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132화 (132/273)

132화 중립 도시 (2)

[한반도에 중립 도시가 발견되었습니다.]

[시나리오 조각 보유자들의 웨이포인트에 중립 도시가 자동 등록됩니다.]

“중립 도시?”

예고 없이 떠오른 메시지.

하지만 메시지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한반도에 배정된 20개의 시나리오 조각 중 1번 조각의 보유자가 등장했습니다.]

[시나리오 조각 보유자끼리 메시지 대화가 가능하며, 3명 이상의 단체 메시지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곧바로 새로운 시나리오 조각 보유자가 등장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나리오 조각 보유자들의 웨이포인트에 중립 도시가 자동으로 등록된 상황을 떠올리면, 아무래도 중립 도시라는 게 시나리오 조각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아주 예전에 중립 도시란 것을 발견해서 최초 업적 보상을 받은 사람이 있었지.’

쉬운 최초 업적이 모두 달성된 탓인지, 이제는 관련 메시지를 좀처럼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초기에 최초 업적 달성 메시지가 경쟁하듯 떠오르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때, 이런 메시지를 보았다.

[이집트인 ****나세 님께서 중립 도시를 발견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중립 도시를 발견한 업적은 명예의 전당에 기록됩니다.]

최초 업적으로까지 있는 내용인 거 보면, 중립 도시는 꽤나 중요한 시스템임인 모양이다.

때문에 다크 엘프를 길들이기 위해 이동하려던 나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야 했다.

그리고 지금 떠오른 메시지에 대해 윌리아와 시에나에게 설명을 했고, 두 사람은 진지하게 답했다.

“아무래도 펫보다 그 중립 도시를 확인하는 게 먼저 같네요.”

“그래 보이죠?”

그리하여 우리는 중립 도시를 먼저 가 보기로 했다.

나는 편한 사냥을 위해 엘프 마을 근처에 웨이포인트를 설치해 두었다.

매달 생존 순위가 매겨질 때, 100위까지는 설치형 웨이포인트를 주기 때문에 2대나 가지고 있고 그중 하나를 하늘섬에 사용한 것이다.

설치형 웨이포인트는 소유주가 철거한 후, 두 번 더 다른 장소에 설치할 수 있으니 굳이 아끼지 않기로 했다.

[이동 가능한 웨이포인트 53개가 검색되었습니다.]

-충남 월광도 (비용: 452코인)

-충남 가의도 (비용: 449코인)

.

.

.

-한반도 중립 도시 (비용: 0코인)

그리고 등록된 웨이포인트를 확인한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동 비용이 들지 않는 곳이라니.

‘시나리오 조각 보유자라 공짜인 걸까? 모두에게 공짜인 걸까? 만약 모두에게 공짜라면 중립 도시를 경유해서 웨이포인트 이동 비용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겠네.’

나야 몇백 코인은 있으나 마나 한 돈이지만,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많다.

만약 중립 도시가 한반도 중심에 위치해 있기라도 하면, 거긴 한국인들이 경유지로 자주 애용하는 교통 거점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흥미를 표하며 중립 도시로 이동했고.

-팟!

몸이 살짝 떠올랐다가 곧 가라앉는 느낌과 함께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회색의 하늘이다.

“지하인가?”

덕분에 나는 이 중립 도시라는 것이 지하에 위치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지하에 웨이포인트가 있다니?’

물론, 강이솔이 성장의 탑에 놓은 설치형 웨이포인트도 지하에 있지만, 그건 자연적인 웨이포인트가 아니다.

나는 신기하다는 듯 지하에 자리한 중립 도시를 살폈다.

도시라는 명칭이 허풍은 아닌지, 중세의 유럽을 연상시키는 꽤나 웅장한 도시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사냥꾼 협회의 도시가 생겨날 올림픽공원 부지(44만 평)보단 작지만, 적어도 그 절반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은 면적이었다.

웨이포인트는 그런 도시 중심의 분수대 광장을 끼고 있었다.

“여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거지?”

나는 이 중립 도시의 용도에 의문을 표하며 주변을 살폈다.

-팟! 팟!

“어? 협회장님!”

“협회장님!”

그러던 중 우리 협회 소속 시나리오 조각 보유자인 강이솔과 인천팀의 김진욱 팀장이 웨이포인트를 통해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그들도 이 중립 도시라는 게 뭔지 확인하기 위해 건너온 모양이다.

“사냥꾼 협회 여러분도 와 계셨군요.”

더불어 지난 이벤트에서 오키나와 너머 대만까지 진출했던 남부 패밀리의 리더 김시우까지 한 타이밍 늦게 등장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한반도의 시나리오 조각 보유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대체 이런 걸 어떻게 발견한 건지.”

그러게 말이다.

모두가 강이솔의 혼잣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킹스……. 아니, 김시우 씨는 혼자 오셨습니까?”

나야 항상 같이 다니는 멤버가 곁을 지키고 있고, 협회 소속의 조각 보유자인 강이솔과 김진욱은 함께 온 것으로 보이는데, 그 둘을 보호하기 위한 호위가 셋씩 달라붙어 있었다.

그런데 김시우는 달랑 혼자 나타났다.

“네, 아쉽게도 아직 저희 패밀리엔 웨이포인트 점퍼가 없어서요.”

“NPC 동료가 있던 거 같은데, 그분을 모셔 오지 그랬어요?”

“차라리 혼자인 편이 무슨 일이 생겨도 도망치기 편할 거 같아서…….”

분명 김시우의 동료 NPC도 윌리아와 같은 프리스트 타입이었다.

하지만 멀티플레이어로 성장한 윌리아와 달리, 김시우의 NPC 동료는 여전히 백업을 위한 프리스트 타입을 지키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도주를 위해 혼자 다니는 게 편하다고 판단하는 거 아니겠는가.

“그럼 안 되죠. 위험하잖아요. 제가 불편하면 강이솔 씨에게라도 연락해서 같이 오시지.”

“하하…….”

나는 남부 패밀리에 별다른 악감정이 없다.

그들도 대한민국을 떠받드는 세력 중 하나였으니까.

그래서 그들이 일본에서 이벤트 웨이브를 막아 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우리 것을 빼앗겼다는 기분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좋았다.

김시우에게는 실례일 수도 있지만, 마치 내 손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잘 자라는 자식을 보게 된 느낌이랄까?

나는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김시우의 모습에 강이솔에게 물었다.

“협회 내에 웨이포인트 점퍼가 몇 개 있죠?”

“총 6개입니다. 이중 본부에 보관 중인 건 3개고, 나머지 세 개는 협회장님과 윤시아 씨, 박성만 씨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웨이포인트 점퍼도 많이 늘었다.

참고로 협회 본부에 보관 중인 3개의 점퍼 중 1개는 내가 기증한 거다.

일전에 지하 미궁 2단계에 이어 3단계를 깨면서 추가로 하나를 더 구했는데, 그걸 필요할 때 쓰라고 본부에 맡겼다.

나머지 두 개는 협회 차원에서 아주 비싸게 매입을 한 거다.

“혹시 남부 패밀리에서 웨이포인트 점퍼의 대여를 요청하면 빌려주세요. 1개 정돈 잠깐 자리 비워도 되잖아요.”

“네? 네, 알겠습니다.”

강이솔은 처음에 의문을 표했으나, 이내 순순히 지시에 따랐다.

김시우에게 앞으로 웨이포인트 점퍼 필요하면 강이솔에게 말해서 빌려 가라 했더니, 그의 표정이 복잡 미묘해졌다.

“괜찮겠습니까? 라이벌에게 귀한 아이템을 맡긴다는 게.”

라이벌?

‘우리가 라이벌이었어?’

나는 한 번도 그를 경쟁자로 여겨본 적 없기에 두 눈을 껌뻑이다가, 이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김시우 씨가 그런 걸 훔쳐 갈 사람이 아니란 거 잘 아니까요. 같은 대한민국 소속 사냥꾼 단체끼리 협력해야죠.”

“그렇……습니까?”

그는 꽤 감동한 듯 보였지만, 훔쳐 가다 걸리면 골로 간다는 말을 좋게 한 것뿐이다.

애초에 내게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으니, 훔쳐 간다 해도 회수는 어렵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친 우리는 다시금 시선을 중립 도시로 돌렸다.

“참고로 1번 조각 보유자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 반응이 없습니다.”

그건 강이솔의 대사였다.

“흠……. 아까 뜬 메시지를 보면, 누군가가 이 중립 도시를 발견하게 되면서 1번 조각을 같이 획득한 것처럼 보이던데.”

시나리오 조각이 꼭 던전 내부에서만 발견되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턱을 짚으며 생각을 정리하던 나는 심플하게 결론을 내렸다.

“일단 2개 조로 나눠서 탐색해 보죠. 탐색하다 보면 무엇이 됐든 발견하지 않겠습니까?”

“하긴 중립 도시의 용도와 1번 조각 보유자의 행방 모두 이 안에 단서가 있을 테니까요.”

“이 분수대를 중심으로 북쪽의 저희 파티가, 남쪽은 여러분이 맡아 주세요.”

앞서서 혼자 다니지 말라고 했던 내 충고로 인해 쓸데없이 김시우가 단독 행동을 하는 걸 사전에 막아 냈다.

만약 그가 혼자 다니다 골로 가면 우리만 귀찮아지고, 골로 가지 않더라도 혼자서 좋은 것을 발견할 수도 있는 노릇이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북부 지역이 조금 더 넓어 보이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협회장님 파티가 압도적인 무력을 갖고 계신 것을 알고는 있지만, 탐색은 인원이 많은 게 유리하잖아요?”

나는 괜한 걸 묻는다며 인벤토리에서 ‘펫 호출 피리(이벤트 상점표)’를 꺼내 불었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드레이크가 소환되고, 윌리아와 시에나도 피리를 불자 와이번 두 마리가 소환되었다.

더불어 여차하면 감시형 오토마타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 인원수 걱정은 불필요했다.

“제가 괜한 걱정을 했군요.”

강렬한 위용을 뽐내는 비행 펫들의 등장에 김시우는 뻘쭘한 표정을 지으며 물러났다.

“멍멍이는 그쪽에 붙여 드릴게요.”

“넵!”

멍멍이는 단독 비행이 가능한 데다가 공간이동 스킬에 방어 스킬, 공격 스킬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탐색부터 전투 지원까지 고루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중립 도시 남부 탐색팀에 멍멍이를 보냈다.

“고생해 멍멍아.”

[응!]

그리고 나는 윌리아, 시에나와 비행 펫에 탑승하여 중립 도시 북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 * *

하늘에서 내려 본 도시는 휑하기 그지없었다.

NPC 한 명 없이 빈 건물들만 늘어서 있었는데, 도시 중앙에 분수대 광장이 있고, 그 위에 자리한 북쪽 지역은 3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나는 이 3개의 구역을 임의로 이렇게 분류했다.

‘왕성 구역, 대저택 구역, 상업 구역.’

이 3개 구역이 중립 도시 북부에서 각자 차지하고 있는 토지 면적은 아래와 같다.

북쪽 끝자락에 자리한 성채가 북부 전체 토지 중 5할을 사치스레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 밑으로 20채의 대저택이 자리한 구역이 4할의 토지를.

분수대 광장을 마주한 상업 구역이 1할의 토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너무 좋아 보이는데?”

탐색을 하는 동안 몬스터를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더구나 추운 1월의 날씨임에도 이 안은 제법 포근했으며, 공기도 청량해 지하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나는 자세한 탐색을 위해 북부의 성채로 향했는데.

[자격이 되지 않아 접근할 수 없습니다.]

이런 메시지가 뜨며 아예 해당 지역으로 진입 자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20채의 대저택이 늘어선 곳으로 향했더니.

[아직 메인 시나리오가 시작되지 않아 영관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성채 때와는 다른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왕성은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반면, 마치 저택은 메인 시나리오만 시작되면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보였다.

“저택이 하필 딱 20채네. 시나리오 조각 개수처럼. 그리고 ‘영관’이란 단어도 걸리고.”

결국, 왕성 구역에 이어 대저택 구역에서도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나는 상업 지역으로 건너가야 했다.

[상가를 임대하시겠습니까?]

-상가는 월 단위로 임대가 되며, 한 달 후 3일 동안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강제 퇴거 조치 됩니다.

-해당 상가의 월 임대료: 1만 코인

그랬더니 위와 같은 메시지가 떴다.

“흥미로운데?”

가격은 나쁘지 않지만, 당장 상가를 임대해서 뭐 하겠는가.

왕성과 대저택을 보면 용도가 있어 보이긴 하는데, 아직은 단서가 부족해서 뭘 위한 건지 모르겠다.

‘웨이포인트 이동 비용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짜라면 이곳은 이동 비용을 줄이려는 사람들의 경유 지역으로 인기를 타겠지.’

더구나 도시 내의 환경도 아늑하니, 상업 지역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탐색이 이걸로 끝이야? 에잉, 재미있어 보였는데, 재미없네.”

시에나의 감상에 나는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바로 강이솔에게 북부 탐색이 끝났다고 메시지로 알리려 했는데…….

-휙!

어디선가 느껴지는 시선에 나는 기계처럼 고개를 팩 돌렸다.

* * *

지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강원도 철원에 관해 물으면 의외로 많이들 동해의 북쪽 끝, 혹은 태백산맥 깊은 곳에 붙어 있는 곳 아니냐고 말한다.

이유는 철원이 겨울철 매우 혹독한 추위로 유명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철원은 한반도 중심에 자리하고 있으며, 동해보다 북한강이 훨씬 가까운 지역이다.

그냥 지도로 보면 경기도인지 강원도인지 헷갈리는 경계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무리 포장을 해도, 결국 오지는 오지다.

38선 접경 지역인 철원은 축제의 불꽃 소리보다 북한의 방송 소리가 더욱 지분이 높은 곳이니까.

그나마 철원을 북적이게 만들던 존재들이 군인들인데, 대재앙이 발발하자 대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전 부대가 물러나니, 지금의 철원은 이도 저도 아닌 낙동강 오리알 신세 그 자체였다.

현재 철원은 청와대도, 계룡대도, 사냥꾼 협회도 신경 쓰지 못했다.

“누가 알겠어. 철원 산골짜기에까지 이런 게 숨겨져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런 오지에도 사람은 있다.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

생존을 위해 몬스터를 사냥하는 사람.

생존 수준을 넘어, 더욱 높은 곳을 목표로 열심히 레벨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생존자가 고작 3천 명도 안 되지만, 그 생존자들의 활동 방식은 여느 지역과 다를 바가 없었다.

“기석이 형, 진짜 들어갈 생각이야? 딱 봐도 수상해 보이잖아.”

“아니야, 내 촉이 말하고 있어. 이곳이야말로 우리의 새로운 거점이 될 거라고.”

“그놈의 똥촉은…….”

“일단 던전은 아닌 거잖아? 그럼 들어가 보자 위험하다 싶으면 그때 튀자고.”

“알써, 리더의 의견을 따라야지.”

그런 철원의 대표 사냥팀인 오기석 팀은 멤버 10명이 모두 레벨 50을 넘긴, 전국 어디에서도 통할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윤시아를 필두로 하는 사냥꾼 협회의 주력 간부들이 70 전후의 레벨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하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주어진 정보도 적고 활동 반경도 좁은 시골 지역팀이 달성하기란 매우 어려운 레벨이었다.

때문에 오기석 팀은 자신들의 실력에 자신감이 있었고, 우연히 발견한 따뜻한 지하 굴과 그 지하 굴속에 세워진 정체불명의 크고 웅장한 문을 마주하고도 쉬이 물러서지 않았다.

-끼이이이익!

오기석은 쓸데없이 화려하게 치장된 문을 밀었고.

곧이어 눈 부신 빛이 쏟아져 나왔다.

[축하드립니다. 한반도의 중립 도시를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보상으로 희귀 등급 장비 뽑기권이 지급됩니다.]

[한반도에 배정된 메인 시나리오 20조각 중 1번이 중립 도시 최초 발견자에게 지급됩니다.]

그리고 오기석의 눈앞에 연이어 떠오르는 메시지.

“아싸! 희귀 등급 장비 뽑기권!”

“레알? 아씨! 내가 먼저 들어갈걸!”

“그리고 시나리오 조각이란 것도 얻었는데, 이게 뭐냐?”

그에 오기석은 주먹을 불끈 쥐며 호들갑을 떨어 댔지만, 뒤에 있던 동료들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며 그를 일깨웠다.

“형!”

이들의 눈앞에 상당한 규모의 중세 도시가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 어어? 뭐야, 여기?”

그제야 제대로 보게 된 문 너머의 공간은 이들의 정신을 빼놓기 충분했다.

“와, 와 뭐냐?”

“드디어 형의 똥촉이 맞은 거 같아! 몬스터도 안 보이는 데다가 이 안은 따뜻해! 주민들을 이곳에 이주시켜도 되겠는데?!”

상기된 그들은 하나같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오기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 그래?”

“아니, 시나리오 조각 메시지라는 게 자꾸 와서.”

“뭔데 그게?”

“시나리오 조각 보유자들끼리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이래.”

“그래? 상대가 뭐라는데?”

“아직은 몰라. 내가 수락해야 메시지를 볼 수 있어.”

“으음…….”

새로운 시스템에 이들은 신기해하기보다 경계를 했다.

그것이 다른 사람과 연관된 것이라면 더더욱.

몬스터 이상으로 무서운 게 사람이란 것을 이들도 수차례 경험해 봤으니 말이다.

“그냥 무시하자.”

“그게 낫겠지?”

오기석 시나리오 조각 메시지를 무시한 채, 중립 도시를 계속 탐색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키에에에엑!

“숨어!”

난데없이 시커먼 비룡이 날아오르는 게 포착되었다.

[룡룡이 (드레이크) / 레벨: 103]

그리고 팀에서 52로 레벨이 가장 높은 오기석은 가까스로 보게 된 비룡의 레벨에 헛바람을 삼켰다.

“뭐지? 난 정보가 안 보이네? 기석이 형은 보여?”

“레, 레벨 103의 펫?”

“뭐?”

아득한 레벨의 펫.

그 말은 저런 괴물을 길들인 존재가 근처에 있다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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