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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111화 (111/273)

111화 북한은 지금 (3)

북한을 공격 중인 로드급 엘더 몬스터를 지원하는 인간팀의 리더 김동천은 부하들과 함께 조금 더 서쪽으로 이동하려 했다.

현재 그는 북한의 보위부와 보안성의 기밀 시설들을 조사하는 중이었고, 그들이 있는 미림역에서 서쪽으로 3km만 가면 보위사령부의 정보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북한 정보 부서의 주요 시설을 터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보물을 찾기 위한 힌트를 손에 넣기 위해서다.

현재 그들은 섬들의 정보까지 아주 상세하게 담긴 한반도의 정밀 전도를 손에 넣고자 했다.

‘만약 대재앙 이후 이상 지형으로 변화된 한반도의 수정 된 전도까지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고.’

하지만.

“대장! 평양에 낯선 사냥꾼이 대거 투입되었어! 아무래도 남한에서 지원 병력을 보낸 것 같아!”

“에이 씨…….”

돌발 상황 발생으로 인해 이들의 활동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남한 측 인간들이 어째서 평양에 알짱거리나 했는데, 김동천은 부하의 외침에 그제야 그 목적을 이해하게 되었다.

남한이 북한에 병력 지원을 제안하고, 북한은 그 지원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류웨이가 신경질적으로 평양을 떠난 것일 터.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놈들이 왜 갑자기 친하게 구는 건데.”

순간적으로 남한 놈들도 뭔가 냄새들 맡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내 보물 지도를 노리는 건 아니겠지?’

자신들이 몬스터에게 빌붙어서 한반도에 들어선 것도, 류웨이를 선두로 한 중화 청년단이 대대적으로 한반도에 진출하려는 것도 보물을 차지하기 위함이었으니 말이다.

‘이건 타임 어택이야.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란 거지.’

아무래도 지도를 가진 그가 상황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지만, 지도가 그리 복잡한 형태가 아니어서 내용만 알면 보물 사냥의 도전자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애써 여유로운 척 굴던 김동천도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경쟁자일 가능성이 있으니, 일단 놈들부터 정리해야겠구만.”

“보물찾기는 미루게?”

“그래야지.”

“규모가 꽤 커 보이던데 괜찮을까?”

“규모가 커 봤자 중화 청년단보다 크겠냐? 우린 중화 청년단도 엿 먹인 놈들이잖아.”

“하긴. 우리만 싸우는 것도 아니고. 로드와 엘더들도 있으니까.”

이들은 인간의 방심을 너무도 잘 이용하는 공작 집단이다.

북한 인민군의 군복을 입고 있는 모습만 봐도 성향을 잘 알 수 있었다.

개중에는 의도적으로 레벨을 올리지 않고 평범한 시민 역할을 하는 멤버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실제로 북한이 평양까지 쑥쑥 밀린 데는 이들의 공작 활동이 매우 크게 작용했다.

그러니 자신감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라면 한국의 정예라 해도 쉽게 요리할 수 있을 거라고…….

“마, 말도 안 되는……. 혹시 저자야? 힘멜을 단 수 초 만에 처치한 남한 사람이?”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하지만 상황이 꼬여도 단단히 꼬이고 말았다.

하필 이들과 마주한 남한의 원정군에 서백호의 파티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압도적인 무력.

서백호가 검을 휘두를 때면 모든 게 토막 났다.

범위 내의 시설이건, 몬스터건 모조리.

그가 지나간 곳은 몬스터가 사라지며 푸른빛 가루가 눈꽃처럼 일대에 흩날렸다.

너무도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마치 분쇄기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절단 내 버리니, 감히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

더구나 어찌나 빠른지,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김동천 패거리를 지원하던 몬스터들이 처리되고, 남은 건 인간들뿐이었다.

“고생 많으십니다. 민간인을 보호 중이셨던 모양이네요.”

서백호가 레벨 1의 시민 역할을 맡은 동료들과 함께인 김동천 패거리를 향해 더없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다가왔다.

“다, 당신들은?”

김동천 패거리 대부분이 동베이 출신 조선족으로 이뤄져 있다.

때문에 특유의 억양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한국말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그는 요란하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애써 평범한 척 물었다.

“우린 대한민국에서 온 지원군입니다. 아마 부대에 복귀하시면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서백호가 시민들의 안전을 잘 부탁한다며 악수를 건네 오자, 김동천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손을 맞잡아야 했다.

인민군의 옷을 입고, 레벨 1의 시민들을 보호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참군인으로 보였다.

심지어 레벨도 48로 상당히 높은 축에 속했으니, 서백호가 김동천을 중요 인물로 인식하는 것도 당연했다.

“우리 함께 침략자들로부터 한반도를 지킵시다.”

“네, 힘냅시다. 이 땅의 평화를 위해서.”

김동천은 최대한 상대의 기분에 맞춘 말을 내뱉었다.

그에겐 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예고 없이 나타난 눈앞의 인물은 재앙 그 자체.

이런 돌발 상황은 그의 사전에 없었다.

레벨 80의 엘더를 순삭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놀라긴 했지만, 그걸 100% 실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단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았다.

‘이 인간이 있는 부대를 작업 쳤으면 큰일 날 뻔했네.’

그나마 이런 식으로 마주쳐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앞으로 철저히 피해 다녀야 할 인물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만 놔 주시지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평범하게 악수를 나누고 각자 갈 길을 가면 되는 것 아닌가?

어째서인지 서백호가 김동천의 손을 쥔 채 놓아주지 않았다.

-으득!

“크윽!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아니, 오히려 손에 힘을 줘서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김동천도 레벨이 48에 달한다.

어딜 가도 최고 수준으로 대우받을 고레벨이지만, 상대의 능력치는 차원이 달랐다.

마치 바위 사이에 손이 낀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놓으시오! 지금 인민군을 겁박하는 거요!?”

김동천이 항의를 해도, 서백호는 웃음만 흘릴 뿐이었다.

덕분에 김동천은 등 뒤로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았다.

항상 사람을 가지고 노는 건 자신의 역할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뱀 앞에 놓인 생쥐처럼 천적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너 거짓말을 하고 있네?”

이어진 서백호의 날카로운 물음에 김동천은 뜨끔했으나, 시치미를 떼야 했다.

“대체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한다는 겁니까!?”

“미안한데, 나한텐 거짓말이 아예 안 통하거든.”

하지만 모두 소용없는 짓이었다.

확신의 찬 눈빛과 서늘한 조소를 보고 있노라면, 절대 감으로 때려 맞춘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건 누가 봐도 확실한 근거를 갖고 김동천의 말을 거짓말이라 판단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설마? 거짓말을 간파하는 스킬이라도 갖고 있다는 건가?’

혹시나 한 그의 추측은 정답이었다.

서백호는 확인 사살하듯 물어 왔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북한을 침공한 로드급 엘더 몬스터의 휘하엔 인간 부하들이 있다고 했지? 혹시 그게 너희냐?”

“아, 아니요!”

김동천은 사색이 되어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러나 그의 외침에 돌아오는 건 진득한 미소였다.

“이런 곳에서 우연히 어서 치워야 할 쓰레기들을 마주하게 될 줄이야. 난 참 운이 좋네.”

더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 김동천은 이리저리 열심히 눈을 굴렸다.

완전히 패닉에 빠진 모습이었다.

그런데 돌연 김동천이 태도를 바꿨다.

-휘익!

패닉에 빠진 척 상대를 방심시킨 후, 기습적으로 서백호의 관자놀이를 노리고 단검을 찔러 넣었다.

아무리 막강해도 머리가 뚫리면 죽는 건 마찬가지.

현실은 게임처럼 HP가 0이 되어야 죽는 게 아니니 말이다.

서백호만 죽이면 어떻게든 도주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에 시도한 기습이었다.

-핏!

하지만 무언가 빛이 번쩍이더니, 단검을 움켜쥔 김동천의 팔이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순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김동천은 벙찐 표정을 지었고.

이내 그의 눈앞으로 허공을 날아다니는 단검이 나타나 뺨을 툭툭 치자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끄아아악!”

현실을 인지한 순간 통증이 한 번에 밀려왔다.

하지만 고통보다 무서운 건 눈앞의 인물에게서 도망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쩌다가 상황이 이렇게 되었을까?

김동천으로선 쉬이 납득할 수 없는 급전개였다.

* * *

“전부 체포하세요. 몬스터의 편을 들던 인간들입니다.”

“네!”

결국, 김동천이라는 자와 그의 동료들이 결박되었다.

바로 죽이지 않고 결박부터 하니, 오히려 김동천의 표정에 희망이 차올랐다.

혹시 우리가 자신들을 다른 데에 쓰려는 건가, 멋대로 바람을 품고 있는 듯했다.

그에 실소를 흘린 나는 포박된 사람들에게 물었다.

“넌 이 남자의 동료인가?”

“아, 아닙니다.”

“너는?”

“저도 아닙니다! 부모님의 이름에 걸고 맹세…….”

-쇄액! 툭. 툭.

그리고 간단한 문답을 통해 진실의 눈 스킬로 거짓말을 간파한 나는 즉시 그들의 목을 베었다.

내가 김동천을 바로 죽이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정보를 캐내기 위함이었다.

적들의 세력 수준과 배치 현황, 다른 인간쓰레기들이 또 있는지 등.

때문에 잘 보란 듯이 김동천을 끌고 다니며, 그의 동료들에게 무언가를 물었고.

“운이 좋네. 북한 원정 초반에 쓸 만한 황금 고블린을 잡았어.”

원하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다.

‘보물 지도?’

추가로 보물 지도라는 것까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보물 지도]

아이템 이름부터 보물 지도인 작은 범상치 않은 양피지.

그 양피지를 펼치면.

섬인지 호수인지 모를 형태의 공간 2곳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우선 지도에 그러진 두 공간에는 각각 이런 표기가 주석처럼 달려 있었다.

1. 용이 되길 꿈꾸는 이무기의 둥지

-보물의 산, 유일 등급의 장비

2. 용의 둥지

-??????

딱 봐도 심상치 않은 메시지.

아이템이 사람을 상대로 사기를 칠 리 없으니, 이 보물 지도의 가치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

‘이무기 둥지만 털어도 보물의 산과 유일 등급의 장비를 얻을 수 있다.’

사족 없이 이 짧은 문장이면 모두의 욕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나는 정말 운 좋게 성검 칼립소라는 유일 등급의 장비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이번에 떠돌이 상인을 만나게 되면서 유일 등급 장비는 무척 값비싸고 손에 넣기 힘든 것임을 알게 되었다.

‘성검보다 공격 능력이 뒤떨어지는 레바테인이란 검이 2억 코인이었지?’

이는 유일 등급 장비의 가치가 최소 2억 코인이란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런 유일 등급의 장비를 얻을 수 있는 장소라니.

‘군침이 싸악 도네.’

이 미친 세상에 순응하며, 시스템의 룰에 따라 레벨을 올리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

그건 강해지는 것이다.

스스로를 지키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힘을 갖게 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 보물 지도는 뜻하지 않게 수중에 들어온 특별 강화 수단이었다.

‘응?’

그렇게 나는 지도에 표기된 이무기의 둥지를 털어먹는 상상을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보물 지도에 그려진 지형을 보던 나는 묘한 익숙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잠깐…….”

그리고 나는 뇌리에 벼락이 치는 느낌과 함께 깨달았다.

‘이거 월광도네?’

용의 둥지가 얼마나 많겠는가.

진즉에 알아챘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시벌, 이놈들 이거 내 집을 쳐들어오려는 거였잖아?!’

-빠악!

나는 괜스레 우리 집 지도를 들고 다니던 놈이 못마땅해 뒤통수를 후려쳤다.

“끄악!”

김동천이란 놈이 비명을 내지르고, 나는 녀석의 목을 붙잡고 물었다.

“이 지도 정보를 아는 게 누구누구 있지?”

처음에 김동천은 협상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우물쭈물했지만, 내가 손아귀에 힘을 주자 비굴하게 목숨을 빌며 사실대로 털어놨다.

“중화 청년단 간부들도 알고! 한반도에 온 로드급 엘더도 알고 있습니다! 로드급 엘더의 목적이 이무기를 먹어서 레벨을 올리고 그다음으로 서쪽 섬에 있는 용까지 잡아먹을 생각이에요!”

엘더 몬스터들은 같은 몬스터를 집어삼켜 레벨을 올릴 수 있다.

덕분에, 이 로드급 엘더라는 놈이 보통 지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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