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화 유명세 (3)
나는 자신이 강하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
초반 성장에 좋은 월광도를 독차지하고, 육군본부의 고위 장교인 아버지에게 신속하게 양질의 정보를 얻은 덕에 남들보다 치고 나갈 수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를 만든 것은 뛰어난 전투 능력 덕분이다.
검도를 비롯해 다양한 무술을 일정 수준 이상 수련하긴 했지만, 그게 검도 국가대표 출신인 김현수조차 압도할 정도가 되면 정상적이라 보기 힘들다.
이는 분명 재능의 영역이라 할 수 있으며, 운이 좋게도 나는 세상이 미쳐 돌아가지 않았다면 절대 개화할 일이 없었을, 전투 부분에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나보다 수치상으로 더욱 뛰어난 인간과 싸우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때문에 클로에 주가 폭주 스킬을 사용했음에도 똑같이 폭주로 대응하지 않은 것이다.
과연 순수 실력이란 걸로 어느 수준까지 커버가 될지 궁금해서.
뭐, 결과만 보면 내가 너무 오만했던 것 같다.
클로에의 일격에 각종 방어 옵션과 빛을 엮어 만든 투구가 꿰뚫리며, 피를 보고 말았으니 말이다.
‘대단한걸? 나름 튕겨 낸다고 튕겼지만, 그대로 꿰뚫고 들어오다니…….’
현재 폭주 스킬을 사용한 클로에의 능력치는 나보다 50%가 높다.
더불어 그녀가 손에 쥔 유일 등급의 무기 역시 신체 능력을 극대화시켜 주는 버프 계열 스킬을 가진 것으로 추측된다.
그로 인해 클로에가 직선으로 달려들며 휘두른 검의 공격력은 지금까지 같은 인간에게선 느껴본 적 없는 막강한 파괴력을 품고 있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제임스보다 강한 것 같은데, 왜 미국의 넘버 2라 불리는 거지? 제임스가 유일 등급 방패를 갖고 있어서 상성이 안 좋은 걸까? 아니면 클로에의 레벨이 그보다 낮아서?’
그래서 나는 순수하게 감탄사를 흘렸지만, 이런 나를 본 클로에의 표정은 당황하다 못해 경악한 모습이었다.
“이, 이럴 수가 그 공격을 검강만으로 막아 내다니.”
솔직히 운이 좋았다.
그녀의 공격이 마속성이라 빛을 엮어 만든 시리즈의 방어구가 공격력을 일부 상쇄했기 때문에 이 정도로 끝난 거다.
만약 내 장비가 무속성이거나 혹은 다른 속성이었다면 뺨을 베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나도 얌전히 맞고만 있진 않았겠지만.’
어쨌든 좀 전에 벌인 1합으로 인해 나 스스로가 알게 모르게 클로에를 무시하고 있었단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앞서 무당파 장문인을 상대할 때처럼 듀랜달을 대신해 성검 칼립소로 무장을 바꾸고, 바리사다를 들고 있는 ‘제3의 손’을 활성화했을 뿐만 아니라, 벌어진 능력치 차이를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 승리의 깃발을 흔들어야 했다.
[승리의 깃발을 흔들었습니다.]
-깃발을 기준으로 반경 1km 이내에 있는 아군 전체의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바리사다와 함께 내 뒤에 둥둥 떠서 쫓아다니던 승리의 깃발은 장식이 아니다.
전쟁을 비롯해 대규모 전투에서 톡톡히 활약해 주는 광범위 버프 효과가 붙은 특수 장비였으니까.
비록 지금은 단체가 아닌, 나 혼자만을 위해 깃발을 흔들었지만, 덕분에 조금이나마 능력치 격차가 좁혀졌다.
“실례지만 그게 전력입니까?”
클로에는 폭주 스킬의 지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물어 왔다.
아무래도 그녀는 나와의 전투가 길게 이어지지 않을 거라 판단한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진 않습니다. 저도 폭주 스킬을 갖고 있긴 하니까요.”
“그렇군요. 하긴 빼코 님께선 다음 경기도 대비를 하셔야겠네요.”
다음 경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기보단 많은 사람들이 라이브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데, 전력을 드러내는 게 내키지 않을 뿐이다.
“빼코 님의 전력 일부라도 보게 된 것에 만족하겠습니다.”
사실 그녀가 나와 맞설 수 있는 건 폭주 스킬이나, 유일 등급의 무기 때문이 아닌, 이벤트 대전의 능력치 조율 때문이었다.
실제 클로에와 나는 레벨의 격차가 상당해 이번 경기에서 그녀의 능력치가 155나 올랐다.
이 말은 능력치 조율이 없는 실제 전투 상황에선 더욱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오늘이 아니면 이렇게 동등한 조건에서 겨루는 일 자체가 없을 터이니, 전 모든 걸 쏟아 내겠습니다.”
앞선 것보다 더욱 강력한 일격이 남아 있단 뜻일까?
나는 만족스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콰콰콰!
이런 내 사인에 맞춰 자색의 칼날이 특징인 클로에의 장검 위로 검은 기운이 폭발적으로 크기를 키워 갔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거대한 검강은 폭이 1미터, 높이가 20미터에 달했다.
-콰콰콰!
폐허 도시를 배경으로 거대한 묵빛의 검을 쥔 클로에 주의 모습은 묘하게 중2병스러우면서도 멋졌다.
그래서 나도 그녀의 장단에 맞춰 주었다.
성검에 마력을 쏟아부으니, 비슷한 크기의 빛의 검이 만들어졌다.
‘왠지 필살기 이름을 외쳐야 할 것 같은데?’
하지만 곧바로 순간이동하듯 모습을 감추는 그녀 덕분에 나는 얼굴에서 장난기를 지웠다.
우리가 손에 쥔 거대 검은 형상만 거대할 뿐이지, 실제 질량을 가진 것은 아니다.
때문에 휘둘러지는 속도는 매우 신속했고, 그녀의 검은 주변의 신호등과 표지판 등을 깔끔하게 베어 버리며 나를 덮쳐 왔다.
-콰아앙! 콰아앙! 콰앙!
그리고 그녀의 검과 나의 성검이 충돌했다.
서로 상반되는 속성의 공격이 부딪치자, 강력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쿠쿠쿵!
아스팔트가 찢기고, 건물의 외벽이 뜯기고, 가로수가 쓰러졌다.
1격, 2격, 3격, 푸른빛과 검은빛의 충돌은 폐도심을 파괴하기 시작했으며, 머지않아 건물까지 붕괴시켰다.
“어, 어떻게…….”
그렇게 30합 정도 검을 맞대고, 시간은 10초 정도 흘렀을까?
완전히 파괴된 도심 한가운데서 클로에가 억눌린 신음을 토하며 뒤로 밀려났다.
그녀가 이런 반응을 보인 이유는 간단했다.
폭주 스킬로 인해 유리하게 진행되던 전투가 5합 이전을 기준으로 완전히 뒤집히고 말았기 때문이다.
“크윽!”
클로에의 속도와 힘에 익숙해지면서 이젠 검을 흘리거나 튕기는 게 가능해졌고, 이후론 능력치 차이가 뭐 대수냐는 듯, 완전히 내 페이스가 되었다.
결국, 머지않아 클로에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전의를 상실한 게 아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방어를 뚫고 본체에 타격을 주는 바리사다의 투과 공격으로 인해 서 있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구독자님에게 죽음을 경험시키고 싶지 않아 항복을 종용하는데, 클로에는 쉬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바리사다에 베인 신체 부위가 양쪽 오금과 어깨였으니까.
“후우, 정말 괴물같이 강하시네요.”
그녀는 고통스러울 터인데도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대등한 전투를 가능케 했던 폭주 스킬마저 풀려 버리니, 그녀는 결국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졌습니다.”
허탈해 보이는 클로에의 모습.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이번 대전 이벤트에서 내게 위기감을 느끼게 만든 건 그녀가 유일했으니까.
타인의 잠재 능력을 알아보는 스킬을 가진 것만으로도 클로에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는데, 강한 승부욕과 그걸 뒷받침하는 실력엔 꽤나 감명을 받았다.
무당파도 그렇고, 이번 이벤트가 끝이 나는 대로 그녀를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해 봐야겠다.
[14라운드(4강) 통과]
[1,500점을 획득했습니다.]
그렇게 예상치 못하게 치열했던 준결승전이 끝났다.
* * *
잠시 후, 대기실로 돌아온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
“응?”
어째서인지 윌리아가 드물게 언성을 높이고, 그 앞에 시에나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비등한 실력을 가진 그녀들이 나보다 먼저 전투를 끝내 돌아와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일반적인 전투를 치른 게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시에나가 무릎을 꿇고 있는 걸 보니, 그녀가 뭔가 저지른 게 분명하다.
“무슨 일이세요?”
그래서 나는 주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된 두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러자 윌리아가 눈썹을 역팔 자로 만들며 내게 일러바치듯 말했다.
“이 멍청한 엘프가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가르자고 해 놓고, 자기가 지니까 화살을 날리지 뭐예요.”
대충 어떤 상황인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윌리아가 피할 틈도 없이 화살을 꽂아 넣은 채 이겼다며 좋아하는 시에나의 모습이.
윌리아가 이렇게 억울해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지라 너무 귀여웠지만…….
여기선 시에나의 잘못을 지적하는 게 맞을 것이다.
“진짜예요?”
“흥, 경기에서 속는 게 바보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곧게 든 채 도도한 척 말해 봐야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윌리아가 도끼눈으로 죽일 듯이 바라보자 결국 시에나의 그 도도함은 오래 가지 못했다.
“미, 미안. 사실 더 큰 무대 위에 서고 싶었어.”
시에나는 이 경기를 무슨 오디션쯤으로 생각하는 걸까?
윌리아가 이내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어 버리자, 시에나는 이제 팔을 내려도 되냐고 물어 왔다.
“그럼 제 결승전 상대는 시에나 님인 거네요?”
“응!”
시에나는 씨익 웃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곧이어 윌리아의 눈치를 살피는 걸 잊지 않았다.
“대전은 어떻게 할까요?”
왠지 윌리아와 시에나에겐 검을 맞대고 싶지 않다.
윌리아는 알콩달콩한 연인 관계고 시에나는 귀여운 여동생 같아서.
“됐어. 노래나 한 곡 뽑고 내려오지 모.”
“…….”
“내 목표가 이벤트 점수를 6천 점 이상 모으는 거였는데 달성했거든.”
이번 준결승전에 승리하면서 손에 넣은 점수는 7천 점이다.
아무래도 그녀가 결승 진출에 목을 맨 이유가 목표로 한 점수 때문인 것 같다.
“그 점수로 뭐 하시려고요?”
그녀들이 가진 점수를 회수해서 한 번에 사용하려 했는데, 각자 쓰고 싶다면 굳이 뺏을 생각은 없다.
그래서 용도를 물었더니.
“이걸로 전부 희귀~유일 등급 장비 뽑기권 살 거야.”
“네?”
“너흰 둘 다 유일 등급 아이템이 있는데 난 없잖아. 그래서 뽑기로 뽑을 거야.”
“아…….”
희귀~유일 등급 장비 뽑기권은 한 장에 300점.
그녀가 가진 점수면 23장을 살 수 있다.
지난번에 내가 15장의 뽑기권으로 듀랜달을 뽑았으니, 가능성은 충분했다.
비록 시에나가 유일 등급의 장비는 없어도 극상급 공격 스킬을 2개나 갖고 있어서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본인은 우리의 장비가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시에나의 머리를 쓰다듬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윌리아가 한발 빨리 그녀를 낚아채 뺨을 잡아당겼다.
“어차피 우리가 뽑기를 돌려도 궁수 장비 나오면 너한테 줬을 거 아냐!”
“아악!”
원래 시에나에겐 존댓말을 하는 윌리아였으나, 이번 일로 더는 존댓말을 하지 않기로 한 모양이다.
나는 왠지 자매 같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자 인자해진 기분을 느끼며 웃었고, 그건 주변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주얼 좋은 두 사람이 투덕대니,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 * *
“아아, 결승전은 한국 대 한국인가?”
“보니까 준결승전에 오른 대한민국 소속 세 사람이 한 파티인 것 같아.”
“그렇겠지. 다른 한국인들보다도 능력치가 압도적으로 높은 거 보니까.”
“저 사람들 실제 레벨은 몇인 거지?”
“천사의 고리를 단 법사와 붙었던 우리 길드 길마가 말하길, 적어도 100대 중반은 되지 않을까 추측하더라.”
“뭐?”
‘파티는 이미 끝났다.’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했다.
이유는 결승전에서 맞붙는 사람들이 같은 파티인 데다가, 동료 관계로 엮인 인간과 NPC로 보였으니 말이다.
“아마도 저 남자가 이기겠지? 저 NPC의 마스터로 보이니까.”
“그렇겠지.”
“실제로 맞붙으면 어떠려나?”
“저 엘프는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극상급으로 보이는 막강한 스킬을 난사하잖아. 과연 남자가 그걸 버틸 수 있을까? 그는 검사잖아?”
“검사이긴 해도 저 남자 역시 원거리 공격 수단이 많아. 더구나 미친 방어 능력과 회피 능력을 생각하면 모조리 피해 버릴걸?”
그래서 그들의 경이적인 전투력에 대해 의견을 나눌 뿐 전투를 기대하진 않았다.
[잠시 후 이벤트 대전의 결승전이 진행됩니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결승전을 지켜보는데.
“어?”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전투 의지가 없어 보이는 엘프 소녀가 대전 상대인 남성과 경기 중 웃으며 대화를 나누다가…….
[냅다 저격!]
예고 없이 기습 공격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에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아니, 저 멍청한 엘프가 또…….”
대기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윌리아가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백호 님이 그런 거에 당할 리가 없잖아.”
주변 사람들은 기대치도 않은 상황에 흥미를 표했지만…….
윌리아는 이마에 힘줄이 새겨지며 입꼬리를 씰룩이는 서백호가 아무런 이상 없는 모습으로 클로즈업되자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기습이 실패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화가 난 듯한 서백호가 검을 뽑아 들기 시작했고.
[하, 항복.]
시에나가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이내 항복을 선언했다.
“에엑!?”
“에이, 뭐야!”
“싸우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결승전이 종료되자, 혹시 모를 최강자들 간의 전투를 기대하던 대기실엔 실망으로 가득한 탄식이 울려 퍼졌다.
[15라운드 종료.]
[대한민국 서** 님께서 이벤트 대전의 최종 승자가 되셨습니다.]
* * *
나와 윌리아는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든 시에나를 내려보며 엄한 표정을 지었다.
“워, 원래는 예정대로 기권할 생각이었어. 그런데 막상 네가 무방비로 있으니까…….”
“한 발 쏴 보고 싶었다?”
“응, 내 장난기 DNA 때문인지 손이 근질근질하더라고.”
어차피 대전 중엔 죽지 않는다.
때문에 시에나가 말하고자 하는 장난기가 뭔지 알 것 같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윌리아는 시에나의 길쭉한 엘프 귀를 잡아당기며 내게 말했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르게 해야죠. 사기를 두 번 쳤으니 상습범 아니겠어요? 다시는 같은 짓을 못 하게 혀라도 뽑죠?”
“흐음…….”
윌리아의 말에 내가 장단을 맞추는 모양새가 되자, 시에나는 다급하게 죄송하다며 일본의 ‘도게자’처럼 절을 하듯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그에 피식 실소를 흘린 나는 어깨를 으쓱였고, 윌리아는 그런 시에나의 엉덩이를 매직 스태프로 세게 때렸다.
“악!”
“이제 그러지 마.”
“응. 이제 완전히 말 놨구나.”
이걸로 시에나의 2차 배신 사태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우린 주변을 둘러보며 의아하단 표정을 지어야 했다.
이유는 바로…….
“뭐지? 이벤트 경기가 모두 끝났는데, 왜 안 돌아가지는 거야?”
“아직 뭐가 남았나?”
나의 우승으로 이벤트가 끝났음에도 어쩐지 대기실에 그대로 전송될 뿐 상황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방이 새하얗고, 드넓은 공간엔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
과정은 어처구니없었지만, 어쨌든 나의 우승을 축하한다며 박수 세례가 쏟아지던 것도 처음 몇 분일 뿐.
약 10분여가 지나서도 상황에 변화가 없으니, 사람들의 얼굴에 서서히 걱정이 깃들기 시작했다.
[현 시간부로 이벤트가 종료됩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무런 문제 없이 이벤트가 정상 종료되었다.
덕분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한숨 대신 감탄사를 흘려야 했다.
이유는 바로 이것.
[10라운드(128강) 이상 진출 참가자들에게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오!?”
상위 참가자들에게 추가 보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추가 보상 지급 때문에 딜레이가 있었던 모양이다.
대회 우승자인 나로선 나쁠 게 없는 상황이었기에 기대감을 표했고.
[축하드립니다. 이벤트 대전에서 우승을 차지하여 장비 진화권 1장을 획득했습니다.]
그 기대감에 알맞은 엄청난 보상이 주어졌다.
[장비 진화권]
-희귀 등급 이하 장비를 한 단계 높은 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예) 희귀 등급 장비에 사용 시, 해당 장비는 유일 등급이 되며, 등급에 알맞은 능력치와 스킬이 부여된다.
‘헙.’
헛바람이 절로 나오는 보상.
이건 유일 등급의 장비를 하나 획득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