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143화 (143/273)

143화 이무기 둥지의 보물 (2)

바리사다의 획득 여운은 꽤나 오래갔다.

바리사다의 투과 스킬을 사용하니, 투명한 검날의 경계가 흐릿해지며, 모든 종류의 장애물을 투과했다.

벽도 공기 가르듯 뚫고 들어가고, 바닥에 내리꽂아도 손끝에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투과의 공격 범위는 딱 검의 길이만큼 적용될 뿐인지라, 사용자의 검술 능력에 따라 발생하는 피해도 다를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검이 모든 것을 투과하는 거지, 내 몸 자체에 투과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니까.

이 말은 즉, 투과 스킬을 사용한 상태에선 적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없단 뜻이기도 하다.

고로 사용법에 유의와 나름의 적응이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지.’

검술 능력도 뛰어나다 자부할 수 있고, 한 손으로 바리사다를 들어도 내겐 추가로 ‘두 개의 손’이 더 남아 있지 않은가.

바리사다로 적을 공격하면서도 카운터를 막아 내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덕분에 나는 이무기를 잡고 획득한 제3의 손을 어찌 써야 할지 확실하게 정할 수 있었다.

제3의 손은 2미터에 달하는 길이를 갖고 있다.

그걸로 바리사다를 사용하면 공격 범위가 조금 더 넓어진다는 뜻이며.

‘기습이 괜히 기습이겠어? 알고도 막을 수 없는 바리사다의 투과 스킬 자체가 기습이지.’

제3의 손에 이보다 좋은 조합은 없어 보였다.

물론, 정교한 공격을 필요로 할 땐 직접 내 손으로 쥐겠지만, 평소엔 아예 제3의 손으로 바리사다를 쥔 채로 다녀도 될 것 같다.

“오, 예쁜 검이 허공에 떠서 주인을 쫓아다니는 느낌이네요.”

제3의 손은 기본적으로 투명하며, 착용 중인 반지와 팔찌도 투명 효과가 적용되기 때문에 윌리아의 감상대로 바리사다가 둥둥 날아서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바리사다의 디자인이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그 모습이 꽤나 멋졌고, 덕분에 나는 연신 술을 마신 듯 ‘크으’ 소리를 내며 감탄을 반복해야 했다.

“아, 깃발도 있지. 참.”

그리고 추가로 한 아이템을 떠올리며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펄럭.

그건 ‘승리의 깃발’이라고 해서, 레벨 150의 네임드 다크엘프 족장을 처치하고 얻었던 아이템이다.

아군 전체의 능력치를 10% 올려 주는 버프 아이템인데, 승리의 깃발 역시 허공에 떠서 주인을 쫓아다니는 기능이 붙어 있다.

다만 깃발은 검과 달리 내구도가 낮고, 크기도 크기 때문에 전투에 방해가 돼서 평소에는 굳이 꺼내 놓고 있지 않다.

‘필요할 때마다 버프를 쓰고 인벤토리에 넣어 놓는 식이지.’

하지만 바리사다와 함께 나란히 착용하니, 윌리아의 치유의 헤일로만큼이나 눈에 띄는 모습이 되었다.

마치 관종이 되어가는 느낌.

“비주얼이 점점 완성되어 가는 것 같네요.”

“얼굴 빼고 말이지?”

나는 크게 만족했다.

그와 별개로, 날개 신발을 신고 허공을 유영하고 시에나의 깐족거림에 긴 엘프 귀를 잡아당겼지만.

“아야야!”

그렇게 시에나에게 막간을 이용해 벌을 준 나는 남은 보상들을 수습했다.

[102,500,00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수북이 쌓여 있던 코인에 손을 뻗으니, 무려 1억 코인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 한 번에 입금되었다.

이로 인해 내 전 재산은 2억5천만 코인 정도.

혹시 모르니, 4억 정도 채운 다음 다크엘프 족장을 잡고 얻었던 떠돌이 상인 소환권을 이용하면 될 것 같다.

일본에서 처음 만난 떠돌이 상인이 3억짜리 유일 등급의 무기를 팔았었으니, 잘하면 유일 등급의 장비를 추가로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4억까지 남은 1억5천만 코인을 구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검성의 플레이트 아머 세트(희귀)를 획득했습니다.]

[이무기의 가죽 방어구 세트(희귀)를 획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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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로브(희귀)를 획득했습니다.]

[무라사메(희귀)를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방어구 세트와 무기 등을 포함해 희귀 등급 장비 80여 종을 획득했고.

[스파이럴 스피어 스트라이크(극상급) 스킬북을 획득했습니다.]

[중력시(극상급) 스킬북을 획득했습니다.]

[환각(극상급) 스킬북을 획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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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섭물(최상급) 스킬북을 획득했습니다.]

더불어 극상급 3권에 최상급 30권, 상급 60권의 스킬북도 대량으로 획득했다.

사실 극상급 스킬을 3권을 제외하면, 중복되는 게 많았다.

그런데 딱하나.

최상급 스킬북 중 허공섭물이란 게 내 관심을 끌었다.

“이렇다 할 공격력은 없네.”

그냥 염동력을 주긴 뭐 했는지, 하위 호환 느낌인 허공섭물을 줬는데, 무협지 속에서처럼 고수의 상징이 되는 스킬일 뿐 별다른 능력은 없어 보였다.

무기나 물건을 떨궜을 때 줍기용으로 쓸만한 스킬 같았다.

아무래도 유일 등급의 장비 두 개와 제3의 손처럼 유일 등급에 근접하는 장비를 얻어서인지, 다른 보상들이 크게 눈에 띄진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하지.’

사실 이것들만으로도 분에 넘치는 보상들이다.

아무래도 잠깐 사이 눈이 너무 높아졌던 모양이다.

“역시 괜히 보물 지도가 아니네요.”

“네, 여길 알게 된 덕에 저희와 다른 사람들 간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을 거예요.”

이무기 둥지가 이 정도인데, 보물 지도에 같이 표기된 드래곤의 둥지는 어느 정도일까?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앞으로 현상금을 걸어서라도 또 다른 보물 지도가 없는지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아마 쉽지 않겠죠. 이런 게 그리 흔하지 않을 테니까요.”

이리하여 근래 최고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이무기 둥지 공략이 끝이 났다.

아직 스킬과 아이템 분배 등의 과정이 남았지만, 우리 파티는 아이템에 눈이 멀어 싸우는 타입이 아니라서 천천히 해도 상관없다.

아마도 장비와 스킬북을 분배하고도 제법 남을 것 같은데, 그것들은 제자나 친한 동료들에게 주면 될 것 같다.

“오늘은 이만 들어가 쉬죠.”

모두가 지쳤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신체 능력치가 높아지더라도 정신적 피로엔 휴식이 최고였다.

* * *

신 상하이방으로 사냥꾼 협회의 소식이 전달되었다.

그건 바로…….

“협회장의 개인 용무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는군. 동맹 조약을 맺겠다고 답장이 왔어.”

“그래?”

사냥꾼 협회로부터 신 상하이방이 제안했던 동맹을 수락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당연히 신 상하이방의 리더는 한껏 흥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의 동료들도 잘되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답변의 메시지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동맹을 위해 서로 조율할 사항이 있을 테니, 서울에서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어.”

이들의 입장에선 상대방이 오라 가라 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지금 아쉬운 건 신 상하이방이지. 사냥꾼 협회가 아니었기에 다들 순순히 동의했다.

“원래는 동맹 조인식에 이 자리에 있는 주요 간부들을 모두 참석시킬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된 거 사전 회의에서부터 얼굴을 내밀면 더 좋을 것 같아.”

“거기 협회장은?”

“회의는 협회 운영 본부 사람이 진행하지만, 협회장도 일단 참석은 할 예정이래.”

“잘됐네. 그럼 우리도 가야지.”

상대방도 그만큼 동맹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다들 서땡땡이 어떻게 생긴 인물인지 궁금했기에 마침 잘됐다는 표정들을 지었다.

회의는 이틀 뒤에 진행하기로 했다.

신 상하이방은 대한민국의 사냥꾼 협회를 존중할 예정이지만, 그래도 상대에게 얕보일 수는 없으니, 서울 방문에는 주요 간부들뿐 아니라 주력 사냥꾼들도 대동하기로 했다.

회의를 통해 이런저런 협의를 나눠야 하는 만큼, 아무리 동맹이어도 자신들의 힘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들 잘 씻고 최대한 멋지게 꾸미고 와.”

“알았어.”

“그럴게.”

그렇게 사냥꾼 협회에 방문을 결정한 이들은 기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서울 방문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틀 뒤 회의 날이 다가왔다.

“후우…….”

“설마 서울에 갔더니, 중화 청년단 녀석들이 진을 치고 있는 거 아니겠지?”

“에이, 설마.”

“아니, 없다고 장담은 못 하는 게, 한국의 사냥꾼 협회라는 곳의 주장이 터무니없긴 하잖아. 가입 인원은 둘째치고, 고급 전력은 우리와 동등하거나 더 많다는 게.”

“음…….”

하지만 막상 웨이포인트 점퍼를 이용해 서울로 넘어가려 하자, 미지의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동료들의 불신 어린 반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리더는 웃는 낯으로 말했다.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튀면 되지. 어차피 우리가 도착하는 곳은 안전 구역의 웨이포인트 앞이잖아.”

“하긴.”

그제야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킨 동료들이 심호흡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고, 신 상하이방의 리더는 먼저 서울로 넘어가 사냥꾼 협회와 대화를 주고받은 탐색팀 팀장을 바라보았다.

“그럼 가겠습니다.”

“그래.”

그러자 웨이포인트의 빛이 이들을 감싸고.

곧이어 몸이 부유하는 느낌과 함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바뀌었다.

“여긴?”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높다란 성벽에 둘러싸인 도시.

사냥꾼 협회 제1구역이었다.

신 상하이방 멤버들은 파괴된 도심 속에서 그나마 쓸만한 건물을 찾아 본부로 사용하고 있었기에 말끔하게 정돈된 제1구역의 모습은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이 없었더라면 대재앙 발생 이전으로 회귀한 것이라 착각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사람이 하하 호호 웃으며 생활하는 제1구역은 대재앙 속의 이상향이라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저희 협회가 소속 사냥꾼들을 위해 대재앙 이후 건설한 도시입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그때, 이들의 앞으로 한 무리의 한국인들이 다가왔다.

그에 신 상하이방의 리더 ‘류이창’은 그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네, 너무도 멋진 곳이군요. 사냥꾼 협회의 힘을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하하, 다행입니다. 전 사냥꾼 협회 관리 본부 본부장 강이솔이라고 합니다.”

“신 상하이방의 방주 류이창입니다.”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

그들 정도면 이미 탐색 스킬을 보유하고 있기 마련이니까.

[강이솔 / 레벨: 72]

[류이창 / 레벨: 80]

곧이어 류이창의 시선이 강이솔을 호위 중인 여성에게 향했다.

[윤시아 / 레벨: 86]

강이솔의 레벨은 이해가 되지만, 신 상하이방에서 레벨이 가장 높은 자신보다 6이나 높은 그녀의 존재는 역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이 여성분은?”

“아, 서울 총괄 윤시아입니다. 서울 제일 사냥팀의 리더죠.”

“그렇군요. 아름다우신 데다가 강하기까지 하시다니. 너무 멋집니다.”

윤시아의 소개는 본인이 아닌, 강이솔이 대신했다.

이유는 윤시아는 중국말을 내뱉는 류이창의 말을 못 알아들은 반면, 강이솔은 협회장이 빌려준 통역 반지를 끼고 있었기에 의사소통이 원활했다.

‘한국에 있는 건 서땡땡만이 아니란 거군. 설마 협회장 아래의 인물이 이 정도일 줄이야.’

아니나 다를까, 윤시아를 신경 쓰는 건 류이창 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동료들도 꽤나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회의장은 협회 본부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들은 놀러 온 게 아니었으니까.

류이창과 신 상하이방 멤버들은 강이솔을 따라 제법 웅장하게 지어진 협회 본부에 다다랐고.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흠칫 표정을 굳혔다.

[김현수 / 레벨: 82]

[박성만 / 레벨: 81]

[최도겸 / 레벨: 80]

[김민희 / 레벨: 80]

자신과 같거나 높은 레벨의 인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들 각자가 하나의 파티를 이끄는 파티장들, 그들의 뒤로는 비슷한 레벨의 파티원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어서 윤시아가 10명으로 이뤄진 자신의 파티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니, 류이창은 말을 잃어야 했다.

좁은 회의실 안에 레벨 80 이상인 사람이 무려 30여 명에 달했다.

당연히 류이창과 그런 그의 뒤를 따른 신 상하이방 멤버들은 자연히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이틀 동안 광내고 때를 뺐지만, 레벨 앞에선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신 상하이방 멤버들이 큰 충격에 잠시 잊고 말았지만, 아직 상대에겐 대망의 라스트 보스가 남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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