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99화 (99/273)

099화 일본의 사냥팀 (1)

나는 호수 깊은 곳에서 빛을 내뿜고 있는 어느 건축물의 개방된 문을 보며 의문을 표했다.

“저게 갑자기 왜 열린 거지?”

“레이크 서펜트를 잡아서 열릴 거 아닐까요?”

윌리아의 말대로 당장은 그 가능성을 빼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없다.

우리가 이곳에서 한 거라곤 레이크 서펜트 12마리를 사냥한 게 전부니까.

“방금까지 정체불명 몬스터 탐색이 목표라 하긴 했지만…….”

“역시, 저걸 무시하긴 힘들지? 차려진 밥상을 무시하는 건 한국인으로서 예의가 아니잖아.”

이번엔 시에나가 내 말을 받았다.

딱히 그녀가 한국인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저 특별함이 가득해 보이는 장소를 무시하고 지나치는 건 쉽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수중 탐색에 적합한 아이템과 스킬들까지 보유하고 있으니까.’

내 ‘빛을 엮어 만든 투구’와 윌리아의 ‘순백의 베일’, 시에나가 어제 제주도에서 얻은 ‘집중의 머리띠’ 모두 투구형 장비들인데, 공통적으로 이 셋에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맑은 산소를 주인에게 공급해 주는 부가 기능이 붙어 있다.

즉, 물속에서도 호흡을 가능케 해 준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아까 레이크 서펜트 최초 토벌 보너스로 얻은 ‘공기 방울’ 스킬 역시 수중 활동에 도움을 주고, 윌리아와 시에나가 계약한 정령들도 물과 바람 속성이라 공기 방울 스킬이 없어도 자체적으로 비슷한 효과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우린 저마다 공간이동 스킬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호수 속 저 깊은 바닥에 자리한 문에 도달할 방법은 다양했다.

마치 오늘을 위해 미리 준비해 온 것 같은 상황이 되었다.

“탐색해 보죠.”

내 결정에 동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로 아무런 대비 없이 위험한 모험을 감행하려는 게 아니다.

내게는 생존 한 달을 기념하여 발생했던 이벤트 때 넉넉히 얻은 귀환 스크롤도 있으니 말이다.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스크롤 찢으면 되겠지.’

귀환 스크롤의 존재는 조금 더 대담한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덕분에 거리낌 없이, 모험을 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린 호수 진입을 결정했다.

목적지에 다가가기 위한 작전은 간단하다.

‘공간이동으로 레이크 서펜트와의 전투를 피하고 최대한 빠르게 문에 접근한다.’

다만 멍멍이의 공간이동 스킬은 그림자가 있는 곳으로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확인이 필요했다.

“멍멍아, 호수 안에서 그림자 이동 가능해?”

[응, 가능해.]

시에나는 어제 제주도에서 블링크 스킬을 얻은지라 멍멍이만 문제가 없으면 된다.

확인이 완료되었으니, 멍멍이도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공간이동 스킬을 연이어 사용해도 수심 150미터에 접근하면 수압이 꽤 빡셀 텐데.”

“아마 지금 제 신체 능력이면 수심 깊은 곳에 잠깐 노출된다고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제가 이동 경로에 새로 얻은 공기 방울 스킬을 사용해 놓을 테니, 그 안으로 블링크를 사용하세요.”

“우리야 편해서 좋은데, 정말 괜찮겠어?”

“문제없습니다. 만약 깊은 곳에서 공기 방울 스킬이 버티지 못한다면 일단 복귀하고, 정령 소환으로 재시도하도록 해요.”

“그래 알았어.”

지체할 이유가 없다.

나는 빠르게 이동을 시작했고.

우린 깊이가 가늠이 되지 않는 물속으로 블링크를 사용했다.

목적지의 위치는 대략 수심 150미터 지점.

평범한 인간이 맨몸으로 잠수했다간 수압으로 인해 골로 가기 딱 좋은 깊이다.

하지만 난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덕분에 아무 문제 없이 빠르게 목적지 앞에 도착했고, 뒤따르던 동료들은 내가 만들어 놓은 공기 방울들을 이용해 따라 왔다.

“후우…….”

수심 150미터면 블링크로 딱 세 번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때문에 이동은 거의 순식간에 완료되었다.

다행히 공기 방울 스킬은 깊은 수심에서도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일행들도 무사히 내 옆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백호 님.”

“땡큐, 편하게 왔네.”

마력을 불어 넣을수록 커지는 공기 방울 스킬의 특성을 이용해, 지름이 5미터는 될 법한 커다란 공기 방울 안에 나란히 선 우리 파티는 호수 속 건축물을 마주 보았다.

내부에서 빛을 뿜는 동양풍의 오래된 건축물.

“멀리서 볼 땐 몰랐는데, 엄청 큰 건물이었네요.”

“그러게요. 호수 안쪽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은 느낌이고요.”

건물의 입구는 폭과 높이가 거의 수십 미터에 달했다.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크기.

게다가 레이크 서펜트들은 우리가 공간이동을 할 때만 해도 수중 호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무섭고 빠르게 헤엄치며 쫓아왔었지만, 막상 이곳에 닿자 희한하게도 다가오지 않아 편하게 건축물을 관찰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휴전 비슷한 대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으니, 우린 내부로의 진입을 시도했다.

[축하드립니다. 최초로 드래곤 레어를 발견하셨습니다. 이 위대한 업적은 명예의 전당에 기록됩니다.]

“뭐?”

하지만 예고 없이 뜬 메시지에 나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윌리아와 시에나의 팔을 낚아채야 했다.

“백호 님?”

“왜 그래? 안 들어갈 거야?”

두 사람은 의아하단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나는 쉬이 말을 잇지 못했는데…….

이유는 앞서 등장한 메시지 때문이 아니라.

-스으윽.

거대한 문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 무언가 때문이었다.

[실버 드래곤 안타레스 / 레벨: ???]

은빛 비늘이 전신을 뒤덮은 3각룡이, 거대한 동체를 좌우로 흔들며 헤엄쳐 나오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자신이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곳의 문이 갑자기 열린 것도, 주변의 레이크 서펜트들이 접근을 하지 않는 이유도 전부 미지의 건축물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드래곤이라는 괴물 때문이었다.

‘격이 다르다.’

탐색 스킬로도 레벨이 안 보이는 경우는 상대의 레벨이 나보다 두 배 이상 높을 때 나타나는 현상.

하지만 나는 녀석의 레벨이 단순히 두 배 정도가 아닐 거란 걸 직감했다.

까마득한 절벽을 마주한 느낌이랄까?

말 그대로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아…….”

“응? 헉…….”

뒤늦게 내 반응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챈 윌리아와 시에나도 드래곤을 발견하고는 기겁했다.

나는 얼른 인벤토리에서 귀환 스크롤을 꺼내 쥐었다.

그리고 찢으려는데.

[드래곤 아이에 노출되어 일시적으로 몸이 경직됩니다.]

‘왓 더!’

갑자기 몸이 굳어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재빨리 춤추는 검으로 스크롤을 베어 버리기 위해 의지를 보냈는데, 검집에서 춤추는 검이 솟구치기 직전 컨트롤을 그만두었다.

이유는.

-스으으윽!

드래곤이 우리 일행을 힐끔 바라보고는 이내 무심한 모습으로 지나쳤기 때문이다.

[드래곤은 다섯 개 이상의 둥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드래곤은 이틀에 한 번꼴로 둥지를 이동하며, 공략을 원한다면 미리 해당 둥지에 머무르는 주기를 숙지해 두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시스템은 위와 같은 설명을 했다.

얼떨결에 드래곤 공략법을 알게 되었다.

‘저런 걸 누가 공략해! 이 미친 시스템아!’

마치 벌레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

그대로 드래곤은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녀석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지, 지릴 뻔.”

그제야 안도한 시에나가 내 감정을 대변하는 감상을 내뱉었다.

“몬스터가 사람을 보고도 공격하지 않고 지나가다니.”

그만큼 드래곤이 특이하고 또 특별한 존재라는 뜻이겠지만…….

뜬금없이 지금 단계에서 저런 몬스터가 등장하는 건 너무 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키에에엑!

-키아아아!

그런데 드래곤이 사라져서일까?

레이크 서펜트들이 다시금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우리를 처치하기 위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떡할까요?”

윌리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그런 그녀의 시선은 금방이라도 닫힐 것처럼 보이는 드래곤 레어의 입구를 향해 있었고.

나는 표정을 굳힌 채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주인은 공포스럽지만……. 솔직히 내부가 궁금하긴 해.’

그도 그럴 게 이 너머에는 비어 있는 드래곤 레어가 있는 것 아닌가?

흔히 드래곤의 레어라면 금은보화의 산, 강력한 무기의 보고를 떠올리게 되는 만큼, 흥미와 욕심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시스템이 말했다.

드래곤은 둥지가 다섯 이상이며, 이틀에 한 번꼴로 둥지를 옮긴다고.

쉽게 말해, 드래곤은 며칠 동안 이곳을 재방문할 일이 없다는 거다.

그리고 이런 내 복잡한 마음을 시험하듯이.

-끼이이익!

눈앞의 드래곤 레어의 입구가 서서히 닫히기 시작하고, 등 뒤에서는 레이크 서펜트들이 속속 접근해 왔다.

“들어가죠.”

결국, 우린 드래곤 레어에 입성했다.

-쿠우우웅!

마침 거대한 문이 요란하게 닫히며 레이크 서펜트의 침입을 막았다.

문 안쪽의 공간은 특별한 게 없었다.

그냥 물이 차 있는 거대한 동굴이 펼쳐져 있을 뿐이다.

“어? 물이 빠진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변이 발생했는데, 동굴을 가득 채우고 있던 물이 빠르게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물이 완전히 빠져 바닥에 발이 닿은 이후, 비로소 자세히 동굴 내부를 보게 된 나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했다.

“어?”

[미스릴 광석 / 채집물]

드래곤이 편안하게 지나다닐 만큼 거대한 동굴 곳곳에 미스릴 광석이 붙어 있고, 은은한 빛을 품은 푸르른 마나석 광석이 미스릴과 함께였다.

[마나석 광석 / 채집물]

“마나석!”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던 광물.

엘프 마을에서 장비에 스킬을 추가하거나, 추출할 때 필요한 필수 아이템이 마나석이었다.

자체적으로 빛을 발하는 마나석 덕분에 동굴은 마치 플라네타륨 같은 아름다움을 뽐냈다.

“이야, 멋진걸?”

아직은 드래곤 레어 초입이다.

실제 드래곤의 둥지라 할 순 없는 길목.

그런데도 귀한 광물들이 이리도 많다니.

심지어 미스릴은 너무 흔해서 몇 미터 간격으로 볼 수 있었다.

-깡! 깡!

나는 시험 삼아 마나석 하나를 채집해 봤다.

검에 강기를 담아 내리치니, 이내 동그란 탁구공 크기의 크리스탈이 떨어졌다.

[마나석 / 소재 / 등급: 특수]

온전한 형태로 수집된 마나석.

채집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광물 캐 간다고 드래곤이 쳐들어오진 않겠죠?”

“걱정되면 드래곤이 레어로 돌아올 때 다른 지역에 가 있으면 되지.”

“오?”

내 우려에 NPC인 시에나가 태연하게 반응하자, 갑자기 캐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나는 드래곤의 풍채에 언제 쫄았냐는 듯,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는 앞장섰다.

“뭐야? 광물 채집 안 해?”

“일단 내부 탐색부터 끝내고요.”

초반부터 보물이나 다름없는 채집 핫 플레이스를 발견한 나는 눈을 빛내며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아다만티움 광석 / 채집물]

“오오!”

그러다가 미스릴 대신 종종 눈에 띄기 시작한 새로운 광물 아다만티움에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4강 재료잖아!?”

이유는 아다만티움이 바로 무기 4단계 강화의 재료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는 점점 앞으로 나아갈수록 기대감이 부풀 수밖에 없었다.

이다음엔 얼마나 더 좋은 보물이 등장하게 될지.

그런데…….

[던전 실버 드래곤의 레어]

-등급: ???

-적정 레벨: ???

-시간제한: 240시간

-클리어 목표: 던전 보스 토벌

꽤나 넓어 보이는 공동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우리의 전진이 멈췄다.

그 앞부턴 던전이었기 때문이다.

탐색 스킬이 있어서 미리 정보를 보고 멈출 수 있던 거지, 모르고 더 나아갔더라면 원치 않아도 던전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을 것이다.

감히 물음표 가득한 난이도의 던전 접근할 수는 없었다.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딱 방금 지나온 길목의 광산뿐이라는 의미다.

‘그것만으로 감지덕지긴 하지.’

무려 마나석과 아다만티움을 얻을 수 있는 광산을 찾은 거니까.

“아쉽긴 하네.”

“오히려 다행일지도 몰라. 광물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리젠되지만, 둥지 안에 있는 물건을 건드렸으면, 드래곤이 정말 분노했을 수도 있으니까.”

시에나의 이야기에 나는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런 겁니까?”

“그런 거 아냐?”

이제 보니 시에나도 잘 모르는 모양이다.

애매하게 답하는 걸 보니.

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쨌든 오늘의 목표는 달성한 거네요. 예상치 못한 보상까지 획득했고요.”

“오늘의 목표?”

“잊으셨어요? 펫들이 말한 하늘을 나는 거대한 몬스터의 흔적을 찾는 게 월광도 북부행의 이유였잖아요.”

“아아, 걔들이 말한 게 드래곤이었구나? 기겁할 만했네.”

덤으로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는 드래곤 레어의 위치도 파악하게 되었고, 필요했던 채집물을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장소까지 발견하게 되었으니 큰 소득이라 볼 수 있다.

“자, 그럼 나머지 일과를 하도록 하죠.”

“나머지 일과?”

나는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 시에나에게 건넸다.

그건 바로 곡괭이였다.

시에나는 우리 파티에 합류하고 처음 하는 괭이질이지만, 윌리아는 이 광경을 익숙해 했다.

“이렇게 하시면 돼요. 잘 보고 따라 하세요.”

친절하게 강습까지 해 줄 정도였다.

하지만 곡괭이를 드는 건 익숙해도 요령이 좋은 건 아니었다.

-콩. 콩.

시에나가 의심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렇게 하는 거 맞아? 어딜 치는 건데?”

“수맥이요.”

“매장당할 일 있어?”

난 둘을 보며 흐뭇하게 웃을 뿐이었다.

‘오늘은 나 혼자 캐야겠네.’

* * *

사냥꾼 협회의 성남 지부장 겸, 윤시아와 김현수를 위협하는 라이벌.

더불어 공나무(콩나물)가 이끄는 보령팀과 함께 서**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도겸은 다른 사냥꾼들과는 다른 차별점을 갖고 있다.

그건 바로 남들이 접근하지 않는 장소의 탐색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동료들과 탐색하는 곳은 바로 강원도.

들어가는 사람은 있어도 나오는 사람은 없다는 매우 위험한 지역이다.

하지만 최도겸은 최근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었는데, 횡성에서 특별한 인물을 구조했기 때문이다.

“이쪽이 확실한 거야?”

“맞답니다. 저 표지판과 간판을 기억하고 있다는군요.”

“그래?”

바다를 건너지 않았음에도 어째서인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국에 건너와 있었다는 일본인 남성이 바로 그 대상이다.

때문에 최도겸은 일본으로 통하는 특수한 통로가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되어, 구조된 일본인과 함께 탐색을 이어 가고 있었다.

그런 최도겸에게 성남팀의 2인자 오미연이 다가와 물었다.

“그냥 저 사람 정신이 이상한 거 아냐? 넓은 바다를 하루아침에 건널 수 있는 특별한 장소라니, 그런 게 어딨겠어.”

“모르는 일이지, 워낙 판타지스러운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으니까.”

“그렇긴 하지만……. 벌써 이틀째 이러고 있잖아. 얼른 사냥을 해야 오빠가 윤시아든 김현수든 따라잡을 거 아냐.”

“으음.”

그녀는 잔뜩 겁에 질려 자신들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일본인 남성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존재가 최도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도겸은 오미연의 걱정에 공감을 하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확실하게 해 두는 게 좋겠지. 혹시라도 이 사람의 말이 사실이면 일본 측에서 악용할 수도 있는 거잖아.”

“쳐들어오기라도 한다는 거야?”

“모르는 일이지, 일본의 상황이 한반도보다 훨씬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현재 일본은 한반도와 비교가 되지 않는 지옥이다.

정권은 붕괴했고, 사람을 공격하는 사냥팀이 도쿄를 점령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이 이야기는 정부를 통해 알려져 사냥꾼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에 최도겸이 우려를 표하는 거였다.

“일본 애들이 쳐들어왔다가 우리 협회장님에게 몰살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걱정할 필요가 있나?”

“그래도 애먼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잖아.”

끝내 최도겸의 마음은 바꿀 수 없었다.

오미연은 결국 설득을 포기했고, 최도겸 파티는 계속해서 탐색을 이어 갔다.

그런데 그때.

“어? 도겸 형, 정면에 웬 사람들이 있는데요?”

“뭐?”

[미야바 하루토 / 레벨: 44]

[카노우 켄지 / 레벨: 42]

[이노우에 노조미 / 레벨: 42]

“이, 일본인으로 이뤄진 사냥팀입니다! 50명이 넘어 보이는데요?”

최도겸 파티는 꽤나 큰 규모의 일본인 사냥팀과 조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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