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146화 (146/273)

146화 잡초 제거 (3)

갑작스레 벌어진 중화 청년단끼리의 전쟁.

4개 세력이 사이좋게 둘씩 손을 잡고 2:2 팀플을 벌이게 된 데에는 한가지 이유가 있다.

바로 주석이 이런 말을 중화 청년단 각 세력에게 전해 놨기 때문이다.

‘세상이 바뀌고 시대가 변했다. 이제 국가의 명운은 노련하고 경험 많은 늙은 정치인이 아니라, 젊은 호걸들에게 달려 있음이 명확하다. 고로 나라의 운영 체계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뀌어야 하며, 인민의 생존을 위해 현장을 잘 아는 지휘관이 권력의 중심에 서야 마땅하다.’

‘고로 기존의 정부는 행정 집단 겸 올바른 국가 운영을 위한 조언 집단으로 변모하고, 나라를 이끌어 가는 리더 역할은 지금의 세상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중화 청년단 대표에게 맡기고자 한다.’

‘하지만 현 중화 청년단은 세력이 분할된바, 이를 일원화하는 이에게 주석의 자리를 넘기고자 한다.’

간단히 말해, 중화 청년단 세력을 통일하는 사람에게 주석 자리를 물려주겠다는 뜻이었다.

현대 무기가 먹통이 되면서, 군대가 힘을 잃고, 점차 사냥꾼들의 힘이 강해져 가는 상황임을 생각하면 이 역시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장민 주석의 결단은 4개로 쪼개진 중화 청년단의 세력처럼 추후 나라가 사냥꾼 집단에 따라 분열되는 것을 사전에 막고, 정권이 유지되고 있는 지금, 다음 세대에게 권력을 이양해 정치적 안정을 꾀하겠다는 것으로 보였다.

그에 많은 이들이 중국을 위해 장민 주석이 큰 결심을 했다며 칭송했다.

덕분에 4개로 쪼개진 중화 청년단의 각 지휘부는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분명 자신들에게 좋은 기회임은 분명하나, 너무도 급작스러운 결정이었으니 말이다.

“바오딩을 친다.”

그러던 차에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는 듯 빠르게 결단을 내리며 움직인 것이 류웨이가 이끄는 톈진 세력이었다.

톈진 세력은 기습적으로 중화 청년단 제일 세력인 바오딩을 쳤고, 그로 인해 전쟁이 발발했다.

“아무래도 주석께선 톈진의 류웨이를 밀어주는 모양입니다. 사전에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거란 걸 예상한 듯한 움직임은 물론, 군대와 공안의 사냥꾼들이 류웨이를 돕고 있답니다.”

“류웨이를 자금성으로 불러들인 게 이걸 위한 거였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순 없지.”

바오딩 세력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바오딩은 갑작스러운 기습에 큰 손해를 입었지만, 발 빠르게 대응한 덕에 형세는 그럭저럭 팽팽하게 유지되었다.

“톈진 녀석들이 창저우 세력과 동맹을 맺었답니다!”

“뭐!?”

그러던 차에 류웨이가 하나 더 수를 쓰니, 바오딩과 톈진에 이은 3위 세력인 창저우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바오딩은 급하게 꼴찌 세력인 스좌장과 손을 잡아야 했다.

덕분에 바오딩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톈진의 류웨이에게 계속해서 한 수 밀리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전황은 팽팽하지만, 전체적으로 우군이 유리합니다! 이게 모두 류웨이 님의 발 빠른 움직임 덕입니다.”

“…….”

그로 인해 톈진 세력의 지휘부는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

이변이 없다면 자신들이 중국의 정권을 쥐게 되는 것이니 당연했다.

하지만 류웨이는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부하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대단하다며 치켜세웠지만, 현재 류웨이의 마음은 주변의 반응과 달리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무서운 자식.’

이유는 애초에 이 모든 상황이 한 외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으니 말이다.

자신은 그 외국인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하수인에 지나지 않았다.

외국인은 중화 청년단의 몰락을 바랐다.

그 증거로 팽팽한 전황 속에 중화 청년단 단원들이 서로를 목숨을 빼앗으며 계속해서 숫자가 줄고 있었다.

그러니 류웨이의 마음이 참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이런 촌극에 어울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니…….

[불편해 보이는 것 같은데?]

[아, 아닙니다!]

바로 지척에서 그를 감시하며 수시로 텔레파시 반지를 이용해 목소리를 전해 오는 한 암살자 때문이었다.

그 암살자에게 목이 달아나지 않기 위해선 충실히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충실하게 시킨 대로 따르기만 하면, 몸 성히 풀어 준다고 했으니까.’

암살자는 사람에 의해 길들어진 테이밍 몬스터였지만, 무려 레벨이 140에 육박하는 이블 엘프라는 특수종이었다.

감히 류웨이가 대항할 수 없는 수준.

때문에 그는 살기 위해 역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감히 상상이나 할까? 주석은 앞선 선포 후에 이미 죽임을 당했고, 자금성은 한국인들에 의해 점령당해 있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이상함을 알아챌 순 있겠지만, 아마 그때 가선 너무 늦은 상황일 것이다.

류웨이는 이 상황을 일으킨 한 사람을 떠올리며 돌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서백호.’

대한민국 사냥꾼 협회 협회장.

그는 괴물이었다.

* * *

내 말대로 상황이 흘러가니, 신 상하이방의 간부들은 경악하며 이게 어찌 된 거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유를 밝힐 필요성을 못 느낀 나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고, 그에 동맹들은 궁금해하면서도 자세히 물어 오지 않았다.

“우린 그저 극장에서 영화 관람하듯 상황을 지켜보다가 유리하다 싶을 때 난입하면 되는 겁니다. 저들을 처리하기만 하면 우리의 승리니까요.”

그리고 이어진 내 말에 신 상하이방의 리더 류이창이 무언가를 눈치챈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내가 사전에 밑 작업을 한 게 분명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너무 큰 도움을 받고 말았군요.”

그에 나는 신경 쓰지 말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번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되면, 그에게 사과를 해야 할 테니까.

그도 그럴 게 신 상하이방은 구체제의 심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내가 단독으로 주석을 처치했으니까.

주석은 중화 청년단 세력끼리 싸움을 붙인 것으로 용도를 다했다.

하지만 주석을 살려 두는 건 리스크가 큰 만큼,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선 처리가 불가피했다.

“나중에 중화 청년단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난 후, 이번 일을 위해 제가 행한 독단 하나를 알게 되더라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때문에 나는 미리 보험을 만들어 뒀다.

“물론이죠. 모두 우리의 승리를 위한 거 아닙니까?”

주석을 죽였다는 것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한 그로선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우린 중화 청년단의 치열한 내전을 지켜보며 난입 타이밍을 쟀다.

“그럼 이후 전투에 대비해 공동 훈련을 하도록 하죠.”

“네, 알겠습니다.”

나와 사냥꾼 협회 소속 감시원들은 오토마타를 동원해 전장을 주시했고, 그사이 신 상하이방과 사냥꾼 협회의 합동 훈련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합동 훈련이 진행됨에 따라 신 상하이방 멤버들은 사냥꾼 협회의 전체적인 수준이 자신들보다 우위에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이런 사람들이 지원해 준다는 사실에 든든해했다.

아니, 오히려 사냥꾼 협회의 저력에 은근히 무서움을 느끼는 듯했다.

* * *

기다림 끝에 머지않아 기회가 찾아왔다.

중화 청년단 4개 세력의 얽히고설킨 전쟁이 진행되길 3일째.

류웨이가 이끄는 톈진 세력과 동맹인 창저우 세력이 잠도 안 자고 미친 듯이 몰아붙이니, 반대 세력인 바오딩과 스좌장 또한 쉬지 못하고 전투를 이어 가야 했다.

덕분에 중화 청년단 모든 세력이 크게 지친 상태가 되었으며, 전투원의 숫자도 많이 줄었다.

“이제 난입하죠.”

“좋습니다!”

현재 4개 세력은 바오딩시 중심 지역에서 전투를 이어 가고 있다.

우린 약화된 그 4개 세력을 앞과 뒤로 샌드위치 공격을 할 것이다.

이미 바오딩시를 공격하기 위해 병력을 배치해 둔 상태.

사냥꾼 협회 본진은 톈진, 창저우 연합 세력의 후방을.

신 상하이방 본진은 바오딩, 스자좡 연합 세력의 후방에 배치되어 있다.

“그럼 건투를 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건투를 빌며, 나와 류이창은 각자의 본진으로 이동했다.

그동안 꾸준히 웨이포인트 점퍼를 이용해 병력을 이동시킨 덕에 현재 중국에 있는 사냥꾼 협회의 병력은 3만 명이 넘었다.

나는 각 부대 지휘관들에게 빠른 전진을 지시했고.

[룡룡이(플레임 드레이크) / 레벨: 131]

[와일번(미스릴 와이번) / 레벨: 126]

[와이번(미스릴 와이번) / 레벨: 126]

사냥꾼 협회의 가장 선봉엔 비행 펫에 탑승한 우리 파티가 섰다.

“뭐, 뭐야?”

“적이다!”

“이런 젠장!”

그리고 머지않아 표적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새까맣게 몰려 있는 중화 청년단을 보며 성검 칼립소를 뽑아 들었다.

* * *

류웨이가 이끄는 톈진 세력과 손을 잡은 창저우 세력의 리더 ‘리천싱’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한국인들이 배후에서 나타나 자신들을 공격한 것도 당혹스러운데…….

“저건 괴물이야.”

“도, 도망쳐!”

“끄아아악!”

혼자 영상을 몇 배속으로 재생한 것 같은 움직임으로 검을 휘두르며 자신들의 부하를 처치하는 남성의 존재가 도무지 현실 같지 않았다.

남성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적게는 3~4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이 단번에 목숨을 잃었다.

“뭐, 뭐냐! 저건?”

그 남성의 앞을 단 1초라도 가로막는 사람이 없고.

듬직했던 동료들은 짚단처럼 맥없이 쓰러졌다.

리천싱도 방금까지 반대 세력에 속한 중화 청년단 단원들의 목을 베어 넘긴 입장이지만, 눈앞의 사내를 볼 때면 ‘저래선 안 되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남성 앞에선 인간의 목숨 따윈 벌레와 다름이 없었다.

저건 전쟁이 아닌,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물론, 자신의 생각이 궤변이란 것을 알지만…….

그만큼 남성의 존재는 주변의 모든 것을 압도하는 급이 다른 무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흠칫.

그리고 곧이어 그 남성의 눈동자가 리천싱에게 날아와 꽂히고.

그에 흠칫 몸을 떤 리천싱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으, 으으으! 으아아악!”

결국 리천싱은 공포에 못 이겨 도망치고 말았다.

그런 그의 바지춤은 축축이 젖어 있었으며, 이런 상황은 주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중화 청년단이 하나의 세력이던 시절부터 꾸준히 2인자의 위치를 지켜 왔던 리천싱.

그는 프라이드가 높은 사람이었지만, 서백호를 마주한 순간 모든 것을 잊고 말았다.

그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일 뿐이었다.

“…….”

그런 리천싱의 모습을 지켜본 서백호는 어깨를 으쓱이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추후 그 전장에 있던 생존자들에 의해 서백호에게 하나의 별명이 붙게 되니, 이는 바로 ‘사신’이었다.

사신의 발길이 닿는 곳엔 항상 피와 시체가 넘쳤다.

그런 사신의 곁엔 살육의 천사와 죽음의 요정이 함께이니, 중국인들에게 공포의 존재로 각인되었다.

“하, 항복!”

“살려 주십시오!”

전쟁은 오래지 않아 끝을 맞이했다.

애초에 애상했던 것과 달리 ‘사냥꾼 협회와 신 상하이방’이란 난입자들에 의한 승리로.

덕분에 중국의 내전에 참전한 사냥꾼 협회는 그 위상과 악명을 똑똑히 떨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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