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101화 (101/273)

101화 일본의 사냥팀 (3)

강이솔이 최도겸의 성남팀이 일본 사냥꾼들에게 공격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건, 그가 한창 건축설계사들과 올림픽공원에 조성할 협회 본부와 직할 도시를 디자인하고 있을 때였다.

“그게 무슨!? 도겸 씨 파티는 무사한 겁니까?”

소식은 전해 온 인물은 여주팀의 리더이자 협회의 전투 참모 조유나였다.

마침 그녀는 횡성 안전 구역에 방문했던 차인지라, 최도겸으로부터 즉시 상황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조유나는 바로 서울 협회 본부로 날아와 이렇게 강이솔에게 소식을 알린 것이다.

“네, 다행히 파티원 5명은 귀환 스크롤로 무사히 도주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성남 지부의 멤버 4명이 사망했다는군요.”

“협회 소속 사냥꾼이 외부인의 공격에 의해 사망했다?”

“그나마 도겸 씨 파티가 시간을 끌어서 나머지를 도주시켰기에 피해가 적은 겁니다.”

그나마 피해가 적었다, 다행이다.

이런 말은 필요 없다.

-으득!

사냥꾼 협회 소속인 동료가 살해당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으니 말이다.

“출동 가능한 1부 사냥팀들 바로 소집해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강이솔은 부하에게 그리 지시했다.

‘1부 사냥팀’은 협회 내에서도 주력으로 꼽히는 사냥팀들을 의미하는 호칭이었다.

“저는 협회장님께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협회장을 거론하는 강이솔의 냉랭한 모습에 조유나는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이 정도 일은 이들 선에서 처리해도 되겠지만,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의 내용을 협회장에게 보고하는 건 빼놓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바로 오신다는군요.”

“그럼 협회장님께서 도착하신 후, 먼저 모인 인원들만 이끌고 사건 발생 지역으로 이동하면 되겠네요. 전투력은 협회장님 파티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요.”

“그러는 게 낫겠죠. 제가 바로 2진을 꾸려서 뒤따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솔직히 협회장인 서**의 파티가 나서면 인간 사냥꾼이 떼로 몰려와도 소용없을 것이다.

하지만 강이솔과 조유나는 이방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한자리를 가만히 지키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탐색을 하든 다시 일본으로 넘어가든 다른 액션을 취할 거라 판단했다.

자칫 대대적인 탐색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인원을 모으려는 것이다.

“강이솔! 우리 왔어!”

“저희도 왔습니다!”

“제주도팀 연락받고 방금 도착했습니다!”

“보, 본부장님! 협회장님 도착하셨어요!”

그리고 우연이라 해야 할지, 협회장과 함께 서울의 윤시아 파티, 수원의 김현수 파티, 협회에 새롭게 가입한 제주도의 박성만 파티가 도착했다.

[윤시아 / 레벨: 52]

[김현수 / 레벨: 52]

[박성만 / 레벨: 51]

윤시아는 마침 본부 근처에 있었고, 김현수 파티와 박성만 파티는 위성 전화를 통해 바로 연락이 닿았다.

덕분에 협회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먼저 모이게 되었다.

“그럼 출발하죠.”

길게 잴 것 없다는 듯, 협회장 서**은 회의를 생략하고 빠른 이동을 결정했다.

그에 주축 사냥팀들은 군말 없이 그를 따랐다.

* * *

사건 발생 지역인 횡성의 웨이포인트를 찍어 놓은 사람은 조유나뿐이었기에 나는 그녀에게 잠시 웨이포인트 점퍼를 빌려주었다.

그리하여 나는 강이솔에게 사건 소식을 전달받고 채 10분을 넘기지 않아 서해 바다에 위치한 섬에서 강원도 횡성까지 이동했다.

“웨이포인트 점퍼는 나중에 돌려주셔도 됩니다. 유나 씨는 다시 서울로 돌아가서 강이솔 씨와 2진을 데려오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조유나를 서울로 돌려보낸 뒤, 횡성의 안전 구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건의 당사자 최도겸 파티를 만날 수 있었다.

다행히 이미 상급 회복 물약으로 부상을 완치했는지, 최도겸의 겉모습은 멀쩡해 보였다.

“협회장님께서 직접 오셨군요. 귀찮게 해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최도겸은 언제나처럼 겸손하게 내게 사과부터 건네 왔다.

큰일을 당한 건 그인데, 사과를 받는 건 이상한 것 같다.

나는 괜찮다며 손을 흔들고는 물었다.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목적지로 안내할 수 있겠냐는 물음이다.

그에 최도겸과 그의 파티원들은 당연하다는 듯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공격을 받고 동료가 사망하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인 만큼 분노가 커 보였다.

나는 잘되었다고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말했다.

“저와 리아 씨는 시력 강화 스킬이 있고, 시에나 님은 천리안 스킬까지 갖고 계시니, 우리 파티는 하늘에서 주변을 살피며 쫓아가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놈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빠르게 출발하죠.”

그 즉시 우린 전투가 발생했던 장소로 향했다.

-우물우물.

밥 먹으려다 튀어나온지라 내 일행들은 모두 배가 고픈 모양이다.

우리 파티는 하늘을 날며 초코바 등을 꺼내 씹으며 지상을 샅샅이 훑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천리안으로 멀리 내다보던 시에나가 소리쳤다.

“어? 전투가 벌어졌다는 장소에 아직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고?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야 했다.

‘후속 부대가 몰려올 수도 있는데, 아직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니. 바보들 아냐?’

하지만 머지않아 놈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인원이 들었던 것보다 훨씬 많아.”

“얼마나요?”

“60명 정도. 아니, 방금 뒤쪽에서 20명이 더 나타났으니 80은 되겠네.”

인제 보니 병력 충원을 기다리고 있던 건가 보다.

“사망자들의 가족에게 두둑이 챙겨 줄 수 있겠네요.”

적을 발견한 나는 서늘하게 웃으며, 밑에서 따라오고 있는 최도겸과 윤시아 등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사냥꾼 협회의 최정예 멤버 35명이 일제히 도약 스킬을 사용하며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물론, 그들의 전력 질주에도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건 우리 파티였다.

-쿵!

마치 분노를 표출하듯 급강하를 한 후, 거칠 게 지면에 착지한 나는 스윽 몸을 세우며 주변을 살폈다.

[미야바 하루토 / 레벨: 44]

[카노우 켄지 / 레벨: 42]

[이노우에 노조미 / 레벨: 42]

간간이 레벨 30대의 멤버가 섞여 있지만, 대부분이 레벨 40을 넘긴 고렙 사냥꾼들이었다.

시에나의 말대로 인원은 80명 정도 되어 보였고, 그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우리 파티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엘프?”

“엘프!”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대체로 나나 베일을 쓰고 있는 윌리아보다 시에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 상황에 엘프를 발견한 게 그리 좋을까?

나는 황당함을 표하며 성검을 뽑아 들었다.

눈앞의 사람들이 일본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싫다던가 그렇진 않다.

나는 그저 쓰레기가 싫은 것뿐이다.

그리고 눈앞에 자리한 인간 사냥꾼들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쓰레기들이다.

“한국에 온 걸 환영한다. 그럼 잘 가시고.”

성검을 그들에게 겨눈 나는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한 놈들을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

미야바 하루토가 한국으로 향하는 연결로를 발견한 건 정말 우연이었다.

그는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같은 인간조차 먹어 치우는 강자가 되길 원했고, 그 결과 인간 사냥꾼이라 불리는 존재가 되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사냥감을 발견해 추적을 하던 중이었다.

사냥감은 평균 레벨 35의 5인 파티.

제법 괜찮은 장비로 무장한 데다가, 그 중엔 제법 예쁜 미인까지 끼어 있어서 잔뜩 흥분한 부하들을 이끌고 그들의 뒤를 쫓았다.

그러다가 하루토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추적당하던 이들이 비좁은 빌딩 사잇길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토 일행은 사냥감들이 사라진 곳을 자세히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하루토의 동료 하나가 앞선 사냥감들처럼 길목에서 사라졌다가 되돌아왔고, 덕분에 길목의 용도를 깨닫게 되었다.

‘한국과 연결된 신묘한 길.’

연결로라는 명칭도 하루토가 직접 명명한 거였다.

하루토에게 연결로의 존재는 실크로드나 다름이 없었다.

새로운 기회의 땅과 연결이 되는 실크로드 말이다.

‘총리 내각이 붕괴하기 전에 들은 정보에 의하면 한국은 일본보다 피해가 적다고 들었어. 인간 사냥꾼들에게 도시를 점거당하는 일도 없다고 했고. 즉, 상대적으로 일본보단 살기 좋은 곳이란 뜻이다.’

마침 오사카에는 털어 먹을 사냥꾼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의 등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비교적 살기 좋은 환경을 가진 만큼, 한국 사냥꾼들의 수준이 높아 봐야 얼마나 높겠냐고 얕잡아 보는 마음도 있었다.

물론, 걸리는 한 사람은 있지만, 개인과 단체는 별개니까.

그래서 그는 대대적으로 원정팀을 꾸렸고, 한국 원정길에 올랐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하루토는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한국으로 건너옴과 동시에 처음 마주한 인간 사냥감의 레벨이 50대이질 않나, 다 잡았다고 생각했더니 도주용 텔레포트 스크롤이라는 본 적도 없는 물건을 사용해 빠져나가지를 않나.

심지어 녀석들이 도망치기 직전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듯 바라보던 결연하면서도 차가운 눈빛은 쉬이 잊히지 않았다.

결국,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하루토는 후속 팀을 조기에 투입시키기로 했다.

후속 팀은 오사카에서 하루토만큼이나 악명을 떨쳐 디아볼로라는 별명이 붙은 인간 사냥꾼이 이끄는 팀.

협력하는 일이 드문 게 인간 사냥꾼들이지만, 한국이라는 공통의 사냥감을 나눠 먹기 위해 힘을 합쳤다.

“디, 디아볼로?”

그런데…….

그 오사카의 디아볼로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린 남성의 공격에 상체가 날아가고 다리만 덩그러니 남아 버렸다.

“끄아아악!”

“사, 살려!”

아니, 디아볼로뿐만이 아니라, 그의 뒤에 진을 친 십수 명의 인간 사냥꾼도 같은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어서 그 남성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온 너무도 깜찍하고 예쁜 엘프와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있긴 해도 미인이 분명한 여성이 각각 활과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콰아아아아앙!

-쿠릉! 쿠우웅!

-콰콰콰콰!

마른하늘에 난데없이 벼락이 치고, 마치 미사일이 떨어진 듯 강력한 폭발이 발생했으며, 만화 속에서만 보던 백색의 광선 빔이 직선상의 모든 것을 꿰뚫었다.

[상대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상대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상대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그들이 끌고 온 검은 늑대가 검은 창을 날리고, 이리저리 순간이동을 하며 사람들을 물어뜯으니, 하루토의 원대한 계획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이, 이게 뭐야?”

하루토는 연이어 울려 퍼지는 원정군의 비명을 들으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저런 괴물들이 한국 땅에 존재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정말 그들이 자신과 같은 인간이 이끄는 사냥팀이 맞기는 한 건지 의문마저 들 정도.

레벨조차 확인할 수 없는 눈앞의 인물은 그야말로 살아 있는 자연재해였다.

-달달달.

처음에는 부하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며 반격을 꾀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하나 통하지 않고, 장난처럼 모든 공격이 막혔다.

하루토는 어느덧 겁에 질려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떨어뜨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항상 인간에게 겁을 주는 건 자신의 몫이었는데…….

‘공격이 멈췄어?’

그렇게 전투는 1분을 넘기지 않아 끝이 났다.

체감상 1시간 같은 1분이었지만, 무기를 거둔 한국인 남성이 묵묵히 다가왔다.

어디서나 볼법한 평범한 외모.

그러나 남성은 180이 훌쩍 넘는 키에 감히 범접하기 힘든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하나 묻자.”

하지만 전부 죽고 겨우 다섯밖에 남지 않은 일행 속에,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그때.

“대장님께서 너희에게 한 가지 물을 게 있으시다고 한다!”

하루토 패거리에 패퇴하여 도주했던 최도겸 일행이 새로운 부대와 함께 재등장했다.

의기양양한 모습들.

마치 이리될 줄 알았다는 반응들이다.

그런 최도겸의 일행 속에서 일본어를 할 수 있는 남성이 앞으로 나서며 자신들을 패퇴시킨 남성의 말을 통역했다.

[윤시아 / 레벨: 52]

[김현수 / 레벨: 52]

[박성만 / 레벨: 51]

[최도겸 / 레벨: 50]

속속 모여든 한국의 부대는 대부분 레벨이 50을 넘거나 그에 근접한 인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이런 미친.’

말이 안 되는 한국 사냥꾼들의 수준.

알고 보니 한국은 군침 도는 사냥감들이 뛰노는 초원이 아닌, 괴물들이 가득한 지옥의 땅이었다.

하루토는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런 그에게 베일의 여성과 엘프, 검은 늑대를 동반한 남성이 물었다.

“후발 부대가 또 있나?”

있다.

당장은 하루토 팀과 디아볼로 팀의 정예들이 몰려온 것일 뿐, 이후 3차, 4차 원정팀에는 레벨 30대의 인간 사냥꾼들 수백 명이 몰려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하루토와 생존자들은 그 정보를 쉬이 입에 담을 수 없었다.

“하아…….”

돌아오는 답이 없자 눈앞의 남성이 한숨을 짧게 쉬더니, 왼쪽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단검 한 자루가 스스로 날아오르더니.

-피핏!

하루토의 동료 둘의 머리를 순식간에 꿰뚫어 버렸다.

-털썩. 털썩.

단검의 공격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총을 쏘듯 푸른빛을 발사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강렬한 빛.

하루토는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는데, 왼쪽 귀가 타오르듯 화끈해 만져보니 그곳에 있어야 할 게 없었다.

단검의 공격에 귀가 잘려 나간 것이다.

“끄아악! 이, 있습니다! 제가 사인을 보내면 3차로 200명, 4차로 300명이 넘어올 예정이었습니다!”

결국, 정보를 실토하고만 하루토.

그에 눈앞의 남성은 피식 실소를 흘리며 무시무시한 대사를 내뱉었다.

“이거 일본 원정을 가야 하나? 다신 한국으로 기어들어 올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루토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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