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큰 보상 (2)
이번 대만 사태에서 우리 파티와 휘하 마족들은 천 마리에 가까운 고레벨 특수 몬스터를 사냥했다.
하지만 그중에 레벨 140을 초과하는 몬스터는 없었으며, 대부분이 레벨 130 미만이었다.
레벨 130 이상 140 이하의 몬스터는 전체에서 얼마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린 이번 사냥 활동으로 2개의 유일 등급 장비를 먹는 데 성공했다.
남들은 레이드 계획을 짜서 겨우 한 마리 잡을까 말까 한 몬스터를 계속 토벌하고 다녔더니, 운 좋게 당첨 복권 2개가 나온 것이다.
[실피드의 머리핀 / 투구 / 등급: 유일]
-바람의 정령왕이 깃든 장비로, 바람의 방어막이 머리와 목 전체를 보호한다.
-마력+12
-하루 1번 바람의 정령왕 실피드를 소환할 수 있으며, 소환 유지 시간은 최대 1시간이다.
-자체 스킬: 바람 조종
[바람 조종 / 극상급 스킬 / 액티브]
사용자는 바람의 정령왕의 힘을 빌려 바람을 원하는 형태로 조종할 수 있으며, 스킬을 사용함에 있어 다소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바람 조종 능력은 마력을 소모하지 않지만, 마력을 불어넣어 위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장비는 윌리아가 가진 치유의 헤일로처럼 투구형 방어구였다.
매우 뛰어난 옵션에 방어력도 등급만큼이나 뛰어나겠지만, 나는 그것을 시에나에게 건넸다.
“오!? 이거 나 가져?”
“네.”
“땡큐! 내가 요즘 유일 등급 장비 복이 있네!”
바람 조종이란 사용 방법 까다로운 스킬을 시에나가 잘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걸 내가 차지하기 꺼려지는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 때문이었다.
-팽그르르르.
“귀여워!”
“그러게요. 귀엽네.”
실피드의 머리핀은 ‘바람개비’가 달려 있다.
그걸 머리에 꽂고 다니란 건데…….
솔직히 시에나 정도 되니까, 귀엽게 소화하는 거지.
내가 머리에 바람개비 꽂고 다녀 봐라, 다들 시선을 피할 거다.
덕분에 치유의 헤일로에 이어 두 번째로 손에 넣은 유일 등급의 투구는 시에나 차지가 되었다.
이어서 나는 두 번째 유일 등급 장비를 살폈다.
[아스칼론 / 대검 / 등급: 유일]
-용왕의 송곳니로 만들어진 대검으로 칼날과 손잡이가 일체형으로 된, 대(對)드래곤 장비이다.
-용족 계열 몬스터에게 근접 전투 스킬 공격력 200% 증가.
-뛰어난 자가 수복 기능이 있어 무기가 파괴되어 칼자루만 남아도 하루면 원상 복구된다.
-근력+6, 마력+6
-자체 스킬: 기간트 길로틴
[기간트 길로틴 / 극상급 스킬 / 액티브]
-길이 100미터의 거대한 칼날이 직선상의 모든 걸 절단한다.
-소모 마력: 10
드래곤 슬레이어 장비인 대검 아스칼론.
무식하다 표현해도 좋을 거대한 검은 칼날의 길이만 2미터가 넘고, 손잡이 길이도 50cm에 달했다.
이걸 휘두르라고 만든 검인지 황당할 지경.
하지만 검이 무식하게 큰 거 빼면 스킬도 좋고, 용족에 추가 대미지를 준다는 특성도 좋다.
더불어 내겐 제3의 손이 있으니, 사용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웨폰 체인저를 이용해 바리사다와 교체하며 사용하면 되겠지.’
바리사다가 순백의 아름다움을 검의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면 아스칼론은 핏빛의 칼날을 갖고 있어 마검 같은 느낌이다.
“대체 검을 몇 자루나 가지려고?”
남들은 하나 갖기 힘든 유일 등급의 검이 벌써 4자루째다.
이 정도면 무기 콜렉터라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이번에 얻은 유일 등급 장비 두 개는 나와 시에나가 나눠 가져 윌리아의 것이 없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이번엔 윌리아 님의 장비가 없지만, 실망하지 마세요. 3자 교류회 사태가 마무리되고 우리가 도와준 나라들로부터 구조비가 들어오면 떠돌이 상인을 통해 유일 등급 장비가 대거 들어올 테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전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극상급 스킬북은 제가 제일 많이 가졌는걸요.”
하긴 그것도 그렇다.
윌리아는 마법사 겸 서포터 역할을 수행 중인지라, 일반적으로 스킬북을 얻으면 그녀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번에 우린 260권에 달하는 극상급 스킬북을 손에 넣었다.
기존의 페이스에 비하면 적은 수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데, 중복되는 종족의 몬스터가 많아서 최초 처치 보상을 얻지 못해 어쩔 수 없었다.
‘최초 처치 보상이 진짜 꿀인데.’
그래도 극상급 스킬북 260권이 어딘가.
유일 등급 내장 스킬 수준은 아니어도 하나같이 주력기라 할 수 있으니까.
중복되는 50권을 제외한 210권 중 내게 분배된 것이 21권이고, 시에나는 17권이다.
그런데 윌리아에게 분배된 것은 무려 42권에 이르니, 나와 시에나의 것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지난 이무기 토벌 때도 대량의 최상급 스킬북을 얻으면서 윌리아는 마법사, 서포터 스킬을 폭넓게 익힐 수 있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다고 나와 시에나의 스킬이 뒤떨어진다는 건 아니다.
고레벨 유저라 칭해지는 레벨 70 이상 사냥꾼 중에서 극상급 스킬을 단 하나도 갖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
“남은 스킬북 180권 중 일부는 우리가 소장하고 나머지는 다른 팀에 분배해 주도록 하죠.”
“네, 그렇게 해요.”
나는 약 30권 정도를 간추려 빼놓고 나머지 150권을 윤시아 등에게 나눠 주기로 했다.
‘아마 이번 사건처럼 고등 몬스터를 독식하는 경우는 쉽게 발생하지 않겠지. 이건 매우 특별한 경우야.’
새로 얻은 극상급 스킬이 워낙 많아서 익숙하게 써먹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
이건 차차 익숙해지기로 하고, 나는 다음 보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음은 희귀 등급 장비들인데…….”
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희귀 등급 장비들을 보며 잠시 말을 잃었다.
극상급 스킬 이상으로 대량 확보한 게 희귀 등급의 장비들이기 때문이다.
“빛을 엮어 만든 시리즈가 꽤 있네요? 이거면 두 분 모두 방어구를 교체할 수 있겠어요.”
덕분에 윌리아는 물론 시에나까지 빛을 엮어 만든 시리즈로 풀 무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윌리아는 3부위, 시에나가 2부위의 빛을 엮어 만든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나머지 부위들까지 모두 얻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럼 우리 앞으로 복장을 제복처럼 통일해서 입을까요?”
빛을 엮어 만든 방어구 시리즈는 형태가 없는 개념 장비다.
그 위에 어떤 옷을 입어도 되고, 혹은 안 입어도 된다.
때문에 패션에 한껏 힘을 주고 전투를 치를 수도 있고, 마음만 먹으면 팬티 바람으로 사냥을 하는 게임 속 고렙의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었다.
“좋아요. 나름 커플 복장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상한 바람개비가 하나 껴 있긴 하지만.”
“어허, 천사의 고리보단 이게 낫다.”
실피드의 머리핀을 착용한 시에나는 움직일 때마다 머리 위의 바람개비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빠르게 회전했다.
나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또 싸우려는 두 사람을 말렸다.
“제3의 손을 포함해 특수 장비를 총 5개나 얻었네요. 이거 어떻게 할까요?”
“음…….”
나는 제3의 손을 유일 등급으로 업그레이드시키면서 이능의 날개라는 장비를 얻었다.
[제3의 손]*1개
-착용 시 2미터의 투명한 팔이 등 뒤에 돋아난다. 완전히 손과 같은 취급을 받으며 무기와 액세서리를 추가 장착할 수 있다.
[보조 날개]*2개
-마력 소모 없이 최대 시속 600km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염력 팩]*2개
-반경 5미터 이내에서 마력 소모 없이 염력을 사용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획득한 특수 장비는 이능의 날개의 기능을 하나씩 너프한 상태로 분리된 장비들이었다.
“특수 장비는 중복 착용이 안 되네요. 두 분이 하나씩 택하세요.”
제3의 손을 발견하자마자 착용해 보려 했지만, 이능의 날개와 중복 착용이 안 되더라.
네 번째 팔이 생기는가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마력 소모 없는 비행 능력이 앞으로 점점 많이 필요해질 것 같으니, 전 보조 날개요.”
“나도 더 빨리 날면 좋을 것 같으니 보조 날개! 날개 신발은 헬레나 줘 버리고 빛을 엮어 만든 부츠 신어야지!”
그런데 의외로 두 사람의 선택은 같았다.
시에나는 이미 날개 신발이 있어서 굳이 비행 아이템을 고를 필요가 없음에도 비행 아이템을 선택했다.
비행 신발의 속도가 시속 500킬로미터긴 해도, 이능의 날개와 비교하면 그리 느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보조 날개가 날개 신발보다 멋지니까!”
내가 굳이 보조 날개를 선택한 이유를 물으니, 시에나가 그렇게 답했다.
보조 날개는 내가 가진 이능의 날개와 비행 이펙트가 비슷하다.
아무래도 그동안 이능의 날개가 가진 화려한 이펙트가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리고 염력 팩도 가질래.”
“두 개 선택하시게요?”
“어차피 활은 한 손으로 쏠 수 없고, 매직 스태프도 두 개를 들어 봤자 소용없으니까, 나나 윌리아나 제3의 손은 필요 없을 것 같아. 차라리 염력이랑 보조 날개를 상황에 따라 번갈아 가며 착용하는 게 낫겠지.”
윌리아는 옆에서 시에나에게 욕심이 지나치다며 팔꿈치로 옆구리를 찔렀지만, 충분히 일리 있는 판단이라 생각되었다.
상황에 따라 장비를 바꿔 착용하는 거야 흔한 일이니까.
때문에 나는 길게 생각할 것 없이 시에나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럼 그렇게 하죠.”
윌리아와 시에나에게 각각 염력 팩과 보조 날개가 분배되었다.
시에나는 날개 신발을 헬레나에게 던지고 바로 아이템 더미에서 빛을 엮어 만든 부츠를 꺼내 착용했다.
-파악! 쉐에에엑!
시에나는 날개 신발을 오랫동안 일상생활에서까지 사용해 왔던 만큼 금세 적응했지만, 윌리아는 적응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보조 날개는 내가 가진 이능의 날개와 색상만 다르다.
이능의 날개가 푸른빛이라면 보조 날개는 녹색의 빛을 뿌렸다.
“헬레나 너 특수 장비 착용할 수 있어?”
“네? 모르겠는데요?”
몬스터가 가진 고유 아이템을 강탈할 수는 없어도 이쪽에서 건네준 것을 착용시키는 건 가능했다.
그 증거로 헬레나는 흥미로운 듯 시에나가 던진 날개 신발을 착용하고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었다.
헬레나도 일단 근접 전투 요원이니, 나는 그녀에게 제3의 손을 건넸고.
“오! 착용되네?”
헬레나는 등 뒤에 세 번째 팔이 돋아난 기이한 감각을 느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데스 사이드 형태의 무기도 여럿 있긴 한데 어떡할래?”
“새 무기를 주시게요?”
“어차피 남는 게 장비니까.”
아무리 믿음이 쌓였다곤 해도 테이밍이 되지 않은 몬스터인 그녀에게 유일 등급의 장비를 배정하는 건 힘들다.
하지만 희귀 등급의 장비 정돈 얼마든지 내줄 수 있다.
내 말에 헬레나는 감격한 모습으로 말했다.
“그럼 제3의 손이 익숙해질 때까진 검을 착용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좋은 선택이야. 아무래도 검이 휘두르기 편하니까.”
나는 이번에 획득한 장비 중, 준(準)유일 등급의 장비라 해도 좋을 뇌전의 검을 꺼내 헬레나에게 건넸다.
뇌전 강림이란 강력한 스킬이 깃든 무기였다.
덕분에 헬레나는 나처럼 등 뒤에 검을 둥둥 띄우고 다니는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윌리아, 시에나에 이어 헬레나에게도 맞는 장비를 꺼내 건네주고, 뒤이어 윌리아의 펫인 다켈프의 장비도 맞춰 주었다.
‘그리고 나인포들도 고생했으니, 남은 건 놈들 줘야지.’
아마 나인포를 비롯한 마족 NPC들에게 장비를 지급한 뒤에도 남은 게 많은 거다.
그럼 그것들은 극상급 스킬북과 함께 협회로 보내야겠다.
‘보상 확인 시간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니까.’
그런데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우리에겐 아직 떠돌이 상인 소환권이 남아 있으니까.
각국에서 약속한 구조비가 들어오면 진정한 보상 타임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 * *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른 법이라지만, 나는 강이솔의 보고에 황당함을 표해야 했다.
“그러니까, 구조비를 못 주겠다?”
이유는 바로 제발 살려달라면서 구조비를 얼마든지 내겠다며 설설 기던 각국의 단체들이, 사태가 진정되고 나자 피해 복구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명목으로 구조비 지급을 미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순히 비용을 지불한 나라는 3할밖에 되지 않았다.
“과한 금액을 요구한 건 아닌 거 같은데요?”
“네, 제가 봐도 충분히 합리적인 금액이었습니다.”
떠돌이 상인에게서 유일 장비 깡을 하려던 나로선 갑작스레 차질이 생긴 계획에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