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164화 (164/273)

164화 무서운 나라 (2)

거대한 검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천벌 스킬은 유일 등급 무기인 듀랜달의 내장 스킬이다.

등급은 극상급 스킬로 분류되긴 하지만, 그 위력은 일반적인 극상급 스킬의 수준을 크게 상회한다.

심지어 장비 내장 스킬은 강화를 거듭할수록 강해지는데, 지금의 듀랜달은 3강 상태여서 천벌의 위력이 2배로 뻥튀기된 상황이다.

-드드드드득!

덕분에 사방이 밀폐된 경기장 천장을 공간째 찢으며 등장한 거대한 검은 화려한 이펙트만큼이나 무시무시한 위력을 자랑하며 범위 내의 모든 것을 분쇄했다.

-콰직! 콰직! 콰아아아앙!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경기장에 홀로 선 나는 듀랜달을 웨폰 체인저(팔찌)에 수납했다.

호화로운 금빛 장식의 새까만 검이 역소환되듯 사라지자 새로운 메시지가 경기 종료를 알렸다.

[10라운드(128강) 통과]

[750점을 획득했습니다.]

거물인 척했지만, 천벌 스킬은 이겨 낼 수 없는 모양이다.

무협계 컨셉 장인은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

‘8초면 내가 지금까지 라운드를 통과하면서 가장 많이 소비한 시간이네.’

그런데 그가 죽기 직전 뭐라 외친 것 같았는데, 발음이 부정확해서 정확하게 뭐라 했는지 모르겠다.

‘대 무당 어쩌고 한 것 같은데.’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기실로 나갔다.

그러자 대전을 지켜보고 있던 수많은 탈락자가 10라운드 통과 표식을 달고 등장한 나를 보며 움찔거렸다.

2천만 명의 이벤트 참가자 중 10라운드 진출자가 128명뿐이었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기실에 남아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 미친 방금 뭐였어?”

“거대한 검이 무슨 메테오 마냥 떨어지네.”

“나도 열심히 싸워 왔는데, 어째서 이런 차이가…….”

그리고 그들 중엔 내 대전을 관람한 사람이 적지 않아서 나를 흘겨보며 수군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내가 걸음을 옮기자 홍해가 갈라지듯 인파의 물결 속에 길이 생겨났다.

그런 주변의 반응이 익숙한 나는 태연하게 걸음을 옮겼고, 머지않아 열심히 자판기를 터는 사냥꾼 협회 멤버들을 볼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자판기를 털면서도 라이브로 대전을 지켜봤기에 나를 보자마자 따봉을 날려 왔다.

그들의 머리 위엔 대부분 6~8라운드 탈락자 표식이 떠 있었다.

대부분 내가 모르는 얼굴들임에도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을 자랑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대기실에서 아는 동료들을 만나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생각하면 강자들만 모인 우리의 모습은 이질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협회장님 파티원분들의 전투도 방금 끝났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보고와 함께 윌리아와 시에나도 모습을 드러냈다.

“128강쯤 되니, 애들 전부 잘 싸우더라.”

“그러게요. 어찌나 다들 민첩하던지.”

말하는 것과 달리 윌리아와 시에나의 전투 시간도 30초를 넘기지 않았다.

그녀들도 큰 고비 없이 10라운드(128강)를 돌파해 11라운드(32강)에 진출한 것이다.

32강부턴 4인 1조가 아닌, 2인 1조로 대전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전과 느낌이 아예 다르다.

전 세계에서 수위를 다투는 사냥꾼들을 상대하게 되는 만큼, 이제부터가 진짜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남은 협회 멤버 중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윤시아와 최도겸, 김현수, 박성만, 김민희 정도인가?’

위의 5명은 우리 사냥꾼 협회를 대표하는 고위 사냥팀의 팀장들이다.

그 외에도 위 다섯 팀에 속한 부팀장들과 서울 2팀의 박행기, 여주팀의 조유나, 적응군 소속 주영우 대령도 충분히 진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진출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부터 라이브 채널을 살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해당 멤버들이 크게 활약 중인 것을 볼 수 있었다.

‘대충 흐름을 보면 5명에서 최대 8명까지 올라갈 수도 있겠네.’

그럼 우리 파티를 더해 32강 인원 중 8~11명이 대한민국 소속이란 의미가 된다.

이 정도면 거의 한국을 위한 축제 아닌가.

‘그런데, 흠…….’

하지만 나는 희소식임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이유는 바로.

“윤시아가 128강에서 고전하고 있네?”

시에나가 의외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우리 파티를 제외하면 가장 확실한 진출 멤버라 생각한 윤시아가 꽤나 고전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네요. 상대가 제법인데요?”

“저 여자 무기 뭐야? 엄청 특이하네.”

“아, 저 무기 뭔지 알아요. 연검이에요. 중국 영화 속에서만 쓰이는 무기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쓰는 사람이 있었네.”

참고로 시에나의 말을 받은 건 내가 아닌, 윌리아다.

윌리아는 월광도 저택에서 장르 불문 다양한 영화를 즐기고 있다.

마침 그녀가 본 영화 중에 무협 영화도 있었는지, 연검을 바로 알아보았다.

‘예전이라면 연검을 실전성 없는 무기라 생각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세상엔 연검의 단점을 보완해 줄 스킬이란 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기를 두른 채 연검을 휘두르는 중국 여성의 기이하기 짝이 없는 공격에 윤시아가 당황해 팔목과 허벅지를 깊게 베이고 말았다.

마치 뱀처럼 요동치는 연검은 방어구 빈틈을 정확하게 파고들 만큼 날카롭고, 정확했다.

“윤 총괄님! 나이스 한 방!”

물론, 윤시아라고 해서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처음엔 낯선 상대의 스타일에 당황하긴 했지만, 그녀는 오래지 않아 침착함을 되찾으며, 자신의 페이스대로 전투를 이어 갔다.

덕분에 윤시아와 연검을 쓰는 중국 여성의 전투는 몹시 치열하게 흘러갔다.

‘뭐지? 이 기시감은?’

그런데 나는 윤시아를 응원하면서도 묘하게 중국 여성에게 눈이 가는 것을 느꼈다.

딱히 그녀가 예뻐서 그런 건 아니고, 움직임이 묘하게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철저한 반복 훈련으로 만들어진 움직임이야. 더구나 무기의 성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기술도 익혔고.’

연검은 자칫 자신을 상처 낼 수 있는 무기.

하지만 그녀는 보법, 손놀림, 몸 전체의 사용법이 아주 능숙하고 군더더기도 없었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연검술을 체계적으로 익힌 것 같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겉모습만 요란한 가짜 중국 무술들과 달리, 충분한 실전성을 보이는 제대로 된 무술 말이다.

‘중국 무술은 전부 보여 주기 위한 것뿐이라 생각했는데, 스킬과 만나면서 의외의 시너지가 만들어진 걸까?’

기초부터 전문적인 수행을 쌓은 중국 여성의 스타일은 본능과 센스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윤시아와 완벽하게 대비되었다.

“어?”

그렇게 치열하게 진행되는 전투는 지켜보던 나는 뒤늦게 한 가지를 알아챘다.

‘아까 내게 패한 무협 컨셉남하고 복장이 비슷한 거 같은데?’

혹시 같은 세력 소속인 걸까?

신 상하이방 덕분에 중국 쪽에 대해선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실력을 보니, 아무래도 이번 이벤트가 끝나면 별도로 조사를 해 봐야겠다.

저들의 실력이 신 상하이방의 지도부보다 나아 보였으니 말이다.

“나이스! 제주도의 박성만 팀장님 다음 라운드 진출했어요!”

“협회장님의 제자인 김민희 씨도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습니다!”

“크흑! 역시 인간 승리자 최도겸 형님은 이길 줄 알았어요.”

윤시아가 고전하는 동안 대한민국 소속 진출자는 계속해서 등장했다.

예상대로 윤시아의 뒤를 바짝 쫓는 라이벌들이 승리를 거뒀으며,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승리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던 2진 멤버들 중에서도 진출자가 속속 등장했다.

나와 윌리아, 시에나를 포함해 어느새 대한민국 진출자의 숫자가 10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윤시아까지 진출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정말이지 한 치 앞의 승패조차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전투가 호각이었다.

* * *

“후우, 후우.”

윤시아는 자신의 호흡이 거칠어짐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장밍메이랬나? 협회장님 파티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상대한 인물 중 가장 강해.’

그녀는 같은 조에서 김시우와 강해 보이던 영국 남성만 신경 썼을 뿐, 장밍메이는 경쟁자로 여기지 않았었다.

하지만 역시 세상은 넓고 기인은 많은 법.

평범해 보이던 중국 여성의 실력은 윤시아의 상상을 가볍게 넘어섰다.

레벨은 자신이 장밍메이보다 10 이상 높아 보였다.

처음 능력치 보정이 들어갈 때, 둘 사이의 능력치 차이가 37이나 되었으니까.

‘레벨 차이가 난다는 건, 그만큼 장비 수준 역시 내가 높을 수밖에 없단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겨우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전투는 윤시아의 입장에서 패배나 다름없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윤시아는 서백호가 자신에게 자주 하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윤시아 씨는 볼 때마다 강해져 있군요. 윤시아 씨처럼 뒤를 받쳐 주는 실력자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우리 앞으로도 힘내죠.]

서백호가 사냥꾼 협회 내에서 자신의 실력을 높게 평가해 주고 있단 것쯤은 윤시아도 잘 알고 있다.

혹시 서백호의 평가에 자만했던 걸까?

윤시아는 장밍메이에게 고전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볼품없게 느껴졌다.

‘협회장님은 이미 시합이 끝나서 내 경기를 지켜보고 계실 거야. 절대 그분을 실망시켜 드릴 순 없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점은 마음이 꺾일 수도 있는 이런 상황에서 윤시아는 지레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평범한 직장인 출신.

그러나 지금은 검도 국대 출신인 김현수나, 특수부대 군인 출신인 박상만을 크게 앞질러 서백호의 뒤를 쫓고 있다.

이런 게 가능한 이유는.

윤시아에겐 강한 승부욕과 향상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창대를 쥔 손아귀에 힘을 주며 장밍메이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사그라들긴커녕 점점 불타오르는 윤시아의 기세에 장밍메이는 움찔 몸을 떨어야 했다.

-쾅! 콰아앙! 콰아앙!

“무슨?”

심리적 요인 때문인지, 윤시아가 어떤 벽을 넘은 건지,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호각, 혹은 그 이상으로 윤시아와 맞서 싸우던 장밍메이는 갑자기 상대가 강해진 듯한 인상을 받아야 했다.

‘내, 내가 이런 근본도 없는 창술에 고전하다니……. 대체 이 여잔 뭐야?’

그리고 무서운 건 상대의 기세가 멈추긴커녕, 걷잡을 수 없이 크게 확산하는 불꽃처럼 점점 더 강해지는 기분이 든다는 거였다.

어느새 팽팽했던 싸움에서 장밍메이가 뒷걸음질 치는 횟수가 많아졌다.

-찌르기, 베기, 치기, 밀기.

요란한 스킬 없이 창을 이용한 기본적인 공격뿐임에도 장밍메이는 감히 반격을 생각하지 못했다.

‘뭐가 달라진 거지? 갑자기 힘이 세진 것도 아니고, 속도가 빨라진 것도 아니야. 하지만 상대의 손속엔 여유마저 느껴지고 있고, 나는 방어에 급급하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장밍메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윤시아의 공격은 더더욱 사나워져 갔고.

-콰아아앙!

기본적인 공격만 날리던 윤시아의 창에 서백호도 주력기로 애용하는 ‘뇌력참’ 스킬이 기습적으로 깃들었다.

“으악!”

일반적인 윤시아의 공격만으로도 대응이 벅찼던 장밍메이는 끝내 뇌력참의 스킬을 상쇄하는 데 실패하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그 한국 여자는!?’

온몸이 부서질 것처럼 저릿한 와중에도 장밍메이는 필사적으로 자세를 고쳐 잡으며 윤시아의 다음 연속 공격에 대응하려 눈을 굴렸다.

그런데.

-쿵!

“커억…….”

장밍메이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윤시아의 모습이 아닌, 서슬 퍼런 창날이었고.

설마 상대가 투창을 할 거라 생각지 못했던 그녀는 그대로 목이 맥없이 꿰뚫리며 패배했다.

“하아. 하아.”

[10라운드(128강) 통과]

[750점을 획득했습니다.]

연검이란 특이한 무기를 사용하는 기본기가 탄탄한 무술인을 만나 고전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경기 후반에는 상대를 압도했고, 잠시 고전하긴 했지만, 끝내 승리를 거두었다.

윤시아는 크게 기쁨을 내색하지 않고, 힘껏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렇게 어렵던 상대인데, 마지막엔 어째서 수월하게 쓰러뜨릴 수 있던 거지?’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윤시아는 스스로도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 * *

“와……. 괴물이네, 저것도.”

시에나는 윤시아의 승리에 헛웃음을 흘리며 그렇게 표현했고, 나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당사자는 모르는 것 같지만, 윤시아의 창술이 갑자기 바뀌었다.

“마치 백호 님을 보는 거 같았어요.”

“그러게.”

같은 스승 아래에서 검도를 배우더라도 각자의 개성에 따라 검끝에 특징이 묻어나는 법이다.

그런데 윤시아가 방금 보여 준 창에선 내가 검을 쓸 때 보이는 특징이나 버릇이 묻어났다.

아마 내가 창을 쓰면 저렇게 쓸 것 같단 느낌이 드는 움직임을 보여 준 것이다.

“그냥 무기의 사용법만 흉내 낸 게 아니라, 전투 스타일 자체가 비슷했어. 백호는 특유의 여유랄까? 그런 게 있는데, 그것까지 쏙 빼닮았으니.”

나는 시에나의 평가에 동의했다.

윤시아는 강해지기 위해 내 스타일을 자신의 전투에 녹여 냈다.

물론, 이게 마음먹는다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다.

심지어 연습 과정 없이, 전투 중에 스타일을 바꾼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그런데 윤시아는 그걸 해냈고, 웃기게도 본인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런 사람을 천재라 하는 모양이네요.”

“그런 천재가 흉내 낸 게 결국 너인 거고 말이지?”

잠시 후, 윤시아가 대기실로 복귀했고, 모여 있던 협회 멤버들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축제나 다름이 없었다.

“32강에 우리 협회가 12명이나 진출하다니.”

그럴 수밖에 없다.

윤시아가 큰 벽을 넘으면서 우리 사냥꾼 협회의 다음 라운드 진출자는 12명이 되었고, 대한민국 소속으론 적응군의 주영우 대령이 더해지면서 13명이나 되었으니 말이다.

3분의 1 이상이 한국인이란 뜻이니 어찌 좋아하지 않겠는가.

* * *

한국 13명, 미국 6명, 러시아 2명, 인도 2명, 그 외 국가에서 각 1명씩.

11라운드 32강의 진출자가 가려지자 많은 국가가 충격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충격을 받은 건 연합 전선을 구축하여 위기에 공동 대응 중인 유럽이었으며, 그들은 자국의 대표 사냥꾼들이 패배해 탈락할 때마다 얼이 빠진 표정을 지어야 했다.

대재앙이 발생하고, 현대 무기가 먹통이 되면서 레벨이 곧 신분인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유럽의 각 나라에서 왕처럼 군림하던 대표 사냥꾼들이 줄줄이 탈락한 데다가, 한국이란 작은 나라에서 강자들이 쏟아지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스튜어드 그 새끼 거물인 척 항상 똥폼을 잡더니, 자기 체구의 반도 안 되는 중국 여자에게 1분 만에 나가떨어졌네.”

“어처구니가 없었지. 정작 스튜어드를 조기 탈락시킨 그 중국 여자는 한국 여자에게 패배했잖아.”

“결국, 우물 안의 개구리였단 거야. 한국엔 상대를 압도하는 괴물들도 있더만.”

“한국은 대체 뭐지? 어떻게 저렇게 강해?”

“그만큼 위험한 곳이란 뜻 아니겠어? 위험하니, 살기 위해 노력한 결과 저렇게 강해질 수밖에 없던 거지.”

“우리 유럽은 초반 혼란이 크긴 했지만, 지금은 안정됐잖아. 그러니 레벨 좀 높다 싶은 놈들은 나태해질 수밖에 없는 거야.”

이번 이벤트는 전 세계 생존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때문에 좋든 싫든 강자들의 존재가 널리 알려질 수밖에 없고, 기대했던 자국의 영웅들이 세계 기준에서 보면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자, 당혹스러워했다.

물론, 모두가 탈락한 자국 사냥꾼들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아니었다.

당연히 그들을 옹호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냥 한국이 기형적인 거야. 봐봐, 중국이나 인도도 한국 앞에선 기를 못 쓰잖아. 그 두 나라의 인구가 좀 많아?”

“여차하면 우릴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사람들인데, 굳이 비난할 필요가 있나?”

“맞아, 우린 안전한 곳에 숨어 보호나 받는 신세인 건데.”

이번 대전 10라운드가 끝난 시점에서 유럽이 받아 든 성적표는 이랬다.

독일 1명, 프랑스 1명.

32강 중 단 2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러시아를 넣는다면 4자리가 되겠지만, 이마저 한국에 비하면 존재감이 흐릿했다.

덕분에 유럽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세상은 한국을 중심으로 질서가 구축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물론, 이벤트 대전의 성적이 국력을 대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를 완전히 무관하다 여기지 않는 게 대부분 사람의 생각이었다.

“8강쯤에선 한국인만 남는 거 아냐?”

“에, 에이. 설마 그러겠어?”

“하지만 누가 우승을 차지할지는 뻔히 보이는군.”

“아아, 그건 그래. 저 요정과 천사도 격이 다르지만. 저 남자의 강함은 한층 차원이 달라.”

이번 이벤트 덕분에 유럽인들은 한국의 서**이 누구고 어떠한 외형을 가졌으며, 어느 정도 실력을 가졌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가 지닌 압도적인 무력과 압도적인 존재감은 모두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었으며, 어느새 그의 경기를 찾아보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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