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142화 (142/273)

142화 이무기 둥지의 보물 (1)

-콰아아아앙!

폭탄 터지듯 육중한 소음과 함께 쓰러지는 이무기.

몸체가 웬만한 아파트 1동 둘레를 갖고 있던지라, 녀석이 쓰러지자 마치 건물을 폭파시키는 것 같은 수준의 먼지가 일어났다.

곧이어 거대한 이무기의 사체가 빛이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무기가 죽으니, 다켈프가 열심히 드리블하던 리빙아머가 경험치 하나 토하지 않고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진상 짓을 보여 주었다.

“와, 씨……. 여태 사냥한 몬스터 중 가장 짜증 나는 놈이었네.”

위기가 닥치니 자신의 둥지인 지하 공동을 붕괴시키려던 꼬라지를 보라.

지금까지 상대한 수많은 몬스터 중에서도 최악 of 최악이었다.

‘그래도 뭐……. 힘들었던 만큼, 달성감은 최고네.’

그리고 이런 달성감을 고조시키는 것이 시야 아래, 메시지창에 줄줄이 떠오른 보상 문구들이다.

[필드 보스 이무기 스트라토스를 토벌하여 경험치 150,000,000을 획득했습니다.]

[이무기를 최초 토벌하여 경험치 30,000,000을 획득했습니다.]

현재 내 레벨은 125.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라 ‘부상’과 ‘상태 이상’이 모두 회복됩니다.]

하지만 이무기 사냥으로 한 번에 레벨이 3이 올라 128이 되었다.

10일 전에 레벨 150의 네임드 다크엘프를 잡았을 땐, 5천만 경험치로도 레벨이 3이 올랐었는데, 지금은 1억8천만의 경험치를 먹고도 레벨이 똑같이 3만 올랐다.

물론, 당시의 레벨이 110대였고, 지금은 120대지만, 점점 경험치 요구량이 커지는 게 체감된다.

“휴, 끝났어. 일단 최악의 상황은 막은 것 같아.”

“아……. 고생하셨습니다.”

이무기의 발악에 무너져 내리는 천장의 파편들을 파괴하던 윌리아와 시에나, 펫들이 다가왔다.

그사이 이무기의 사체는 완전히 사라져 둥지 내엔 푸른빛만 감돌았다.

아직 완벽하게 붕괴가 멈춘 건 아니어서 종종 주먹만 한 돌멩이들이 떨어져 머리를 때리긴 했지만, 이미 일반인의 20배가 넘는 능력치를 보유한지라, 크게 아프지 않았다.

[필드 보스 이무기 스트라토스의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14,200,00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마력 회복 물약 3개를 획득했습니다.

-인벤토리 10칸을 획득했습니다.

-스트라토스의 내단을 획득했습니다.

-날개 신발을 획득했습니다.

-치유의 헤일로를 획득했습니다.

[마족의 최초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10,000,00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제3의 손을 획득했습니다.

이어서 나는 토벌 보상을 확인했는데, 아직 보물이 남아 있음에도 보상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무려 2,400만이 넘는 엄청난 양의 코인도 코인이고, 마력 회복 물약과 인벤토리도 언제나 환영이지만, 진짜는 그 아래 4개의 아이템이었다.

[스트라토스의 내단 / 등급: 희귀]

-이무기 스트라토스의 내단이다.

-섭취 시 마법형 원거리 공격 스킬의 위력이 영구적으로 30% 향상된다.

그중 첫 번째는 윌리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줄 아이템이나 나왔다.

이 내단으로 인해 윌리아는 같은 마법 스킬을 사용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강한 위력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바로 윌리아에게 내단을 건넸고, 그녀는 고맙다며 미소를 띠며 인벤토리에 챙겼다.

아무래도 숙소로 복귀한 다음 섭취할 생각인 모양이다.

[날개 신발 / 등급: 희귀]

-방어력은 낮으나, 마력 없이 하늘을 날 수 있게 해 주는 신발이다.

-다만 조종이 매우 까다롭고 높은 집중력이 요구되어, 숙련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최대 비행속도 500km

-순발력+6

다음 아이템은 이것, ‘날개 신발’이다.

마력 없이 하늘을 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순간 혹했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그다지 내 스타일에 적합한 아이템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장거리 비행엔 무려 마하 1의 속도로 날 수 있는 룡룡이 타고 다니면 되는 거고, 단거리 비행을 할 땐 마력 소모를 걱정할 필요 없이 비행 스킬을 사용하면 된다.

더불어 나는 하늘을 날며 싸우기보단 디딤판 스킬 위를 달리는 걸 선호하는 검사다.

검사에게 발 디딜 곳의 존재 유무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건 나보단 윌리아 또는 시에나가 사용하는 게 좋아 보였다.

‘윌리아에겐 내단을 줬으니, 날개 신발은 시에나에게 줘야겠다.’

궁수는 민첩성이 필요한 직업이기도 하고, 사용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더욱 공격적인 전투가 가능할 것이다.

애초에 돌발 행동이 잦은 그녀인 만큼 조금 더 기동성을 부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오오! 난다! 날아!”

그런데 나는 의외의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분명 아이템 설명엔 사용이 어렵다고 되어 있는데, 날개 신발을 방금 건네받은 시에나가 마치 원래 사용하던 아이템인 것처럼 너무도 익숙하게 사용해 냈기 때문이다.

“뭐야? 왜 벌써 잘 날아요?”

“그러게, 나 천잰가?”

아무래도 날개 신발은 사고방식이 단순할수록 아이템과 잘 맞는 모양이다.

덕분에 적응 기간이 없이, 비행 소녀 시에나를 바로 전력화할 수 있게 되었다.

시에나는 어린애처럼 꺄르르 웃으며, 계속 이리저리 다양한 자세로 허공을 유영했다.

피식 웃음을 흘린 나는 다음 보상을 살폈다.

[치유의 헤일로 / 투구 / 등급: 유일]

-천사의 고리라 불리는 형태의 장비로 사용자의 머리와 목 전체를 보호한다.

-회복 스킬의 마력 소모를 없애 주며, 회복 스킬의 효과가 100% 향상된다.

-하루 세 번 ‘치유의 기적’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치유의 기적: 1km 이내의 아군 전체를 완전 회복 스킬로 치료한다.

-마력+12

“어?”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게 나왔다.

무려 유일 등급 투구의 등장.

나는 두 눈을 비비고 또 비볐다.

‘뭐? 회복 스킬의 마력 소모를 없애 주고, 회복 스킬 효과를 100% 향상해 주는 데다가, 범위 1km 이내의 모든 아군 치료하는 스킬까지 쓸 수 있다고?’

그리고 이내 엄청난 아이템 설명을 보고는 잘못 본 게 아니라며, 나는 나직하게 감탄사를 흘렸다.

다만 ‘치유의 헤일로’는 주인이 정해져 있는 아이템.

이건 누가 봐도 윌리아를 위한 장비였다.

“윌리아 님 거네요.”

“유, 유일 등급?”

나는 환하게 웃으며 치유의 헤일로를 윌리아에게 넘겼고, 그 아이템을 받아 든 그녀는 흠칫 놀랐다.

설마 벌써 자신에게 유일 등급 장비가 배정될 거라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얼떨떨해하는 윌리아에게 나는 어서 써 보라고 말했고, 이어서 그녀의 머리 위로 순백의 빛나는 고리가 생겨났다.

“눈부셔! 이제 어두운 곳도 걱정 없겠네! 완전 인간 형광등이잖아?”

시에나가 옆에서 깐족대는 데도 윌리아는 인벤토리에서 손거울을 꺼내 치유의 헤일로를 살피며 너무 만족스러워했다.

천사의 고리가 머리 위에 있으니, 가뜩이나 예쁜 윌리아의 외모가 조명발까지 더해져 더욱 화사해지고, 신비함을 넘어 신성스러움마저 느껴졌다.

아마 어떤 장비를 가져와도 저것보다 화려한 장비는 찾기 힘들 것 같다.

기뻐하는 윌리아를 뒤로 하고 나는 마지막 토벌 보상을 살폈다.

[제3의 손 / 등급: 희귀]

-착용 부위가 지정되어 있지 않은 특수 장비.

-착용 시 보이지 않는 투명한 3번째 손이 등에 생겨난다.

-제3의 손은 2미터의 길이를 갖고 있으며, 일반적인 맨손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

-무기를 휘두르며 스킬을 사용할 수 있고, 반지나 팔찌를 추가로 착용시킬 수도 있다.

-전투 중 제3의 손이 공격을 당해 절단될 경우 상급 이상의 회복 스킬을 통해 재생시킬 수 있다.

희귀 등급의 아이템이 나왔길래 별생각 없이 설명을 읽은 나는 ‘치유의 헤일로’ 이후 다시금 놀라 헛바람을 삼켰다.

어째 내 아이템이 안 나온다 했는데, 이걸 주기 위한 빌드업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바로 제3의 손 설명 아래에 자리한 착용 버튼을 터치했다.

그러자 날개뼈 사이로 무언가가 돋아나는 느낌이 들었고, 이내 꼬리처럼 길게 늘어진 투명한 손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것도 조작법은 난이도가 꽤 있네. 하지만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인 거 같아. 춤추는 단검과 요령이 묘하게 비슷하니까.’

춤추는 단검의 사용법을 단련해 놔서인지, 비슷한 요령을 가진 제3의 손은 금방 익숙해졌다.

-짝짝!

왼손, 오른손, 제3의 손.

세 손으로 번갈아 가며 손뼉을 친 나는 거마도를 꺼내 제3의 손에 쥐여 주었다.

-휙휙!

제3의 손은 제법 날렵하게 검을 휘둘렀다.

팔의 길이가 2미터에 달해서인지, 오히려 공격의 사정거리는 조금 더 길었다.

하지만 역시 진짜 손의 정교한 움직임을 쫓아가진 못해서, 내 검술을 완벽하게 구현해 내진 못했다.

빠르게 휘두르고 찌르는 건 문제가 없지만, 완급 조절과 세밀한 컨트롤이 힘들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훨씬 나아. 제3의 손 자체가 변수인 거니까.’

기습에 활용해도 좋고, 전투 보조로 계속 활용해도 좋다.

아니면 아예 방패를 쥐여 줘서 방어 전용으로 사용해도 될 것이다.

더구나 제3의 손의 효과는 검과 방패를 휘두른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액세서리의 착용도 가능하다고 했으니 말이다.

‘사람의 손가락은 열 개고 팔뚝 길이도 길다지만, 반지와 팔찌를 주렁주렁 달고 다닐 순 없어. 옵션이 적용되는 액세서리의 숫자는 정해져 있으니까.’

한 손에 반지 3개, 팔찌 1개의 옵션이 적용된다.

통신 반지의 경우 착용하지 않아도 연락이 오면 알림이 울리지만, 결국 통화를 위해 반지를 착용해야 하는 건 같다.

즉, 내겐 제3의 손이 생김으로써 남들보다 반지 3개, 팔찌 1개를 추가로 장착할 수 있게 되었단 의미다.

‘이런 대단한 장비가 희귀 등급이라니.’

이 정도면 유일 등급이라 해도 믿을 것 같다.

나는 희희낙락 제3의 손에 갖고 있는 악세서리들을 추가로 착용시켰다.

주로 능력치를 올려 주는 아이템이었는데, 나중에 특색 있는 액세서리를 찾아 착용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잠깐, 웨폰 체인저로 제3의 손에도 무기를 쥘 수 있나?’

웨폰 체인저는 10개의 장비를 보관하고 필요에 따라 무기를 꺼내 쓸 수 있게 해 주는 아이템이다.

덕분에 내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장비는 춤추는 단검과 예비용 단검 한 자루뿐, 무장이 매우 가벼워졌다.

웨폰 체인저는 무기 착용과 교체에 딜레이가 없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도 매우 유용한 장비였다.

그래서 제3의 손에도 웨폰 체인저가 적용된다면, 평소엔 방패를 들고 있다가도 즉시 검을 휘두르게 만들 수 있다.

공방이 자유로워진다는 뜻이다.

-파팟!

‘된다!’

그리고 실험 결과, 쉼표 있는 게 제3의 손에도 웨폰 체인저가 작동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와, 이거 쩌네.”

내가 연신 감탄사를 흘리자, 시에나가 한마디 덧붙였다.

“으! 촉수 괴물 같아.”

“…….”

이 녀석이?

“오늘 3번째 유일 등급의 검이 생길 테니, 잘하면 유일 등급의 검 3자루를 동시에 휘두를 수도 있겠네요.”

그나마 윌리아는 정상적인 반응을 보였다.

“입에도 한 자루 물면 꿈의 4도류 쌉가능이네!”

모 만화를 의식한 시에나의 발언에 나는 어깨를 으쓱여야 했다.

이걸로 이무기 토벌 보상의 평가가 끝이 났다.

하지만…….

“이제 하이라이트가 남았네요.”

“그렇죠.”

아직 진짜 보상이 남아 있다.

윌리아의 말대로 이곳이 보물 지도란 것에 기재된 이유가 남아 있었으니까.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런 내 시선이 향한 곳은 이무기 둥지의 구석.

[보물에 걸려 있던 방어막이 해제되었습니다.]

이무기가 지켜 온 보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보물에 다가갔다.

산더미처럼 쌓인 코인과 희귀 등급 정도 되어 보이는 여러 세트 장비.

근 100권에 달하는 스킬북 더미까지.

엄청난 양의 보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많은 보상 중에서도 내 시선을 잡아끄는 건 한 자루의 검이었다.

투명한 검신과 새하얀 손잡이가 조화를 이루는 너무도 아름다운 검.

나는 기다렸다는 듯 다가가 그 검부터 뽑아 들었다.

[바리사다 / 한손반 장검 / 등급: 유일]

-손잡이와 코등이는 화이트 드래곤의 뼈와 미스릴로 만들고, 유리와 같은 검날은 순수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었다.

-가볍지만, 매우 뛰어난 강도를 갖고 있으며, 검이 파괴되더라도 오래지 않아 원래의 상태를 복구한다.

-근접 전투 스킬 공격력 100% 증가

-순발력+6, 마력+6

-자체 스킬: 투과

[투과 / 극상급 스킬 / 액티브]

-3초간 바리사다에 투과 효과가 부여된다.

-투과 효과는 방어구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사물과 스킬을 무시하며, 본체에만 직접 타격을 준다.

-해당 스킬의 공격을 극복하는 방법은 직접 몸을 날려 피하는 것뿐이다.

-소모 마력: 10

판타지 스토리의 단골 소재인 투과검의 등장.

비록 성검 칼립소나 듀랜달처럼 화려한 광역 스킬을 갖고 있진 않았지만, 아마 한정된 범위 내에서 이보다 위험한 무기는 없을 것이다.

이무기에게 5번이나 도전한 게 하나도 아깝지 않게 만드는 보상.

바리사다를 치켜든 나는 크게 환호했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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