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130화 (130/273)

130화 다크엘프 마을 (2)

[네임드 다크엘프 족장 아르무스 / 레벨: 150]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필드 보스인 이무기와 달리, 녀석이 단순한 네임드라는 거다.

네임드는 특수 몬스터 중에서도 가장 급이 떨어진다.

아마도 레이드 몬스터였던 레벨 125의 로드급 엘더 몬스터보다 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물론, 이제 겨우 레벨이 110을 넘긴 우리보다는 월등히 강하겠지만, 나는 녀석의 무장을 주의 깊게 살폈다.

‘금속 글러브? 설마 격투형인가?’

맞으면 꽤나 아파 보이는 징이 달린 금속 글로브.

흔치 않은 계열이지만, 다행히 나는 다양한 격투기를 경험한 경력이 있다.

그리고 검을 쥔 상대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건, 스킬이 있기에 가능한 판타지.

아무리 다양한 이능을 두르고 있어도 나는 주먹이 검보다 열세하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족장의 높은 레벨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지금의 우리만으로도 녀석을 상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지금의 우리에겐 무기빨을 포함해 승리 가능성을 더해 줄 다양한 요소가 있으니.

[그 미친 에밀 년의 사주인가?]

네임드 몬스터가 이렇게 말할 정도인 거 보면, 에밀은 다크엘프 사이에서 꽤나 악명이 높은 유명인으로 보였다.

내가 어깨를 으쓱이자, 다크엘프 족장 아르무스가 심호흡을 한다.

화를 억누르기 위함인가 싶어서 전투태세를 취한 채 가만히 녀석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콰아아아아아앙!

녀석은 우릴 향해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금속 글러브를 낀 주먹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그러자 강력한 충격과 함께 다크엘프 마을 내에 흐르던 냇물들이 일제히 솟구치며 마치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의 지진이 이어졌으나, 우리 파티는 능숙하게 비행 스킬을 사용해 허공에 떠올랐다.

‘네임드라고 해도 레벨이 150쯤 되니, 주먹 하나로 웬만한 운동장보다 넓은 공간을 뒤흔드네.’

이어서 지진이 잦아들기 시작하고, 나와 내 일행은 마른침을 삼키며 지면에 발을 디뎠다.

어느새 주변에 발생한 화재는 모두 진화되어 있었다.

아직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뜨지 않은 상태.

더욱 큰불을 질러야 하는데, 눈앞의 족장이 있는 이상 어설픈 꼼수는 통하지 않을 터이다.

[죄 없는 마을 주민들을 죽이다니. 이런 비열한 놈들.]

마치 악인에 맞서 마을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듯한 모습.

그에 나는 설레설레 고개를 내저었다.

“뭐, 네 입장에선 화날 수도 있긴 한데. 몬스터가 그런 거 따질 입장이 아니지 않나?”

[뭐라?]

“레벨 100짜리 몬스터들을 단순히 마을 주민이라 칭하는 게 웃기잖아. 우리의 수준이 낮았다면 골로 가는 건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 되었을 것 같은데?”

[…….]

“애초에 다크엘프 너흰 선공 몬스터잖아.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인사를 건네면서 그냥 가던 길 가자고 평화롭게 대화 시도하면 그냥 보내 줄 거야?”

평화롭던 인간 사회를 붕괴시킨 건 몬스터 쪽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이 몬스터에게 죽어 나가고 있다.

‘참, 시스템이 쓸데없는 짓 하네.’

아무래도 저건 사냥꾼에게 딜레마를 느끼게 하기 위한 대사인 것 같지만…….

내 입장에선 몬스터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니, 생각이 깊어지기는커녕 심히 빡쳤다.

전 세계 인구의 70%가 날아간 게, 눈앞에 계신 몬스터 분들의 활약 덕이지 않은가.

-스릉.

머릿속에서는 족장을 상대로 싸울지 말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었으나.

그 대사에 겁화의 야태도를 수습하며, 무왕의 보검 자리를 새롭게 차지하고 있는 검을 뽑아 들었다.

싸우다가 안 되면 도망치겠지만, 비극의 히로인처럼 구는 놈을 좀 패 주고 싶었다.

[네놈들을 고통스레 죽일 것이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마을은 복구되고 다크엘프들은 리젠될 터이다.

나는 코웃음과 함께, 한손반 장검을 양손으로 잡으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듀랜달 / 한손반 장검 / 등급: 유일]

-손잡이와 코등이는 황금과 골드 드래곤의 뼈로 만들고, 검날은 아다만티움과 흑룡의 뼈를 이용해 만들어진, 황금빛과 묵빛이 대비를 이루는 검.

-매우 무거운 검이지만, 사용자는 그 무게를 느낄 수 없다. 반면 적은 듀랜달을 매우 무겁게 느낀다.

-어떤 상황에서도 칼날이 무뎌지지 않는다.

-근접 전투 스킬 공격력 100% 증가

-근력 8, 순발력 4

-자체 스킬: 천벌

[천벌 / 극상급 스킬 / 액티브]

-거대한 검을 소환해 지정한 지역에 내리찍는다.

-소모 마력: 10

이것이 무왕의 보검을 대신해 주 무기 포지션을 차지하게 된 나의 새로운 검.

유일 등급의 듀랜달이다.

듀랜달은 전설 속에서 흔히 성검으로 묘사되고는 하지만, 이건 이야기로 전해지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전설 속 듀랜달을 가져온 게 아니라 그걸 모티브로 만들어진 무기란 느낌이랄까?

하지만 위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성검 칼립소와 달리 듀랜달은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한 검이기에 새로운 주 무기가 되었다.

성검은 빛의 칼날을 형성하면 1초에 마력이 2씩 소모되는데, 듀랜달은 일반적인 검의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덤벼.”

각자 전투 자세를 취한 채로 우린 한참 동안 눈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잠시 후.

족장의 선공으로 전투가 개시되었다.

-파팟!

공격 선언과 동시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다크엘프 족장 아르무스.

하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고, 왼쪽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쉭!

그러자 공기를 가르는 느낌부터 다른 듀랜달이.

-콰아아앙!

무언가와 충돌하며 강력한 폭발과도 같은 소음을 일으켰다.

아무런 스킬이 깃들지 않았음에도 족장은 듀랜달의 공격에 뒤로 두 걸음 밀리고 말았다.

[이건?]

금속 글로브를 낀 주먹으로 내 검을 쳐 낸 다크엘프 족장이 크게 놀랐다.

그건 듀랜달의 옵션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다.

‘매우 무거운 검이지만, 사용자는 그 무게를 느낄 수 없다. 반면 적은 듀랜달을 매우 무겁게 느낀다.’

물리 법칙을 무시해 버리는 장비.

운 좋게 유일 등급 무기 중에서도 상급을 뽑아 버린 걸까?

듀랜달은 평타도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듀랜달의 강점은 스킬을 사용할 때 더욱 빛이 난다.

나는 뒤로 밀려난 족장을 따라 달려들며 장미의 채찍에서 추출하여 익힌 ‘난무’ 스킬을 사용했다.

본래 채찍에 붙어 있던 스킬이라 100% 완벽하게 재현이 되지 않지만, 변칙적인 참격이 연이어 쏟아졌다.

원래라면 변칙 공격답게 하나하나의 공격이 가벼운 편에 속하지만…….

-콰아아앙! 콰아앙! 콰아앙!

듀랜달로 이를 펼치니, 마치 연이어 수류탄이 터지는 듯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앙!

그래도 레벨은 장식이 아닌지, 족장도 스킬을 두른 주먹으로 맞받아쳤다.

7연속 변칙 참격인 난무 스킬이 끝나자마자, 족장은 나를 공격해 왔으나, 이쪽은 나 혼자 싸우는 게 아니었다.

-퉁!

“아, 들켰네.”

녀석이 뭔가 불길함을 느낀 건지, 옆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투명한 화살이 나타나 튕겨져 나갔다.

시에나의 암살 스킬 ‘투명시’였다.

[백호 님!]

절묘하게 빼앗은 타이밍.

그때 윌리아의 텔레파시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뇌력참.’

나는 그게 무슨 신호인지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바로 듀랜달에 뇌전을 둘러 힘껏 내리쳤다.

그리고 내 검이 휘둘러짐과 동시에 윌리아의 스킬인 낙뢰가 떨어졌고, 같은 뇌전계 스킬의 시너지가 더해지며, 더욱 강력한 일격이 족장의 글러브를 때렸다.

[큭!]

끝내 족장이 튕겨져 나갔다.

강력한 반발력에 거의 수십 미터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문제는 나 역시 만만치 않은 반발력에 멀리 떠밀려 나갔다는 것이다.

‘검을 어느 방향으로 휘둘러도 전부 주먹이 닿네.’

족장은 방어 기술이 매우 뛰어났다.

나름 놈을 당혹시키고 있긴 하지만, 생각해 보면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유효타가 없었다.

[키키킥!]

[어딜!]

윌리아와 시에나가 소환한 바람과 물의 중급 정령들이 시선을 끌기 위해 하늘을 날아 적을 방해했지만.

[핫!]

족장은 어퍼컷을 날리듯 허공에 주먹질을 했다.

[끼아아악!]

[키악!]

그러자 우산이 펴지듯 새빨간 막이 솟구치며, 두 정령을 역소환시켜 버렸다.

한번 소환하면 1시간의 대기 시간이 있는 최상급 스킬인데…….

아무리 중급 정령이 레벨 80~90대 수준이라고 해도 어처구니없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놀랍다고 해서 공격을 멈춰서는 안 된다.

-파파파파팍!

녀석의 뒤로 돌아간 멍멍이가 족장이 정령들에게 어퍼컷을 날리던 순간 10개의 그림자 창을 날리는 섀도우 스트라이커 스킬을 사용했고.

나도 은밀히 날려 놓았던 춤추는 검이 녀석의 발아래로 쇄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소용없다!]

-콰앙! 크아아아아아아!

그런데 이놈이 중급 정령들을 역소환시켰던 것과 같은 충격파처럼, 이번에는 발을 바닥에 쿵 내리찍고 강렬하게 포효까지 내질렀다.

포효는 무형의 파장이 되어 섀도우 스트라이커를 날아들던 기세 그대로 가루로 만들고, 춤추는 검은 가루가 되진 않았으나 비틀거리더니, 곧바로 내게 자동 회수되었다.

‘강하긴 강하네.’

무투계라 만만히 본 경향도 없잖아 있는데, 역시 레벨 150의 네임드가 쉬울 리가 없다.

[얕은수는 통하지 않는다! 정면으로 덤벼 오도록!]

마치 훈계하듯 그리 소리친 다크엘프 족장이 블링크를 사용한 건지, 즉시 내 앞에 나타났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공격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백스텝!’

족장이 주먹을 휘두름과 동시에 나는 백스텝으로 물러나며 반월참을 사용했다.

범위 3미터 이내의 적을 공격하는 범위 스킬.

족장은 버릇처럼 날아드는 검강을 향해 주먹을 뻗었지만…….

“스톤커즈!”

윌리아의 스톤커즈 스킬과 멍멍이의 섀도우 웹이 발을 붙잡았다.

족장은 무슨 짓이냐는 듯 내 스킬을 상쇄한 직후,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쳐 자신의 발을 붙잡는 두 스킬을 제거하려 했지만.

그보다 빠르게 하늘에서 강력한 일격이 떨어졌다.

‘천벌!’

유일 등급 장비인 듀랜달의 극상급 내장 스킬, 천벌이 허공에서 새하얀 검을 소환해 족장을 덮쳤다.

특이한 점이라면 소환된 새하얀 검의 크기가 아파트 1개 동 수준으로 거대하다는 것이다.

압도적인 위용의 천벌이 지면을 때렸다.

-콰아아아아앙!

* * *

중국 베이징의 이화원을 조사 중이던 대한민국 국정원과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합동 조사부는 앓는 소리를 내야 했다.

이유는 몬스터를 죽여도 사체를 남길 수 있는 처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화원 내부에 침입을 해야 하는데, 도무지 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은밀히 정보를 취득해서 은밀히 사라지는 거다.

만약 이번 일로 꼬리가 밟히면 정부 간의 충돌로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니 말이다.

“마음 같아선 은밀이고 뭐고 전부 쓸어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중국에서 미사일 세례가 쏟아질지도 모르는 일이지.”

서백호를 비롯해 모두가 중국을 조심스럽게 대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사냥꾼의 수준은 둘째 치더라도, 중국 정부에는 핵무기뿐만 아니라 수많은 재래식 무기가 남아 있으니까.

지금은 몬스터와 싸워야 할 때이지, 인간끼리 싸워야 할 때가 아니다.

혹시라도 중국이 미쳐 날뛰기라도 하면 감당이 쉽지 않을 것이다.

“협회장에게 부탁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라면 이번 일도 은밀하게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국정원 요원 중 누군가가 내뱉은 ‘협회장’이란 호칭에 감시용 오토마타 운용으로 합동 조사부에 합류해 있던 사냥꾼 협회 멤버들이 눈에 불을 켰다.

“자네…….”

“죄, 죄송합니다.”

그에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은 국정원 요원은 흠칫 놀라며 고개 숙여 사과를 해야 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이 상황을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은 사냥꾼 협회의 협회장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인간의 기준으로는 슈퍼맨이나 다름없는 존재였으니, 어떻게든 해결해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믿음이 있었다.

“애초에 그분이 나섰다면 일은 쉽게 해결되었겠지. 그런데 모든 일을 그분께 맡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조금 더 고민해 보세.”

합동 조사부의 부장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머리를 맞대도 쉽게 해결책이 나올 리 없었다.

그렇게 조사부 부장도 슬슬 이 일에서 손을 떼고 사냥꾼 협회 협회장에게 인계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차라리 제3세력을 끌어들이는 게 어떨까요?”

“뭐? 그게 무슨?”

“예를 들면 러시아라든가.”

“흐음.”

이번에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사냥꾼 협회와 적응군은 러시아와 몽골 등에 웨이포인트를 뚫어 놨다.

때문에 그 제안은 어렵지 않게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어차피 식량 문제는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고, 상대가 러시아라면 중국도 쉽게 열을 올리지 못할 것 같아서요.”

“그건 그렇지. 우리가 걱정하는 게 중국의 재래식 무기인데, 러시아는 중국보다 더한 무기를 보유한 국가니까.”

“우린 러시아와 중국이 충돌할 때를 노려 정보를 빼내는 거죠.”

조금 스케일이 커져 버리지만, 그래 봤자 정보전 수준의 스케일이다.

다짜고짜 서로 미사일을 펑펑 날려 대지는 않을 테니까.

고로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찌한다…….”

합동 조사부는 이 문제를 두고 고민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결론을 내렸다.

“좋아. 그 제안을 채용하지.”

* * *

우리 파티와 다크엘프 족장 아르무스의 전투는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서로 치고받고.

한쪽에 치우치는 일 없이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초반에 천벌이란 강력한 스킬을 적중시켰기에 그나마 이 정도로 형세가 좋은 거야. 만약 천벌이 빗나갔다면……. 아무것도 못 하고 졌을 거다.’

듀랜달의 자체 스킬은 천벌이 적중한 건 진짜 운이 좋았다.

녀석의 방심과 타이밍 좋게 공격을 날린 시에나의 화살, 제 몫을 해준 윌리아의 스톤커즈와 멍멍이의 섀도우 웹까지.

덕분에 우린 녀석의 팔 하나를 날리는 데 성공했다.

“컥!”

[이놈들…….]

-서걱!

그러나 녀석은 팔 하나를 잃었음에도 너무도 막강했다.

팔이 없으면 발로 싸우면 그만이라는 듯, 무슨 태권도 하듯 허공을 날아다녔으니 말이다.

방금도 녀석의 발차기에 복부를 맞고 쓰러질 뻔한 것을 윌리아의 완전 회복 스킬 덕에 자세를 곧추세워 반격을 할 수 있었다.

아르무스의 공격은 방어구를 꿰뚫고 내부에까지 충격을 주기에 한 방이라도 맞으면 진짜 요단강 구경하고 오는 느낌이다.

-콰아앙! 콰아앙!

-퍽! 빠악!

-서걱!

그렇게 우린 치열하다 못해 처절하게 전투를 이어 갔고.

“허어억. 허억.”

[허억. 허억.]

나는 결전 스킬인 폭주에 분신 스킬을 쓰고도 녀석을 끝장내는 데 실패했다.

폭주 스킬의 디버프 효과로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진다.

내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자, 족장은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광인처럼 웃음을 흘렸다.

[하하하! 끝인가!? 이걸로?]

그에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녀석을 바라보았다.

다 이겼다는 듯 행동하는 족장의 모습을.

하지만…….

“븅, 우리가 이긴 건데.”

[뭐?]

나는 실소를 흘리며 인벤토리에서 하나의 아이템을 꺼냈다.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 초기화권 / 이벤트 상점 아이템]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초기화하고, 일정 시간 후유증이 발생하는 스킬의 디버프를 해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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