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사냥터 찾기 (3)
[다크엘프 궁수 / 레벨: 110]
[다크엘프 전사 / 레벨: 120]
[다크엘프 마법사 / 레벨: 120]
공교롭게 마주한 다크엘프의 구성이 이쪽과 같다.
궁수 하나, 전사 하나, 마법사 하나.
하지만 시에나의 기습에 다크엘프 궁수가 들고 있던 활을 떨궜으니.
녀석은 이제 다크엘프 궁수가 아니라 그냥 다크엘프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이 무슨?]
아, 그리고 우리에게는 펫도 있다.
섀도우 울프 멍멍이가 그림자를 조종해 다크엘프가 떨어뜨린 활을 센스 있게 냅다 들고 튀었다.
그와 동시에 나와 윌리아, 시에나는 누구랄 것 없이 활을 떨군 덜떨어진 다크엘프에게 공격을 쏟아부었다.
“스네이크 샷!”
“낙뢰!”
“뇌력참!”
시에나가 날린 화살이 나를 절묘하게 피해 활 없는 다크엘프 궁수의 무릎을 꿰뚫어 도주를 차단했다.
[큭!]
그리고 직후 윌리아의 낙뢰가 녀석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 그레이트 쉴드!]
그러나 아무리 덜떨어졌어도 동료를 죽게 둘 수 없다는 걸까?
다크엘프 마법사가 최상급 수준의 방어막을 펼쳐 윌리아의 낙뢰를 막아 냈다.
하지만…….
-콰아아앙!
[컥!]
방어막을 타고 흐르는 낙뢰의 전력을 흡수하듯, 같은 뇌전계 스킬인 뇌력참이 대미지를 입은 방어막을 곧바로 파괴하며 다크엘프 궁수의 뚝배기를 깨 버렸다.
[다크엘프 궁수를 토벌하여 경험치 250,000을 획득했습니다.]
[다크엘프 궁수를 최초 토벌하여 경험치 1,250,000를 획득했습니다.]
[다크엘프 궁수의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18,10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오염된 보호수 가지 2개를 획득했습니다.
-다크엘프 머리카락 3묶음을 획득했습니다.
[다크엘프 궁수의 최초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90,00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투명시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오염된 보호수 가지나, 다크엘프의 머리카락을 어디에 쓰는 건지 모르겠지만, 공략 난이도 대비 경험치 획득량을 보자 바로 이거다 싶었다.
역시 대형종보다는 비슷한 사이즈의 인간형 몬스터가 상대하기 훨씬 편했다.
[이, 이런!]
물론, 놈들이 만만하단 건 아니다.
궁수는 제대로 실력 발휘할 틈도 없이 골로 갔지만, 검사와 마법사는 강기와 폭발을 비롯한 각종 스킬을 난사했다.
하지만 궁수가 맥없이 간 바람에 전투는 나와 윌리아, 시에나, 멍멍이까지 더해져 4:2의 싸움이 되어 버렸고.
애초에 1:1에서도 우리가 우세한 만큼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다크엘프 전사를 토벌하여 경험치 300,000을 획득했습니다.]
[다크엘프 전사를 최초 토벌하여 경험치 1,500,000를 획득했습니다.]
[다크엘프 마법사를 토벌하여 경험치 320,000을 획득했습니다.]
[다크엘프 마법사를 최초 토벌하여 경험치 1,600,000를 획득했습니다.]
“최초 보상 달달하구만.”
코카트리스에 이어 4번 연속으로 최초 토벌 보상을 획득했다.
물론, 이 경험치는 나와 윌리아, 시에나 셋이 나눠야 하는 만큼, 아직은 레벨업 수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최초 보상이 없더라도, 경험치 획득량을 생각하면 이곳이 근래 들어 가장 수월한 레벨업이 가능할 장소로 보였다.
“한동안은 여기서 알박기하고 사냥하면 되겠네요.”
드디어 우리에게 맞는 사냥터를 찾았다.
이런 멋진 사냥터를 발견해 준 최도겸에게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압도적 감사!’
성장의 탑에서 열심히 뺑이 치고 있을 최도겸에게 마음속 따봉을 날린 우리는 보상을 나눴다.
다크엘프 궁수, 마법사, 전사 모두 최초 토벌이었기 때문에 녀석들은 하나씩 쓸만한 스킬을 떨궜다.
[투명시 / 최상급 스킬북 / 액티브]
-암살에 최적화된 무음 투명의 화살을 적에게 날린다.
-소모 마력: 3
[그레이트 쉴드 / 최상급 스킬북 / 액티브]
-최상급 방어막 그레이트 쉴드를 펼친다.
-소모 마력: 4
[카운터 비트 / 최상급 스킬북 / 패시브]
-조건부 자동 발동형 스킬로, 카운터 공격의 위력을 증가시킨다.
-소모 마력: 발동 시 2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 가지면 될 것 같다.
투명시는 시에나, 그레이트 쉴드는 윌리아, 카운터 비트는 나.
은신에 투명검을 가진 나처럼 은신에 투명시를 가진 시에나는 암살형 전투원이 되어 가는 느낌이다.
그런데 투명검도 그렇고 투명시 역시 굳이 암살에만 쓸 필요가 없다.
실전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는 스킬인지라, 시에나는 만족했다.
“이대로 영영 서포터로서의 정체성을 잃어 가는 건가 싶었는데, 최상급 방어막 스킬이 나와서 좋네요.”
윌리아도 드디어 중급의 디바인 쉴드 외에 제대로 된 방어 스킬을 얻어 좋아라 했다.
그리고 사실 윌리아는 서포터의 정체성을 잃어 가는 걸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녀의 블레스 스킬은 우리 파티가 더 강한 몬스터와의 전투를 가능케 하는 밑바탕 중 하나니까.
보조 아이템의 효과가 더해져 그녀의 블레스는 무려 능력치를 30%나 증가시켜 준다.
덕분에 능력치를 50%나 뻥튀기시켜 주는 폭주 스킬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기도 하다.
윌리아는 서포터와 딜러 모두 부족함이 없이 해내는 하이브리드 유저로서 우리 파티에서 가장 중요한 전력이었다.
‘거기에 후방에서 작전 지휘관 역할도 하니, 나보다 중요한 거 아냐?’
나는 앞으로도 윌리아에게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카운터 비트’ 스킬을 습득했다.
카운터를 자주 치는 편인데, 자동으로 공격력을 증가시켜 준다니, 그야말로 꿀 스킬 아닌가.
“이건?”
그렇게 모두가 만족하는 보상 타임이 끝나고, 나는 다크엘프를 잡으면 빠짐없이 나오는 의문의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그 아이템을 본 시에나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낚아챘다.
[오염된 보호수 가지 / 특수]
-오염되어 가치가 없어진 보호수 가지다.
딱 봐도 쓸모없어 보이는 똥 아이템.
하지만.
-파앗!
거뭇거뭇한 오염된 보호수 가지가 시에나의 손에 닿자, 마치 씻겨지듯 평범한 나뭇가지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뭇가지의 아이템 정보를 다시 살폈고.
[정화된 보호수 가지 / 특수]
-엘프에 의해 정화된 보호수 가지.
-보호수에는 몬스터가 기피하는 성분이 담겨 있다.
-잘 분쇄하여 가루로 만들면 몬스터가 접근하지 않는 기피제가 된다.
-분쇄된 보호수는 분포 후 3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진다.
예상치 못한 설명에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야, 보호수 이 귀한 걸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오염 어떻게 제거하셨어요?”
“아, 그거 엘프 종특임.”
종특?
종족의 특성이란 뜻인가?
어쨌든 그녀 덕분에 오염된 보호수 가지의 엄청난 가치를 알게 되었다.
이건 대재앙 이후, 인류의 생존과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아이템이었다.
“다크엘프, 씨를 말려 버려야겠네요.”
윌리아도 같은 생각인 모양이다.
우린 눈을 빛내며 다크엘프 스폰 지역을 돌기 시작했고, 놈들을 보이는 대로 토벌했다.
“그런데, 내가 다 정화해야 하는 건가?”
“당연한 말씀을.”
“이거 은근히 기력 빨리는데?”
“포션 많습니다.”
그렇게 하늘섬 세일론에 진입하고 하루 동안 우리는 모처럼 레벨을 2나 올렸다.
더불어 오염된 보호수 가지도 1천 개를 구할 수 있었다.
사냥이 끝나고 오염된 보호수 가지는 모두 시에나의 손을 거쳐 정화되었는데, 기력이 빨린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듯, 일이 끝났을 땐 그녀의 볼이 쏙 들어가 있었다.
* * *
하늘섬 세일론에 진입하고 2일 차.
다크엘프 사냥에 익숙해진 우린 조금 더 산속 싶은 곳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우리 파티가 다크엘프 산이라 이름 붙인 그 산은 규모가 상당히 크고 지형도 험했다.
산의 형태로 완만한 삼각형이 아닌, 뾰족한 송곳 형태여서 일반인은 등반 자체가 힘들 정도였다.
“어?”
“어?”
그런데 우린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존재와 마주하고 말았다.
화들짝 놀란 시에나와 그런 시에나를 보며 놀란 상대.
“너 뭐냐?”
“그러는 넌 뭐냐?”
놀랍게도 시에나와 의외의 존재는 상당히 닮아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종족의 외형적 특징과 체구, 분위기가 닮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에밀(엘프) / 레벨: 90]
-호감도: 0%(경계)
하늘섬 세일론의 산에서 몬스터 다크엘프가 아닌, NPC 엘프를 만난 것이다.
시에나가 금발 포니테일에 청안이 특징이라면 에밀은 금발 트윈테일에 벽안을 갖고 있었다.
체구는 둘 다 초등학교 고학년쯤 돼 보였다.
그에 시에나가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캐릭터 겹치잖아!”
“어, 어쩌라고!”
엘프가 있다는 건 이 안에도 엘프 마을이 있다는 뜻일까?
“너흰 외부인인가?”
그때, 시에나의 불편한 시선을 받으면서 에밀이라는 이름의 엘프가 근엄한 척 물어 왔다.
‘초반에 저 꼬라지도 어디서 많이 봤는데…….’
나는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진지한 척 답했다.
“네, 지상에서 왔습니다. 여기 계신 시에나란 이름의 엘프님도 지상에서 친해져 저희와 연을 맺은 분이고요.”
“뭐, 엘프를 동료로 데리고 있다는 점에서 굳이 자네의 인성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따라오게나.”
그리고 에밀은 우리를 어디론가 안내했다.
시에나를 포함해 우리는 군말 없이 그녀를 따랐고.
곧 제법 규모가 큰 엘프 마을을 발견했다.
“훗, 우리 마을이 더 크군.”
이겼다는 듯 가슴을 활짝 펴며 앞으로 내미는 시에나.
하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환경이 환경이라 그런가? 엘프들의 평균 레벨은 여기가 최소 10정도 더 높아 보이네.’
게다가 이곳은 지상의 엘프 마을과 기능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바로 시에나의 엘프 마을이 장비 강화를 위한 스킬 추출 등의 시스템을 제공한다면, 이곳은 레벨업을 위한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는 거였다.
“우리 마을에선 임무를 받아 간 다음 무사히 마쳐서 돌아오면 코인이나 추가 경험치 등의 보상을 줘. 임무는 저기 용병 사무소에서 받을 수 있고, 몬스터 반복 사냥 임무도 있으니, 잘 활용하면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될 거야.”
무려 이 엘프 마을에는 일명 뺑뺑이 혹은 노가다라 불리는 반복 퀘스트가 있었다.
이 엘프 마을의 가치를 깨달은 우리 파티는 감탄사를 흘려야 했다.
‘대박이잖아?’
마치 성장이 더뎌져서 고민하던 우리에게 팍팍 밀어줄 테니, 걱정 말라고 신호를 보내오는 느낌이다.
덕분에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이런 우리를 향해 에밀이 말했다.
“흠흠, 실은 내가 이 용병 사무소의 소장이야. 뭐 대부분의 일은 부하들에게 맡기고 여기저기 싸돌아다니고 있지만, 열심히 해 봐. 내게 능력을 보여 준다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을 테니까.”
[에밀의 호감도 10% 상승했습니다.]
[에밀(엘프) / 레벨: 90]
-호감도: 10%(관심)
그 말은 즉, 에밀을 동료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뭘까?
이 데자뷔 같은 느낌은.
나는 무심코 시선을 아래로 내렸고, 그에 표정을 굳힌 시에나가 경고하듯 내게 말해 왔다.
“나 같은 애가 하나면 그런가 보다 할 텐데, 둘 이상이면 아마도 네 취향을 의심받을 거야. 어떻게 생각해?”
별생각 없이 들은 경고.
하지만 무시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에밀 님의 제안은 무척 흥미롭지만, 그 부분은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군요.”
“그런가? 아쉽군.”
그래서 나는 거절 3스푼, 여지 7스푼을 담아 말했고, 에밀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후 우리는 용병 사무실에서 다크엘프 반복 퀘스트를 받아 왔다.
우리가 받은 퀘스트 내용은 이렇다.
[다크 엘프 100개체를 토벌하라]
-내용: 종류에 상관없이 다크 엘프 100개체 토벌
-보상: 획득 경험치와 코인 20% 추가 지급
반복 퀘스트는 토벌 몬스터 수가 20마리, 50마리, 100마리 순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토벌 몬스터 수가 많을수록 보상도 커진다.
100마리를 잡으면 그 100마리를 잡으면서 얻은 경험치와 코인 총량의 20%를 추가 지급해 준다.
그나마 이틀 차에 이런 시스템을 알아채서 다행이지, 한참 뒤에 알아챘다면 진짜 땅을 치고 후회할 뻔했다.
* * *
[두 달 생존에 성공하셨습니다.]
[지난 두 달간의 생존 점수를 정산합니다.]
[점수에 따라 보상이 주어지며, 보상은 인벤토리를 통해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서백호 파티가 하늘섬 세일론에 처박혀 생활한 지 3일 차에 접어든 날.
생존 두 달째를 기념하는 메시지가 전 세계 사람들 앞에 떠올랐다.
[지난 두 달간 전 세계 인구 79억 5,395만 2,577명 중]
[56억 5,431만 1,575명이 사망했으며]
[22억 9,964만 1,002명이 생존했습니다.]
한국은 지난 한 달간 상황이 꽤나 좋아졌지만, 지구의 인구는 4억2천이 추가로 줄어, 모든 나라가 한국같이 희망적인 상황이 아님을 증명했다.
[생존 점수에 따른 순위표를 공개합니다.]
[전 세계 순위표]
1위. **** / 레벨: - / 281,150점
2위. **** / 레벨: - / 121,012점
3위. **** / 레벨: - / 100,658점
4위. **** / 레벨: - / 98,395점
5위. **** / 레벨: - / 91,205점
6위. **** / 레벨: - / 87,390점
7위. **** / 레벨: - / 86,372점
8위. **** / 레벨: - / 76,830점
9위. **** / 레벨: - / 73,370점
10위. **** / 레벨: - / 70,300점
그리고 공개된 생존 점수.
1위와 2위 그룹의 차이가 더욱 크게 벌어졌고.
반대로 2위 이하의 격차는 크게 줄어 있었다.
“저번 달에는 10위권 안에 이름을 밝히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은데.”
20대 초반들로 구성된 4인 파티의 김민희가 허공에 뜬 순위표를 보며 말했고, 김한성은 신기하다는 듯이 주위를 구경하면서 대꾸했다.
“두 달이 지나면서 알게 된 거지. 마냥 강하다고 자랑하듯 이름을 까발리고 다니는 게 꼭 좋지만은 않다는 걸.”
“그렇긴 하지. 한성이 넌 몇 위야?”
“나는 120위. 넌?”
“난 111위.”
다른 파티원 둘도 비슷한 순위라며 알렸는데, 덕분에 주변을 오가던 사냥꾼 협회 소속 사냥꾼들이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모았다.
현재 이 20대 초반의 4인 파티가 있는 곳은 사냥꾼 협회 도시 건설 현장 앞.
그러다 보니 협회 소속 인원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고, 더구나 20대 초반 4인 파티의 장비 수준도 범상치 않아 눈여겨보던 찰나에 우연히 순위를 듣게 된 것이다.
그때 사냥꾼 협회의 한 간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협회에 가입하러 온 거예요?”
“아, 생존 이벤트에 참여해 보려고 육지에 왔어요. 뚱이라고 동료가 하나 더 있는데 걔는 나중에 올 거예요.”
김민희의 대답에 간부는 고개를 갸웃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