을까?
이왕이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재 월광도는 나만을 위한 땅으로 개조 중이니, 필요 이상으로 위험해지는 건 원치 않았다.
“그나저나 이놈은 또 왜 이렇게 말이 없어?”
그렇게 다시금 정해진 일과인 검술 스승 오티스와의 훈련을 이어 가려는데, 오늘따라 얌전한 오티스의 존재감에 의문을 표했다.
“오티스?”
나는 목에 감겨 있는 목걸이를 떼서 살폈다.
그런데…….
“이, 이게 뭐야?”
목걸이를 본 나는 기겁했다.
에고 아이템인 검술 스승 오티스의 외형은 가죽끈으로 엮은 메달 목걸이다.
메달은 검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오티스?”
어째서인지 그런 메달에 문어 다리처럼 생긴 게 돋아나 있었다.
몹시 기분 나쁜 생김새.
나중에 가선 목걸이가 혼자 걸어 다니게 되는 거 아닐지 모르겠다.
[에고 장비는 말 그대로 의지를 가진 아이템이죠. 에고가 성장하면 아이템에 변화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성장한 게 이 기분 나쁜 문어 다리라는 거야?”
한참을 조용히 있다가 드디어 입을 연 오티스.
나는 황당하단 반응을 보였고, 이에 오티스는 태연하게 말을 이어 갔다.
[에이, 팔다리 정돈 생길 수도 있죠……. 잠시만요.]
그리고 나는 볼 수 있었다.
메달에 돋아 있는 그 이상한 문어 다리들이 똑하고 떨어지는 모습을.
[됐죠?]
“으엑…….”
꼭 도마뱀이 스스로 꼬리를 잘라 내는 듯한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어쨌든 이로써 오티스의 모습은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에고가 성장했다는 게 나쁜 의미는 아니지?”
[그렇습니다. 소유주의 발전이 그만큼 에고를 만족시키고 있단 뜻이니까요.]
“기능적인 변화는 없고?”
[당장은 그렇지만, 이대로 발전해 나간다면 모르는 일이죠.]
“그래? 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티스의 이야기에 따르면 에고 장비는 자체적으로 성장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악세서리는 강화 불가 품목이니 나야 땡큐지.’
검술 스승 오티스는 공격 경로를 예측해 주는 기능만으로도 일반적인 희귀 등급을 넘어서는 아이템이다.
때문에 이런 장비가 성장까지 거론하니, 흥미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더 열심히 훈련해야겠네.”
나는 이어질 훈련을 위해 이번에 획득한 거마도를 뽑아 들었다.
새로 얻은 장비에 미리 적응할 필요가 있었으니 말이다.
* * *
사냥꾼 협회 임시 본부가 자리한 용산 생존 구역의 H중학교.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어?”
윤시아가 수원팀 김현수와 함께 협회의 본부장실에 들어오며, 방의 주인인 강이솔에게 말을 걸었다.
[사냥꾼 협회 관리본부 본부장]
그것이 사냥꾼 협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강이솔의 직책이었다.
“서울 총괄께서 수원 지부장님과 함께라니 의왼데?”
서울 총괄은 윤시아(서울1팀)를, 수원 지부장은 김현수(수원팀)를 뜻했다.
두 사람은 사냥꾼 협회 부동의 1위인 서** 파티의 뒤를 잇는 사냥팀의 리더들이자 라이벌이기도 했다.
“잠깐, 대련 좀 했어. 오늘 협회장님 싸움 보니, 몸이 근질거려서 말이야.”
“그래서 승패는?”
“3승 3패.”
강이솔은 새삼스럽다는 표정으로 수원의 김현수를 바라보았다.
서** 파티가 터무니없어서 그렇지 윤시아도 분명 전투에 관해선 천재 범위에 드는 존재였다.
그런데 윤시아와 동등한 실력을 갖고 있다니, 김현수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현수는 그렇게까지 놀랄 일이냐며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저 이래 보여도 검도 국대 출신입니다.”
“제 휘하에도 검도 국대 출신이 있는데, 왜 실전에서 역량 차이가 발생하는 거죠? 지부장님보다 선수 생활을 길게 한 사람도 있는데.”
“시합에 특화된 검도와 실전에서도 통용되는 검도의 차이 아니겠습니까? 실전 검도의 끝판왕이 우리 협회장님이시고요.”
“협회장님도 검도 선출이었습니까?”
별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지만, 금세 김현수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재빨리 말을 고쳤다.
“검을 휘두르는 모습만 봐도 알죠. 협회장님께서 전문적으로 검도를 배운 분이란 걸요.”
“아, 그런 겁니까?”
김현수가 입을 닫자, 강이솔과 윤시아는 괜히 아쉬움을 표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협회장에게 반한 팬이나 다름없는 만큼, 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감정을 갖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넌 뭐 하고 있던 거야?”
결국, 윤시아가 화제를 돌렸다.
그에 모두의 시선이 강이솔이 보고 있던 커다란 종이로 향했다.
그건 수도권의 정보가 담긴 지도였다.
“사냥꾼 협회 본부를 세울 새로운 장소를 고르고 있었어. 이번에 협회장님께서 내 계획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겠다고 하셨거든.”
“네 계획?”
“협회 소속 사냥꾼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직할 도시를 만들 생각이야. 협회장님도 좋은 생각이라며 장소가 정해지면 안전 구역을 설치해 주겠다고 약속하셨어.”
“오? 그래?”
“협회장님께서 2개의 안전 구역 설치 아이템을 갖고 계시는데. 하나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용료를 내야 하는 일반 안전 구역 생성기고, 다른 하나는 사용료를 내지 않고 24시간을 무료로 머무를 수 있는 특수형 안전 구역 생성기야.”
“그, 그럼 무료 안전 구역에 둘러싸인 도시가 만들어지는 거야?”
“도시 전체는 아니고 도시 내에서도 거주 구역만 그렇게 되겠지. 물론,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이점이긴 하지만.”
강이솔 본인은 물론, 윤시아와 김현수도 이 계획에 큰 관심을 보였다.
다름 아닌 사냥꾼들의 미래를 위한 계획이었으니까.
“후보로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과 잠실 올림픽공원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어.”
“왜 그 두 곳이야?”
“일단 둘 다 웨이포인트가 없는 맹지라서, 당장은 버려진 땅이나 마찬가지고. 주변에 몬스터 스폰 구역이 많지 않거든. 상징성으로 따지면 역시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가 좋은데, 문제는 정부의 영역인 생존 구역과 너무 가깝다는 거야.”
“하긴.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 단체를 추구하면서 정부의 생존 구역에 바짝 붙여 도시를 만드는 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긴 하네.”
“그런데도 여의도를 버리기 아까운 게, 들어갈 수 있는 길목이 정해져 있어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편리하고, 국회의사당을 포함해 철거하지 않아도 그대로 재활용할 수 있는 멀쩡한 건물이 많거든.”
“그렇구나.”
“반면 잠실 올림픽공원을 부지로 선정하면, 우리가 직접 도시를 세워야 해. 외부의 침입을 대비해 대규모 성곽을 조성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고.”
이야기만 들어선 정부의 생존 구역과 가깝다는 점 하나만 빼면 여의도가 월등히 좋아 보였다.
그럼에도 강이솔이 올림픽공원 부지를 고민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었다.
“대신 우리가 직접 도시를 세우면 추후 세상이 안전기에 접어들고 난 후에도 정부에 소유권을 주장하기가 편하지.”
“아아, 그건 그렇네.”
“그리고 올림픽공원도 도시가 세워질 때까지 쓸 건물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야.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실내 경기장도 제법 많고, 올림픽공원 아트홀이나 한체대처럼 협회 본부로 쓸 건물도 여럿 있으니까.”
그래도 여의도보다는 도시 활성화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만큼 조성 비용이나 인력도 많이 들어갈 테고.
“고민할만하네.”
확실히 각각 장단점이 있었다.
“난 잠실이 나을 듯. 이왕이면 우리 입맛에 맞춰 도시를 건설하는 게 좋지. 그리고 점점 대형 몬스터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건물들은 붕괴되기 쉬운 구조니까.”
“제 생각은 시아 씨와 다릅니다. 그래도 역시 편리성을 버릴 수 없죠. 무엇보다 자금 소모가 적은 만큼, 초반에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는 건 여의도니까요.”
윤시아와 김현수만 해도 의견이 나뉠 정도였으니까.
결국, 이들만으론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조금 더 많은 사람을 모아 다수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좋습니다. 그럼 올림픽공원을 사냥꾼 협회의 본부와 직할 도시 부지로 선정하겠습니다.”
잠실 올림픽공원이 선택되었다.
* * *
월광도는 특별한 섬이다.
남들보다 빠른 내 성장의 기초가 된 곳이자, 첫 번째 동료인 윌리아를 얻은 곳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외에도 알면 알수록 비범하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레벨 100짜리 몬스터가 우글대는 호수라니.”
월광도 북부에 자리한 호수 지대.
천리안을 이용해 호수 내부를 살피던 시에나가 혀를 내둘렀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이 정도이니, 저 안 깊은 곳엔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감도 오지 않는군.”
“레이크 서펜트가 몇 마리쯤 되어 보입니까?”
“눈에 보이는 것만 가볍게 100마리가 넘어. 지금의 우리 수준으로도 쉽게 발을 들이기엔 무리야.”
그것도 그런데, 우린 수중전이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마리아나 해구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호수에 쉬이 들어갈 수는 없었다.
“하늘을 나는 몬스터가 이 안에 있진 않겠죠?”
“그렇지 않을까?”
펫들도 월광도 북부에 뭔가가 있다고 했지, 호수라고는 안 했다.
그런데도 월광도 북부에 수상한 곳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호수 지대라 일단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레이크 서펜트가 어느 수준인지 궁금하니, 몇 마리 어그로 끌어서 싸워 볼 수 있을까요?”
“그래? 알았어.”
예전이라면 감히 레벨 100의 몬스터에게 덤벼들 생각을 못 했겠지만, 지금의 우리라면 크게 어렵지 않은 상대라 생각한다.
더구나 이 안에 있는 레이크 서펜트들은 일반 몬스터 아닌가.
네임드 이상의 몬스터가 아니라면 더욱 꺼릴 것 없었다.
“그럼 내가 당겨올까?”
시에나는 활을 꺼내 쥐며 물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바로 시위를 놓았다.
-팍!
화살이 깊은 호수를 뚫고 들어간다.
일반적이라면 물이 가진 저항력을 이기지 못한 화살이 오래가지 못하고 떠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화살에 궁강 스킬과 관통 스킬을 더했고, 덕분에 화살은 물속에서도 쑥쑥 파고들었다.
“음? 안 닿나?”
그럼에도 머지않아 화살은 서서히 속도를 잃어 가기 시작했다.
“어어?”
그러나 다행히 화살은 꿋꿋하게 나아가 시에나가 타겟으로 삼은 레이크 서펜트를 미약하게 때렸다.
어쨌든 공격은 공격.
시에나의 화살은 해당 몬스터의 어그로를 끄는 데 성공했다.
다만 문제라면…….
“저, 저것들 왜 저래.”
“한 마리를 건들면 단체로 어그로가 끌리는 모양인데요?”
윌리아의 말대로 레벨 100의 레이크 서펜트가 바닥 깊이가 가늠되지 않는 호수 안쪽에서부터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그에 우린 당황하면서도 물러나지 않고, 전투를 준비했다.
이는 아무리 레벨 100이어도 일반 몬스터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과 수중 몬스터를 지상에서 상대하면 아무래도 이쪽이 유리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기에 내린 결정이다.
-키에에에엑!
-끼아아악!
-키아악!
그리고 머지않아, 레이크 서펜트들이 수면 위로 솟구치며 여성의 비명과도 같은 포효를 내질렀다.
나는 오늘 아침 +3강에 성공한 거마도를 뽑아 들었다.
비록 내장 스킬은 없지만, 칼날의 길이를 최대 5미터까지 늘릴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대형 몬스터를 상대하기 무척 유용해 보였다.
“낙뢰.”
우선 윌리아의 낙뢰 스킬이 호수 위로 몸을 빼고 있는 레이크 서펜트들에게 연거푸 쏟아졌다.
-끄라라라!
예상대로 낙뢰는 수중 몬스터에게 꽤나 효과적이었고.
녀석들이 단체 감전으로 경직이 되었을 때, 시에나의 속사 스킬과 멍멍이의 섀도우 스트라이크 공격, 그리고 나의 뇌력검이 작렬했다.
거마도로 날의 크기를 5미터로 키워 휘둘러지는 뇌력검.
같은 전기 속성이라 그런지, 뇌력검을 펼칠 때에 한해서는 윌리아의 낙뢰가 내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거리낌 없이 녀석들의 품에 파고들어 집요하게 검을 휘둘렀고.
[레이크 서펜트를 토벌하여 경험치 120,000을 획득했습니다.]
[최초로 레이크 서펜트를 토벌하여 경험치 60,000을 획득했습니다.]
[레이크 서펜트의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10,20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레이크 서펜트의 가죽 4장을 획득했습니다.
[레이크 서펜트의 최초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공기 방울 스킬북을 획득했습니다.
[공기 방울 / 상급 스킬북 / 액티브]
-수중에서 호흡이 가능한 공기 방울을 만든다.
-소모하는 마력이 많을수록 공기 방울의 크기가 커진다.
치열하지만 우리 팀이 우세한 전투가 이어졌다.
-콰아앙! 콰아앙!
물론 녀석들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물대포를 쏘거나 독을 뿌리는 등의 반격을 해 왔다.
그럼에도 다행히 우리의 우위가 꺾이는 일은 없었고, 끝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호수는 레이크 서펜트의 피로 검붉게 물들었지만, 이내 푸른 빛가루로 변해 시체들이 사라지며 호수의 표면도 다시 맑아졌다.
“12마리였죠?”
“네…….”
첫 전투로 상대한 레이크 서펜트의 숫자는 12마리.
12마리까지 어찌어찌 상대할 만했다.
시에나가 화살을 다시 호수에 겨누며 물었다.
“계속할까?”
호수 밑에는 여전히 레이크 서펜트가 우글거렸고, 첫 전투로 벌어들인 경험치는 너무도 짭짤했다.
이 정도면 한동안 메인 사냥터로 써먹어도 될 듯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만하면 됐습니다. 여긴 나중에 다시 오죠.”
오늘 우리의 목적은 펫들이 경고로 알려 주었던, 정체불명 몬스터의 탐색이다.
호수는 맛보기에 불과했다.
때문에 우린 자리를 털며 일어났고, 그대로 더욱 북쪽으로 이동하려 했다.
“어? 백호 님 검 한 자루 어디 갔어요?”
“네?”
그런데 윌리아의 물음에 나는 허리춤을 살펴야 했고.
레이크 서펜트가 물었었는지, 무왕의 보검(희귀)이 벨트와 연결된 고리가 부러져 칼집째 사라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헉…….”
기겁한 나는 얼른 호수로 달려가 얼굴을 처박았다.
“아 쉣!”
그리고 무왕의 보검이 호수 밑바닥을 향해 가라앉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얼른 춤추는 검을 뽑아 거기에 고리를 걸었다.
춤추는 검은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데다가, 자동 회수 기능이 있는지라, 물속에 던지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왼쪽! 왼쪽!”
“아니, 오른쪽이죠.”
뭐랄까?
마치 인형 뽑기를 하는 느낌이다.
윌리아와 시에나 모두 물속에 얼굴을 처박고, 수시로 내게 방향을 알려 주었다.
덕분에 더 헷갈렸지만…….
“걸었다!”
“오!”
다행스럽게도 무사히 무왕의 보검 구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어?”
“왜 그러세요?”
호수 속을 살피던 시에나가 의문을 표했다.
“여기 호수 중간쯤에 이상한 시설물 있는 거 알지?”
“네.”
마리아나 해구를 연상시키듯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호수.
이 호수의 특이한 점은 레벨 100의 레이크 서펜트가 바글거린다는 것과 용도를 알 수 없는 시설물이 내부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마치 용궁을 연상시키는 동양풍의 낡은 건축물이 깊은 곳 벽면에 붙어 있었다.
“아깐 그냥 의미 없는 폐건물 같은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문이 열려 있어. 안쪽에서 빛도 새어 나오는 거 같고.”
“네?”
천리안을 가진 시에나가 잘못 봤을 리 없지만, 확인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나는 다시 호수에 얼굴을 들이밀었고, 이내 시력 강화 스킬을 사용해 그녀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꼭꼭 닫혀 있던 호수 속의 시설물이 문을 개방하고, 마치 들어오라고 유혹하듯 빛을 내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