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대비는 완벽 (1)
“어딜 가나 맛있는 냄새가 나네요.”
사냥꾼 협회의 신입이라 할 수 있는 최공찬은 코를 벌름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최공찬의 파티와 나란히 걸음을 옮기던 길종혁이 답했다.
“출장 뷔페 호출권은 이벤트 상점에서 고작 1점으로 살 수 있고, 호출권 1장이면 10명이 먹고 마시며 즐길 수 있잖아요. 그런데 다들 이벤트 상점에서 필요한 거 사고, 남은 점수로 출장 뷔페 호출권을 구매하는 바람에 협회 내에 호출권이 넘쳐 난다더군요.”
맛있는 냄새의 근원은 출장 뷔페 호출권에 의한 것이었다.
각종 산해진미와 주류를 3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아이템.
이번 이벤트인 몬스터 웨이브에 참여한 사냥꾼의 수가 매우 많았고, 그 많은 사냥꾼이 여러 나라를 돌며 활약해 준 덕에 대량의 점수가 한국에 뿌려진 상태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협회에서 잔여 점수를 코인으로 매매할 수 있게 조치할 예정이라는데, 저는 솔직히 이런 풍경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거리에서 음식이 쌓인 테이블을 놓고 왁자지껄 먹고 마시는 건 세상이 정상이던 시절에도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니까요.”
길종혁과 최공찬은 이벤트가 끝난 직후부터 출장 뷔페 호출권의 음식을 끼니마다 먹어 왔음에도 냄새를 맡으면 다시 군침이 돌았다.
당연하다.
제대로 양념이 되고 조리가 된 음식은 지금의 세상에서 너무도 귀했으니까.
다만 안타까운 점이, 출장 뷔페 호출권은 구매 후 3일 안에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쟁여 놓는 게 불가능했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먹고 죽겠다는 듯이 잔치가 열리는 거다.
“오늘만 지나면 또다시, 다시 안전 구역 상점제 감자나 옥수수로 배를 채워야겠군요.”
최공찬은 말은 그렇게 해도 이게 어디냐며 속으로 사냥꾼 협회에 감사함을 표했다.
그가 협회 소속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풍경을 마주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스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레벨이 급등하면서 소득이 커진 덕에 최공찬과 그의 가족은 배고픔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잠자리도 편안해졌다.
이로 인한 변화는 컸다.
심리적 안정을 되찾은 덕분인지, 무리에 들지 못하고 겉돌던 그의 가족들이 눈에 띄게 밝아졌기 때문이다.
“들었어? 러시아와 몽골에도 사냥꾼 협회 해외 지부가 설립될 예정이라던데?”
“그게 좋은 건가? 우리완 상관없잖아?”
“당연히 좋지, 세력이 커지면 그만큼 협회의 힘이 강해진다는 의미니까. 그럼 우린 더욱 안정된 활동을 이어 갈 수 있게 되는 거잖아. 지금만 해도 아무도 터치를 못 하는데, 협회의 힘이 더 강해지면 어떻게 되겠어?”
“확실히 그렇네.”
“이게 모두 협회장님 덕이야. 협회장님의 전투를 직접 보면 누가 매료되지 않겠어?”
“우리가 이렇게 먹고 마실 수 있는 것도 협회장님 덕이고?”
“당연하지! 우리 협회장님 덕분에 웨이브를 조기에 클리어하면서 점수를 쉽게 얻었잖아!”
원래부터 모두가 우러러보던 협회장이었지만, 이번 생존 이벤트로 인기가 더욱 많아진 느낌이다.
아무래도 협회장으로 인해 모두가 직접적인 이득을 봐서 그런 것 같았다.
길을 걸을 때면 여기저기서 협회장이 언급되는 걸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협회장을 향한 칭찬을 들을 때면 자기 일처럼 입이 헤벌쭉해지는 사람이 있었으니.
최공찬의 파티원이자, 그와 같은 제자 입장인 김 군(김 씨 아들 김태식)이었다.
둘 다 제자의 신분임에도 다른 점이 있다면 최공찬은 협회의 말단 간부인 길종혁의 제자이고 김 군은 협회장의 직속 제자라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 인기 장난 아니네요?”
서백호의 제자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같이 밝다는 것.
분명 그들에게도 막막하고 힘든 시기가 있었겠지만, 그런 시기를 무사히 지난 덕인지 모두들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들이 웃을 수 있게 된 원인이 서백호 협회장에게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최공찬은 한참 어린 김 군에게 말을 조심했다.
“그야 그렇죠. 그런데 김군 씨…….”
“하하! 형, 김군 씨가 뭐예요. 편하게 불러 달라니까요.”
띠동갑인 만큼 아저씨라 부르는 편이 맞을 듯한 최공찬인데도 김 군은 그를 형이라 칭했다.
가의도 청년단의 리더 김민희의 추천에 의해 최공찬의 파티에 들어온 김 군은 파티 멤버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싶었다.
보통 한번 파티를 맺으면 쭈욱 함께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김 군은 19살임에도 똑똑한 데다가 겸손하고 협조적이었다.
“아니, 안 그래야지 했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존대하게 되네.”
“괜찮아요. 근데, 방금 무슨 말 하려고 한 거예요?”
“아니, 평소 협회장님은 어떤 모습인가 궁금해서.”
제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협회장의 모습이 궁금했던 최공찬의 물음.
그에 질문의 당사자인 최공찬뿐 아니라, 길종혁과 그들의 파티원까지 귀를 쫑긋 세웠다.
“평소엔 평범하세요. 그냥 옆집 형 같은 느낌?”
“협회장님이? 진짜?”
“네, 근데 훈련이나, 전투 상황만 되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시죠. 형도 아는 그 협회장님의 모습이 됩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재밌는 게 있는데, 선생님은 본인이 특별하다는 걸 잘 모르는 거 같아요.”
“특별하다니?”
“본인이 워낙 뛰어나서인지, 가끔 제가 훈련을 못 쫓아가면, ‘이걸 왜 못하지?’ 그런 반응을 보이세요.”
“아아, 하하……. 그럴 수도 있겠네. 협회장님은 레벨이 같더라도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단 느낌이 있으니까.”
“그거 아세요? 선생님은 레벨 40대부터 총알을 스킬 없이 검으로 쳐 내셨대요.”
“뭐?”
“헐?”
레벨 40대면 최공찬보다 조금 높고, 길종혁보다 낮다.
하지만 최공찬은 물론 길종혁도 총알을 검으로 쳐 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화기가 스킬에 약한 만큼, 하급 방어막만 펼쳐도 수류탄까지는 어렵지 않게 막아 낸다.
전투에서 총알을 검으로 쳐 낸다는 발상 자체를 굳이 할 필요가 없단 뜻이다.
“그래서 선생님은 총알보다 느린 마력탄 정도는 레벨 20~30쯤이면 충분히 무기로 쳐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대요. 그래서 김민희 누나 팀의 레벨이 25가 되었을 때, 훈련을 위해 마력탄을 날리셨다고 해요.”
마력탄이 총알에 비해 조금 느릴 뿐이지, 그걸 느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력탄 정도만 돼도 빛이 번쩍하는 것만 보일 만큼 눈으로 좇기 힘든 속도를 가졌으니 말이다.
상식적으로 결과는 뻔했지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2의 윤시아라 불릴 만큼 뛰어난 김민희의 파티라면 상황이 달랐을 수도 있으니까.
“어떻게 됐는데?”
“어떻게 되긴요. 민희 누나는 그날 상급 회복 물약을 처음 마셔 봤다고 하더라고요.”
“푸핫! 하하하! 협회장님도 엉뚱한 면이 있으시구나?”
제자의 이야기를 들으니, 서백호 협회장은 생각보다 더욱 특별한 것 같았다.
그런데 김 군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무엇보다…….”
“무엇보다?”
“연애에 대해 둔하신 것 같아요?”
뜬금없이 연애 이야기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게 튀어나왔다.
“협회장님, 리아 님과 사귀고 있는 거 아냐?”
“아직 사귀는 건 아니시래요. 아무래도 썸만 열심히 타고 계신 것 같아요. 딱 봐도 둘이 서로 좋아하는 거 같은데, 좀처럼 진전이 없더라고요.”
이 역시 몰랐던 사실이다.
협회 내에선 서백호와 윌리아가 사귀고 있단 게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으니까.
심지어 엘프인 시에나까지 끌어들여 서백호가 하렘을 만들려 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협회장님과 리아 님, 시에나 님이 삼각관계인 줄 알았는데”
“리아 님과는 썸이 분명하고, 시에나 님은 그냥 철없는 동생 느낌이죠.”
“그렇구나.”
일반 협회 멤버라면 알 수가 없는 협회장 이야기에 최공찬 파티와 길종혁 파티 모두 흥미를 보였다.
남의 연애사만큼 재밌는 주제가 어딨겠는가.
더구나 협회장의 연애 사업이라 하면 마치 연예인들의 열애설을 듣는 것만 같았다.
“협회장님과 리아 님이 맺어지시면 세기의 커플이 되겠지.”
“맞아요. 난세의 영웅과 신비의 미인. 두 분 진짜 잘 어울리죠.”
잠시 후, 그들은 웨이포인트를 타고 목적지인 성장의 탑에 도착했다.
성장의 탑은 사냥꾼 협회의 주력 사냥터다.
각층이 인스턴트 던전이라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입장해도 문제없이 사냥을 할 수 있고 레벨업 속도도 매우 빠르다.
성장의 탑 덕분에 협회 전체 수준이 크게 올랐으며, 앞으로 협회 소속인 사냥꾼과 아닌 사냥꾼의 차이는 훨씬 더 극명히 벌어질 터이다.
사냥꾼 협회는 협회장의 존재만큼이나 미래가 매우 밝았다.
“회복 물약 팝니다!”
“협회 상점에서 매입했던 최상급 제작 장비 판매합니다! 한번 둘러보고 가세요!”
그들은 드넓은 지하 공동의 상업 구역을 가로질러 곧바로 탑의 입구로 향했다.
“그럼 사냥 끝나고 C-1구역 연무장으로 모이기로 하죠.”
최공찬과 김 군의 파티는 3층과 4층을, 길종혁 파티는 5층과 6층을 공략한다.
성장의 탑은 클리어한 층을 재입장하기 위해선 3시간의 대기 시간을 거쳐야 하는데, 이 3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잠시 다른 사냥터를 돌던가 무기술을 갈고 닦는 게 일반적이다.
길종혁과 최공찬 파티는 남는 시간엔 보통 무기술을 연마했다.
그들은 무작정 레벨만 올리기보다 싸움 실력 자체를 높여야 한다는 걸 잘 이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성장의 탑이 자리한 지하 공동은 매우 넓어, 연무장으로 조성된 구역만 하더라도 축구장 5~6개를 합친 수준의 면적을 갖고 있어서 굳이 외부로 나가지 않고 내부에서 훈련이 가능했다.
-팟!
곧이어 최공찬 파티는 성장의 탑에 입장했다.
“포지션은 어제와 같아. 이견 없지”
“네!”
“오케이!”
카이트 쉴드와 한손 검인 아밍소드를 쥔 최공찬이 최전방을 지키고, 한손반 검인 롱소드를 장비한 김 군이 최공찬의 바로 뒤에서 메인 딜러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후방에는 양궁 국대 출신으로 뒤늦게 사냥에 뛰어든 궁수와.
프로게이머 출신의 마법사형 사냥꾼이 자리했으며, 서브 딜러 겸 후방의 두 사람을 지키는 임무는 펜싱 사브르 국대 출신의 세검사가 맡았다.
-키에에엑!
-콰아앙!
“역시 협회장님의 제자란 건가? 김 군이 참여하니, 비어 있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 느낌이야.”
“감사합니다!”
길종찬이 기획하고, 서백호가 거들면서 완성된 최공찬 파티.
하나같이 높은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만든 파티인 만큼, 이들의 존재가 사냥꾼 협회의 미래를 대표하리란 것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우리 경쟁자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모두 파이팅 합시다!”
그런데 이런 파티는 최공찬 일행으로 끝이 아니다.
이들 외에도 출발은 늦었지만, 빠르게 성장 중인 프로젝트 파티가 적지 않았다.
사냥꾼 협회는 언제 제2, 제3의 서백호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체계를 이미 구축해 놓은 상태였다.
* * *
중립 도시에서 복귀한 이후, 협회 차원에서 해야 할 일들이 차곡차곡 진행되었다.
우선 중립 도시의 혹시 모를 상태 변화를 대비해서 상주 인원을 배치했고, 북한에 2천 명에 달하는 시나리오 조각 탐색 인원을 파견 보냈다.
우리가 보유한 북한의 프리패스 통행권은 2천 장이지만, 지금까지 이 2천 장을 한 번에 모두 사용한 적은 없다.
‘기껏해야 동시에 100장 정도 썼을까?’
주로 북한에 관심이 있는 모험심 강한 사냥꾼들이 프리패스를 사용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은 시나리오 조각의 수집을 위해 파견 가능한 최대 인원을 가득 채워 보냈다.
그들은 앞으로 공략되지 않은 던전을 찾고, 이상 지형을 탐험하는 식으로 시나리오 조각을 찾아다닐 것이다.
파견 인원 모두 레벨이 50 이상이고 탈출 스크롤을 보유하고 있으며, 던전 공략 시에는 상위 사냥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안전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한다.
만약 그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나도 즉시 날아갈 예정이다.
그리고 또 잊으면 안 되는 게 있다.
‘중립 도시를 최초로 발견한 건 우리 한국이 아니다. 최초의 중립 도시는 대재앙 발생 초기에 이집트에서 발견되었었지. 당시 업적 메시지가 뜨고 꽤 시간이 흘렀으니, 얼마나 많은 국가가 중립 도시를 발견하고, 혹시 모를 전쟁을 준비하고 있을지 알 수 없어.’
매달 발표되는 생존 점수 순위로 인해 내가 다른 나라의 어떤 누구보다 앞서 나가고 있단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대적자가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경우 동료가 NPC뿐인지라 활약에 대한 보상을 독차지하고 있지만, 파티를 이룬 사람들은 나와 동일한 업적을 달성하더라도 보상을 나눠야 하니 생존 점수가 분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단독으로 대적할 수는 없어도, 파티 단위로는 나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가진 집단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냥꾼 협회를 능가하는 집단도 있을 테고.
‘중국의 중화 청년단만 하더라도 쪽수가 많은 만큼 단체의 힘으로는 우리 사냥꾼 협회보다 위라고 할 수 있으니까. 물론, 내가 있는 이상 밀릴 리가 없지만.’
이로 인해 다른 나라의 정보도 미리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게 된 건 당연한 순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사냥꾼 협회는 다른 나라의 웨이포인트를 찍고 다니는 원정팀도 만들었다.
그들이 드넓은 땅을 이동하며 웨이포인트를 찍고 점퍼를 이용해 나와 협회 주요 인사들에게 공유해 주는 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북한 탐색 인원도 그렇고, 웨이포인트 원정팀도 그렇고, 이들에겐 협회 차원에서 큰 보상을 약속했다.
억지로 할당받은 임무가 아니란 뜻이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노력해 주는 덕분에 나는 마음 놓고 사냥을 이어 갈 수 있는 거고.’
대외적으로 사냥꾼 협회는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여도 매우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경상도 킹스맨은 어쩌고 있으려나?’
아마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그의 행보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다른 점은 그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우리 협회보다 좁단 거다.
북한 탐색은 꿈도 못 꾸고 대한민국 영토에 남은 조각 찾기에 몰두할 수밖에 없을 터.
하지만 그 대한민국 내에서마저 우리보다 나을 거란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다.
‘뭐, 알아서 잘하겠지.’
그들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
결국, 굽히고 들어 올 수밖에 없는 입장.
때문에 나는 잠자코 기다릴 뿐이다.
“하늘섬 세일론에 굉장히 오랜만에 오는 느낌이네요.”
“그러게요. 겨우 3일 만에 돌아온 건데.”
예전처럼 사냥을 위해 방문한 하늘섬 세일론.
마지막에 다크엘프 펫을 하나 만들려다가 중립 도시의 발견으로 자리를 비운 게 벌써 3일 전 이야기다.
중립 도시를 살핀 직후, 나는 그동안 미뤄 놨던 미공략 던전들도 한 번에 클리어했다.
어쩌면 있을지 모를 시나리오 조각을 추가 획득하기 위해서.
하지만 스킬 몇 개를 추가로 배운 거 빼면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그래서 3일 만에 다시 하늘섬 사냥터로 되돌아온 거다.
“오늘은 꼭 다크엘프 펫을 길들이자.”
“네, 그래야죠.”
다크엘프 펫을 기대하고 있는 시에나의 모습에 나는 피식 실소를 흘리며 걸음을 옮겼다.
우리가 향하는 장소는 하늘섬 세일론의 엘프 마을.
하지만 나는 엘프 마을에 방문하고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평소와 달리 NPC들의 분위기가 어수선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 있습니까?”
나는 그나마 안면이 있는 용병 사무소의 카운터 직원 ‘제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 백호 님, 오셨습니까?”
그러자 발만 동동 구르던 제인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왜일까?
그녀의 그런 모습에서 퀘스트 냄새가 난다.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냐며 되물었고, 그에 대한 제인의 답은 전혀 예상치 못한 거였다.
“에, 에밀 소장님께서 다크엘프 도둑과 암살자들에게 납치를 당하셨습니다!”
“…….”
트윈 테일에 귀여운 외모를 가졌지만, 성격은 그렇지 못했던 에밀.
다크엘프에게 깝치더니, 결국 잡혀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