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이벤트 상점의 중요성 (3)
지금의 세상에선 개인의 강함도 중요하지만, 그 개인이 소속된 단체의 강함도 매우 중요하다.
위급 상황에서 자신의 편과 뒷배가 되어 주고,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단체로 대응할 수도 있으니까.
이런 집단이 정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뒤를 받쳐 줄 후대를 꾸준히 육성해야 함이 당연하다.
때문에 이와 같은 취지에서 만든 것이 바로 사냥꾼 협회의 사제 제도라 할 수 있다.
[길종혁 / 레벨: 52]
[최공찬 / 레벨: 28]
눈앞의 사제는 특별할 것 없었다.
내가 잠시 성장을 등한시하고 찍어 내기로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찍어 낼 수 있는 레벨의 간부와 우리 부모님보다 낮은 레벨을 가진 초급 사냥꾼 조합이었다.
하지만 왜일까?
잠깐 마주한 두 사람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둘을 끌고 온 강의도 청년단 김민희에게 물었다.
“김 군이 들어가기 좋아 보인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첫 웨이브에서 최공찬 씨 파티 근처에서 전투를 치렀거든요. 그때 보니까 엄청 잘 싸우시더라고요.”
“그래요?”
김민희는 정식으로 무술을 배운 적이 없지만, 뛰어난 전투 센스와 좋은 눈을 갖고 있다.
그런 그녀가 하는 말이니, 허튼 것일 리 없다.
덕분에 나는 흥미롭게 길종혁, 최공찬 사제를 바라보았다.
“두 분도 김민희 씨의 제안을 들었습니까?”
“협회장님의 막내 제자분의 파티를 구하신다고…….”
내 물음에 길종혁이 답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거,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영광이죠.”
너무 당연한 걸 물었나?
두 사람의 허리춤에 검이 걸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잠시 따라오세요.”
“네? 네!”
그리고 두 사람을 이끌고 인적이 드문 공터로 향했다.
나는 좀처럼 긴장감을 못 떨쳐 내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김 군은 저의 제자기도 하지만 가까운 지인분의 아들입니다. 즉, 이 김 군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건 제가 두 분을 신경 써 줄 수밖에 없는 위치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나는 매우 특별한 위치에 있다.
잘난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접근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점 이해하고 계시겠죠?”
그래서 나는 시험하듯 물었고, 두 사람은 마른침을 삼키며 그제야 입을 뗐다.
“그, 그렇습니다. 솔직히 무엇을 걱정하고 계신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확실하게 답할 수 있습니다. 결코 협회장님께 폐가 되는 일을 벌이지 않겠다고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실의 눈으로 보니, 둘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비로소 나는 미소를 지었고, 이내 허리춤에서 검을 빼 들었다.
당연하지만 훈훈하게 흘러갈 거라 생각한 분위기 속에서 내가 다짜고짜 검을 뽑자 두 사람은 기겁했다.
“두 사람의 의지는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의 제자를 아무한테나 맡길 수는 없으니, 실례지만 실력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동시에 덤비세요.”
내가 이유를 댔음에도 두 사람은 쉬이 검을 뽑지 못했다.
“저 저희가 어찌 감히 협회장님에게 검을…….”
그건 내가 다칠지도 모른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기보다, 그냥 내가 어려워서 검을 맞댈 엄두를 못 내는 것 같았다.
길종혁이 시대에 맞지 않는 ‘감히’란 표현을 쓴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음…….”
나를 존중해 주는 건 좋은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억지로 검을 뽑게 해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묘안을 냈다.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나는 한 가지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내 앞에 그림자가 솟구치더니, 나와 똑 닮은 사람이 나타났다.
그렇다.
폭주에 이은 새로운 나의 결전 스킬 ‘분신’이었다.
[분신 / 극상급 스킬 / 액티브]
-사용자와 흡사한 전투 능력을 가진 분신 1개체를 만든다.
-분신이 보유한 마력은 30이며, 이 마력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자의 스킬을 구사한다.
-분신은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며, 충실하게 사용자의 지시에 따른다.
-지속 시간: 1분
-소모 마력: 10
-재사용 시간: 30분
변신 스킬과 함께 북한에서 로드급 엘더 몬스터 노틸드를 사냥하고 얻은 스킬이다.
분신체는 나와 똑 닮은 외형과 무장을 갖추고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색이 바랜듯한 느낌이 들며, 눈에 흰자가 없고 온통 검은자인 것이 나와 다른 점이었다.
이미 이벤트 웨이브를 막아 내는 과정에서 수차례 분신 스킬을 사용했기에 비밀이랄 것 없었다.
“분신에게 스킬을 사용하지 말고 방어만 하라고 지시해 놨습니다. 두 분이 합심하여 방어를 뚫어 보시죠. 두 분은 자유롭게 스킬을 사용하셔도 됩니다.”
그나마 분신이라 거부감이 덜한 걸까?
그제야 길종혁과 최공찬이 검을 빼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뒤로 물러났고, 그런 내 곁으로 윌리아와 시에나는 물론, 가의도 청년단과 뚱이가 자리했다.
다만 멍멍이는 먹는 것에 정신이 팔려 이쪽을 신경 쓰지 않았다.
-쾅!
곧이어 길종혁과 최공찬이 내 분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선공은 능력치가 높고 스킬이 다양한 길종혁이 펼쳤다.
기본기에 충실한 반달 베기 스킬이 발도술처럼 맹렬하게 날아들었다.
“큭!”
하지만 분신은 길종혁의 일격을 너무도 쉽게 막아 냈다.
아니,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검을 비틀어 흘림으로써 길종혁의 균형을 잃게 만들었다.
분신에게 방어만 하라고 해서 이어지는 후속타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목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길종혁은 설마 자신이 스킬을 사용했음에도 단번에 우위가 뒤집힐 거라 생각지 못했다는 것처럼 경악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뒤를 이어 최공찬이 달려들었다.
“합!”
최공찬은 하급 전투 스킬 중 하나인 강격을 사용했다.
강격은 힘을 모아 강하게 내려치는 수준의 공격을 어떤 자세에서도 발휘할 수 있는 게 장점인 스킬이다.
하지만 길종혁의 상급 스킬인 반달 베기를 가볍게 막은 내 분신이 저런 하급 스킬에 고전할 리가 없다.
‘오?’
그런데 최공찬의 강격은 분신이 아닌, 분신의 발아래 땅을 노리는 센스를 보였다.
더불어 최공찬은 강격이 아무 자세에서도 문제없이 펼쳐진다는 점을 이용해 어깨로 균형을 잃은 스승을 부축했고, 길종혁은 제자의 센스에 놀라면서도 바로 공격을 이었다.
-콰아앙!
최공찬의 강격이 바닥을 때리며 먼지가 비산했다.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 공격을 못 하는 분신은 어디에서 날아들지 모를 길종혁의 공격을 대비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헉!”
“어, 어?”
역시 내 분신은 내 분신이다.
시야가 가려진 건 상대로 마찬가지라는 점을 이용해 도리어 먼지 속으로 몸을 숨기며 재차 반달 베기를 하려던 길종혁 일행을 당혹게 했다.
그러다 갑자기 먼지 속을 뚫고 나온 분신은 길종혁의 검을 쥔 손을 낚아채며 다리를 걸었고, 덕분에 반달 베기 스킬이 캔슬되며 길종혁은 최공찬과 뒤엉켜 넘어졌다.
‘분신에게 분명 방어만 하라고 했는데, 방어가 묘하게 공격스럽네.’
덕분에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아직 분신이 사라지려면 시간이 제법 남았다.
길종혁과 최공찬은 이를 악물고 다시 달려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끝내 분신의 옷자락 한 번 스치지 못했다.
아니, 분신이 죄다 공격을 흘리거나 사전에 차단해서 제대로 검을 맞대지도 못 해 봤다.
“허억. 허억.”
“큭…….”
잠깐의 전투였지만, 심력 소모가 커서일까?
두 사람은 거칠게 숨을 쉬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숨이 차는 것보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게 더 충격적인 듯했다.
“역시 내 분신이라 그런가? 성격이 안 좋네요.”
내가 어색하게 웃으며 다가가자, 길종혁과 최공찬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시험은 결과는 어찌 되었나 하면…….
“앞으로 김 군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실력들이 좋으시네요. 스승분도 훌륭하고 제자분의 잠재력도 상당해 보입니다.”
내가 박수를 치며 합격 선언을 하자,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도리어 뒤이어진 칭찬을 부끄러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결과가 납득되지 않는 듯한 모습.
둘의 입장에서는 좋은 상황이지만, 그만큼 내 분신과의 전투가 가져온 심리적 타격이 큰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안타까워할 필요 없습니다. 입에 발린 말 하는 게 아니니까요.”
“하긴……. 협회장님의 분신이시니.”
애초에 기본적으로 레벨 차이가 크지 않은가.
비록 분신이 신체 능력의 우위를 이용한 전투를 하진 않았지만, 행동 하나하나에 깃든 여유는 높은 레벨이 만들어 낸 차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길종혁과 같은 능력치여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아마 과정은 달랐을 거다.
그만큼 두 사람 모두 각자 레벨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최공찬은 최고의 원석이다.’
스승인 길종혁도 대단하지만, 제자인 최공찬은 어떻게 다듬어도 스스로 빛을 낼 뛰어난 원석이었다.
그라면 머지않아 이름을 날리게 될 터.
최공찬이 속한 파티라면 김 군이 활동하기 더할 나위 없어 보였다.
“그런 의미로, 이거 받으세요.”
그리고 나는 스승인 길종혁에게 반지 하나를 건넸다.
그게 무엇인지 알아본 길종혁은 크게 놀랐다.
“저와 연결된 통신 반지입니다. 언제든 급한 일 생기면 연락 주세요. 그리고 두 분을 개인적으로 후원할 생각이니, 그렇게 알아 두시고요.”
“여, 영광입니다.”
나와 직접 연락할 수단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렇게 놀라울까?
길종혁은 물론 최공찬도 침울한 기색을 지우고 마른침을 삼켰다.
참고로 통신 반지는 손에 끼우지 않아도 연락 신호가 온다.
그래서 나는 통신 반지를 엽전처럼 꿰어 허리춤에 두른 보조 가방에 보관하고 있다.
“그럼 우리도 가서 만찬을 즐길까요?”
그렇게 새로운 인연을 얻게 된 나는 유쾌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이끌고, 한창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한체대 대운동장으로 향했다.
* * *
서백호는 이벤트 상점에서 구매한 안전 구역 토템을 월광도 저택과 가의도 마을 중심의 김 씨가 조성한 광장에 설치했다.
“이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안전 구역이라니 참 좋아. 그렇지?”
“그러게, 우린 참 복 받았어. 얼떨결에 사냥꾼 협회 협회장 라인을 제대로 탔으니까.”
“하하, 그러게 말이야.”
덕분에 가의도 안전 구역에 설치되어 있던 평상들도 전부 마을 광장으로 옮겨졌다.
섬마을의 특성상 연령대가 높은 가의도 주민들에게 지금의 마을 상황은 오히려 대재앙 발생 전보다 월등히 좋아졌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피곤이 해소되고, 상처와 병을 낫게 해 주는 것이 안전 구역이었으니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띠딕! 띡!
현재 마을 외곽을 경비하듯 날아다니는 새까만 구체로 인해 혹시라도 안전 구역 밖에서 몬스터와 조우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경비형 오토마타 / 100점]
-특정 장소에 침입하는 적을 사살하는 거점 방어형으로 사용하거나, 펫처럼 끌고 다니며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다.
-공격 기능에는 마력탄과 파이어 샷(파이어+마력탄), 강력한 자폭이 있다.
-하루 유지 비용 1천 코인.
바로 오토마타가 알아서 몬스터를 토벌해 줄 테니까.
이것 모두 앞으로 마을을 떠나 있는 경우가 많은 가의도 청년단을 대신해 서백호가 설치한 안전장치였다.
서백호가 가의도를 월광도만큼이나 신경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그의 부모님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고, 사모님 나오셨어요.”
때문에 서백호의 부모님을 향해 마을 사람들은 조심스레 행동하고 최대한 예의를 갖췄다.
무슨 영주를 모시는 영지민처럼 말이다.
처음 서백호의 부모는 이를 부담스러워했으나, 자신들의 아들이 이 섬에 사는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지켜 주는 절대 권력자인 만큼, 머지않아 수긍하고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였다.
물론, 그렇다고 선민사상에 젖어 주민들을 무시할 성격이 못 되기에 서백호의 부모도 가의도에서 큰 노동 행사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오늘 축사 확장 공사한다고 들어서요.”
“네, 맞습니다. 백호 님이 이번에 대량으로 가축들을 들여오셨거든요.”
서백호가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이벤트 상점에서 가축들을 매입했는데, 그 수가 지난달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서백호의 부모는 모두 레벨이 높아 신체 능력이 뛰어났기에 이런 일을 도와주면 마을 사람 4~5명 몫을 해냈다.
“아유, 굳이 나서서 고생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하하, 괜찮아요. 가만히 집구석에 앉아서 아들이 벌어다 주는 코인만 축내는 것보단 이게 저도 마음 편해요.”
마을 사람들은 그저 서백호 일가가 고마울 뿐이었다.
서백호의 엄마 유백희는 마을 사람들과 공사가 진행될 축사로 이동했고, 그녀의 등장에 가의도의 또 다른 중요 인물 김 씨가 얼른 뛰어나와 인사를 건넸다.
“오셨습니까?”
김 씨로 인해 가의도는 풍경 자체가 바뀌었다.
주먹구구식으로 건물이 들어선 마을의 풍경이 정돈되고, 마치 요새처럼 정비 되었으며, 태양광 시설을 확충하여 전력 생산량을 늘렸다.
거기에 서백호에 의해 안전 구역까지 확장되었으니, 현재 가의도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마을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허……. 뭐, 뭐가 이렇게 많아요?”
“흐흐, 백호 씨가 워낙 손이 크지 않습니까?”
유백희는 그런 김 씨의 등 뒤에 자리한 축사에 가득 차 있는 송아지와 새끼 돼지, 병아리들을 보며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송아지와 새끼 돼지만 해도 각각 100쌍이 넘어 보였다.
이 정도면 먹일 사료의 양만 해도 엄청날 터.
일반적인 섬마을에서 감당할 만한 숫자가 아니었다.
“누구 아들인지. 참…….”
서백호가 코인이 남아도니, 사룟값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테지만, 유백희는 아들의 손이 커도 지나치게 크다며 헛웃음을 흘려야 했다.
“다음 달부턴 고기가 넘쳐 나겠네.”
배고픔과 추위에 죽어 가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마치 가의도만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 *
두 달 차 생존을 기념하는 이벤트가 끝나고, 우리 파티는 다시 하늘섬 공략을 이어 갔다.
이벤트 상점에서 경비형 오토마타와 함께 감시형 오토마타도 4기를 산 덕에 안 가 본 지형일지라도 미리 탐색이 가능해졌다.
“이거 꼭 드론 같네요.”
“너 지금 눈 되게 무서운 거 알아?”
시에나가 말했지만, 현재 내 시각은 감시형 오토마타와 공유돼 어떤 표정으로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왜 눈이 무섭다고 했는지도 윌리아의 설명을 듣고 알게 됐다.
“백호 씨, 그거 조종할 때 눈에 도깨비불처럼 파란빛이 끼어요.”
망토는 불에 뒤덮였고, 눈 위로는 뜨겁지 않은 파란 불까지 일렁이니 의도하지 않아도 너무 튀게 됐다.
“그런데, 뭐가 보여요?”
돌연 숨결이 느껴졌다.
아마 내 눈에 생겨난 파란 불에 자신의 눈을 갖다 대면 내가 보는 장면을 함께 볼 수 있을지 궁금해서 얼굴을 바짝 들이민 것 같다.
“그, 간지러운데요?”
“멍멍아, 간지럽대.”
[헥헥.]
그랬구나.
윌리아가 아니라 멍멍이 얼굴이었구나.
난 헛기침을 하고는 보이는 것들을 알렸다.
“이 하늘섬이, 아래에서 보는 거랑 다르게 층이 진 곳이 있어서 생각보다 더 규모가 커요. 무작정 걷기만 해선 발견 못 하게끔 절벽 아래 들어갈 만한 공간도 있네요.”
“가 볼까요?”
“우선, 에밀한테 새로운 퀘스트가 있는지 물어본 다음에 어때요?”
그제야 시각 공유를 멈춘 나는 오토마타를 인벤토리에 수납하고는 엘프 마을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오랜만이네?”
“오랜만까진 아닐 텐데요.”
엘프들 특징인지, 나름 친해졌다고만 생각하면 보기만 해도 호감도가 상승하고 만다.
[에밀의 호감도 5% 상승했습니다.]
[에밀(엘프) / 레벨: 90]
-호감도: 55%(관심)
몇 개의 반복 퀘스트를 깬 뒤로도 꾸준히 올라 55%가 됐다.
이러다 강제로 동료가 될까 봐 두려울 만큼 빠르게도 오른다.
그리고 에밀은 시에나와 눈싸움을 잠깐 벌이다가, 퀘스트를 주었다.
“다크엘프 마을에 불을 지르고 와 줘.”
왜, 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