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화 큰 보상 (3)
“문제없이 구조비가 입금된 곳은 22개국 45개 단체이며, 입금액은 약 7억3천만 코인입니다.”
우린 구조 비용을 관리 단체의 규모, 사냥꾼들의 수준 등을 폭넓게 계산하여 차등 평가했다.
그 금액은 45개 단체에서 많게는 6천만부터 적게는 3백만 코인을 받기로 했었는데, 이 정도 금액은 지금 단계에서 절대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었다.
6천만 코인을 낸 인도 뭄바이 사냥팀의 경우 가입 인원만 100만 명이 넘었는데, 이들이 60코인씩만 지불하면 모이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구조비를 미지급한 곳은 50개국 87개 단체이며, 미지급 금액은 약 15억1천만 코인입니다.”
나는 강이솔의 상세한 보고에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물었다.
“진짜 이유가 피해 복구비 때문인가요?”
“아마 3자 교류회 처벌 수위에 불만이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은근슬쩍 3자 교류회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그럼 그렇지.”
3자 교류회에 대한 처벌이 정해졌다.
이번 일로 인해 3자 교류회는 해체가 결정되었다.
소속돼 있었던 인원들은 각자 정부에 흡수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3자 교류회의 모든 재산이 피해국들에 분배되었다.
더불어 3자 교류회 소속 멤버들은 앞으로 3년간 수익의 5할을 피해 보상금으로 추가 지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핵심 멤버인 김시우, 히토미, 리즈웨이가 피해국들을 순회하며 직접 사죄를 하기로 하면서 처벌 내용은 끝이 난다.
‘말이 많았던 처벌 수위였으니까.’
당연히 이 처벌을 모든 나라가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결정이 내려질 수 있던 데에는 대표적으로 2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이번 사건이 3자 교류회에서 의도적으로 일으킨 것이 아니며 오히려 시스템의 함정에 가까웠다는 점.
둘째는 추후에도 얼마든지 이번과 같은 사건이 벌어질 수 있으며, 우리 사냥꾼 협회를 포함한 어느 단체라도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3자 교류회는 열심히 활동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이 의도하진 않았다 해도 결과적으론 크나큰 피해가 발생했기에 처벌이 내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3자 교류회 처벌은 합의가 끝난 부분 아닙니까?”
그래서 다들 만족하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 선에서 합의가 이루어졌었다.
“합의를 상부의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합의는 했지만, 시민들에게 눈치가 보여 이제 와서 항의하는 거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선 오류가 있다.
“그런데 국가 간의 협의 내용 가지고 왜 우리에게 난리랍니까?”
그건 바로 지난 합의에 대한 불만을 왜 우리에게 토로하냐는 거다.
우리가 합의하라고 목에 칼을 들이밀며 협박한 것도 아닌데.
어처구니없단 내 반응에 강이솔은 쓰게 웃었다.
“지난 회의에서 의장을 맡은 게 한국 정부이기도 하고, 3자 교류회가 해체되면서 가장 득을 본 것도 저희 협회라 그런가 봅니다.”
“하!”
3자 교류회가 해체되면서 한국, 일본, 대만 정부에 귀속되었다.
문제는 해외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사냥꾼 협회의 대변인 정도로 생각한단 것이며, 일본 정부의 대표는 사냥꾼 협회 일본 지부장 다나카인지라, 3자 교류회를 사냥꾼 협회가 우회적으로 흡수한 거라 판단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우리 수중에 대만의 시나리오 조각 10개 중 4개가 있는 것이니, 대만 역시 우리의 영향권 아래에 있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설령 생명의 은인이라 할지라도 필요 이상의 득을 얻어선 안 된다?”
“……원래 정치라는 게 이성만으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필요 없으니 안 받겠다고 하세요. 앞으로 우린 그들이 위기에 처하더라도 돕지 않을 거며, 교류 역시 중단할 겁니다.”
“네?”
“나는 이 상황을 사냥꾼 협회를 향한 공격으로 인지하고, 해당 단체들을 적대 세력으로 지정하겠습니다.”
행동이 너무 극단적이라 느껴졌을까?
강이솔은 크게 놀라며 반문했으나, 머지않아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답했다.
“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과연 관계가 깨지면 누가 손해일까?
이 기회에 그들에게 상식이란 것을 알려 줘야겠다.
* * *
이번에 사냥꾼 협회의 대대적인 원정 활동으로 많은 국가가 덩달아 해외 진출을 경험하게 되었다.
덕분에 인근 지역의 국가끼리 의견을 주고받는 일이 많아졌으며, 그로 인해 사냥꾼 협회에 구조비를 지불하지 않는 일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었다.
“사냥꾼 협회에서 어떻게 나올까?”
“일반적이라면 대화를 시도해 오겠죠.”
사냥꾼 협회에 구조비를 지불하지 않는 국가들을 보면, 동남아시아와 남미, 이슬람 쪽이 특히 많았다.
동남아시아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남미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3자 교류회의 전원 사형을 주장하며 위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전원 사형 주장은 너무 과합니다. 애초에 그들이 이렇게 될 걸 알고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잖습니까?”
베트남 통합 사냥팀의 리더 응우엔은 부하의 지적에 짧게 혀를 찼다.
“너 죽은 사람들의 가족 앞에서도 그 말할 수 있어?”
“당연히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만큼 그들을 처벌하긴 해야겠죠. 하지만 그 처벌이 사형이 돼 버리면 안 된다는 겁니다.”
“어째서?”
“다들 원래의 삶을 되찾기 위해 이 노력을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당 단체의 사냥꾼들을 사형시키면 무서워서 누가 모험을 하겠습니까? 다음에 이런 입장에 놓이는 게 우리가 될 수도 있고, 사냥꾼 협회처럼 막강한 힘을 가진 세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때도 사형을 주장할 생각입니까?”
“…….”
“이럴 땐 재발 방지를 위한 위기 대책 계획을 수렴해야지, 기 싸움을 해선 안 됩니다!”
이렇게 화를 낸 적이 있을까 싶을 만큼 강한 주장을 펼치는 부하의 모습에 응우엔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그걸 바라잖아.”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시민들의 요구를 하나하나 들어주면서 반응하기엔 너무 급박하고 위험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고요! 그러다가 사냥꾼 협회가 적대적으로 나오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아니, 애초에 그들을 건드린 것 자체가 큰 실수이니, 빨리 번복하셔야 합니다!”
“그들이 대화를 시도해 올 거라며?”
“일반적인 경우에나 그렇다는 거죠!”
그리고 이런 부하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게 오래지 않아 증명되었다.
“회, 회주님!”
“무슨 일이야?”
“사냥꾼 협회에서 저흴 적대 세력으로 지정하며, 앞으로는 어떤 협력도 교류도 없을 것이라 전해 왔습니다. 만약 사냥꾼 협회의 영역에 침범하면 침략 행위로 간주하고 공격하겠답니다.”
“뭐?”
설마 했던 최악의 상황의 펼쳐진 것이다.
“영웅을 호구로 생각하면 안 되죠. 멍청한 짓을 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옆에서 이죽거리는 부하의 모습에 응우엔은 깊은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젠장.”
기세 좋게 사냥꾼 협회에 항의하던 응우엔은 더 이상 없었다.
그러자 그를 향해 현실을 지적하던 부하가 차갑게 말했다.
“뭐 하십니까?”
“응?”
“사냥꾼 협회에 찾아가 무릎을 꿇고 빌어서라도 사태를 수습해야죠.”
“내가?”
“그럼 누가 가겠습니까?”
당신이 해결하지 않으면 치워질 수도 있다는 듯한 강한 어조.
그에 응우엔은 자신의 선택이 너무 1차원적이었단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 *
내가 내린 지시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적대 세력으로 지정하자마자, 단숨에 구조비의 납부율이 8할을 넘겨 버렸으니 말이다.
“진작 내놓을 것이지, 그럼 괜히 얼굴 붉힐 일이 없었잖아.”
하지만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매우 신선한 세력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이슬람과 남미 국가들이었다.
이들은 뒷일보단 당장 눈앞의 일에 집중하는 성향이 강했다.
아마 그들은 추후 위기에 처하면 자신들의 과거 행동이 어떠했든 뻔뻔하게 도움을 요구해 올 게 뻔했다.
“남은 곳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이제 그들은 우리 사냥꾼 협회 입장에선 없는 나라들이에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8할의 납부비가 걷어지면서 무려 18억에 가까운 코인이 모였다.
원랜 20억이 넘는 코인이 모일 예정이었으니 아쉽게 되었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떠돌이 상인을 호출해 유일 등급 무기깡을 할 수 있다.
내 개인 자금만 해도 4억이 넘고, 여차하면 협회 공금도 있으니 말이다.
‘떠돌이 상인 소환권에서 뽑은 유일 등급 장비 중 절반은 협회에 양도하기로 했지? 그럼 공금 좀 끌어다 써도 되지 않으려나.’
떠돌이 상인 소환권 중 5장과 보호비 중 절반은 협회 거니까.
‘일단 돈이 있는 만큼만 뽑자.’
공금에 대한 건 나 혼자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나는 그냥 있는 돈만 챙겨서 월광도로 향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네, 행운을 기도하겠습니다.”
월광도는 행운의 땅인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면서.
* * *
현재 내가 갖고 있는 떠돌이 상인 소환권은 11장.
1장은 본래 내가 갖고 있던 거고, 나머지 10장은 3자 교류회로부터 건네받은 거다.
사실 떠돌이 상인 소환권 외에도 희귀~유일 등급 장비 뽑기권도 9장을 손에 넣었는데, 여기선 유일 등급 장비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번 이벤트 대전에서 65개의 뽑기권을 사용해 단 3개의 유일 등급 장비를 건졌으니, 9장으로 유일 등급 장비가 나오길 바라는 건 역시 무리지.’
하지만 떠돌이 상인은 다르다.
지금까지 확인한 바에 의하면 떠돌이 상인은 반드시 1개의 유일 등급 장비를 판매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즉, 이 말은 11개의 떠돌이 상인 소환권은 11개의 유일 등급 장비와 바꿀 수 있단 의미와 같았다.
이 중 6개가 우리 파티의 몫이고 5개는 사냥꾼 협회의 몫.
-두근두근.
나는 기대감에 두근대는 심장 소리와 옆에서 보채는 시에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첫 번째 떠돌이 상인 소환권을 사용했다.
[떠돌이 상인이 소환됩니다.]
[아르미스 (떠돌이 상인) / 레벨: 250]
처음 만났던 떠돌이 상인과는 다른 상인이지만, 특유의 분위기는 매우 흡사했다.
잘 벼려진 칼을 보는 듯한 느낌.
일본에서 만난 떠돌이 상인은 레벨이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내 수준이 매우 높아지면서 떠돌이 상인의 레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뭐 거의 준드래곤급이네.’
마계에서 귀족이었다는 나인포의 레벨이 200임을 생각하면 떠돌이 상인의 퍼포먼스는 지나치게 높았다.
“떠돌이 상인을 황금 고블린쯤으로 여겨선 곤란하니까요. 그래서 강할 수밖에 없답니다.”
그리고 이런 내 생각을 알아챈 아르미스의 대답에 나는 떠돌이 상인에게선 구매 외에 강탈이란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단 것을 알게 되었다.
뭐, 알았다고 해도 이 레벨 차이면 소용없겠지만.
“상점을 이용하시겠습니까?”
“네.”
드디어 나는 떠돌이 상인의 판매 물품을 눈에 담았다.
[통역 반지 / 등급: 희귀]
-다른 나라 언어를 듣거나 말할 때 자동으로 통역된다.
-가격: 1,000,000코인
[빛을 엮어 만든 갑옷 상의 / 등급: 희귀]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개념 장비로 매우 뛰어난 방어력과 반발력을 갖고 있다.
-빛 속성
-마력+6
-가격: 5,000,000코인
[수중 몬스터 테이밍 안장 / 등급: 희귀]
-레벨 80 이하 비행 몬스터를 테이밍할 수 있다.
-가격: 10,000,000코인
[안전 구역 생성 토템]
-1,000평 규모의 나만을 위한 안전 구역을 생성한다. 안전 구역의 이용 비용은 따로 없으며, 주인의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은 입장할 수 없었다.
-가격: 30,000,000코인
[브라흐마스트라 / 투척 무기 / 등급: 유일]
-빛으로 이뤄진 유도 화살로 지정한 적을 자동으로 공격한다.
-빛의 화살 브라흐마스트라는 매우 높은 강도와 반발력을 갖고 있어서 무기로 쳐 내거나 방패로 막아 내는 게 쉽지 않다. 오히려 낮은 등급의 무기나 방패로 막아 내려 하면 장비가 관통되어 파괴될 수 있다.
-자체 스킬: 스타 더스트 스트라이크 (극상급 광역 스킬 / 소모 마력: 20)
-가격: 250,000,000코인
하나같이 당혹스러운 가격의 장비들.
하지만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최고의 물건들임은 분명했다.
‘원랜 유일 등급 구입이 주목적이었지만…….’
전부 사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덕분에 쉽게 나중의 상황이 예측되었다.
바로 돈이 모자랄 거란 사실을.